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87
386화 현량방정의 명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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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렴이 찾아간 곳은 진 씨 자제들이 머물고 있는 방이었다. 성렴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여포는 뭔가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는 듯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는 그 길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방에는 초선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찾아나서려고 했는데 상공께서 제 때 와주셨네요. 상공,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표정이 어찌 그러십니까?”
초선은 여포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걱정스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여포는 기다렸다는 듯 초선에게 말을 꺼냈다.
“그게 말이다. 성렴이가 아무래도 사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성 장군이 남색을요?”
“남색까지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성 장군은 사내를 좋아했습니까?”
초선이 묻자 여포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성렴이가 날 따라 기루에 가는 걸 얼마나 좋······.”
여포는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 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초선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여포는 아차 싶었다. 그는 황급히 양손으로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지금은 안 간다니까. 옛날 얘기, 옛날 얘기.”
“최근에는 언제 가셨어요?”
“너를 만난 후로는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느니라. 정말이다. 믿어다오.”
천군만마를 상대하라고 해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을 그였지만 초선 앞에서는 움츠러들었다.
“예뻤어요? 노래를 잘했나요, 춤을 잘 췄나요?”
“내가 무슨 말을 못하겠다!”
궁지에 몰린 여포가 성을 내자 그제야 초선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장난을 그만두었다.
“상공.”
약간의 비음이 섞인 초선의 목소리에 여포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여포가 돌아앉아버렸으나 초선은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러자 여포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초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초선이 여포의 품에 깊숙이 안긴 채 물었다.
“상공, 성 장군이 대체 누구를 좋아합니까?”
“그게 말이다. 이번에 무극에 갔다가 데려온······.”
“형제처럼 보이던데······.”
“무극에서 데려온 장 씨와 진 씨 자손들인데 무극 장 부의 자손이지. 그 중에서도 성렴이는 진 씨 가문 자손들을······.”
“인질인가요?”
여포는 그들을 인질로 생각하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물론 가후는 여차하면 인질로도 쓸 수 있겠다 여기고 있었지만 최소한 여포는 아니었다.
여포에게 인질이 필요할 리 없었다. 그리고 인질을 붙잡고 있는 정치적 수법은 지양하고 싶었다.
“네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느냐? 초선아, 너는 밝고 좋은 말만 하거라. 너까지 더러운 물에 손을 담글 필요가 없느니라.”
“천첩, 상공의 정처이고 자사부의 안주인인데 어찌 홀로 청정할 수 있겠습니까?”
“음······! 그래. 내 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언제고 반드시 내가 귀하게 되면 초선이 너 역시 나와 부귀영화를 함께 하자꾸나.”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비 도장 말로는 무극 진 씨 자손들은 대대로 병이 전해져 오래 살지 못한다는구나. 비 도장이 여기로 데려가면 살 수 있다하고 데려왔느니라. 내가 식량을 아끼자고 그리 말을 했건만 성렴이 이 놈이 소부에게 음식을 잔뜩 만들게 해서는 들고 찾아가는 게 아니겠느냐?”
여포의 말에 초선이 손뼉을 쳤다.
“상공, 진 씨 가문에 여식은 없나요?”
“있지. 왜 없겠느냐. 다만 여인은 병이 전해지지 않으니 데려올 필요가 없었다.”
“성 장군이 진 씨 영애들을 보았나요?”
“당연히 봤지. 성렴이 이 놈은 미색에 반해서 정신을 눈을 못 떼더구나.”
여포는 그리 말하고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장가보내 달라고 그리 떼를 썼구먼?”
“처남 될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네요.”
“처남? 성렴이가 진 가에 장가를 들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이곳에선 수수밥에 박채도 고맙게 먹지만 기주 명문가의 후예라면 어디 그런 음식을 입에나 대 봤겠어요?”
초선은 성렴이 머리를 써서 진 씨 자제들에게 다가서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좋은 음식을 주고 마음을 얻는다? 그 놈 참 멍청하기는······. 고상한 자들은 그런 걸로 마음을 열지 않는 법인데······.”
