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85
384화 어찌 자신의 것을 중히 여기지 않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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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진 병사들은 관심사는 온통 안량과 문추에게만 쏠려 있었다. 안량이든 문추든 하나만 베면 자신의 이름이 천하에 진동을 할 테니 당연한 얘기였다.
하지만 관동군의 ‘주공(主攻)’은 기병 이백여 기였다. 기병들이 들이치자 백마진 병사들은 당황하여 우왕좌왕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안량, 문추도 상대하기 힘든 판국에 기병 이백여 기까지 더해지니 이건군이 제아무리 강군이라 한들 무슨 수로 당해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건군은 백마진을 지키는 병력이었기에 절대 다수가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쉽게도 그들의 전투경험 역시 보병 중심의 황건적과 싸운 경험 뿐이었다.
“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명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이건군 병사들이었다.
이건군 병사들은 상대가 보병이라면 동시에 서넛은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러나 기병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보병이 기병의 빠른 기동력과 돌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결집대형으로 몸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병과의 전투 경험이 없는 이건군은 당황하여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흩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뭉치지 않은 보병은 기병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이건군 병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군은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건과 이정이 말을 몰고 달려나와 기병대의 예봉과 맞부딪혔다.
“차하!”
청량한 일기가성과 함께 희미한 달빛을 받아 이건의 검이 번뜩이길 수차례. 그 때마다 그를 스쳐 지나간 기병들이 말에서 고꾸라졌다.
이정도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한 솜씨로 연거푸 기병들을 거꾸러뜨렸다.
이건과 이정에게 당한 기병의 수가 열을 넘었을 때가 되어서야 관동군 기병들의 창칼이 그들을 향했다.
그러자 이건 부자는 마상에서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절묘한 합격술을 보이며 기병들을 베어 넘겼다. 그러면서도 병사들을 집결시켜 반전을 꾀했다.
“적은 소수다! 당황하지 말고 뭉쳐라!”
어차피 밤중이라 적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백마진을 야밤에 급습하려면 많은 수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동군의 두 맹장이 동과 서에서 군영의 중앙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안량의 창을 받아낼 자가 아무도 없단 말이냐?”
안량은 자신의 강함을 증명 받고 싶었다. 아마도 조운과의 대결에서 패한 후에 관동군 상장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생겼던 듯했다.
누구든 실력 있는 자와 붙어 이겨야만 조금이나마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 그의 앞에 이건이 나타났다.
“백마진의 진장, 이건! 그대를 기꺼이 상대해주겠다!”
“오오! 거야의 이건? 싸울 맛이 나겠구먼.”
안량은 이건의 이름을 듣자 크게 기뻐했다.
안량은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제법 실력이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안량 같은 이름난 장수가 이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이건의 명성이 안량조차 인정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기야 이건은 젊어서는 거야의 적패들을 평정했고, 황건동란에서 큰 공을 세웠으니 중원의 인사라면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첨에 재주가 없고, 가산은 재물로 산을 쌓을 수 있을 정도였으나 재물로 벼슬을 사는 것을 혐오할 정도로 강직한 자였다.
그래서 황건적 토벌전에서 그 많은 전공을 세우고도 현령 벼슬 하나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명성만큼은 중원에 널리 퍼졌다. 그의 활약으로 예주로 가던 황건적의 수가 크게 줄었고, 연주 역시 큰 화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원의 유협들 사이에서는 물론 황건토벌에 나섰던 무장들 사이에서도 이건의 명성이 높았다.
그래서 안량은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도 되는 실력 있는 유협을 자신의 손으로 베어야 하니 어찌 아깝지 않으랴.
“아버지, 소자가 한번 나서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이정’도 나섰다. 물론 안량은 이정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연주의 신예들 중에 단연 두각을 보이는 유협이 바로 이건의 아들 이정과 조카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큰 전공을 쌓은 적은 없었다. 그들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이건의 아들과 조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법. 이건처럼 무예와 지략을 겸비한 자와 피로 이어져 있다면 이정과 이전 역시 시시한 상대는 아닐 거라는 게 안량의 생각이었다.
