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86
385화 어찌 자신의 것을 중히 여기지 않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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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진 함락소식은 조조나 순욱에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조조는 연주군의 병권을 얻기 위해 이건을 버리는 패로 삼아 던진 것이다.
분명 이건은 연주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는 명사이자 부호이며, 유협이었다. 연주 내에서는 어쩌면 백성들에게 조조의 이름보다 이건의 이름이 더 높을 터였다.
조조는 그런 자가 자신의 휘하에 있는 것이 불안했다.
휘하에 들이고자 몸을 낮출 때는 언제고 휘하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사내가 마음에 둔 여인에게 열과 성을 다해 구애 해놓고 혼인한 후에는 푸대접을 하며 다른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쨌든 조조는 순욱의 책략으로 눈엣가시 같던 이건도 제거하고 그의 복수전을 빌미로 연주의 병권을 손에 쥘 수 있는 명분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 * *
연주 진류 장원.
백마 땅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와 ‘복수’라는 강을 건너면 그 때부터 펼쳐지는 땅의 이름이 바로 ‘장원’이다.
그곳에는 ‘이전’이 종복 몇 명과 함께 머물고 있었다.
백마진 함락소식을 그 역시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백마진으로 가거나 조조의 본영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고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꼭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객잔에서 초조한 얼굴을 한 이전은 출입구에만 시선을 둔 채 연신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마치 말발굽이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아마도 당장에 백마진으로 가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것이리라.
이내 출입구에 건장한 사내 하나가 들어섰다. 어찌나 기골이 장대한지 고개를 숙여야 간신히 객잔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였다.
“오숙! 여깁니다.”
이전이 그를 향해 손을 들며 반겼다. 이전에게 오숙이라 불리는 자는 다름 아닌 ‘이통’. 이건의 종제였다.
이통은 창술의 귀재로 조운, 안량과 마찬가지로 피(?)를 쓰는데 능통했다. 본래의 역사에선 조조 휘하의 무장들 중에서 유일하게 관우를 무시할 정도로 맹위를 떨쳤던 용장이었다.
무예는 관우를 백안시할 정도였으며, 인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복병에 당하지 않았을 정도로 짐승 같은 감각을 소유한 자였다.
쉽게 말하자면 관우에게 상극이라 할 만한 인물이 바로 이통이었다.
“만성! 소식 들었느니라. 백마진이 함락되었다면서?”
“오숙, 어쩌면 좋겠습니까?”
“형님의 소식은······?”
이건의 소식을 묻자 이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숙, 백부의 생사를 알지 못합니다.”
“‘정’은?”
이번에도 이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마진에서 살아 돌아온 자가 없다합니다.”
“아아! 이 일을 어찌할꼬? 형님, 제발 살아만 계시오. 이, 문달이 가리다!”
이통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객잔을 나가려 했다. 그러자 이전이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오숙, 진정하십시오.”
“지금 진정하게 되었느냐? 형님의 생사를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당장이라도 백마진으로 달려갈 것이니라.”
“병마를 이끌고 오셨습니까?”
이전의 말 한 마디에 이통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과 같은 명장이 지키던 백마진이 함락되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 관동군이 큰마음을 먹고 병마를 움직였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단기로 달려간다 한들 당해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그야말로 불에 날아드는 나방처럼 헛되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무런 수확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할 터였다.
“진국 양하에 내 병마 오천이 명을 기다리고 있느니라.”
“어째서 백부께서 원병을 청했는데 진국에 병마를 두고 오셨단 말입니까?”
“조 맹덕이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통의 말에 이전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체 조 맹덕은 뭐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원병을 청해도 내주지 않고, 원군이 와도 길을 열어주지 않다니······.”
이전은 이건의 입이 되어 조조의 본영과 백마진 사이를 오갔던 자이니 깊은 내막을 알고 있었다. 이건이 재차 조조에게 원병을 청했지만 조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건은 조조가 자신의 청을 받아들이느냐, 않느냐를 따지지 않고 관동군으로부터 연주를 지키기 위해 종제인 이통을 불러들였다.
