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80
279화 방상시(方相氏) 부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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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면탈부터 고죽이니, 고석이니 하는 것들과 오환병들이 이들을 보고 두려워했던 일 등 하나 같이 여포의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들이었다.
여포는 이들을 제대로 제압해 굴복시킨 후에 모든 것들을 들어볼 참이었다.
하지만 저들의 공세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도저히 각도가 안 나오는 거리에서 여포의 발이 묵태구의 턱을 쳐올렸다. 그러나 그 사이 묵태팔의 발이 땅을 딛고 있는 여포의 한 발을 후려쳤다.
여포의 신형이 붕 떠오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고석왕이 발이 여포의 가슴팍에 꽂혔다.
고석왕은 제대로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고석왕의 발이 닿은 곳은 여포의 가슴팍이 아니었다. 창졸지간, 그 짧은 순간에도 여포는 두꺼운 팔뚝으로 고석왕의 발차기를 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해지는 힘이 심상치가 않았다.
지면에 발이라도 닿아 있으면 모를 것이나 허공에 몸이 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충격을 받으니 여포의 신형이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여포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기민한 움직임을 뽐내며 허공에서 몸을 반바퀴 뒤집었다. 바닥에 내려서고도 뒤에서 누군가가 몸을 집어 당기는 것마냥 뒤로 밀리자 손에든 패검을 지면에 쑤셔박았다.
그렇게 여포는 흡사 범이 기회를 노리며 몸을 낮춘 것 같은 자세로 멈췄다.
‘장료가 애를 먹었을 만도 하군.’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기억들 정도나 있을까 역사에 관해선 밝지 않았다. 하물며 이족의 역사야 들어본 적도 없으리라.
때문에 이들의 내력을 알지 못했지만 그 실력만큼은 장료를 애먹일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죽국은 지금은 이름조차 찾기 힘들지만 전성기에는 고작 수천명으로 은과 주의 왕실을 위협하던 자들이었다.
연나라와 춘추오패 중 하나인 제나라를 동시에 상대했을 정도이니 그들의 강함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거기다 고석 흉노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자들이었다. 오환을 거듭 패퇴시켰을 뿐만아니라 남편으로 삼기 위해 잡아가기도 했던 자들이라 하니 여인 용사들로 이루어져 있다하여 쉽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개 부족의 힘만으로 단석괴의 선비병들을 수차례 막아냈으니 중원의 이름난 무장들과 용맹을 견줄만했다.
이런 자들이 모여 도각 흉노를 이루고, 그들 중 왕을 들먹일 만큼 실력 있는 자와 겨루었으니 제아무리 장료라 해도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없었으리라.
‘어떤 싸움이든 지고 싶지 않다.’
사람이라면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나 완전한 승리를 향한 여포의 집념은 누구도 따를 수 없었다. 학문은 짧으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머리만큼은 비상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계집의 움직임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하지만 사내 두 놈은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지. 특히나 덩치 큰 저 녀석······.’
여포의 시선이 세 명의 상대 중 묵태구에게 꽂혔다. 맷집이 제법 대단하기는 하나 벌써 몇 번이나 여포에게 타격을 입었다.
권박으로는 여포 다음이라는 고순 정도가 이 정도를 견딜 수 있을 뿐이다. 팔건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른 장수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무슨 조화를 부리는지는 몰라도 더 버틸 수는 없을 거다.’
여포는 묵태구가 허점이라 판단하고 그를 집중 공략했다.
* * *
퍼엉!
여포의 일권이 묵태구의 명치를 파고들자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그의 웃옷 등판이 쩍! 하며 찢어져 맨살을 드러냈다.
그 한 방으로 묵태구의 신형이 얼음처럼 굳어져 미동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묵태구를 제물삼아 묵태팔과 고석왕이 동시에 여포를 공격해왔다.
“하아-!”
청량한 일기가성과 함께 여포의 패검이 나선을 그리며 용솟음쳤다. 여포의 발밑에서 시작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순간 고죽왕과 고석왕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푸학!
구죽왕 묵태팔이 쓴 귀면탈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고석왕도 무사하지 못했다. 옆구리를 길게 베여 피가 옷을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옆구리의 상처를 지혈하는 것보다 반으로 쪼개져버린 귀면탈을 붙잡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화극으로 싸웠다면 길어도 삼십 합을 넘기지 않았을 것이나 짧은 패검으로 그것도 상대를 죽이지 않고 이기려 했기에 여포는 무려 일백여 합을 겨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묵태구는 미동조차 없이 여포에게 일격을 당할 때 자세 그대로 서 있었고, 묵태팔과 고석왕은 널브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흙먼지가 잦아들고 그들의 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귀면탈을 쓴 자들이 여포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자 고죽왕 묵태팔이 급히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했다.
