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40
239화 멸문지화(滅門之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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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라는 말 한 마디에 음식을 내왔던 궁인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궁에서 독을 쓴 것은 곧 역모나 다름없는데 자신들이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도 모진 고문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고문이라는 것이 이미 죄가 있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끌려간다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게 되는 것이다.
궁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엎드려 고개를 처박았다.
동탁은 이유의 말을 듣고서도 놀라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는 도산검림을 헤치며 이 자리까지 올라온 자였다. 그까짓 독 따위에 놀랄 인물이 아니란 얘기였다.
“성상, 음식을 드시지 마십시오. 독이 들어있습니다.”
동탁은 소제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서 숙위병들을 불렀다.
“여봐라!”
그의 말 한 마디에 숙위병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 많은 서량의 무사들 중에서 천자가 기거하는 온덕전의 숙위로 뽑힌 자들이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도를 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태의를 불러와 성상을 진맥케 하고, 태관 감승을 붙잡아 오너라! 그리고 소부 대인과 태관령, 시중을 데려오라!”
“존! 명!”
그는 명을 내리고난 후에야 차분히 지금의 상황을 분석했다.
‘온덕전을 불시에 찾은 것이니 나를 노리고 독을 쓴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암수는 천자를 향한 것이다. 대체 누가······?’
논리적으로 보면 하 태후의 임조청정을 지지하는 왕도파가 천자를 노릴 리는 없었다. 신진세력은 동탁과 뜻을 함께 하는 자들이니 동탁이 원치 않은 일을 할 리 없었다.
결정적으로 신진세력은 궁내에서 일을 도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소행으로 몰기에는 무리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명문회 뿐.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원외를 비롯한 명문가 출신들은 하 태후의 출신을 문제 삼아 발해왕 협을 지지했던 자들이다. 하 태후의 소생인 성상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니 가능성이 있다.’
하 태후는 하진 대장군의 동생으로 하진은 가축을 도살하는 백정 출신이었다. 큰 부를 이루어 궁인들에게 재물을 대었고, 그렇게 여동생을 입궁시켰다.
제아무리 하 태후의 미색이 대단하다한들 하진이 백금을 아끼지 않고 줄을 대지 않았다면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서지는 못했을 터였다.
분명 직업의 귀천이 있는 세상. 그 중에서도 백정이라면 사인들은 말조차도 섞지 않을 것이다.
가문이랄 것도 없는 하찮은 집안. 소제는 명문가 출신들이 봤을 때는 천하게 여길 수도 있는 집안 출신인 하 태후의 소생이니 명문회의 인사들은 당금 천자를 어찌 생각하겠는가.
‘왕 미인의 소생인 발해왕 협을 옹립하고자 한다면 성상이 눈엣가시일 테지. 하지만 이미 용상에 오르신 성상을 해하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혈통으로 봤을 때 명문가 출신인 왕미인의 소생, 협이야 말로 선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 할 것이니 명문회의 인사들은 발해왕 협을 지지했다.
동탁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는 해도 한조의 틀 안에서 개혁을 하자는 것이지 역성을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위 명문세가 출신이라는 자들이 천자를 시해하려 했다면 동탁으로서도 좌시할 수 없었다.
“감히 성상께서 드실 음식에 독을 쓰다니! 내 어떤 놈인지 반드시 잡아내 그 죄를 물을 것이다.”
온덕전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태의였다. 태의는 태의령이라고도 하며 궁내 의원들을 관장하는 관직이다. 궁의들을 다스리는 일이니 그 실력이 의원들 중 으뜸이어야만 했기에 천자가 병나면 이를 살피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이유가 나서서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태의. 음식에서 독이 발견되었소. 어서 성상을 진맥해 독기가 침범했는지 알아봐 주시오.”
이유의 말에 태의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제의 앞에 섰다. 태의는 소제에게 읍하여 예를 갖추자 소제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태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진맥했다.
“어떻소?”