이통은 여남의 군벌로 그의 말 한 마디에 일만 정병이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천하에는 관심이 없는 자였다. 그래서 조조 휘하에도 들지 않고 있었는데 이건의 부름을 받고 병마 오천을 데리고 백마진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이 역시 조조가 막았으니 이전이 조조의 진의를 의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었다.
“오숙, 조 맹덕의 언행이 수상합니다.”
“수상하다? 확실히 조 맹덕이 길을 열어주지 않은 건 이상한 일이긴 하지.”
“백부께선 관동군이 백마진과 연진을 노릴 거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숙의 군대 뿐만 아니라 조 맹덕에게도 원병을 청하셨습니다.”
“조 맹덕이 무시한 모양이구먼?”
이통은 대충의 내막을 파악하고선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조조에게 분개했다.
“오숙, 제가 무엇을 어찌 해야할 지를 모르겠으니 오숙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우리 힘만으로 형님과 ‘정’의 생사를 알아봐야지. 마침 쓸만한 자들 몇몇을 데려왔으니 척후로 삼아 백마 일대부터 수소문해보자꾸나.”
* * *
백마진을 수비하던 이건군은 관동군의 급습을 받고 백마진을 잃었다. 진장 이건은 안량의 창에 목이 달아났는데 그 수급은 원소의 본영이 있는 의양성으로 보내졌다.
백마진에 주둔하던 이건군 장수들 중에 오직 한 사람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이정. 안량이 약속대로 이건의 아들을 살려서 돌려보낸 것이다.
병졸 몇 명이 끄는 수레에 정신을 잃은 이정과 떨어진 팔을 실어 보냈는데 수일이 지나도록 복수에도 이르지 못했다. 복수를 지나야 그나마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기에
수레를 끄는 병졸들 역시 성한 자가 없었기 때문에 수십 리 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조까지 가는데만 그 긴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나마도 팔을 잃은 이정의 목숨이 그 때까지 붙어 있었던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보통 그 정도 피를 흘리면 살아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정의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은 이건의 병사들이 유협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협행을 하려 강호를 떠돌아다니다보면 이런저런 위험에 처하기 쉽고 부상을 입어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협들은 기본적으로 응급처치에도 조예가 있었다.
천사도나 태평도 같은 도가 계열 출신의 유협들은 ‘표주(漂周)’를 가기 위해 무예 뿐만 아니라 반드시 배우는 것들이 있었다.
최소한의 경비를 벌 수 있도록 천문을 읽는 법이나 사주팔자를 봐주고 복채를 받을 수 있도록 점사를 배운다.
자신이나 남이 부상이나 잔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응급처치 위주의 의술도 배웠다.
그렇기에 다행히 이정의 부상도 지혈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아직 이정의 숨이 붙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레를 끌었던 병졸들이 하나 둘씩 쓰러졌고, 마지막으로 수레를 끌던 병졸마저 수레의 손잡이에 기대 허리를 접은 채 절명하고 말았다.
“물······.”
이정은 수일만에 정신을 차렸다.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을 찾아보지만 이미 그의 말을 들어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은 꿈속이란 말인가?’
시야가 뿌연 까닭에 이정은 눈을 비비려 했다. 하지만 분명 움직이는 느낌은 있는데 눈두덩이에 닿는 느낌이 없었다.
고개를 세차게 털어보고 다시 오른팔을 움직여 보았지만 여전히 느낌만 있을 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왼팔은 마음대로 움직이고 그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 * *
이통과 수하들이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갑작스레 들려온 비명소리에 이전의 미간이 접혔다.
“‘정’형님의 목소립니다.”
그러자 이통의 신형이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멀지 않은 곳에 병사 몇몇의 시체와 수레 한 대. 그리고 수레에 걸터앉아 떨어진 팔을 어떻게든 붙여보려 애쓰고 있는 이정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떨어진 팔을 무슨 수로 다시 이어붙일 수 있으랴. 하지만 이정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멍한 눈빛으로 이통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자 이통은 그의 뒷목을 후려쳐 기절시켰다.
그제야 이전이 달려왔다. 그는 이정이 떨어진 팔을 꼭 쥔 채 기절해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마음 아파했다. 굵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주저앉았다.
