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백마의종(白馬義從), 드디어 등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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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 국양.
황건동란이 발발하고 유비가 의병을 일으켰을 때 어린 나이로 의용군에 가담했다. 어린 나이에도 용맹과 무예가 대단했으나 유비 삼형제의 활약에 빛이 가려 이렇다할 전공을 세우지 못했다.
지금은 공손찬을 섬기고 있으며 공손찬 휘하에선 제법 전공을 세워 공손찬의 신뢰를 얻고 있는 무장이었다.
공손찬이 전예의 이름을 입에 담자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사내, 이이자가 눈을 번뜩였다.
“대형, 그렇다면 드디어 백마의종을 출전시키는 겁니까?”
하지만 공손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장의 한 수를 벌써부터 꺼내놓을 필요가 있던가? 칼은 속에 품고 있을 때 더 위협적인 법이라네.”
“아쉽습니다. 백마의종의 엄청난 무위를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할 거 없네. 엄강이 아침부터 출전하고 싶다고 졸라대고 있으니 개전하면 양떼 속에 범을 풀어놓아야지. 흣하하하하!”
공손찬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군막 안을 뒤흔들었다. 그저 웃음소리일 뿐인데도 유위대, 이이자, 악하당, 이 세 사람은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엄강은 백마의종을 이끄는 장수로 공손찬의 휘하 장수들 중에 가장 용맹하며 예를 알지는 못하나 오직 공손찬에게만 깊이 충성하는 심복이기도 했다.
엄강은 단 한 번도 공손찬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그가 나서면 어떤 전장도 평정되었다. 공손찬은 엄강이 백마의종을 이끌고 흑산적의 본진을 유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공손찬의 웃음이 잦아들 무렵, 이이자가 다시 물었다.
“백마의종을 출전시키지 않으시겠다 하시면 전예 장군 한 기만을 출전시키실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공손찬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고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관을 불렀다.
“여봐라! 전예를 불러 오너라!”
“예, 총사!”
* * *
잠시 후, 젊은 무장 하나가 공손찬의 군막을 찾았다. 한 눈에 봐도 그 체구가 건장했고, 탄탄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게다가 짙은 검미에 시원시원한 오관은 미장부라 하긴 힘들어도 호남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소장, 전예가 주공을 뵙습니다!”
전예가 공손찬을 보며 읍하자 공손찬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예를 거두라.”
“감사합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알겠느냐?”
공손찬은 자신이 불러 놓고 왜 불렀는지 전예에게 묻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전예는 공손찬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들며 자신 있게 답했다.
“선경 장군이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루 세 차례 보내는 척후병 모두가 복귀하지 않았으니 이는 흑산적의 소행입니다. 감히 주공의 병사를 해쳤으니 응당 이를 백배 천배 갚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전예의 말이 흡족한 지 공손찬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예, 말 한 번 잘했구나. 복수전의 기회를 네게 주겠다.”
공손찬이 기회를 준다는 말에 전예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감히 주공께 대항하면 어찌 되는 지를 흑산적 놈들에게 똑똑히 알려주겠습니다.”
“좋다. 그 기개가 가상하구나. 네게 기병 삼천을 내리겠다. 지금 바로 적진을 휘저어 놓고 오라.”
“소장, 전예! 주공의 명을 받듭니다!”
전예가 읍을 하고 군막을 나서자 이이자가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전예 장군.”
“이 공께서 제게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공손찬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삼인방은 공손찬의 참모진이라 볼 수 있었다. 공손찬은 이들 삼인방과 결의형제를 맺으며 천지인을 얻었다고 했다.
유위대는 방사인데 천문을 읽거나 점복을 보는 재주가 있어 천시를 알고, 악하당은 유주의 거상으로 천하 십삼 주를 두루 돌며 큰 부를 이뤘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모두 지도로 남겨 두었으니 지세를 안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이자는 비단장수 출신으로 그의 식객은 수천에 이르렀다. 그러니 사람을 얻었다 할 밖에······.
삼인방 중 특히 이이자는 빈손으로 시작해 비단장사로 큰 부를 이룰 정도로 지혜로운 자이기에 공손찬 군의 군사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예 장군께 한 말씀 드리리다.”
