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52
251화 벼슬을 한다면 집금오, 아내를 얻는다면 음여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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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사하는 부친 앞에서 자진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러자 공손찬은 몹시 노한 얼굴로 일갈을 터뜨렸다.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정하는 것인데 어찌 자식된 몸으로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 하는 것이냐?”
“혼인은 인륜지대사인데 어찌 정략혼으로 딸자식의 인생을 망치려 드세요?”
“명문가의 여식으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가문을 위해 일신을 바쳐야지! 사하야, 네가 여태껏 누려온 것들은 오늘을 위한 것이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더냐? 모두가 갚아야 할 것들 뿐이다.”
“전 그런 거 몰라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혼인을 강행하려 하시면 정말 혀 깨물고 죽어버릴 거예요.”
공손사하가 완강하게 나오자 공손찬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는 이마를 짚으며 목에 주름을 만들어냈다.
“애비 앞에서 혀를 깨물고 죽겠다며 난리를 부리다니 참 잘하는 짓이다.”
“소녀, 못 할 것 같아요?”
공손사하가 위협하자 공손찬의 표정도 싸늘히 식어갔다.
“죽을 때 죽더라도 원 가의 땅을 밟고 죽어라.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겠다. 원 가의 땅에서 죽는다면 원 가는 내게 큰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니 그걸로 네가 할 일은 모두 끝나는 것이다.”
“딸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이제 선택은 네 몫이다. 원 가에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살든지, 아니면 원 가의 땅을 밟자마자 네 말대로 혀를 콱 깨물어 죽어버리든지.”
공손찬은 그리 말하고는 호위들을 불렀다.
“여봐라! 사하를 데려 방에 가두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도록 하라!”
“아버지! 아버지!”
공손사하는 호위들에게 붙들려 자신의 방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를 태운 수레가 북평성을 떠났다.
* * *
유우의 십만 군세가 탁군을 떠나 남하를 개시했다.
이에 여포군은 보기 일천을 보내 탁군을 복속시켰다. 고작 일천으로 탁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모순되게도 유우의 명망 때문이었다.
여포가 병주에서 선정을 펼친 것은 병주 사람들이나 알 뿐이고 병주는 수수 한 됫박만 있어도 살지 않는다는 땅이니 타지에서 병주로 이주하려는 자들은 없었다.
유주 연국 일대를 평정한 후에 고아와 노인들을 보살펴 유장의 이름을 얻었으나 선정을 펼쳐 민심을 얻는 것은 한 두 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대로 유우의 덕망은 천하 십삼 주 전역에 퍼진 것이니 탁군의 백성들이 누구를 따르겠는가. 유우의 군대가 탁군을 떠나려 하자 백성들이 짐을 챙겨 그 뒤를 따르니 탁군의 백성들 중 절반 가까이가 탁군을 떠났다. 그러니 보기 일천 정도로 탁군을 얻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탁군의 백성들이 유우의 뒤를 따르는 것은 여포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유우를 따라나선 백성들은 대부분 헐벗고 굶주린 자들이었다. 그러니 여포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입 하나 던 것이다. 굶주린 백성들이 탁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여포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군량에 손해를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우에게는 짐만 더해진 꼴이었다. 유우가 탁군을 버리고 남하한 것은 조조에게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십만의 군세를 먹여 살릴 군량과 재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부족한데 따르는 백성들까지 먹여살려야 할 판이니 어찌 짐이 아니라 할 수 있으랴.
“주공, 저 떨거지들을 계속 달고 가실 겁니까?”
선우은은 뒤따르는 백성들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잔뜩 불만 섞인 어조로 말하자 그의 형, 선우보가 그를 크게 나무랐다.
“주공께 이 무슨 무례한 언사냐?”
“내가 뭐······ 틀린 말 했소? 매일 매일이 아슬아슬하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황하나 제대로 넘겠소?”
식량사정이 무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우보는 동생을 재차 책망할 수가 없었다.
“음······!”
유우의 침음성이 터져나오자 선우보는 나름 꾀를 내어보았다.
“주공, 뒤따르는 백성들 때문에 행군 속도가 많이 느립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보급이 버티질 못할 듯합니다. 그러니 군세를 둘로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만 먼저 가자는 것인가?”
“먼저 갈 수 있는 사람이 가주어야 보급이 버텨줄 수 있습니다.”
“그럼 내가 백성들을 이끌고 갈 것이니 그대들은 병마를 끌고 먼저 가도록 하라.”