“멈춰라! 삼대일로 싸운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얼마나 더 부끄럽게 만들려느냐?”
그들 말로 외친 것이라 여포는 알아듣지 못했으나 대충의 의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자 달진이 헛기침을 했다.
“흠흠!”
무언가를 재촉하는 듯했다. 묵태팔과 고석왕이 달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귀면탈 때문에 시선이 마주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달진이 턱짓을 하며 말했다.
“약속대로 내게 충성을 맹세해라. 내가 도각의 왕으로 너희의 주인이 될 것이다.”
달진의 말로 짐작해보자면 여포와 승부를 겨루어 그 승패에 따라 도각의 주인자리를 정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에 고석왕이 콧방귀를 꼈다.
“흥! 네놈에게 진 것이 아닌데 어찌 네놈에게 고개를 조아리겠느냐?”
그리 말하고서 묵태팔은 힘겹게 몸을 움직여 여포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나, 고죽왕 묵태팔은 그대의 용맹에 경의를 표한다. 고죽의 후예들과 함께 귀부하고싶다. 굶지만 않게 해주면 내가 왕으로 있는 한 다른 주인을 섬기지는 않을 것이다.”
고죽왕이 어설픈 한어로 귀부 의사를 밝혀오자 고석왕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석왕 저고가 고석 흉노부를 바치겠다. 사내들을 꾀어가는 걸 문제삼지 않는다면 고석 흉노부의 전사들은 충성을 다할 것이다.”
이들이 귀부 여부를 타진해오자 달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장료가 달진에게 말했다.
“도각 흉노부의 족인들을 흡수한 것으로 만족을 못하겠다는 것이냐?”
“저들은 도각을 이루는 족인들이니 응당 휴도왕인 나, 달진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게 욕심을 내는 것인가?”
“욕심이지. 백단이야 갈 때까지 간 자들이 흘러 흘러 자연히 모이게 된 자들이 살아가는 땅이다. 게다가 저들은 한쪽은 고죽국의 후예들이고, 다른 한쪽은 고석 흉노부의 족속들인데 어찌 휴도각의 깃발아래 묶어두려는 것이냐?”
논리적으로 따지면 달진은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욕심을 냈던 것도 맞다. 고석 흉노부의 여인전사들은 적은 숫자로 선비의 대군과 맞설 정도로 용맹한 자들이고, 고죽의 후예들 역시 그 역사가 깊은 전통의 강자였다.
이들의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흉노의 번영을 꿈꿔 볼 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료는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달진을 검지로 가리켜 보였다가 이내 중지까지 함께 자신의 눈앞에 두었다. 그런 후에 다시 달진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가리키니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칫!”
“흉노놈아, 경고하는데 엉뚱한 짓을 벌였다간 흉노놈들의 씨를 말려버릴 테니 그리 알거라.”
흉노 말로 대화가 오가는 바람에 여포는 알지 못했지만 달진에게 장료의 존재는 목에 걸린 가시와 다름없었다.
어쨌든 달진은 여포의 힘을 빌려 도각의 무리를 병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여포를 따를 생각이었다. 어차피 흉노 제국을 재건하는 일은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길게 보면 수 대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 * *
이들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여포는 고죽과 고석의 무리를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고심했다.
“군량을 주면 충성하겠다? 그래, 너희 족인들이 얼마나 되느냐?”
여포는 우선 고죽왕이 내건 조건에 대해 따져보기로 했다.
“지금도 죽어가는 자들이 있으니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일년에 양곡 이천석과 양 오백마리만 주면 된다.”
“흥! 이, 여포에게 조공이라도 바치라는 얘기냐?”
“고죽의 용사들을 얻는데 그것도 아깝다면 더 할 얘기가 없다. 돌아가겠다.”
묵태팔이 몸을 일으켜 등을 보이자 여포가 비아냥댔다.
“그대와 족인들은 주인이 던져주는 먹이만 먹는 개가 되려는가?”
여포의 말에 묵태팔의 날카로운 시선이 귀면탈을 뚫고 여포에게로 쏘아졌다.
“개라니!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다시 싸워보겠느냐!”
“싸움이라면 피하지 않지. 하지만 내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걸 확실히 해두고 싶다.”
“싸우기 전에 잘잘못을 가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개 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면 받아주지.”
“내 수하들은 오직 능력에 따라서 대우 받는다. 전공을 쌓으면 그에 따른 포상이 있을 뿐이다. 양곡을 받고 싶으면 내 휘하에서 전공을 쌓아라.”