“형님의 팔이······ 오른팔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통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좌수를 잃는 것도 치명적인데 우수를 잃었으니 무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이 난 것이다.
군협지나 유협담에서는 오른손을 잃은 유협이 절치부심하여 좌수검을 익혀 복수를 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 실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목숨은 건질 수가 있겠습니까?”
“어쩌면······.”
“어서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
“‘정’을 장원 땅으로 데려갈 것이니 먼저 가서 준비해두거라. 자! 몇 명은 남아서 시신을 수습하고, 나머지는 수레를 끌고 돌아간다!”
연주의 병권을 얻기 위해 조조가 던진 패는 이건 부자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이정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것이 조조와 연주의 운명을 크게 바꿀 변수가 될 터였다.
조조의 계략이 탄로 나서 연주의 병권을 쥐지 못하게 된다면 하나로 뭉치지 못한 연주군이 원소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 한 가지 연주군이 관동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여포와 손을 잡고 원소를 합공하는 것 뿐이었다.
여포는 조조와 손을 잡고 기주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원소와 손을 잡고 조조의 목을 취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 *
유주 연국 계성. 유주 자사부.
여포는 우연히 성렴을 보게 되었다. 성렴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움직였기에 여포는 이를 수상하게 여겨 뒤를 밟았다.
성렴은 주방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소부가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식량을 아껴야 한다고 그토록 당부를 했건만······.’
여포는 기주 병탄을 염두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군량쓰기를 극도로 아꼈다. 유주 백성들도 구휼하고 병사들도 먹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포조차도 수수밥에 박채로 끼니를 때웠고, 그나마도 삼시세끼 꼬박 챙겨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를 뻔히 알면서 성렴이 식량을 함부로 쓰고 있으니 여포로서도 화가 날밖에······.
‘뭐라 할 수도 없고······.’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자였다. 이미 예전의 생에서 군량을 아끼기 위해 금주령을 내렸다가 이를 어긴 부하장수들을 벌했다.
그 대가는 부하들의 배신. 그 일만 생각하면 여포는 수하들을 대하는데 있어 너무 강하게 나가는 것을 꺼려했다.
지금도 그렇다. 군량을 아껴야 하는 시기에 소부에게 많은 음식을 만들게 한 성렴을 예전 생의 그였다면 그 자리에서 잡아 크게 나무랐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암만 좋은 관계라도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여포는 그리 마음을 먹고는 성렴이 하는 짓을 계속 살펴보기로 했다. 불만이 있다면 무엇이 불만인지 알아야 해결을 해줄 것이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알아야 줄 수 있으니 답을 얻길 기대하며 조심스레 성렴의 뒤를 밟았다.
“형님,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거 아니오? 이렇게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혼자 다 먹으려고? 대형한테 걸리면······.”
소부는 생각만 해도 오싹해졌다. 여포가 한 번 화를 내면 대체 누가 그를 말리겠는가. 구병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여포 하나를 어쩌지 못하니 사단이 나면 제대로 날 터였다.
“걱정마라. 대형이 유주 자사가 아니더냐? 상장 성렴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음식 좀 많이 먹었다고 화를 낼 사람이 아니다.”
성렴은 그리 말하며 음식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러다 하나 집어 입 안으로 쏙 넣었다.
“이 정도면 잘 먹겠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소부가 들었을까 싶어 떠들어댔다.
“내가 뒷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술을 빗어먹은 것도 아니니 걱정 말거라.”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많소. 대형도 수수밥에 박채로 끼니를 때우는데 형님이 이러면 안 되잖소?”
“고놈 참······. 잔소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터이니 너는 그저 입 닫고 있거라.”
“대형한테 걸리면 나는 좀 빼주오.”
소부가 잔뜩 걱정을 하자 성렴은 알겠다는 듯 손을 내젓고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었다.
“시집 못간 처자여, 병주 사내는 어떻소? 흐흥-! 사내 중의 사내는 병주에만 있으니······.”
성렴은 병주 군문에서 솥밥을 먹었던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식이 든 통들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