“상공,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이니 무극에서 데려온 자들을 보살피는 일을 성렴 장군에게 맡기세요. 아침저녁으로 눈도장 찍고 부대끼다보면 정이 안 들 수가 없을 테니까요.”
“미리 혼담을 넣어둘까?”
“좋죠. 난세에는 혼기를 따지지 않는 법이니 다른 가문과 혼담이 오가기 전에 얘기를 해두면 길이 엇갈리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거예요.”
* * *
여포는 채옹에게 부탁해 혼서를 쓰게 했다. 당대의 명필인 채옹이 남의 혼서를 쓰는 것은 그리 자랑할 일이 못된다. 하지만 채옹은 기꺼이 혼서를 써주었다. 여포의 상장 성렴을 위한 혼서였기 때문이다.
상대는 기북 삼군국을 통틀어 제일 큰 영향력을 지닌 명문인데다가 약탈혼도 아니고 선남선녀가 짝을 맺을 수 있는 기회이니 채옹으로서도 거절할 까닭이 없었다.
채옹은 여포와 노식, 가후가 있는 곳에서 혼서를 쓰고는 봉납하며 말했다.
“여 장군, 현량방정 얘기를 들었는데······.”
“관녕이라는 자가 현량방정을 열 수 있도록 청원해달라 해서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자에 관한 얘기는 자간 선생께 들었소.”
“선생께선 소장이 어찌 해야 한다 보십니까?”
그러자 채옹은 침음성을 흘렸다.
“음······! 쉽지 않은 일이오. 관자의 후예를 휘하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 장군에게는 큰 복이오. 하지만 현량방정을 연다는 건 동 상국에게는 큰 실(失)이오.”
“어째서 현량방정을 열면 동 상국에게 실이 된단 말입니까? 현량방정으로 인재를 조정에 출사하게 된다면 동 상국의 개혁정치도 크게 힘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현량방정을 연다는 것은 효렴과 무재의 권위를 무시하겠다는 얘기요. 그 말은 곧 지방관들의 권력을 부정한다는 말이니 자칫 다시 한 번 회맹의 불길이 붙을 수도 있소.”
효렴이나 무재를 통해 천거를 받으면 중앙 정계로 곧장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현량방정이라면 시험을 통해 한 번 더 거른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지방관의 천거는 그저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에 불과해진다는 얘기다.
효렴과 무재는 지방관이 된 자에게 큰 돈벌이 수단이니 현량방정을 연다면 크게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노식 역시 채옹의 말에 동조하며 여포가 알아듣기 쉽게 말했다.
“효렴과 무재로 해마다 큰 재물을 취하던 자들이 조정에서 현량방정을 한다하면 한 해 돈벌이를 망치게 되네. 당연히 반발할 테지.”
“그리 됩니까? 역시 세상만사는 이(利)로서 움직이는 것이로군요. 그럼 정녕 현량방정을 여는 일은 무리한 것입니까?”
“노부는 모르겠네.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 중요한 것은 동 상국에게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문젤세.”
“의지가 생기도록 소장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고요?”
“허허! 하나를 보고 열을 아는구먼. 여 장군, 총명. 총명.”
현량방정에 이토록 복잡한 이익관계가 엮여있다면 동탁은 분명 여포에게 큰 것을 요구할 터였다.
“선생, 소장이 동 상국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아니, 동 상국이 현량방정을 열어주는 대가로 제게 무엇을 요구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네. 현량방정을 열었을 때 다른 지방관들의 반발을 누를 수 있을 만한 명분. 그거는 반드시 요구할 걸세.”
이해득실을 떠나서 명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지방관들이 반발을 해도 적당한 선에서 무마할 수 있을 것이고, 지방관들 역시 자신의 항의를 그만 둘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할 터였다.
“그런 게 소장에게 있을까요?”
여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탁이 원할 만한 명분을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고민하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노식이 여포에게는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되었다.
“있지. 아직 자네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동 상국에게 줄 수 있는 명분이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관 유안의 스승이 누군가? 바로 문범 선생일세.”
“갑자기 관녕의 스승 얘기를 꺼내시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문범 선생? 그게 누구입니까?”
