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65
464화 원공로퇴남(袁公路退南) 순문약피동(荀文若避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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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는 공손독과 곽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우경이 이번 출정에서 부장으로 삼으라며 그들 둘을 내어주었기에 휘하에 두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력만 뛰어날 뿐 명예를 모르는 자들이었다.
원소는 그 출신으로 사람을 가려 쓰는 자였다. 하지만 황건적과 싸울 때부터 시작해서 회맹의 맹주가 되어 동탁의 서량병과 싸우며 많은 장수들을 잃었다. 여포에게 잃은 장수도 몇이나 되던가.
쓸만한 무인들을 거둬 달라 매달렸던 상산 조 부라는 좋은 끈도 끊어졌다.
때문에 지금은 공손독과 곽조 같은 자들이 장수의 반열에 오르는 것마저 묵인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물론 원소가 이를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원소의 장남 원담과 삼남 원상의 세력이 후계를 놓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몸집을 불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재물과 군량을 챙긴 후에 불을 질러라!”
장기는 공손독과 곽조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불을 질러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는 것이다.
“서둘러라! 할 일이 많다!”
장기는 마음이 급했다. 조조의 장원 몇 개를 불태우는 것으로 이를 전공이라 할 수 없었다. 그의 재물과 양곡을 터는 것도 마찬가지. 그것은 공을 쌓는 것이 아니라 도적질에 지나지 않았다.
순우경의 명에 따라 백마진 전투에 나서질 못했으니 어떻게든 공을 쌓아야만 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은 원소의 장남 원담이 대군을 이끌고 동군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군영을 세울 수 있는 땅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조 맹덕의 장원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을 비워 일 공자를 모시겠다. 그러면 일 공자의 그늘에 서는 것 정도는 허락받을 수 있으리라. 주공께서 백마진의 일을 보고받으시며 내 이름을 들을 수 없으실 터이니 일 공자에게라도 내 이름을 들려주는 수밖에······.’
백마진 전투에서 공을 쌓지 못했으니 원소가 전공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을 터. 원담에게라도 줄을 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기주 의양성. 원소의 근거지.
원소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바로 백마진의 일이었다. 곽도가 황급히 뛰어와서는 원소에게 소식을 전했다.
“주공, 경하드립니다.”
“뜬금없이 무슨 얘기요?”
“순우 장군이 백마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합니다.”
백마진에서 온 승전보에 원소는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오! 선생, 자세히 말해보오.”
그러자 곽도는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예, 주공. 장막의 군세에게 연진을 내어주고, 백마진으로 조조를 끌어들이는 순우경의 군략이 통했습니다.”
“옳거니! 그래, 조조의 목은 얻었다하오?”
하지만 곽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우 장군이 왕마군을 써서 매복계를 펼쳤습니다. 이는 주효했으나 포신의 군대가 공격해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조조는 겨우 몇 기만을 이끌고 간신히 산조 방면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조조, 이놈! 꼴좋구나. 감히 환관의 자식 따위가 나와 맞먹으려 했으니 거지꼴로 쫓겨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지.”
원소는 조조의 목을 얻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대패하고 쫓겨갔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백마진 전투의 전공을 물었다.
“선생, 백마진에서의 싸움을 자세히 들려주오.”
“조조의 군세 중 팔천을 베었고, 삼천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만 오천 중 팔천이 전사했다는 것은 조조의 참패였다. 순우경이 없었다면 조조가 이처럼 허물어졌을까? 처음 순욱이 내었던 계책 대로 안량, 문추 중 하나는 베었을 것이고, 패퇴를 했다하더라도 이만큼의 피해는 입지 않았을 터였다.
“좋아! 아주 좋아!”
“안량 장군이 적장 조홍, 문직의 수급을 베었고, 하후돈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고 합니다.”
“조 맹덕이 그리 자랑을 하던 장수들도 별 볼 일이 없구나. 하긴 누가 내 상장들을 당해낼 수 있으랴.”
