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얻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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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탄 수레를 호위하던 무사들은 불현 듯 나타난 복면인들이 달려들자 응전하여 곳곳에서 싸움을 벌였다.
분명 동탁의 호위병들은 갑주까지 걸치고 있었고, 그 수 또한 복면인들과 거의 동수를 이루었는데도 복면인들의 검에 하나둘씩 거꾸러져 갔다.
복면인들의 검술이 동탁의 호위병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어 동탁의 호위병 수어 명만이 동탁이 탄 수레 앞에서 방패를 들고 옥쇄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역적 동탁은 어서 나와 목을 내놓아라!”
복면인들 중 하나가 칼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그러자 수레의 휘장이 걷히며 동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으나 등장만으로도 몇 안 남은 호위들의 기백이 충천했다.
“주공, 저희가 반드시 주공을 지켜드릴 것입니다.”
“이놈들! 우리를 모두 베지 않는 한 주공의 그림자도 밟을 수 없다!”
부하들의 충정에 동탁은 그저 손을 내젓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자 호위병들은 동탁보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역적 동탁을 죽여라!”
복면인들이 달려들자 동탁의 신형이 그들에게로 쏘아졌다. 동탁이 수레를 박차고 튀어나가는 바람에 수레 안에 있던 이유는 풍랑을 만난 배에 타고 있는 것처럼 큰 흔들림을 느껴야만 했다.
동탁은 천생신력을 타고난 자로 거구를 이용해 그대로 어깨로 들이받아 버리는 것만으로도 복면인 하나가 실 끊어진 연처럼 나가떨어졌다.
“죽어라, 동적!”
동탁의 호위병들을 상대로 맹위를 펼쳤던 복면인들의 검예가 동탁에게로 폭사되었다. 하지만 백전연마의 동탁에게 있어 복면인들의 검예는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상대의 검이 그리는 궤적에 동탁의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동탁은 퇴궐하는 길이라 패검을 패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권박만으로도 능수능란하게 복면인들을 상대해나갔다.
운이 좋은 자들은 팔다리가 부러지는 정도로 그쳤으나 동탁의 수도에 목덜미를 얻어맞은 자는 목이 꺾여버렸고, 일권에 얼굴이 허물어져 버리는 자들도 있었다.
창처럼 뻗어오는 검격을 피해 몸을 웅크린 동탁은 솥뚜껑 같은 손아귀로 바닥을 쓸어 복면인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그저 쥐는 것만으로 발목이 부러져 버린 복면인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동탁의 몽둥이가 되어 동료들의 몸과 부딪쳐야만 했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주검으로 화했고, 그 정도 수 만큼의 복면인들이 전투불능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복면인들이 앞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복면인들이 동탁을 향해 검극을 겨누고 있었지만 쉽게 달려들지는 못했다. 동탁이 보여준 엄청난 신위 앞에 조금 겁먹은 것인지도 몰랐다.
동탁은 얼굴에 묻은 피를 소매로 쓱 닦아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늘이 두려워 복면에 얼굴을 숨긴 쥐새끼들은 들어라! 하늘이 허락한 천하의 주인은 바로 이 동탁 중영이니라! 내게서 천명이 떠나지 않는 한 누구도 날 벨 수 없다!”
동탁의 기백은 가히 적들을 움츠리게 할 정도였다. 그는 적의 수가 백이건 천이건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는 각오에 차있었다. 천하의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참이었던 것이다.
동탁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자 때를 맞추어 동탁의 무사들이 사방에서 밀려들기 시작했다.
“주공, 소장 이몽이 왔습니다!”
검을 휘둘러 복면인들을 추풍낙엽처럼 베어 넘기며 이몽이 말을 몰고 달려왔다. 그러자 동탁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그를 반겼다.
“이몽! 최대한 살려서 잡아들이라!”
“존명!”
* * *
그날 밤. 동탁의 집.
“으으!”
“아아아악!”
너른 마당에 가득 형틀이 놓여있고, 형틀마다 붙잡힌 자들이 묶여 모진 고문을 당하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누구든 배후를 밝히는 자가 있다면 편히 죽게 해줄 것이다.”
제아무리 굳은 맹약을 했다 해도 다른 사람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법이니 꼭 실토를 하는 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자복하겠소!”
“저열한 놈! 죽어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 굳게 약조했거늘!”
“내, 저런 소인배와 대업을 이루려 했다니!”
하지만 인내의 극한에 다다른 이상 다른 사람의 목소리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 다 자복하겠소! 제발 죽여주시오!”
