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61
460화 패병절장(敗兵折將)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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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르륵-!”
조홍의 입에선 거품을 무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말을 하려는 건지 이승에 미련이 많은 것인지 연신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이내 조홍은 핑그르르 돌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조홍이 전사했다. 안량은 조홍의 수급을 베어 창날에 꿰어 치켜들었다.
“관동군 상장 안량이 적장 조홍의 수급을 베었노라!”
“오오!”
안량의 목소리에 관동군 병사들은 사기 백배했다. 어차피 누구도 안량, 문추의 패전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이 싸움에서 처음으로 적장을 벤 것이니 관동군의 사기가 고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홍군과 짝을 이루는 것은 조인군이다. 하지만 갑사들로 이루어진 탓에 조홍의 기병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이제야 조홍의 수급을 볼 수 있었다.
“감히 조홍을 목베다니······! 조(曹) 씨 한 사람을 죽였으니 이, 조인 자효가 관동군 장수 열 명의 수급으로 받아가겠다!”
조인이 악에 바쳐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조조군의 강점은 족인들 간의 강한 유대감에 있었다.
문제는 적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이곳에 안량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저 놈은 네가 베어야겠다.”
문추가 안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저 멀리 조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안량은 한쪽 입꼬리를 치켜들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것은 나누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안량은 문추에게 조인을 양보했다. 더 큰 것을 취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늦으면 조조의 목은 내가 취할 테니 그리 알거라.”
“흥! 삼류를 상대로 오래 지체할 리 없으니 먼저 가서 조조의 졸장들이나 상대하고 있거라.”
“갑사를 상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게다. 조조가 그 환관 놈의 재물을 제법 갖다 쓴 모양이로구나.”
안량은 그리 말하며 말머리를 돌려 멀어져 갔다. 문추를 믿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갔지만 그가 남긴 말은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다.
실제로 조인군의 갑사들은 중앙군 갑사의 갑주보다 나은 것을 걸치고 있었고, 그 수도 무려 일천 여에 이르렀다.
갑사를 양병하는데 드는 재물은 능히 말 한 필을 사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경기(輕騎)를 기르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아니면 조조에겐 재물이 차고 넘치니 더 써서 철기를 양병할 수도 있을 터. 그런데도 굳이 갑사를 양병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철기를 양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물로 되는 거라면 조조도 이미 최소한 일천의 철기를 거느리고 있을 터.
하지만 철기의 일원이 되려면 갑사 이상의 무예와 용맹은 물론이고 절정의 기마술까지 필요했다. 때문에 아직도 조조군의 철기 양병은 진행중이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전장에서 갑사의 효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철기가 없는 전장에서 갑사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병종이 또 있으랴. 그들은 철컹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전진을 거듭했고, 관동군 병사들은 갑사를 상대로 맥을 추지 못했다.
* * *
백마진 내부에 세워진 군막.
백마진의 진장은 안량도, 문추도 아닌 순우경이었다. 지금 밖에서 조조군과 싸우고 있는 안량, 문추는 이번 싸움에서만큼은 순우경 휘하의 좌군장과 우군장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밖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인지 군막 안에 놓인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있었다. 초점 없는 그의 눈은 이내 생기를 되찾았다. 군막 안으로 부관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전황은 어찌 돌아가느냐?”
“안량 장군이 적장 조홍의 목을 베었습니다.”
“조홍? 초전에 제법 큰 전공을 세웠구나. 아군의 피해는······?”
“선봉군이 무너졌습니다. 조조군이 갑사 일천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합니다.”
부관의 말에 순우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사를 일천 씩이나······? 허허! 조 아만, 그 놈은 뭐든지 다 재물로 해결하려 드는 구나.”
“군략을 내리시겠습니까?”
이에 순우경은 즉답 대신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사효장의 부재가 참으로 안타깝도다.’
순우경은 사효장을 잃어 쓸 수 있는 군략이 별로 없었다. 역시 이럴 때에는 병가의 정석을 따르는 방법 뿐이다.
“갑사를 막으려면 창병이 제격이지. 우선은 창병으로 갑사를 막게 하라. 그리고 장살대로 갑사군의 발을 묶어두도록 하라.”