그제야 묵태팔이 제대로 돌아섰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군. 군량을 먼저 좀 줬으면 좋겠는데······. 뭐, 맨입으로 받아먹겠다는 게 아니고······. 그렇지. 저 놈들의 본거지를 털어서 모조리 수급을 베어오겠다.”
“가져오면 계산은 그 때 하지.”
그러자 그 순간 묵태구의 신형이 그대로 지면으로 쓰러졌다.
꼬르륵!
잔뜩 얻어터지고 쓰러진 것인데 신음성을 지르기는커녕 묵태구의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묵태팔의 시선이 동생에게로 옮겨갔다.
“우리가 좀 급하거든.”
묵태팔이 아쉬운 소리를 하자 여포가 장료를 불렀다.
“건량이라도 남은 게 있거든 좀 내어주거라.”
묵태팔의 말이 짧지만 어차피 한어에 익숙치 않은 듯하니 이를 트집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쓰러져 있는 묵태구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여포는 건량이라도 내주게 했다.
“우리는 사내만 주면 된다.”
고석왕 저고가 여포에게 귀부를 받아들일 건지 말지를 재촉하는 말을 했다. 그러자 여포의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사내는 데려가 뭐하려고? 설마 사람도 잡아먹느냐?”
“암만 먹을 게 없어도 사람은 안 잡아먹는다.”
“그럼 사내가 왜 필요하느냐?”
“그러니까······. 고석의 여인이 아이를 가지면 그 때는 풀어준다.”
저고의 말에 여포는 손사래를 쳤다.
“사람은 안 팔아먹는다. 내가 무슨 도적떼인줄 아느냐?”
“꾀어가는 건 상관없지 않느냐? 고석의 여인들은 사내를 홀릴 줄 안다.”
“혼인을 하면 되지 않느냐? 고죽의 사내들도 있을 거고······.”
“고죽의 사내놈들은 힘이 없어서······. 약한 자는 매력이 없다.”
저고의 말에 묵태팔이 발끈했다.
“그거야 못 먹어서 그런 거지!”
저고는 묵태팔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여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여포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미장부다. 힘도 쎄고, 강하다. 너, 나를 수태시켜라.”
“미친······.”
* * *
여포는 하마터면 욕지거리를 할 뻔했다. 하지만 이족을 한인의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습속이 한인과 다를 진데 어찌 한인의 기준으로 그들을 매도할 수 있겠는가. 여포는 좋은 말로 타일렀다.
“나는 임자 있는 몸이다. 다른 여자와 통정할 생각이 없으니 다시는 내게 그런 말을 하지 마라.”
“내 진면목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까?”
저고가 귀면탈을 벗으려 들자 여포는 이를 만류했다.
“흥! 외견에 혹할 나이는 지났다.”
“중원의 사내들은 열 여인을 마다하지 않는다하던데 그 말은 거짓이었나보군.”
“헛소리는 그 쯤하고, 강한 사내들이라면 내 휘하에 얼마든지 있다. 전공을 세우면 소개해주겠다.”
여포는 아직 장가 못간 수하들의 빙상인 노릇을 해줄 셈이었다. 이에 저고는 혹했다.
“좋다! 고죽왕을 도와 수급을 잔뜩 가져가겠다. 언제 어디로 갈지 알려주면 좋은 선물을 주지.”
그러자 여포는 철능을 불렀다.
“소왕야, 오환의 전서응을 좀 빌려주셔야겠소.”
“말만 하시오. 내 얼마든지 내어드리리다.”
철능이 부하들에게 손짓해 전서응을 부리는 오환병들을 불렀다. 하지만 오환병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하나 앞으로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러자 철능은 여포에게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철능은 귀까지 벌게져서는 부하들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러자 여포는 혹여나 그에게 맞은 부하들이 앙심을 품을까 싶어 그를 만류했다.
“소왕야는 진정하오.”
철능은 연신 씩씩거리며 못 이기는 척 여포의 손에 이끌려 부하들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방상시 따위에 겁을 집어먹고······. 그러고도 너희들이 오환의 용사라 할 수 있느냐?”
부하들이 말을 안 들으니 철능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방상시’라는 것에 흥미가 갔다.
“소왕야, 대체 방상시가 뭐요?”
“저들이 쓰고 있는 귀면탈 말이오. 이름이 방상시라 하는데 수하놈들이 저걸 보고 겁을 먹은 거외다.”
“고작 탈을 두려워한단 말이오?”
얼마 안 되는 여포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말이 그 말이오. 그래봐야 같은 사람인데 탈 하나 썼다고 그걸 두려워하다니 말이 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