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연주가 비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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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동탁의 집.
내실 깊은 곳에서는 동탁과 이유의 독대가 두 시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없소, 시간이······!”
동탁은 틈만 나면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때마다 이유는 지금처럼 답했다.
“주공, 여유를 가지십시오. 급한 것은 사실이나 그럴수록 한발 물러서서 대국을 보셔야 합니다.”
“대국이라······. 대국, 좋지. 하지만 물러서는 그 시간조차 아깝기 짝이 없소. 후한을 바로세우겠다는 뜻을 품고 이십 년 세월, 각고의 노력 끝에 경사의 주인이 되었소. 하지만 개혁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오.”
“조급해 하시지 마십시오. 이미 명문회의 주축을 이루는 원 가를 제거했으니 주공의 개혁은 이미 삼할을 완성한 것이 아닙니까?”
여양 원 씨 일족이야말로 동탁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건이 터져 주어 낙양 내에 있는 원 가를 모조리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개혁에 있어 숙적이나 다름없는 원 가를 제거했건만 동탁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낙양 안팎으로 근심거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밖으로는 비록 회맹이 깨지기는 했으나 천하 제후들이 원술을 따라 움직이고 있소. 게다가 안으로는 원 가에 필적할 가문이 남아 명문회를 재건하고 있지 않소?”
동탁은 황궁과 저택을 오갈 뿐이지만 낙양 안은 물론 천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밖으로는 경성을 향해 육(六)로로 진격해 동탁의 정권을 압박했던 관동군의 잔당들이 남아 있었다. 잔당이라고는 하나 반동탁의 기치를 건 회맹의 부맹주인 원술이 천하 제후들을 이끌고 하내를 공략하고 있었다.
안으로는 여양 원 씨의 빈자리를 단숨에 메워버린 또 하나의 명가가 암중에서 명문회를 재건하고 있었다.
“양 광록훈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계셨습니까?”
이유가 말하는 자는 바로 광록훈 양표.
세인들에게 사세삼공의 원 가와 비견될만한 명문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사세대위의 양 가야 말로 사세삼공의 원 가의 아성을 넘을 만 하다.’라고······.
그 ‘사세대위의 양 가’를 대표하는 명사가 바로 양표 문선이다.
“눈여겨보고 말고 할 것도 없소이다. 조례가 끝나면 명문회의 적당들이 양 광록훈의 곁에 맴돌고 있으니 눈이 있고, 머리가 있다면 어찌 이를 눈치 채지 못할 수 있겠소.”
“나비는 꽃에 꼬이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원 가가 몰락했으니 이제 양 가의 단꿀을 빨아보자는 심산이겠지요.”
“생각 같아선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소.”
“사세대위의 양 가를 까닭 없이 치시면 개혁의 길은 영영 요원해지고 맙니다. 도성이 불바다가 되고, 종묘와 사직이 땅에 떨어지게 되겠지요.”
사세삼공이나 사세대위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간판일 뿐이다. 정확한 권력의 구도를 보자면 그 지지세력을 알아야만 했다.
여양 원 씨가 천하 사인들을 지지기반으로 했다면 양 가는 공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공족이란 말 그대로 공신의 일족을 뜻하는 말이다. 건국 혹은 그에 준하는 공을 세운 자를 공신이라 한다.
살아생전에는 봉작과 봉토를 받아 더없이 귀한 대접을 받으며 영화를 누렸다. 죽은 후에는 그 위패가 역대 천자들의 위패와 함께 모셔지니 그 일족은 대를 이어 영화로웠다.
“운대의 공족만이라면 어찌해볼 수 있겠으나 양 가가 문제요. 양 가가······.”
공족에도 고하가 있는데 공족 중 명가는 고조를 도와 대한을 건국한 공신가를 말했다. 반대로 광무제 유수를 도와 동한을 건국한 공신가는 그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왜 ‘운대의 공족’이라 불리는가 하면 광무제 유수를 도와 그를 황위에 올린 스물여덟 명의 초상화가 남궁의 운대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스물여덟 명의 장수를 통칭 ‘운대 이십팔 장’이라 부르고, 그들의 후손들을 ‘운대의 공족’이라 부르는 것이다.
“양 가는 대한을 개국한 공신가 중 몇 남지 않은 공신가입니다. 그들을 건들었다가는 천하 공족들이 거병하여 이곳으로 몰려들 게 뻔합니다.”