이유가 묻자 태의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지맥(遲脈)입니다. 독기가 심부 가까이 이르렀을 때 맥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가 의술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맥이 평소보다 느리게 뛰는 맥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독기가 침범했다고 하니 소제가 당한 독은 만성독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해독할 수 있겠소?”
“당장은 독기가 심부에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으나 결국 독의 종류를 알아야 해독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독기가 침범한 듯하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소관의 생각으론 짧으면 달포, 길면 두 달 정도라 봅니다. 음······!”
짐맥을 계속하던 태의가 침음성을 터뜨리자 이유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찌 그러시오?”
“성상의 맥이 다시 평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럴 수가! 의관 생활 수십년에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맥이야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독에 당해 지맥이 된 것이고, 끼니때마다 음식으로 독을 먹었다고 가정해 볼 때 고작 한 끼를 거르고 다시 평맥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 *
잠시 후.
태관 감승을 잡으러 갔던 숙위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주공, 태관 감승의 처소에 갔을 때 이미 그는 자진한 뒤였습니다.”
그러자 동탁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꼬리를 자른다?’
태관 감승이 자진했다면 분명 그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였다.
태관 감승은 태관령의 승(承) 중 천자의 음식을 맛보는 관직이었다. 천자가 먹기 전에 미리 맛보아 맛의 품질을 갖추고 나아가 독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선(視膳)의 대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일에 있어 태관 감승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심적인 부담감을 느껴 자결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였다.
이내 소부와 휘하 관원들이 연행되어 왔다.
소부 음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행되어 온덕전에 끌려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소부 휘하의 태관령부터 시중, 황문령까지 모조리 끌려와 동탁 앞에 무릎 꿇었다.
“소부 대인, 성상께서 드실 음식에서 독이 나왔소. 태관 감승을 잡으러 사람을 보냈는데 이미 자진한 뒤였소.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오?”
동탁이 추긍하자 음수는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이 모든 것은 휘하를 단속하지 못한 소관의 책임입니다. 성상, 죽여주시옵소서!”
“당연히 소부 대인의 책임이지.”
말은 그렇게 했으나 동탁은 소부 음수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순 없었다. 조사를 하기도 전에 먼저 면죄부부터 주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동탁은 음수의 뒷덜미를 움켜쥐고는 그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소. 소부 대인은 들으시오. 지금부터 휘하 관원들을 모두 소집하여 성상의 손과 발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조사하시오.”
“예, 상국.”
“선생, 선생은 이 일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시오. 감히 천자를 시해하려한 대역죄인들이니 이, 상국령을 선생께 내려, 문무백관들 모두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겠소.”
“소신,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그 때부터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난 후에 음수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이라는 것이 꼭 먹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말의 형태도 있고, 향초를 이용한 독도 있었다. 때문에 천자의 손길이 닿는 곳은 모두 대대적으로 검수를 했다. 하지만 소제가 기거하는 온덕전의 그 어디에서도 독은 검출되지 않았다.
음수의 조사와는 달리 이유의 조사는 쉽지 않았다. 단서를 쥐고 있는 태관 감승은 자진했고, 유서라든지 그가 쓴 독의 잔여물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조사에 난항을 겪는 것은 예정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실마리는 태관 감승이 원외의 천거를 받았다는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황궁으로 들어오는 식자재 역시 원 가의 입김이 닿아있는 상단에서 납품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원외 일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심증일 뿐 물증이 될 수 없었다. 이것만으로는 원 가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세삼공의 원 가는 명문 중의 명문으로 귀하디귀한 집안이니 제아무리 동탁이라고 해도 결정적인 증거 없이 어찌 죄를 물을 수 있을 텐가.
동탁은 소제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호위를 절반으로 줄이고 온덕전의 숙위병력을 강화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동탁은 퇴궐하여 낙양 동부 시가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상국의 행차는 호위병력만해도 상당한 대 행렬이지만 호위를 절반으로 줄인 탓에 전만 못했다.
“주공,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유가 수레 안에서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러자 동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 곧 미끼를 물 때가 되었소.”
“아무리 그래도 주공의 존귀한 몸을 어찌 미끼로 삼는단 말입니까?”