“문범 선생이라 하면 한조의 삼 대 학파 중 하나인 영천 학파의 수장이신 중궁 선생을 말하는 것이네. 진식 중궁.”
진식의 명성이야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이지만 여포는 가물가물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생에서도 무예에나 관심이 있었지 사인들의 학파에 관한 것은 알지 못했다. 글도 모르는데 사인들의 학파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한들 기억할 리 만무했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얼마나 유명한 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음······! 그럼 쉽게 설명해주겠네. 중궁 선생이 살아 생전에는 백개 선생만큼 명성을 가지고 계셨네.”
채옹은 진식과 자신의 명성이 비슷하다는
“자간 선생, 칭찬이 너무 과하시오.”
“겸양도 과하면 비례외다. 내 스승이신 마융 선생에서 내 동무 정현 강성에게로 이어지는 삼보 학파와 문범 선생의 영천 학파, 그리고 백개 선생의 진류 학파를 동한의 삼대 학파라 하지 않소?”
“말석이라도 쟁쟁한 분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어 평생의 영광이었소.”
“강성이 칩거하고, 문범 선생께서 타계하신 후에는 누구도 백개 선생의 아성을 위협하지 못하고 있소.”
“기회가 된다면 강성 선생과는 꼭 깊은 담론을 나눠보고 싶소.”
영천 학파는 대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진식이 타계한지 오래였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자들 역시 노령으로 연이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경학으로 깊은 경지를 이루어 채옹과 담론을 나눌 만한 자가 남지 않았다.
그러니 마융의 제자이자 노식의 동기인 정현과 경학에 대해 논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현 역시 죽었는지 살았는지 노식조차도 알 길이 없었다.
“아아! 백개 선생 만큼이라 하시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습니다.”
여포는 진식이 채옹과 맞먹는 명성의 소유자였다는 말을 듣자 관녕이 얼마나 대단한 자를 스승으로 두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장군, 소장이 생각하기에 그 문범 선생이라는 분이 그토록 대단하다고 해도 이미 타계하셨으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하지 않던가. 죽은 문범 선생의 명성이 자네에게 명분을 줄 걸세.”
“어렵습니다.”
여포는 노식의 말을 당최 이해할 수 없어 가후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 시선을 모았다. 그러자 가후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장군, 현량방정은 천하에서 아직 빛나지 못한 인재들을 경성으로 불러모아 시험을 치게 하고, 학문이 뛰어난 자를 뽑아 왕도정치를 펴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경학으로 시험을 친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소.”
“작금의 한조가 이토록 기울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가장 큰 폐단은 관료를 뽑는데 있어서 능력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효렴, 무재 등으로 출사할 자를 천거할 때의 기준이 친한 가문의 후예이기 때문이라서, 아니면 큰 재물을 주어서가 되어 버리니 능력 있는 자가 도리어 출사를 못했다.
북삼주 출신이라서 안 되고, 조상 중에 역적이 있어서 안 되고, 이름난 스승을 두지 못해 안 되고.
온갖 이유로 능력 있는 자는 출사를 못하고 능력 없는 자들이 관직을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 나라가 바로 돌아가겠는가.
“그렇다면 관녕이 문범 선생의 제자이니 실력은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음······! 능력 위주로 관료를 뽑는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단 말이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문범 선생의 권위와 영천 땅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지요.”
“영천 땅이라······.”
인재가 나고, 미남미녀가 나는 것은 확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정 수마다 인재나 미인이 난다고 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 그런 자들이 출현할 확률도 높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영천 땅은 인재와 미인이 많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은 땅이다. 하지만 예주나 형주 어느 군국이든 하나만 놓고 보아도 병주의 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터였다.
어째서 유독 예주 영천 땅에서 인재가 많이 나는가. 어째서 예주 영천 땅에서는 고을마다 명문이라 할 만한 가문들이 있는가.
이것에 대한 해답이 곧 동탁이 현량방정을 여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나마나 현량방정은 영천의 인재들이 휩쓸겠구먼. 누가 봐도 의심할 수 없고, 트집을 잡을 수 없는 인재를 뽑을 수 있겠군. 그게 동 상국에게 줄 명분이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오직 여 장군께서만이 줄 수 있는 명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