“벌집을 건드는 꼴이 되겠지. 하지만 작금에 이르러 공족들의 욕심은 도를 넘었소. 유랑민을 줄이고자 세금을 줄였는데 그들은 오히려 고리대를 놓고, 천자께 올릴 공물을 바치지 않고 도리어 관동군의 군량을 대었소.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소.”
동탁은 천하 공족들의 중심에 서 있는 양표 일가를 제거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낙양에만 팔만에 이르는 서량병이 주둔하고 있었고, 팔관을 두루 서량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낙양 안의 양 부(府)는 하룻밤 안에 폐허가 되고, 개미 새끼 한 마리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이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동탁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양 가의 대두는 주공께 있어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그들이 수면 위로 솟아오른 것은 내 개혁에 좋은 일이 아닌데 어찌 양날의 칼이라 하오?”
“양 가가 온전히 명문회를 쥐게 되면 원 가의 잔당들이 경사에 발붙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 이롭다 하겠지요.”
원 가가 건재할 때만 해도 양 가는 원 가의 위세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 가가 멸문당한 지금, 양 가는 마치 구름을 걷어낸 보름달과 같았다.
“그래서 이대로 저들을 두고 보아야만 한단 말이오?”
“관동군은 교섭이 통하지 않는 무리였습니다. 주공과 원소의 사이로 보나 떨어져 있는 거리로 보나······.”
이유의 말에 동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명문회와 교섭을 하자는 것이오?”
“칼을 뽑아드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칼을 뽑는 시늉만 했을 때 위협이 되는 것이지 칼을 뽑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결코 되돌릴 수가 없지요.”
이유는 양표와의 교섭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양표 일가가 낙양 성내에 있으니 이를 십분 활용하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무슨 교섭을 하자는 거요? 광록훈이 내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이오?”
“관동군의 잔여 세력을 깎아낼 수 있겠지요.”
“좀 자세히 말해보오.”
“원 가가 사라진 이상 원소나 원술은 예전처럼 제후들을 부릴 수 없습니다.”
동탁은 이유의 말이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음을 꼬집어 말했다.
“그야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제후들이 원술에게 힘을 보태고 있지 않소. 저들이 하내를 공략하는 것은 삼보로 가기 위함일 터.”
“소신은 원술을 따르는 제후들을 솎아낼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양 가는 절대로 원 가의 아래가 아니니 분명 그의 말에 흔들리는 제후들이 있을 겁니다.”
“세상은 이(利)로서 움직이는 것이니 이익을 얻게 해주면 되겠지. 하지만 그만큼 내 개혁이 늦춰지게 될 거요.”
“감내해야할 부분입니다. 대신 진정 군웅들이 할거하게 될 것이니 그만큼 주공께서는 시간을 더 벌게 되실 테지요.”
이유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거병하여 근거지를 비운 제후들과 여전히 기반을 불리고 있는 제후들은 결국 편이 갈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인이 자리를 비운 땅을 얻기 위해 제후들끼리 싸우게 될 것이다. 근거지를 잃은 제후들은 또 약한 자를 찾아 싸워 그 땅을 빼앗으려 할 것이니 제 이의 관동군은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를테면 제후들을 제후들로 막는 거라 해도 되겠소?”
“주공, 영명하십니다. 원소와 원술이 갈라섰고, 연주 자사 유대는 원술을 따라 하내를 공략하고 있으니······.”
그러자 동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문을 열었다.
“결국 자기들끼리 싸우고 또 싸워 서로의 전력이 깎여나가지만 낙양과 팔관을 지키고 있는 내 병력은 그대로 보전할 수 있으니 이득은 이득이구려.”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제후들입니다. 원술을 따르는 제후들을 지지하는 구관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들을 하나하나 쳐내면서 신예 관료들이 자리를 잡고 각 부의 수장이 될 때까지 개혁의 완급을 조절하십시오.”
* * *
여포 일행은 연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적토가 마음먹고 달리면 하루해가 지기 전에 닿았을 것이지만 여포 일행의 이동 속도는 상산으로 향할 때와는 달리 무척이나 더뎠다.
그것은 행렬의 후미에 붙은 수레 때문이었다. 그 수레에는 공손사하가 타고 있었기에 전력으로 말을 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포는 이에 대해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간동안이나마 아무 생각 없이 주위의 풍광을 감상하고 있었다.
“여 장군, 뭐가 그리 볼만 한 것이 많은가?”
노식이 여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물었다. 그러자 여포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숱한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한 번도 주위 풍경을 즐겨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니 마음 편히 경치나 감상하고 있었지요.”