“큰 고기를 잡으려면 큰 미끼를 써야하지 않겠소.”
동탁의 말에 이유는 고개를 기울였다.
“주공의 말씀은 꼭 원 가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확정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바로 보셨소. 원외 일가가 이번 사건의 배후이든 아니든 호시기가 왔으니 제거할 것이오.”
“죄를 뒤집어 씌울 참이십니까?”
“원 가는 내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오. 이참에 원외의 세력을 뿌리 뽑을 수만 있다면 무언들 아끼겠소?”
“주공께선 그런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순간 이유는 동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동탁이 원 가의 죄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다.
“원 씨 일족은 오래전부터 나라에 큰 죄를 짓고 있는 자들이오. 공족과 명문가의 폐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오. 한실 부흥을 외치며 관동군을 일으킨 원소나 부맹주 노릇을 하고 있는 원술은 알고보면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 게 아니겠소?”
원 가는 사세삼공의 명문으로 불린다. 천하 십삼 주에 억조창생이 살고 있는데 한 가문에서 사대 동안 연달아 삼공을 낸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은 곧 조정을 암중에서 지배했음을 뜻하는 것이고, 나라 곳곳에 그들의 영향력이 닿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디 그 뿐이오? 원소는 효렴이나 수재를 통하지 않고도 약관에 삼공부의 관인이 되었소. 하진 대장군이 참살 당할 때만 해도 그렇소. 궁안의 숙위들은 모두가 원 가의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하 대장군이 참살 당할 때 대체 무얼하고 있었단 말이오?”
결과적으로 보면 원소 덕분에 동탁 자신이 입경하여 경사의 주인이 될 수 있었지만 하진의 죽음과 관련하여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더욱이 하진이 죽고 난 이후 낙양을 불바다로 만든 책임 역시 원소에게 있었다. 그 많은 사내들이 환관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궁과 도성 안팎이 피로 물들었다.
그런데도 세인들은 원 가를 귀하게 여기며 칭송하니 동탁으로서는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원소에게 죄를 물으면 물었지 원외에게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원외는 원 가의 상징적인 인물이오. 그가 사라져야 원 가의 뿌리가 사라지는 법. 원가의 주인 자리를 두고 원소와 원술이 다투게 될 것이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애송이들은 실책을 거듭하겠지.”
“주공, 그래도 원외는 죽을죄를 지은 자가 아닙니다. 원 가의 세를 꺾기 위해 죄 없는 자를 참살한다면 태사록에 주공의 이름이 왕망의 이름과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이유는 동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결과 역시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한을 망친 왕망과 주공인 동탁의 이름이 한 곳에 놓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그 치욕을 어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하지만 동탁은 이를 개의치 않았다.
“선생, 개혁가의 말로는 항시 좋지 못한 법이오. 태사록에 내 이름이 어찌 기록 될지. 내 개혁의 행보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소. 다만······.”
동탁은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생각하며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천하를 위한 일이라는 것 뿐이오. 다음 주인을 위해 더러운 것을 치우고, 깨끗한 것을 채워 넣어야 하지 않겠소? 구태(舊態)는 나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되겠지.”
역사는 승자의 것. 하지만 그 누구도 영원한 승자일 수 없었다. 동탁은 언제고 좋은 날이 오면 자신과 자신이 행한 개혁이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뿐이었다.
“주공, 만일 원 가에서 주공을 암습하지 않으면 어찌 합니까? 원 가의 사람들은 집밖 출입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합니다.”
“지금은 모든 혐의가 자신들에게 있으니 대놓고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오.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대역죄를 범한 벌을 받게 되어 있으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겠지. 게다가 호위까지 절반으로 줄였으니 지금이 아니면 그들에게 기회는 없을 거요.”
“원 가 아닌 다른 세력이 또 있다면 어찌 하실 것입니까?”
“그럼 천자를 시해하려한 진범을 잡게 되겠지. 어느 쪽이든 나로서는 이득이오.”
동탁이 탄 수레가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역적 동탁을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