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벼슬을 한다면 집금오, 아내를 얻는다면 음여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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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역정을 냈지만 달진은 하고픈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남흉노의 오 부가 모두 장군의 휘하에 있으니 대한 천자의 왕호 따위는 필요 없소. 오직 장군의 허락만이 필요할 뿐이오.”
여포는 달진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남흉노는 이미 한조를 더 이상 맹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과 여포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인 세력으로 떨어져나갈 거라는 것이었다.
여포가 이 자리에서 달진의 수급을 베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달진을 벤다고 해도 제 이, 제 삼의 달진이 나타나 결국 남흉노는 한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될 터였다.
“그 역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대체 무엇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이오?”
“옳은 답을 내놓을 현사들을 모시는 것. 그것을 이미 결정했다. 내일까지 답을 줄 것이니 돌아가 기다리라.”
여포의 말에 달진은 다시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여포군이 기습을 해온다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지만 어차피 지금 싸움을 계속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포는 흉노병들이 물러나자 군막 안으로 들어가며 장료를 불렀다.
“장 문원이! 가 선생을 모셔 오너라.”
* * *
흉노병 문제에 해결의 기미가 보였으나 수뇌부 중 누구도 달진의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포는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가 선생, 그놈이 날 역적으로 만들려는데도 살려두어야겠소? 난 영 탐탁지 않소.”
“천자가 아닌데 번왕을 둔다면 칭제(稱帝)나 다름없습니다.”
가후의 말에 여포는 두 손을 모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려 천자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이미 천자께서 건재하신데 그런 역적질을 할 수는 없지. 안 그렇소?”
“하지만 흉노의 번왕은 얘기가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흉노의 번왕은 뭐가 다르단 말이오?”
“흉노에 관해서는 문원 장군에게 물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소신은 그저 사기에 나오는 정도나 알 뿐입니다.”
흉노하면 장료가 빠질 수 없다. 여포 휘하의 모든 자들을 통틀어서 흉노에 관해 가장 깊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가 장료가 아닌가.
여포는 장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장료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장군, 흉노의 번왕은 진짜 왕이 아닙니다. 음······. 장군직 정도라고 할 수 있지요. 번왕들 중에서도 가장 세가 컸던 혼야왕이나 휴도왕 정도면 도료 장군 정도는 될 겁니다.”
“그런데 왜 왕이라 부르느냐?”
“원래 번왕은 각 부족의 우두머리만이 맡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나중에는 일만 이상의 군세를 이끄는 자에게 번왕의 이름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많을 때는 수십에 이르렀다합니다.”
“거창하게 왕이라기에 진짜 왕인줄 알았더니 장군직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왜 번왕제를 부활시키려고 할까?”
여포는 달진의 의도를 알고 싶었다. 그러자 가후가 그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장군, 소신의 생각에는 흉노의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논공행상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결국 자리싸움이라는 얘기가 아니오?”
“한조의 관직을 받을 수 없는 흉노인들이니 흉노 관직을 원하는 것이지요. 각자의 세력을 인정해달라는 의미도 있을 겁니다. 철 대인도 솔중왕의 왕호를 그토록 원하지 않았습니까.”
철탈을 예로 들자 여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번왕을 두어야겠소? 아무래도 왕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리오.”
“선우도 그대로 두는데 번왕을 두지 못할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다만 훗날 이를 두고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선우에게 명해 번왕을 두도록 하시지요.”
강거 선우의 일족 중 살아남은 자를 선우로 삼게 했으나 힘이 없었다. 어차피 작금의 남흉노 선우야 사흉노중랑장의 뜻대로 정해지는 자리이니 여포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을 터였다.
“남 선우가 흉노의 번왕을 두는 것은 흉노의 일이니 조정에서도 이를 트집 잡을 수 없겠구려. 좋소. 그리 합시다. 다음은 도각 흉노를 정벌하는 일이오. 이 일은 어찌 해야겠소?”
여포의 물음에 답을 낸 것은 감군 저수였다. 그는 병력의 운용에 있어서는 여유가 있음을 전했다.
