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62
461화 정병귀선(正兵貴先) 기병귀후(奇兵貴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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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군 총사 순우경이 좌우로 부관들을 대동하고 백마진을 나섰다.
“안량은······?”
“문추 장군의 기병을 이끌고 전장을 우회 중입니다.”
“문추는······?”
“중군을 이끌고 갑사군과 싸우고 있습니다.”
순우경은 백마진을 나오자마자 안량과 문추의 상황부터 물었다.
“문추에게 전하라. 안량에게 합세하여 조 맹덕의 수급을 가져오라고······.”
“존명!”
순우경은 조인의 일천 갑사들을 직접 상대할 요량이었다. 하기야 백마진에 주둔하고 있던 그의 군세는 모두 보군이었다. 그러니 전장을 우회하여 적진을 급습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할 것이다.
부관들 중 하나가 고개를 조아리며 물었다.
“총사, 외람된 말씀이오나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안량, 문추 장군으로 하여금 기병을 이끌고 우회하여 공격하게 했으면 되지 않았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아군도 적군도 기병 전력으로 따지면 비등비등한데 어찌 먼저 기병을 움직이겠느냐?”
“초전에 이미 안량 장군이 기병을 이끌고 선봉 부대 노릇을 했잖습니까?”
“안량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은 내 뜻과는 다르다. 나라면 병력을 잃더라도 적들을 깊이 끌어안고 섬멸했을 것이다.”
순우경은 부관들과 병법에 관한 문답을 나누었다.
부관들은 그저 순우경의 심부름이나 하는 존재가 아니다. 유사시에는 순우경을 대신해 군을 지휘해야 할 자들이 아닌가. 그들의 질문에 귀찮다고 하여 답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성장 역시 기대할 수 없을 터였다.
“제장들은 모두 들으라. 우리 군은 중군에 합세하여 갑사군을 친다!”
“총사의 명을 받듭니다!”
“총사의 명을 받듭니다!”
* * *
순우경은 후군으로 있던 자신의 군세를 직접 이끌고 중군에 합류했다. 순우경의 본대는 절대 다수가 보군이었다.
안량, 문추의 부대만으로는 중군끼리의 싸움에서 승패를 결정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총사인 순우경이 몸소 출전하게 된 것이다.
안량과 문추가 기병을 이끌고 조조를 치러 갔으니 응당 중군을 맡아 적의 본대와 싸울 장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구정을 얻기 위해 나섰던 사효장을 모두 잃은 탓에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순우경이 직접 나선 것이다.
“총사, 군략을 명해주십시오!”
부관이 청하자 순우경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힘에는 힘! 내가 직접 갑사군을 이끌겠다. 너희는 각기 천인대를 맡아 좌우군이 되어 측면을 공략하라.”
순우경은 직접 갑사들을 이끌고 조인의 갑사군과 정면대결을 벌일 모양이었다. 그는 총사임에도 말에서 내려 수천 보군의 선두에 섰다.
그러자 순우경의 뒤로 수백에 달하는 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병력은 그의 부관들이 천인대 하나씩을 맡아 이동을 위해 정렬하고 있었다.
순우경은 일군의 총사이건만 갑사 삼백여 명만을 이끌고 필두가 되어 직접 공격에 나선 것이 되었다.
물론 여포처럼 선봉을 맡지 못해 안달난 자가 있긴 했다. 하지만 총사가 직접 싸움에 나서는 것은 여포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보기 드문 경우였다. 총사가 당하면 그 싸움은 거기서 승패가 갈려버리는 것이기에······.
순우경군의 삼백 갑사는 조인의 갑사들과는 달리 순우경의 호위대로서 존재하는 자들이었다. 총사는 후방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지휘만 하는 것이 통례. 총사가 당하면 승패가 갈리니 어쩔 수 없었다.
때문에 예로부터 본진의 총사를 치기 위해 수많은 병략들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열국의 시절에 진나라는 경병을 적극 활용하여 적장만을 사로잡거나 장살하는 수법으로 삼진과 대등하게 싸웠다.
이 같은 까닭으로 총사를 지키는 호위병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순우경은 백전연마의 명장으로 호사들을 중요하게 여겨 강병으로 양병했다.
기병 전력의 부족으로 인해 철기를 두지는 못하고 그 대신 호사들을 모두 갑사로 채웠다.