“‘정’인가? 아니면 ‘전’? 둘 중 누구라도 좋지.”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기는 하나 본래의 역사에서 이전은 조조 휘하에서 명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전은 합비에서 장료, 악진과 함께 고작 칠천 병사로 오나라 십만 대군을 막아낸 명장이었다. 장료가 기병 팔백으로 오나라 손권의 본진을 무너뜨린 일로 오나라는 장료의 이름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장료의 전공은 이전의 군략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칠천으로 십만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병 팔백을 따로 빼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운용과 지휘력을 지닌 장수가 바로 ‘이전’인 것이다.
하지만 이전 역시 이건의 아들 이정이 죽기 전에는 중용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자였다. 바꾸어 말하면 이전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더 주목받았던 자가 바로 이정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그리고 이정과 이전의 무예와 지략은 이건의 가르침으로 만들어졌으니 이건 역시 대단한 자라 할 것이다.
안량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네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네 가문의 대를 끊고 싶지는 않다.”
그러자 이정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발끈했다.
“안량! 겁이라도 나는 것이냐? 어찌 나와의 승부를 피한단 말인가!”
“흥! 애송이. 아직 솜털도 빠지지 않은 어린놈이 이, 안량님을 상대하겠다고? 아직 백년은 이르다!”
안량의 말에 이건은 아들을 뒤로 물렸다.
“물러서라. 안량은 나도 삼십합을 버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 상대. 너는 열 합도 못 버틴다.”
“오호! 그래도 아비는 제법 현실을 볼 줄 아는구나.”
안량이 맞장구를 쳤으나 이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이곳은 제가 어찌해볼 터이니 아버지께선 이참에 퇴각을······.”
“사지에 자식을 두고 가는 아비가 어디 있다더냐?”
“어찌 아들이 아비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효를 모르고 어찌 경학을 익혔다 하겠습니까?”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 가장 큰 불효니라!”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안량은 짜증을 냈다.
“거 더 못 들어주겠구먼. 이건, 아들의 목숨은 살려줄 것이니 어서 한 판 어울려 보자꾸나!”
* * *
캉! 따당!
안량의 창과 이건의 검이 쉴 새 없이 부딪히며 불똥이 어지럽게 튀었다. 순식간에 십여 합을 주고받으며 둘은 서로의 기량을 따져보았다.
안량과 이건이 한참 열을 올리며 합을 나누던 그 때 어느새 문추가 달려왔다.
“안량! 이 놈은 내꺼다.”
문추는 영내를 휘젓고 다니다가 상대할 만한 실력자를 찾아 이곳까지 와서는 이정을 본 것이다.
원래라면 이건을 노렸을 였다. 하지만 안량이 먼저 그와 싸우고 있으니 그나마 힘 좀 쓸 거 같은 이정과 싸우기로 한 것이다.
“문추! 죽이지는 마라. 명가의 대를 끊어버리면 내 자손들이 심심할 터.”
“미친 놈.”
“연진은 양보하겠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목숨을 거두지는 않겠다.”
안량과 문추의 대화를 들은 이정이 발끈했다.
“내 목은 얻고 싶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문추가 가지겠다고 하면 가지는 것이지. 으하하하! 애송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문추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이정이 거센 검초를 뿌렸다. 하지만 문추는 파리를 쫓듯 가볍게 대도를 휘둘러 이정의 검세를 무위로 돌려버렸다.
단 일 수에 둘 사이의 실력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정은 젊은 혈기를 추스르지 못했다.
실력 차이가 이 정도 나면 물러서는 것이 목숨을 보전하는 길일 터였다. 하지만 아비를 생각하는 효심과 용장을 꺾고 이름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 물러나질 못하는 것이다.
이정이 전력으로 연이어 살초를 펼쳤으나 문추는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도리어 몇 합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지겨워졌는지 그의 대도가 도풍을 일으키며 이정을 덮쳐갔다.
일순간 이정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의 검미가 파르르 떨릴 무렵 문추의 대도가 이정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닿아 있었다.
멀리서 안량과 싸우다 그 모습을 본 이건이 소리쳤다.