순우경이 몸을 일으키자 부관의 얼굴이 희열로 물들었다.
“오오! 장군, 출전하시는 겁니까?”
“갑사 수급 일천을 얻는 것 정도는 되어야 이 순우경이 나설 명분이 되지 않겠느냐? 하찮은 적들만 있는데 내가 나서면 내 꼴이 우스워진단 말이지. 조 아만이 판을 깔아주는 구나.”
순우경이 볼 때 백마진 전투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거의 삼만에 가까운 군세가 격돌하는 전장이지만 명장 순우경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안량과 문추를 좌, 우군장으로 삼은 이상 조조 따위에게 질래야 질 수도 없지 않은가.
그나마 그의 흥미를 끈 것은 조인의 일천 갑사였다. 갑사 일천을 궤멸시키는 것은 철기 일천을 막아낸 것과 같은 전공이니 순우경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이를 테면 푸성귀 뿐인 밥상에 고기반찬이 올라 온 것과 같았다.
* * *
관동군은 순우경의 명령대로 갑사에게 창병으로 대항했다.
근거리에서 병종 간의 상성으로 따지자면 갑사와 창병은 우열을 따질 수 없었다. 하지만 조인군 갑사처럼 좋은 갑주를 입은 갑사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열의 갑사들은 침착하게 창격을 막으며 밀어붙였다. 날카로운 창날에도 갑사의 갑주는 뚫리지 않았다.
간간히 갑주의 틈을 비집고 날아든 창격에 당하는 갑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짧은 날붙이나 둔기 등을 이용해 창병들을 유린했다.
조인의 일천 갑사들이야말로 조조군의 비밀병기. 아직은 조조군에 호표기라는 이름이 없었기에 이들 일천 갑사들이 조조군의 최강 부대였다.
조조군은 조인의 갑사들을 앞세워 반격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관동군이 밀렸지만 중앙에선 밀고 밀리는 접전이 계속되었다.
그곳에 문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웅! 우웅!
문추의 대도가 춤을 춘다. 그 때마다 파공성이라고 하기에는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육중한 대도를 세검 쓰듯 휘두르니 제아무리 두꺼운 갑주를 입은 갑사라고 해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관동군 상장 문추가 여기 있노라! 적장은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으라!”
갑사들을 베어 넘기며 문추가 갑사군의 장수를 찾았다. 다시 한 번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 상책이니까.
하지만 조인은 조홍의 시신을 수습하느라 당장 나설 수가 없었다. 대신 문추의 발을 묶어두려 수하들에게 명했다.
“적장 문추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장수에겐 은병 열 개를 내릴 것이며, 병사라면 장수의 반열에 올려줄 것이다!”
조인의 목소리에 갑사들은 물론이고 인근의 장졸들마저 문추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레 몰려드는 적병들을 보며 문추는 대도를 뒤로 쭉 뺐다.
“후아~!”
문추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오며 그의 대도가 초승달을 그었다.
후두두둑!
대도가 그리는 궤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두동강 나버렸다. 갑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두껍고 단단한 갑주도 문추의 대도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갑주와 함께 통째로 잘려 나갔다.
단칼에 수 명의 몸뚱이가 토막나며 진한 피보라가 공기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에잇! 연주에 이리 쓸만한 장수가 없단 말이냐?”
문추는 잔챙이들만 상대하는 것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조인을 직접 찾아나서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량이 조조의 목을 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칫! 이, 문추가 무명의 장수를 찾아다녀야 하는 처지라니······. 누구든 나와라. 어서 해치우고 안량보다 먼저 조조의 목을 얻어야 하니까.’
문추는 전황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하기야 순우경이 후방에서 지휘하고 있으니 패전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 * *
안량과 문추가 노리는 조조는 후방에서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전이로군. 갑사들이 자기 몫은 제대로 하는 것 같소.”
“주군, 아직 안량, 문추 중 하나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다면 소식이 왔어야 하는데······.”
“워낙에 난전이라 그런 게 아니겠소? 이렇게 복잡한 전황에선 소식도 늦어지는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시오.”
조조는 오히려 순욱을 위로했다. 이는 조인의 갑사들이 관동군을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 여유이리라.
“보고요! 조홍 장군, 전사!”