“이 공의 말씀이라면 허투루 들을 수가 없지요. 경청하겠습니다.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가르침이라니······ 당치도 않소. 내, 남 같지가 않아서 오지랖을 좀 떨겠소이다. 이번 출전은 흑산적에게 우리 군의 무력을 자랑하는 자리가 될 거요.”
“알고 있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오. 내일의 결전에서 우리 군이 대승을 얻기 위해 장군의 군대가 반드시 해주어야 할 일이 있소. 적병을 아무리 많이 벤다고 해도 삼천으로 삼만을 벨 수 있겠소?”
이이자가 묻자 전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상대로 적진을 급습한다고 해도 적진을 휘저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일각 정도 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그 시간이 지나도록 회군하지 않는다면 적병에게 둘러싸여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전멸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소장이 어찌 해야겠습니까? 이 공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화공(火攻).”
“불을 지르란 말씀이십니까? 적진의 군량고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일각 안에 군량고를 찾아 불을 지르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군량고의 위치를 안다고 해도 그곳을 노리는 것은 하책이오.”
“그럼 어디를······.”
전예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이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마장(馬場).”
마장은 말들을 매어 두는 곳. 혹은 목책을 둘러놓고 말을 풀어 놓는 곳이다.
기병이 있는 이상 군영에 마장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말이라는 짐승이 워낙에 예민한 짐승이라 군영 중앙에 둘 수 없어 마장은 항시 군영 외곽에 따로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이자의 말에 전예는 허벅지를 두들기며 탄성을 터뜨렸다.
“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거까지야 있겠소? 놈들의 마장에 불을 놓아 말들을 죄다 미쳐 날뛰게 할 수만 있다면······.”
“흑산적 놈들은 밤새 말을 잡으러 뛰어다녀 진을 빼겠군요.”
본디 싸움을 앞둔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먹이는 것은 그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높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적병이 밤중에 기습을 가하고, 미쳐 날뛰는 말을 잡으러 밤새도록 뛰어다녀야만 한다면 밤잠을 설칠 것이니 어찌 다음날 힘을 내어 싸울 수 있겠는가.
이이자는 마지막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장군의 군세에 손실이 적으면 금상첨화일 거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전예는 삼천 기병을 이끌고 공손찬군의 군영을 나섰다.
* * *
“대형, 밤에는 좀 쉽시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녔더니 삭신이 쑤시오.”
위월이 어깨를 돌리며 투덜거리자 여포가 핀잔을 주었다.
“네놈이 뛰었더냐? 네놈 말이 뛰었지.”
여포는 눈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아직 젊은 놈이 벌써부터 삭신이 쑤신다하면 어머님은 어쩌란 말이냐? 그래가지고서야 혼자 계신 어머님을 잘 봉양하겠느냐?”
“아들이 어디 나 하나요? 위속 형님도 있수.”
위월은 위속의 이름을 입에 담자마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제멋대로 군문을 나가버린 위속의 이름을 언급했으니 여포가 짜증을 낼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포는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위속, 위월 형제 중 하나를 군문에서 내보내기로 마음 먹었던 차에 위속이 군문을 나가버린 것이니 그를 탓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여포는 그가 잘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형과 연락은 하더냐?”
“둘 다 까막눈인데 무슨 수로 연락을 하겠소?”
“그럼 위속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단 말이냐?”
“지난번에 어머니를 뵈러 가니 형님은 대형이 혼례를 올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싸들고 나가버렸다고 하셨소.”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고?”
여포의 물음에 위월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차라리 내 휘하에 계속 둘 걸 그랬나?’
여포는 지금에야 후회가 되었다.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에 자신을 배신했던 일 때문에 위속을 군문에 둘 수 없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앙숙이라 할 수 있는 조조의 수하가 될 자들을 몇이나 휘하에 거느리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행동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게 되었음을 알게 된 이상 위속의 경우도 배신하지 않게끔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위속이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그가 스스로 돌아오지 않는 다음에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 장군! 여 장군!”