유우의 말에 선우보는 크게 당황했다. 유우를 먼저 보내놓고 백성들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것인데 이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공께서 먼저 가셔서 조 공과 얘기를 마무리 지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선우보의 설득에도 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날 보고 고향을 등진 자들일세. 내 어찌 그들을 모른 척할 수 있겠나? 게다가 내가 먼저 가면 백성들은 내가 자신들을 버렸다 여기지 않겠는가?”
유우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여포처럼 천하제일의 용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채옹처럼 학문으로 일절을 이루지도 못했다.
유우가 내세울 거라고는 천하만민에게서 얻은 명망 뿐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을 믿고 따라나선 백성들을 버린다면 이 난세를 헤쳐나갈 단 하나 뿐인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선우보가 백성들 때문에 근심하는 것에는 식량문제 말고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공, 원 가의 땅을 지나야만 조 공의 땅으로 갈 수가 있는데 이대로 백성들과 함께 움직이면 자칫 원 가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원 공과는 원수진 일이 없는데 어찌 싸움이 나겠는가?”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지금과 같은 난세에 십만의 군세는 누군가에게는 믿음직한 아군이 되어줄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땅을 위협하는 불청객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유우의 군대가 자신의 땅에 자리를 잡으려 한다면 원소는 상대가 유우라고 해도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유우의 명망을 쫓아 기주의 백성들도 그를 따르니 원소의 입장에서는 유우의 움직임을 곱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어찌 하야겠는가?”
“정 백성들과 함께 하시겠다면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그게 무엇인가?”
“주공의 군대를 강군으로 만드시는 것이지요. 마 장군을 얻으셨을 때 비로소 군대를 가진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유우는 각지의 의협들이 자신의 휘하로 모여들었으나 군대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숫자만 많을 뿐 이름난 장수 하나 없었고, 여포군의 용맹을 본 후인지라 눈에 차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탁군의 의협이자 용맹과 의기로 이름 높은 ‘마이’가 휘하에 들고 난 후에 그제야 군대를 가진 듯했다. 선우보는 그 때의 일을 언급한 것이다.
“마 장군 같은 용맹을 지닌 자들이 어디 흔하겠는가?”
“하북의 무가 중에 천하에 그 무명을 떨친 가문이 둘이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그 두 가문 중 한 곳을 지나시게 되지요.”
선우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우는 그 두 가문 중 하나를 떠올렸다.
“상산 조 부?”
“그렇습니다. 하북제일창이라 불리는 상산 조 부입니다. 그리고 또 한 곳은 하북제일도라 불리는 동무양의 악 부지요.”
무예에 별 관심이 없는 유우로서도 이들 두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상산 조 부의 명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조금 빛이 바랜 감이 없잖아 있으나 악 부 또한 하북제일을 논할 수 있는 무가였다.
“조 부의 무인들을 얻으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주공. 조 부의 문하에서 창술을 익힌 자들은 가히 일당백입니다. 오죽하면 공손 가와 원 가에서 해마다 그곳 출신 무인들을 군문에 들이겠습니까?”
“상산의 창술이야 하북에선 누구나가 알아주는 것이지.”
“그리하시겠습니까?”
“십만의 군세를 이루었으나 장수는 태부족이고, 상산의 창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무엇을 꺼리겠나? 마 장군을 보내게. 재물도 넉넉히 가지고, 예를 갖춰 조 부에 청을 넣게.”
* * *
여포 역시 탁군을 떠나 상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포의 무리에는 노식, 조운, 장합, 그리고 진의록과 함께 조 부 출신으로 여포 휘하에 든 자들 십여 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조운은 조 부 출신 무사 십여 명을 거느리니 마치 자신이 대장이 된 듯 가슴을 딱 펴고 선봉에 서서 행렬을 이끌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계성 성주 전해의 휘하에 있다가 투항한 부사, 격도, 양관을 척후로 부리기까지 했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여포는 조운이 수하들을 부리며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질 않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곁에서 여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진의록이 말했다.
“금의환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 부 출신 중에 조 장군만큼 출세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상산 조 부의 창술은 하북제일이며 천하 십삼 주의 무인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조 부 출신 무사들은 좀처럼 높은 관직을 얻지 못했다.
공손찬이나 원소는 기수마다 가장 뛰어난 무인만을 데려가면서도 고작 졸백 자리 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러니 고작 둔장 벼슬을 하고 있는 조운이 제일가는 벼슬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이! 조 자룡이!”
여포는 조운이 혹시나 길을 잘못 들지나 않았는지 그를 불렀다. 그러자 조운은 즉시 말머리를 돌려 여포의 곁으로 따라붙었다.