순우경 같은 이름난 명장조차도 갑사를 삼백 밖에 거느리지 못했다. 그러니 조조가 일천 갑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리 비아냥댔을 터.
‘이미 적군은 승기를 잡았다 여기고 있는 모양인데······. 진세가 무너지면 병사들은 장수의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지. 멍청한 놈들. 이래서 기병은 나중에 써먹어야 하는 줄도 모르는 하류들이로다.’
지금의 전황은 분명 관동군이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순우경의 본군이 투입된 이상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조조군의 그 누가 순우경의 부대를 상대로 우위를 자신할 수 있으랴.
용맹이건 군략이건 정공법으로는 순우경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우경은 선두에서 직접 갑사들을 이끌며 전진을 거듭했다. 저 멀리 중군의 깃발이 보일 때쯤이었다.
순우경은 조조를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기야 천하의 순우경이 백마진 따위에서 나타날 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조 맹덕아, 깜짝 놀랄 것이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치켜들며 고함쳤다.
“이, 순우경의 깃발을 높이 들라! 조 맹덕이 내 깃발을 볼 수 있도록 더 높이······!”
* * *
조조군 후군. 조조는 하마터면 낙마할 뻔했다. 저 멀리 적의 중군 쪽에서 낯익은 깃발이 솟았기 때문이다.
곁에 있던 희지재의 안색이 흑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진중한 자로 좀처럼 호들갑을 떠는 법이 없었지만 이번 만큼은 예외였다.
“주군, 적진에 봉황열반기가 올랐습니다!”
“나도 봤소. 아아! 봉황기가 걸리다니······. 설마 순우경이 저곳에 있다는 건 아니겠지?”
봉황열반기는 순우경이 영제에게 하사받은 깃발이다. 그 때부터 봉황은 순우경을 상징하는 문양이 되었다.
본래의 역사에선 여포가 전투에 나갈 때 쓰는 두 벌의 전포(봉황열반, 백화) 중의 하나에 쓰였다. 그렇기에 여포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봉황 문양을 깃발로 쓸 수 있도록 허락받은 유일한 사람은 순우경이었다.
봉황 깃발은 중앙군의 통령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예와 용맹 뿐만 아니라 군부 내의 덕망까지도 갖추어야만 십만 황군을 이끌 자격이 있었다.
봉황이야 말로 유가를 상징하는 새로 몸에 인(仁), 의(義), 예(禮), 신(信), 덕(德)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문양을 품고 있었다.
순우경이야 말로 봉황 깃발을 들 자격이 충분했다.
용맹으로는 안량, 문추에 버금가고, 병략은 천자의 명을 받고 출전한 전투에서 단 한번의 패퇴도 없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덕망으로 따지자면 동한의 삼대 신장으로 손꼽히는 황보숭, 주준, 노식. 이 세 중랑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로 무관들 사이에서는 순우경이 단연 으뜸이 아닌가.
조조는 안량, 문추 둘 다 백마진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보다 더 큰 중압감을 느껴야만 했다.
‘산 너머 산이라더니······. 안량, 문추도 모자라서 순우경까지 있으면 어쩌잔 말인가. 원 본초, 이 놈이 실성을 했나? 아니면 순우경이 실성을 했나?’
조조가 이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순우경이 누구던가 서원팔교위로 원소, 조조와 동렬에 섰던 자였다. 아무리 관동군의 깃발 아래에 있다고 해도 원소가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가 아니란 얘기다.
평소의 순우경이라면 대회전의 총사 정도가 아니면 결코 원소의 청을 받들지 않았을 터. 조조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순우경이 백마진이나 지키고 있을 자가 아니오. 분명 깃발만 가져와서 우리를 당황케 하려는 걸 거요.”
“주군, 순우경은 원소가 봉황기를 쓰는 것을 허락했을 리 없습니다. 봉황기는 천자께서 하사하신 것인데 이를 함부로 쓴다는 것은 천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봉황기가 있다는 건 저곳에 순우경이 있다는 얘기로군. 아아! 어쩌면 좋겠소?”
“병력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중진에 순우경이 나섰다면······.”
희지재가 말끝을 흐리자 조조의 동공이 세차게 떨렸다.
‘아뿔싸! 순욱이 걱정한 게 바로 이것이었나?’