원소는 안량과 문추만 있으면 서량의 맹장들도 두렵지 않다고 했을 정도로 그들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적장을 베는 것은 원소에겐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문추 장군이 적장 늑윤의 수급을 베었으나 악영이라는 자에 의해 대도가 부러지고 말았다 합니다.”
“문추가 마음이 많이 상했겠구려. 문추에게 줄 보도를 새로 구해야 하니 선생이 명을 전하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원소는 자신이 내린 보도가 부러졌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조보다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원소와 조조, 두 사람은 묘한 경쟁심이 있었다. 그러나 조조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니 보도를 구하는 경쟁에서는 진 것이다.
덕분에 문추까지 망신을 당했으니 어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순우 장군이 직접 삼백 갑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적장 채양의 수급을 베었고, 조인의 일천 갑사 중 팔백을 베었습니다. 조인 역시 큰 부상을 입었다 합니다.”
“통쾌! 통쾌!”
이로서 조조가 자랑하던 장수들은 관동군 장수들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천하만민에게 증명한 셈이다. 더욱이 갑사 팔백을 베었다고 하니 그 전공은 적장 몇을 벤 것보다 못하지 않았다.
“주공, 다시 한 번 경하드립니다.”
“아직 축하주를 들기에는 이르오. 조조에게 대승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아직 장막과 포신의 군세가 남아 있소. 게다가 큰놈이 동군을 평정하러 떠났으니 그 일이 마무리 되어야 하오.”
“걱정하실 일이 아닌 줄로 압니다. 장막과 포신의 군세가 상승이라고는 하나 순우 장군이 직접 나선 한 백마진을 탈환하기는 불가합니다.”
원소도 그 말에는 반박을 할 생각이 없었다.
“순우 장군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동군의 일이 걱정일 뿐이오. 큰놈이 잘 해낼지······.”
원담이 근자에 들어 몇 차례 실수를 했기에 영 미덥지가 못한 것이다. 그러자 곽도가 그를 안심시켰다.
“설마하니 그 많은 군세를 가지고 동군 하나를 얻지 못하겠습니까? 어차피 장막과 포신은 지금껏 동군 태수 교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주력군이 동군을 지키자면 순우 장군을 꺾어야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장막, 포신은 충의로 일어선 군웅이지 땅을 넓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자들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력은 연진과 산조 일대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반대로 이제 관동군은 백마진에서 조조를 대패시킴으로서 살판이 났다. 동군을 기준으로 동쪽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된 셈이니까.
“큰놈이 잘 해야 할 텐데······.”
“그보다는 원 공로 대인의 행보에 관심을 두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에이!”
곽도가 원술에 관한 얘기를 입에 담자 원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잘 타는 장작불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였지만 곽도는 말을 이었다.
“원 공로 대인이 유 종정의 아들과 손을 잡았다고 하니 분명 여포는 남양성을 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거기 있을 수는 없잖소?”
“그러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분명 원 공로 대인은 지긋지긋한 하내에서 떠나려 할 겁니다.”
“원술이 어디로 갈 지가 문제로군. 유화를 방패 삼아 어디든 갈 수 있을 테니······.”
원소는 턱을 매만지더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모양이다.
“원술이 장안으로 가서 유대를 신천자로 옹립하려 했으니 어디로 간다면 응당 장안이 아니겠소?”
하지만 곽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화가 온 이상 유대 따위가 눈에나 들어오겠습니까?”
“그렇지. 그럼 어디로 갈 것 같소? 미리 알 수 있으면 단속을 좀 해놓겠는데······.”
“원 공로 대인의 곁에는 염 선생이 있으니 주공께서 그리 하실 줄 예상할 겁니다.”
“그럼 내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간다는 얘기요?”
그러자 곽도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로젓지도 못했다.
“주공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면 북삼주 정도겠지요. 대신 그나마 덜 미치는 곳으로 갈 터. 아마도 그곳은 형주가 되겠지요.”
“형주라······. 하지만 그곳엔 유표가 있는데······.”