철능이 헐레벌떡 달려와 여포를 불렀다. 그러자 여포의 시선이 철능에게로 향했다.
“무슨 일이오?”
“전서응이 왔소. 기병 수천 기가 공손찬의 군영을 나섰다하오.”
철능의 말에 여포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거짓말처럼 가셨다.
“기병 수천이라······.”
곁에서 그 말을 듣고서 여포의 안색을 살피던 저수가 물었다.
“설마 수천 기병을 공격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해야지.”
여포의 말에 이번에는 저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군, 아무리 장군의 무장들이 대단한 무예를 지니고 있다해도 수천 기병을 몰살시킬 수는 없습니다.”
“공손찬의 기병 수천이 군영을 나섰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소?”
“그야 당연히 야음을 틈타 흑산적을 기습하려는 것이겠지요.”
그 때 조운이 끼어들었다.
“장군, 우적 형님이 그러는데 기습은 치러 갈 때보다 도망칠 때가 더 중요한 거라고 했습니다. 일각 안에 최대한 챙길 거 챙기고 얼른 튀어야······.”
조운의 말이 맞긴 하지만 여포는 그가 우적과 계속 어울려 다니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수를 설득해 적과 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저 선생, 조 자룡이의 말처럼 기습을 하면 어떤 성과를 올리든 간에 일각 안에 퇴각해야 하오. 늦으면 포위 당하니까.”
“장군, 그렇다고 우리가 흑산적을 도와 공손찬의 군대와 싸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들이 퇴각할 때 덮친다면 우리를 흑산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소?”
여포의 그럴 듯한 말에 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포의 말에 설득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까닭은 그 역시도 다시 싸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장군, 제게 좋은 계책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저수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 *
전예는 기병 삼천을 이끌고 적진을 급습했다. 갑작스레 말발굽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자 몇 안 되는 흑산적 경계병들은 창칼을 버리고 달아났다.
전예군은 흑산병들을 추살하며 그대로 흑산적 본진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방에서 흑산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밀려들었다.
“와아아아!!!”
갑작스레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자 전예의 기병들이 타고 있던 말들이 놀라 들썩였다.
‘아뿔싸! 함정이었구나!’
전예는 여포와 무장들이 이미 흑산적의 군영을 한 번 휩쓸고 다녀간 후임을 알지 못하고 그저 함정으로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어찌할꼬?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마장을 찾아 불을 놓아야 하나? 아니면 아직 포위가 두껍지 않으니 활로를 뚫어야 할까?’
하지만 전예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미 흑산적이 기습을 대비하고 있었던 점 때문에 마장을 노린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을 거라 판단했다.
“당황하지 말고 나를 따르라! 이, 전예가 활로를 뚫을 것이다!”
전예는 선두에서 격전을 벌이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 * *
전예의 기습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그는 데려온 삼천 기병 중 일천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상황 판단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수가 그곳에서 고혼이 되었을 터였다.
전예가 복귀하자 공손찬은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큰 싸움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벌하지 않고 싸움이 끝난 후로 미루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양군은 분주히 움직이며 오늘이 결점의 날임을 알렸다.
양군은 이 마장 거리를 두고 진세를 이룬 채 대치했다.
공손찬군의 진영.
“엄강!”
공손찬이 이름을 부르자 백마의종의 대장, 엄강이 백마를 타고 나와 공손찬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소장, 엄강이 주공의 부름을 받고 나왔습니다.”
“엄강, 네게 선봉의 자리를 맡기려 한다.”
“영광입니다. 주공께 반드시 승리를 안겨 드리겠습니다!”
공손찬이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후진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러자 엄강이 칼을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백마의종, 선두로!”
엄강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자 공손찬군의 선두로 백마를 탄 삼천의 중갑기병들이 나섰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자진’을 이루며 쭉 늘어섰다.
하나같이 잡털 한 올 섞이지 않은 순백의 준마를 탄 삼천의 중갑기병. 그들의 등장 만으로도 공손찬군의 장졸들은 아군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대로 맞은편에 선 흑산적의 장졸들은 백마의종의 등장에 크게 술렁였다.
“배······ 백마의종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