“소신 감군 저수가 장군께 아룁니다. 지금 공손찬은 북평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구수를 방어선으로 한다면 그들의 도발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공손찬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고, 연산병도 솔중왕이 잘 막아주리라 믿소. 남은 것은 탁군의 유 종정인데······.”
“유 종정의 군세가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서 병력에 여유가 있다 할 것입니다. 그의 군세가 이곳을 향하지 않는다면 주인 없는 탁군을 병합하는 일은 적은 군사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도각 흉노가 어디 붙어사는 족속들인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들을 토벌하여 우리가 얻을 이익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오. 달진이라는 놈이 하는 말이 그들을 복속시키면 내 땅과 백성들이 늘어난다 했는데 솔직히 지금도 많소.”
여포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노식이 물었다.
“여 장군은 무엇이 그리 걱정인가?”
“사슴을 쫓는 일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패업에 뜻을 두고 있지 않았던가? 사내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니 양단간에 결단을 봐야하지 않겠나?”
“맹장과 현사, 강한 군대만 있으면 패업은 어렵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연국의 백성들조차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데 천하를 얻으면 천하 만민을 어찌 배불리 먹일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소장은 천하를 얻을 그릇이 못되나 봅니다.”
여포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자책하자 노식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닐세. 당금 천하에 사슴을 쫓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있지만 그들 중 누가 자네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겠는가? 내 단언컨대 여 장군 한 사람 뿐일 걸세.”
“과찬이십니다.”
“아무튼 그런 고민은 좋은 것일세. 그리고 도각 흉노가 어떤 자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흉노의 족속이라면 정벌해야겠지.”
“어째서 그렇습니까?”
“북방이 평안하지 않으면 대업을 도모할 수 없네. 우리 북방의 사내들에게 장성 너머의 이적들은 숙적이네. 지금은 잠잠하지만 때가 오면 선비병들이 다시 강성해져서 장성을 넘겠지.”
선비병의 악명이야 유주 뿐만 아니라 병주 출신들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여포 또한 선비병에게 가족을 잃었으니 북적의 패악이 어떤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흉노병으로 선비병을 막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번왕인지 뭔지도 시켜주고, 강군을 보내 도각 흉노를 복속시키는 것도 돕게. 흉노의 맹주가 오늘 총 공세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자네에게 마음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니 이참에 완전히 자네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만 된다면 북방은 큰 걱정을 덜 겁니다. 얼마나 보내야겠습니까?”
“당예기 이천.”
“전부 말입니까?”
당예기야 말로 여포군 무력의 정점에 선 최강의 부대였다. 그런데 그들을 모두 보내라하니 여포로선 기가 막힐 수밖에······.
“당예기를 이끌 장수도 보내야 하네. 흉노에 관해 잘 아는 맹장을 보내고 더불어 책략을 더할 현사도 함께하게 해야겠지.”
노식의 말에 여포는 가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장료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소장을 보내주십시오. 이곳의 무장들 중에 저보다 더 흉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장 문원이. 네가 가준다면야 안심할 수 있지. 그런데 도각 흉노는 어디에 살고 있는 족속들이냐?”
“도각 흉노는 막남의 동쪽에 있으나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멀어도 동으로는 부여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못할 것이고, 남으로는 요서에 이르지 못합니다.”
“그리 멀지는 않군. 음······. 가 선생, 원정군에 지모를 보탤 현사는 누가 좋겠소?”
“장군, 소신은 정 선생을 천거하는 바입니다.”
정욱은 자신의 입으로도 도적 토벌에 재주가 있다했으니 흉노를 토벌하는 일도 맡겨볼만 했다.
“정 대인의 생각은 어떻소?”
“맡겨주시면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럼 그리합시다.”
* * *
흉노의 일을 마무리한 후 하나 둘씩 군막을 빠져나가자 여포는 가후를 불러세웠다.
“가 선생.”
“장군, 더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저 선생이 졸백부터 지휘관급 장수들이 부족하여 더 선발해야 한다 고해왔소.”
굳이 저수의 청이 아니라도 하급 지휘관의 수는 태부족이었다. 게다가 병주에서 장수들을 많이 데려왔는데 이제는 장양의 수하들을 데려오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왕광의 군대는 창평 대전에서 절반이나 되는 수가 상했고, 지휘관급 장수들 역시 대부분 전사했다.