“하긴 그렇지. 나 역시 천하 십삼 주가 좁다하며 각지의 전장을 돌았으나 실상 기억에 남는 것이 없네. 분명히 천하 절경들을 숱하게 봤을 텐데도 말일세.”
“장수된 자가 경치나 감상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저 어떻게 하면 지리를 이용해서 적병을 잡을까 싶은 생각 뿐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여포의 말에 노식도 주위를 한번 쓱 쓸어보았다.
“유 종정은 어찌 이런 곳을 버리고 떠났는지 모르겠네.”
노식의 눈은 한번 쓸어본 것만으로 이미 이 일대의 지형적 이점을 꿰뚫고 있었다.
이곳은 역(易) 현의 관할 구역으로 ‘역수’라는 이름의 강의 북쪽에 있었다. 역수와 거마수의 지류를 끼고 있는 탓에 농지는 윤택하고, 주위에 높고 큰 산이 없으니 성을 쌓는다면 가히 큰 땅을 경략할만한 곳이었다.
여포는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으나 공손찬의 일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곳이 공손찬이 최후를 맞이한 곳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곁에 노식이 있어 이 땅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풍경은 좋은데 절경이라면 산이 많은 병주에도 숱하게 있습니다.”
“경치만 좋다고 좋은 땅이 아닐세.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게. 이런 곳이야 말로 군사를 기르고, 너른 땅을 경략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지.”
“그렇습니까?”
여포의 눈에는 이 일대가 딱히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다.
여포는 용맹으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나 노식과 같은 혜안을 가지지는 못했다.
일단은 병법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좋은 땅을 선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군세를 기르거나 군략을 준비하는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보게. 이곳은 기주와 유주를 나누는 땅일세. 역수는 유주의 남쪽 경계이며, 동시에 기주의 북쪽 경계일세.”
“중간에 있으니까 유주와 기주를 동시에 경략할 수 있는 땅이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리 생각해도 틀린 것은 아니나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네. 한번 맞춰 보겠나?”
여포는 답을 찾는 것은 질색이었으나 노식의 말이니 나름 머리를 짜내 고심해보았다.
“농토가 비옥하고 넓으니 소출이 많을 겁니다. 군량의 보충이 쉽겠지요. 하지만 유 종정이 백성들을 죄다 끌고 간 모양입니다. 이제 슬슬 파종을 해야할 텐데 사람이 이리 없어서야······.”
“둔전을 해야지. 이제 자네의 군대도 그 수가 제법 많아졌네. 조정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고, 군량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노식의 말에 여포가 자랑하듯 말했다.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인데 병주에서 콩 농사가 잘 되어 콩만 십만석이나 있습니다.”
그러자 노식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백규, 그 녀석은 양곡 백만석은 쌓아두었을 걸세.”
“배······ 백만!!!”
여포는 노식이 과장이 심하다 생각했으나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낮춰 부른 것이다.
본래의 역사에서 공손찬은 이곳 역경에 성을 쌓아 거기에 열 겹의 성벽을 두르고, 그것도 부족해 성벽 위에 십 장에 이르는 높은 누각을 세웠다.
그리고 그 이름을 ‘역경루(易京樓)’라 하여 호왈 삼십만의 대군을 주둔시키며 그들이 십년 먹을 군량을 쌓아놓았다.
호왈 삼십만의 대군이 십년을 먹고 살 수 있는 군량이라면 백만 석으로는 어림도 없을 터. 그러니 노식의 말이 거짓이 아니랄 수밖에······.
여포가 노식의 말에 크게 놀랄 때쯤, 행렬의 후미에는 진의록이 수레의 마부석에 올라 공손사하에게 수작질을 걸고 있었다.
진의록은 유세객. 입심 하나로 먹고 사는 자라 그런지 굳게 닫힌 공손사하의 마음을 열어 어느새 농담을 주고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조운이었다. 그는 진의록에게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를 바라보는 조운의 시선은 마치 원수를 대하듯 살벌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물주머니에 강물을 담고 있던 진의록의 곁으로 조운이 다가섰다.
“물 한 모금 하려느냐?”
진의록은 반쯤 채운 물주머니를 조운에게 건넸다. 그러자 조운은 간단히 손을 저어 진의록의 성의를 무시했다.
이에 진의록은 정색하며 조운에게 말했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온 모양인데 말해보아라. 내 어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니······.”
“선생, 내 말 잘 들으시오. 공손 소저는 내가 점찍어 놓았으니 넘보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