조홍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조는 입술을 깨물었다. 족인 중에서 하후 형제와 조인, 조순 형제를 빼고 나면 조홍 만큼 쓸만한 장수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그를 잃었으니 그 마음이야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으랴.
하지만 놀랍게도 이어진 소식에 조조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변하고 말았다.
“보고요! 적 선봉군이 괴멸하였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조조는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좋아! 이대로 중군까지 격파하는거다!”
쾌재를 부르는 조조를 보며 순욱은 내심 실망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홍의 전사 소식에 침통해했건만 어찌 일군의 주인이라는 자가 이토록 경박하단 말인가!’
조조에게 조울증이라도 있는 걸까? 암만 사람 마음이 갈대라지만 기분이 하늘과 땅을 순식간에 오갔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무릇 군주라 함은 중심을 지켜 흔들림이 없어야 했다.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믿고 따를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것만으로 주군을 갈아치울 수는 없었다.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단지 용납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함께 하고 말고가 결판나는 것이다. 그리고 순욱에겐 참을 만 한 상황이었다. 아직까지는······.
“주군, 하후 형제를 불러들이십시오. 조홍 장군이 당했다면 조홍 장군의 기병들도 지리멸렬하고 말았을 겁니다.”
순욱은 적 기병을 견제할 요량으로 하후 형제를 불러들이라 청했다. 조조군의 기병 전력은 조홍의 기병과 하후 형제의 기병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을 장기로 따지자면 졸(卒)들의 싸움에선 우세하지만 차포(車包)를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조조는 순욱의 청을 거절했다.
“선생, 그 무슨 소리요? 싸움은 말이오. 기세! 기세가 중요한 거요. 승세를 탔는데 어찌 주저하겠소? 온 힘을 모아 돌파하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오.”
“물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총사의 안위를 지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요. 명심하십시오. 총사가 무너지면 전쟁은 끝나는 겁니다.”
“내 무예도 제법 쓸만 하오. 게다가 호사들이 있으니 위험할 일이 없단 말이오.”
“적기가 우회해서 이곳을 치면 호사 일백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순욱이 재차 청했지만 조조는 단호했다. 그는 순욱을 향해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 일은 더 논하지 마시오.”
순욱은 답답했다. 좌우군이 모두 중군의 조인의 갑사군과 뒤섞여 버린 상황이 아닌가. 지금 하후 형제를 전장에서 물리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승패가 갈릴 때까지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수가 있었다.
반대로 관동군은 안량의 기병만이 출전했을 뿐이다. 문추의 기병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순욱에겐 앞일이 훤히 보이는데도 조조는 이를 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럼 소신은 전장을 벗어나겠습니다. 산조로 돌아가 준비를 마치는대로 출발할 것입니다. 본가의 일이 한 시가 바쁘니 주군의 이해를 바랍니다.”
순욱은 조조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그러자 조조는 순욱이 청을 거절당하자 마음이 상한 거라 여기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량, 문추의 수급을 못 보게 되었다고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시오.”
“떨어진 목을 보고 즐기는 취미는 없습니다.”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빨리 돌아오도록 하오.”
“예, 주군.”
전투가 한창인데 군사가 홀로 회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순욱에게 관심을 두는 자가 없었다.
원래는 어떻게든 순욱을 붙잡아 놓을 생각이었으나 싸움이 승세를 타자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조조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희지재가 순욱을 대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순욱의 청을 번번이 거절했으니 이렇게 승리를 거머쥔다면 순욱의 공은 없는 셈이 아닌가. 조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에 조건들이 부합되었다.
‘패전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 주군, 부디 승전하시길 바라오.’
순욱은 몸은 돌아섰으나 전장에서 좀처럼 시선이 떠나질 않았다.
‘주군께선 안량, 문추의 용맹만을 높이 살 뿐 그들의 군략과 지휘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기병을 그냥 놀리지는 않을 텐데······.’
순욱은 조심스레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이 전투에 관해 마음을 접은 것이다. 그제야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장을 이탈하기로 한 이상 빨리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그에게는 제 한 몸을 지킬 무예가 없을뿐더러 관동군 기병의 추격을 뿌리칠 기마술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욱이 떠난 직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