“안 돼!”
하지만 이건의 외침은 문추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대도를 슬쩍 빼듯이 당기며 그대로 위로 휘둘렀고, 그 순간 이정의 오른팔이 피를 뿌리며 몸과 떨어졌다.
이정은 자신의 팔이 뭍으로 낚여온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초점이 흐려지며 멍한 눈으로 멈춰선 이정. 눈에 보이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터였다.
그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것은 이건의 죽음이었다.
이건이 아들의 팔이 잘려나가는 것에 주의가 쏠리자 안량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안량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창을 뻗어 이건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안량 같은 맹장을 상대로 딴 데 정신을 판 대가는 죽음이었다. 안량의 창 앞에 이건의 갑주 따위는 종이옷을 입은 것처럼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단번에 가슴팍을 파고든 안량의 창은 그대로 등을 뚫고 나와 피로 물든 창날을 보였다.
“아버지!”
이정의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지만 안량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감히 이, 안량을 상대로 방심을 하다니 실망이구나, 이건!”
어차피 이건은 절명해버린 뒤라 안량의 말을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연주의 이름난 무인인 이건을 상대로 삼십여 합 만에 싸움이 끝나버린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안량은 이건의 수급을 베어 창에 꿰었다.
“관동군 상장 안량! 백마진 진장 이건의 수급을 베었노라!”
안량의 우렁찬 목소리가 곳곳에서 활활 타오르던 싸움의 열기를 얼음장처럼 식혀버리고 말았다.
* * *
백마진 전투는 날이 밝기도 전에 끝이 나버렸다.
백마진에서의 승리에 취할 새도 없이 문추는 기병 팔백여 기를 이끌고 연진 공략에 나섰다.
연진은 백마진과는 달리 하내에 속하는 곳이었기에 원술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연주군은 극소수의 병력만을 두고 있었다. 때문에 연진은 백마진보다 더 빨리 점령당했다.
이렇게 두 곳의 도하지점을 선점한 관동군은 각기 보병 일만을 보내 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연주 진류 준의. 조조의 군영.
백마진에서는 조조의 본영으로 닷새에 한 번 정기연락을 취해왔다. 하지만 정해진 날을 넘겨도 전령이 오지 않자 백마진으로 척후를 보냈다. 그리고 그들이 충격적인 소식을 가져와 전했다.
“뭣이? 백마진과 연진을 잃었다고?”
“이미 관동군의 깃발이······.”
“칫! 한방 제대로 먹었군. 원소가 이리 빨리 움직일 줄이야.”
겨울에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병가의 상식이었고, 올해는 병충으로 인해 작황이 나빠 군량 사정도 좋지 않았다.
때문에 관동군이 이 시점에서 병력을 움직여 백마진을 공략할 거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관동군이 백마진과 연진을 급습해 점령했다고 하니 분명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말은 그리 하면서도 조조의 얼굴에는 조금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송구합니다. 소생도 관동군이 이처럼 빨리 움직일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순욱은 두 손을 모아 들며 벌을 청했다. 하지만 조조는 순욱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선생이 무슨 수로 그런 것까지 예상할 수 있었겠소? 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신경 쓰지 맙시다. 오히려 지금은 그것보다는 이 상황을 어찌 타계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니겠소?”
이미 이건이 조카 이전을 보내 관동군의 습격 가능성을 알리고 원병을 청했었다. 하지만 조조와 순욱은 이를 무시했다. 그런데 이제와 하는 말이 고작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니······.
“우선은 산조에 병력 일만을 보내 관동군이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산조에 병력을 보내 백마진의 적병을 견제한다? 다음은 무엇이오?”
“복수전을 천명해 주군께서 연주군을 통솔해 백마진을 탈환하시는 겁니다.”
“복수전이라······. 좋지. 한데 백마진의 진장이 누구였더라?”
조조의 말에 순욱이 장단을 맞췄다.
“소신도 기억이 잘······.”
“적당한 사람이었겠지. 안 그렇소?”
“복수전을 천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로써 연주 군웅들도 내게 병권을 맡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 흐흐흐!”
조조는 소리죽여 조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