“장군, 부르셨습니까?”
“그래, 자룡아.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느냐? 고향집에 간다고 들떠서 길을 잘못 들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여포가 걱정하는 것은 혹시나 가는 길에 유우의 군대와 만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천군만마가 들이닥친다고 한들 여포가 두려워할 리 없으나 아무래도 유우의 덕망이 천하 만방에 퍼져 있으니 가후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공격하지 말라 청했기 때문이었다.
“장군, 상산 하면 이 조 자룡이의 구역 아니겠습니까? 이 동네야 손바닥 보듯 훤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 조 자룡이만 따라오십시오.”
“이 녀석아! 고향이라고 해야지 구역이라고 하면 어찌하느냐? 아이고! 큰일 났네. 명문 무가의 후예를 산도적놈이랑 어울리게 해서 물을 들이고 말았으니 조 대인의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인가.”
그러자 진의록이 여포를 위로했다.
“장군, 너무 심려 마십시오. 언사가 경박하긴 하나 그래도 장군께서 조 장군에게 하북 제일의 명사를 스승으로 모실 기회를 주지 않으셨습니까. 아시겠지만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만금을 싸짊어지고 간다고 한들 노식 장군의 문하에 들 수가 있겠습니까?”
진의록이 노식을 한껏 추켜세우자 곁에 있던 노식은 흡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의록의 말에 여포도 금세 걱정을 떨쳐냈다.
“하긴 조 대인도 자룡이가 노식 장군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하면 언사가 다소 경박해진 정도를 가지고는 트집을 못잡겠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거듭 청을 하며 매달리지 않았다면 노식 장군의 문하에 들 수나 있었겠느냐.”
“암요. 암요.”
“두 사람이 노부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먼. 내, 반드시 자룡이를 사람구실 하도록 만들어놓음세.”
“이, 여포. 장군만 믿겠습니다.”
노식은 자신의 책임이 막중함을 실감했다. 그는 조운을 불렀다.
“자룡, 이리 와 보거라.”
조운은 이제 노식의 곁으로 불려가 꾸지람을 들어야만했다.
“대체 너는 어쩌려고 그런 언사를 거듭하는 것이냐? 내 고치라 몇 번을 말했느냐?”
그러자 조운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게······. 무심결에 나와 버리는 걸 어찌합니까?”
“그러니까 말을 하기에 앞서 생각을 해야한다하지 않았더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사는 자가 있다더냐? 말을 가려하는 것은 화를 피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산중대왕 노릇을 하면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도적패 두령이 꿈이라는 소리라 노식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네 포부가 고작 그 정도란 말이냐?”
“스승님, 명산을 호령하는 포부는 작지 않은 듯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런 허술한 놈을 보았나! 무릇 사내대장부의 포부라 하면 문이든 무든 일절을 이루어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워 태사록에 그 이름을 남기는 것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전에는 ‘벼슬을 한다면 집금오! 장가를 간다면 음여화!’라 큰소리치더니 언제 산중대왕이 꿈이 되었단 말인가!”
노식은 쉴 새 없이 호통과 탄식을 반복하며 조운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러자 조운은 지쳤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말했다.
“여 장군을 대형으로······ 아니 주군으로 모시면 높은 벼슬이야 언제고 오를 수 있을 듯 한데 아무래도 여 장군만 믿고 있다가는 장가는 못 갈 듯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여 장군이 장가를 못 가게 막는단 말이냐?”
“그게 아니라 여 장군 휘하의 장수들 중에 장가 간 사람은 고순 형님 한 사람 뿐이잖습니까? 아직 장가 못간 형들이 위로 한 가득인데 좋은 혼처가 난다고 한들 어느 천 년에 제 차례가 돌아오겠습니까?”
젊은 호걸의 현실적인 고민에 노식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허허허! 고작 그게 걱정이었더냐?”
“제게는 중한 문제입니다.”
“네가 이름을 날리면 딸 가진 명문 호족들이 너를 찾게 되어 있느니라.”
“그러면 스승님께서 아는 자들 중에 음여화와 견줄 만큼 대단한 미색을 지닌 딸을 가진 자들이 있습니까?”
조운은 여포가 초선 같은 절세가인을 부인으로 얻은 것처럼 대단한 미인에게 장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절색이 어디 흔한가. 노식처럼 명성이 천하 십삼 주에 드높은 이라면 혹시라도 그런 미색을 알고 있지는 않을까하여 물어본 것이다.
“하나 있긴 한데······. 아마 너는 안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