동탁 암살 시도의 전모는 그렇게 밝혀졌다. 원술과 손잡고 원외가 도성에서 내응하여 동적을 치려 의협들을 모아 결행했다는 것, 동탁을 죽이고 발해왕 협을 옹립하려 했다는 것까지 자복을 받아내자 소제를 독살하려 시도한 건까지 함께 엮어 원외 일가가 잡혀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도성 안의 여남 원 씨는 죄다 붙잡혀 국문장에 끌려 나왔다.
그 중 원외와 원기의 이름이 높으니 그들이 가장 앞에 무릎 꿇려졌다.
동탁은 천자와 함께 나와 국문을 주관했다. 이유가 이들의 죄상을 동탁과 천자 앞에 고했다.
“대역죄인 원외는 감히 천자를 독살하고 발해왕 협을 옹립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동 상국을 시해하려 불온한 무리들을 동원한 천인공노할 대죄를 범했다. 이를 인정하는가?”
이유의 말에 원기가 노성을 터뜨렸다.
“대역죄인이라니! 당치도 않소! 우리 원가의 명성이 높으니 동공이 눈엣가시로 여겨 뽑아내려는 모양인데 원가의 결백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것이니 어서 우리를 무죄방면하시오!”
“이노옴! 너희 원 가의 죄상이 백일하에 밝혀졌거늘 어찌 죄를 인정하지 않는단 말이냐?”
“증좌도 없이 대역죄로 몰다니······ 억지를 부려도 이런 억지를 부리는 법이 어디 있소?”
“억지라니? 천자께서 친히 국문하시는 일이다. 이미 증인도 확보했고, 원 부(府)에서 이런 서신이 나왔는데도 부정하려 들다니 정녕 하늘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이유는 손에 든 종잇장을 흔들며 외쳤다. 그러자 원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게 대체 무엇이기에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오?”
“원 태부는 잘 들으시오.”
이유는 원외의 말에 손에 든 서신을 읽었다.
– 선제께서 후사를 정하지 않으시고 붕어하셨으니 대장군 하진은 군권을 쥔 외척으로서 무단히 황자 변을 옹립했다.
황자 변은 천출인 하 황후의 소생으로서 천자의 자리에 합당치 않다. 발해왕 협이야 말로 선제의 적통이다.
천하 십삼 주의 억조 창생은 들으라. 나, 원외는 여남 원 씨의 연장자로 원 가의 적자인 원술과 함께 오직 발해왕 협을 진정한 천자로 받들어 한 황실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이유가 서신을 모두 읽자 원외는 땅을 치며 탄식했다.
“아아! 어제의 벗이 오늘의 적이 되었구나.”
원외는 그리 말하고는 이유를 노려보았다. 전날 이유가 몸을 낮추어 찾아와 원소의 거병에 호응하지 말 것을 설파하라 하여 이에 응했었다. 그로부터 불과 수개월이 지나지 않은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역적으로 내몰고 있으니 어찌 탄식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원외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었다.
“오냐! 너희들이 하자는대로 해주마.”
원외의 말에 원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숙부님! 어찌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하십니까? 저들이 여남 원 씨의 씨를 말리고자 하는데 어찌 이런 간단한 수작에 넘어가신단 말입니까?”
원기는 원외가 실성했다 여겼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통 일도 아니고 역모가 아닌가.
그러자 원외는 허탈한 듯한 표정으로 원기의 말에 답했다.
“저들이 이미 우리를 잡아와 국문장에 꿇어 앉혔는데 우리가 죄없음을 고집한다한들 저들이 우리의 말을 들어주겠는가? 이미 칼을 뽑았으니 우리의 항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원외는 무릎을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억울하다고 발버둥치다가 억지로 끌려가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다 죽지 않겠다. 차라리 천하를 노려본 자로 이름을 남기고 단칼에 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닌가.”
역시 원 가의 피를 이은 자 다운 기개와 지모였다.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모진 고문을 당하며 죽느니 참수당하는 것이 낫고, 어차피 역적으로 몰릴 거라면 대업을 행하다 꺾인 것으로 기록되는 것이 낫다 할 것이다.
단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억울하게 연류된 발해왕 협에 관한 것이었다.
“이, 원외 차양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리다. 동공은 잘 들으시오.”
“마지막이니 어디 한 번 해보시오.”
“나와 여남 원 씨 일족 모두가 죄를 당당히 받을 것이니 무고한 발해왕까지 함께 엮지는 말아주시오. 그분의 연치나 그 분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공께서도 잘 알고 있지 않소?”
동탁은 잠시 고심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 동탁 중영이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소. 이번 일로 인해 발해왕까지 벌하지 않겠소.”