조조는 순욱이 하후 형제의 기병을 불러들이라는 말을 그토록 했던 까닭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물론 순욱이 순우경의 등장까지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순우경이 중군을 통솔하게 되었으니 안량, 문추에게 여유가 생겼다.
안량과 문추는 기병을 이끄는 것에 특화된 전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조조가 있는 후군을 향해 그들의 기마가 들이닥칠 거라는 얘기나 진배없었다.
“하후 형제를 불러들이시오.”
조조는 그제야 하후돈, 하후연이 이끄는 기병들을 불러오라 주문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중군에 뒤엉켜 몸을 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순욱이 예견했던 것과 꼭 같은 상황인 것이다.
순우경은 조조가 기병들을 불러들일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기병을 빼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네 군대는 이미 진세가 흐트러졌고, 이목도 내게 묶일 테니까.’
순우경은 관동군 중군이 좌우로 흩어지며 내준 길로 갑사들을 이끌고 걸어나갔다. 조조군 병사들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척! 척! 척! 척!
순우경이 검면으로 방패를 때려 소리를 내자 삼백 갑사들 또한 그를 따라했다. 왠지 모를 묘한 위압감이 전장을 감쌌다. 고작 삼백에 불과했으나 순우경의 갑사군은 이미 등장만으로도 전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 * *
“최정예 갑사군이 어찌 싸우는지 조조의 졸개들에게 보여주자!”
“오오!”
순우경의 말 한 마디에 갑사 삼백은 한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그는 갑사들의 함성이 잦아들기 전에 방패를 앞세워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지축을 두드리는 그의 발은 전마의 말발굽보다 깊은 족적을 남겼고, 고함소리는 마치 벼락이 곁에 떨어지는 듯했다.
조조군 병사 하나가 순우경의 방패에 부딪히며 둔탁한 파열음일 터뜨렸다.
쿵!
“으아악!”
방패에 부딪힌 것 뿐이건만 적병은 마치 철기와 부딪힌 것처럼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순우경은 마치 갑사가 싸우는 법의 정석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검과 방패로 적병들을 쓰러뜨렸다.
그의 검 역시 보검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기에 조인의 갑사들도 갑주를 믿고 함부로 달려들지 못했다. 제아무리 두껍고 단단한 갑주를 걸쳤다고 해도 보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순우경이 보검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갑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자가 아닌가. 갑사의 갑주에 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나 취약점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것은 바로 방패의 용도였다.
요행으로 검을 피하거나 갑주만 상한 자들도 방패는 피하지 못했다. 마치 둔기처럼 방패를 휘둘러 그 테두리에 맞아 피곤죽이 되는 자들이 허다했다.
휘하의 삼백 갑사들 역시 ‘갑사의 싸움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눈부신 활약을 했다.
고작 삼백에 불과했지만 순우경의 갑사들의 활약으로 관동군은 반전에 성공했다.
“조조군 상장 조인! 생사결을 청한다!”
“흥! 이 순우경이 그리 우습게 보이느냐? 개나 소나 상장이라니······.”
“그래서 붙어볼 거냐 말 거냐?”
“그렇게 목을 잃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순우경이 턱짓으로 도발을 해보이자 조인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달렸다.
순우경은 조인과 격돌하기 전에 조인군 갑사 하나가 끼어들었다. 딴에는 조인을 위해 순우경을 묶어두려는 충정이었으리라.
이에 순우경은 자세를 낮춰 갑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갑사는 달려오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상체가 그만 순우경을 향해 기울고 말았다.
일순간 갑사는 마치 보쌈 당하는 여인처럼 순우경의 어깨에 엎이고 말았다.
순우경은 방패를 든 손을 번쩍 들며 그대로 갑사를 뒤로 날려버렸다. 갑사는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가 내동댕이쳐졌다. 순우경의 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칼과 단극을 뻗었다.
조인군 갑사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최초의 의도는 먹혀들었다. 조인을 향해 마주 달려가던 순우경의 기세가 한 풀 꺾였을뿐더러 뭐랄까. 한 박자 꼬여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전장이 아닌가.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하거나 잠깐 쉬었다 하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불만을 갖기보다는 어떻게든 이길 궁리를 해야만 했다.
분명 누가 봐도 순우경이 불리한 상황이건만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