“어차피 원 공로 대인은 유 형주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유 형주는 원 공로 대인 때문에 형주 자사이면서도 그 영향력은 남군 일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형주 자사 유표는 조정에서 정식으로 관직을 제수 받아 형주로 갔지만 자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천자의 영향력이 팔관을 넘지 못하는데 그 먼 형주 땅에서 천자의 위엄을 인정할 리 없었다.
각 군현에 부임한 관인들이 그 지방의 호족들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조정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유표의 전임으로 형주목에 제수되었던 왕예는 자사부에 발도 들여놓기 전에 손견에 의해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손견은 원술의 심복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가 왕예의 목을 벤 것은 곧 원술의 뜻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나마 유표는 제 한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남군의 명문인 채 씨와 괴 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채 씨 일족과는 혼연으로 맺어졌다. 채 씨 일족의 여인을 후처로 맞아들였으니 남군은 유표의 세상과 마찬가지였다.
“하기야 형주라하면 남군 일대를 빼고 나면 원술의 세상이나 마찬가지지. 아아! 형주가 원술의 손에 들어가면 곤란한데······.”
“원 공로 대인은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포에게 그리 참패를 당했는데 완으로 돌아가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예전만 못할 테지. 상장 기령도 장막의 장수에게 목이 달아났다하니 송곳니도 발톱도 빠진 셈이지. 안 그렇소?”
“하지만 후일을 도모할 곳이라고 해봐야 결국 형주 뿐이니 가긴 갈 겁니다.”
* * *
곽도의 예상대로 원술은 유화를 방패삼아 형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군량고를 잃은 손실은 뼈아팠다. 하지만 그나마 획가의 군량고에서 상장 교유가 군량 수천 석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당장에 먹을 식량은 있다는 점이었다.
“주공,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상장 교유가 두 손을 모아 들고 원술에게 고했다. 그러자 원술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하내를 당장 떠나 완으로 돌아간다.”
“명을 받듭니다. 소장이 직접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리하라.”
제후군은 겨우내 옥살이나 다름없던 남양성 생활을 청산하고 형주 남양군 완 땅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성문을 열자마자 그들을 반긴 것은 여포군이 쌓아올린 시체탑에서 풍기는 시체 썩는 악취. 제후군은 완으로 귀환하는 첫 걸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제후군의 귀환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곳곳에 유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었는데 여포군의 공격을 피해보고자 한 것이다.
여포와 가후는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상여를 메고 가는 자들 같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니 그럴 밖에요. 천하의 원술도 결국 장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여포는 유화가 보낸 죽간을 흔들며 말했다.
“유화도 참으로 순진하오. 고작 이런 글자 몇 자 써보낸다고 내가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다니 말이오.”
“공격하시지 않을 거잖습니까?”
“알잖소. 내가 공격하지 않는 것은 이딴 죽간 때문이 아니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싸움에 내 장졸들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지.”
가후는 여포의 말에 흐뭇해하며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장군, 전주를 어찌 하길 원하십니까?”
“유화의 책사 말이오? 유 종정을 조조에게 팔아먹었다는 놈이니 살려둘 순 없지. 하지만 곱게 죽일 필요도 없잖소?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데······.”
“첫째는 유화에게 보내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얘기를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여포는 가후가 첫 번째로 꺼내든 방법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화에게 좋은 일일 뿐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잖소. 어차피 먼저 등을 돌린 자에게 자비를 베풀고 싶진 않소.”
“그럼 조조에게 협박을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조조가 딱 잡아떼면 전주의 말만으로 어찌 할 수 없을 거요. 뭔가 확실한 증좌가 없으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테지.”
“위월 장군이 조조의 조카를 잡아왔었잖습니까. 그자가 천정관의 옥사에 갇혀 있는데······.”
가후는 조안민을 기억해내고 그를 활용하자 진언했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기울였다.
“매질을 해서라도 원하는 말을 하게끔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영 아닌 것 같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그게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