“하하하! 동공, 역시 영웅호걸답소. 나, 원외 차양. 공과 같은 영걸에게 당했으니 더는! 공을 원망하지 않겠소.”
“과연 원 가의 주인 다운 기개요. 그 기개에 대한 예우로 그대들의 수급을 모두 여남의 여양 땅에 묻어주리다.”
이리하여 낙양 성내의 여남 원 씨는 멸족을 면치 못했다. 원외와 원기의 수급은 보름 간 성문에 걸렸다가 다른 일족의 수급과 함께 원가의 고향이자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예주 여남의 여양에 묻혔다.
이로서 동탁은 개혁의 숙적 원외와 그 일가를 숙청하는데 성공했지만 발해왕을 옹립하고자 하는 인사들의 뜻이 원술에게 쏠리게 만드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원 씨 일가 수십의 수급이 묻힌 곳으로 하남의 협의지사들이 참배와 분향하고, 그들의 뜻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으나 동탁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 * *
유주 연국.
진의록은 이이자를 다시 데려와 여포를 놀라게 했다. 그는 진의록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흔들었다.
“보내주고 오라했더니 다시 데려오면 어쩌잔 말이냐?”
“그게······.”
진의록으로서도 이 일을 쉽게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이미 재물을 받았는데도 풀어주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손가락질 하겠느냐? 의록, 네 녀석이 날 욕 먹이고 싶어 아예 작정을 했구나!”
진의록이 말을 못하자 여포는 그를 놓아주고서 위아래로 훑었다.
“물에 빠져도 입만 둥둥 뜰 녀석이 어찌 말을 하지 않아?”
여포는 이이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영 심상치가 않았다.
“이보시오.”
여포가 턱짓을 하고 불러보았지만 이이자는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수레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봐라! 의록, 네놈이 다시 끌고 오는 바람에 마음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이제 어쩔 것이냐?”
“장군, 실은 그게 아니라······.”
“아니기는 뭐가 아니냐? 집에 돌아간다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느냐. 그런데 다시 네놈이 데려왔으니 충격 받은 것이 아니냐?”
여포가 다그치자 진의록은 못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공손찬이 저자의 가문을 멸문시켜버렸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포구수에 가니 마침 공손찬의 깃발을 든 자들이 강 너머에 당도한 게 아니겠습니까? 잘 됐다싶어 배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놈들이 배를 타고 포구수를 넘어왔습니다.”
진의록은 당시의 일을 여포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저자를 그들에게 넘겨주면 끝날 일이 아니냐?”
“저도 그러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들이 큼지막한 상자 두 개를 가져와 내려놓고는 두말 안고 줄행랑을 놓아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위 장군이 상자를 열어보니 애고 어른이고 모조리 수급을 베어다가 상자 안에 넣어왔지 뭡니까.”
“공손찬, 그 놈 참 취미 한 번 악취미로구나. 그런데 그 수급이 저자의 식솔들의 것이었단 말이냐?”
여포는 듣는 것만으로도 목의 주름을 만들어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습니다. 식솔들의 수급을 보자 저자가 실성을 해버렸습니다.”
“에이~! 공손찬, 그 자는 대체 왜 이런 짓거리를 한다더냐? 속량금을 받고 포로를 풀어주는 것은 예부터 있어온 일이거늘······.”
여포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이자는 공손찬의 군사가 아닌가. 여포가 몸값을 받고 이이자를 풀어준다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 되레 이이자의 집안을 몰살시키고 이이자를 버릴 일은 아니었다.
진의록은 자신이 한 짓이 있는지라 깊은 얘기까지는 하지 못하고 그저 얼버무렸다.
“아무래도 공손찬은 저자가 자신을 배신하고 장군께 붙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계성을 너무 쉽게 얻은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공손찬이 상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었을 것이나 너무 쉽게 계성을 잃었으니 저자가 배신했다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영- 찝찝하네. 이제 저자를 어찌 한단 말이냐?”
여포는 이이자를 어찌 처리해야하나 고민했다. 이미 몸값을 받았으니 잡아두고 있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실성한 사람을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비 도장이라면 어쩌면 방도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긴 실성한 채로 살다 죽게 하기는 좀 그렇지.”
여포는 그리 말하고는 이이자의 곁으로 가서 그의 눈앞에서 손도 흔들어보고 볼도 두들겨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이자는 반응이 없었다.
“완전히 갔네. 은병 천개 받고 실성한 놈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의록! 네가 책임지고 이 자를 돌보도록 해라.”
진의록은 여포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
“장군, 두고 보십시오. 공손찬이 죽인 것은 이이자의 식솔들 뿐만이 아닙니다. 그를 따르는 자들의 믿음까지 모조리 죽여버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