뿐만 아니라 투항병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들을 이끌 지휘관들도 필요했다. 그들 중에서 선별하고는 있지만 경험도 없는 자에게 당장 중임을 맡길 수는 없었다.
진법은 익히면 된다지만 용맹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고 쓸만한 무예자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군단편성 문제로 소신 역시 그 부분을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어찌해야겠소? 다른 군웅들의 휘하에서 데려오기는 힘들지 않겠소?”
“지금 가장 필요한 자들은 용맹이 뛰어난 무예자들입니다. 특히나 졸백부터 오백인장, 천인장급의 무장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무예자들이 어디 흔하겠소?”
여포는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가 이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선생, 조 부가 있잖소. 상산 조 대인의 문하에서 수련하는 자들만 수십에 이르고, 수련을 마치고 문하를 떠난 자들 역시 상당하다 들었소.”
“상산 창술을 익힌 자들이라면 용맹과 무예를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참에 조 부에 서신을 보내 그곳의 문하생들을 모두 군문에 들게 하심이 어떠십니까?”
“서신을 보내서야 되겠소? 이참에 조 자룡이에게 집에 한 번 다녀오라 하면 될 것을······. 아니지. 내가 직접 가야겠소. 어차피 이곳에 있어도 할 일이 없잖소.”
군문의 일은 저수가 맡고, 군략은 가후가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게다가 호복기사의 일은 원정을 결정하였으니 그것대로 해결되었다 할 것이다.
“장군, 그래도 자사부를 비우시는 것은······.”
가후는 유주의 주인인 여포가 연국을 떠나는 것을 걱정했다. 그러자 여포는 어떻게든 나갈 핑계를 만들었다.
“나도 코에 바람 한 번 넣고 싶소. 유주 남부의 사정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자룡이도 간만에 집에 한 번 가고······. 어차피 싸우는 것 말고는 내가 딱히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소?”
“그럼 노식 장군도 모시고 가십시오.”
“노 장군도 모시고 가란 말이오?”
“조운 장군이 명사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조완 대인에게도 알려야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노 장군께서도 양신미경(良辰美景)을 감상하시는 것이니 오히려 반기실 것입니다.”
조운이 우적과 어울리는 바람에 언행이 흡사 도적을 보는 듯하여 그간 여포의 걱정이 상당했다. 그래서 조완에게 노식이 둘째의 스승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여포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양신······ 뭐, 뭐라고 했소?”
“경치 좋은 곳을 지나가는 길이니 좋은 술만 있다면 마다하지 않으실 테지요. 유 종정의 군대가 탁군을 비우는 즉시 장군께서 탁군을 취하십시오. 그런 연후에 상산에 다녀오시면 될 듯합니다.”
* * *
북평성. 공손찬의 근거지. 아리따운 묘령의 처자가 공손찬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공손사하. 공손찬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말할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딸이었다.
집무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물러서라. 아버지를 만나겠다.”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그녀는 냉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호위들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무도 들이지 마라는 주공의 명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돌아가시지요.”
호위는 좋게 말해 그녀를 돌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공손사하는 이대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비켜라.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공손사하가 호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호위는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가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공손찬의 호위는 힘깨나 쓴다는 자들이고, 공손사하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곱게 자란 여인이었다. 호위가 그녀를 완력으로 제압하자면 손가락 하나면 족할 것이나 감히 막는 것조차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공손사하는 공손찬이 가장 아끼는 딸자식이었기에 누구라도 그녀에게 손을 댔다가는 매질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손사하는 호위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아버지!”
고막을 자극하는 높고 뾰족한 목소리에 공손찬은 인상부터 찌푸렸다. 그녀의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왜 왔는지 대충 예상이 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하야. 이미 결정된 일이다. 따지러 온 거라면 돌아가라.”
공손찬은 평소 같으면 그녀의 온갖 응석을 다 받아주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공손사하에게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 정말 절 일곱 살짜리한테 시집보낸다는 얘기가 사실이에요?”
“좋은 자리다! 사세삼공의 원 가에 시집가는 일인데 신랑이 어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이냐?”
“아버지가 뜻을 바꾸지 않으시면 소녀,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