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68
467화 못된 버릇은 고치기 어렵다(狗改不了吃屎) (2)
————– 467/753 ————–
장비는 내심 뛸 듯이 기뻤다. 전예가 있을 때에는 유비가 전예를 때렸으면 때렸지 자신에게는 손을 안 댔었다. 물론 덕분에 전예가 참지 못하고 어머니를 핑계 삼아 유비의 곁을 떠났지만······.
“맷집이 좋은 놈들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아니면 문사를 하나 데려다 앉혀 놓을까?”
“웬만한 사람은 큰 형님한테 한 대만 잘못 맞아도 그대로 황천길 가는 수가 있소. 하물며 허약한 문사야······. 이형도 큰 형님이 또 누굴 때려죽이게 하고 싶지는 않잖소?”
장비의 입장에선 왜 관우가 하필 문사를 데려다 놓는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익덕, 형님과 얘기를 해보니 지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 그러는 심보를 모르겠소.”
“지모를 낼 책사가 없으니 생각나는대로 저지르는 거겠지.”
“그래서 문사들을 좀 잡아오겠다 이거요?”
“형님은 언제고 대업을 이루실 분인데 나쁜 손버릇을 계속 가져가게 할 수야 없지.”
본디 글을 안다는 것은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과도 같은 것. 벼슬을 하지 않고 문인묵객 노릇을 한다는 문사들도 대부분은 생업에 매달리지 않고 글을 익힐 수 있었던 집안의 출신들이었다.
먹고 살 것을 걱정하지 않는 계층. 특히나 사인과 호족가문은 관우에겐 눈엣가시와도 같았다. 그들이 세상을 어지럽혀 난세가 시작되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비는 자신이 사인 가문 출신이기에 잡혀올 문사들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관우는 오직 유비만을 위하는 입장에서 말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면 형님도 좀 달라지겠지. 독우가 맞아죽고 나서 한 동안 잠잠했잖느냐.”
“도망 다닌다고 경황이 없어서 그렇지. 이형은 추억을 너무 미화하지는 마시오. 내 진짜 그 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오.”
장비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우리가 그 때 얼마나 고생을 했소? 죽여도 어찌 독우를 죽여가지고는······.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그것도 변명이라고 진짜······.”
* * *
유비는 관우와 장비의 속셈도 모른 채 거처에 홀로 남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기야 그가 이런 시간에 무얼 할 텐가. 해가지지 않았으니 진인이라 사칭하는 자가 술을 마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책을 읽을 그도 아니다.
유비는 학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배움이 짧아도 어떻게든 이어가보고자 춘추는 어딜 가든 가지고 다니고, 기회가 되면 여씨 춘추와 회남자까지 읽는 관우와는 딴판이다.
오죽하면 노식의 문하에 들어서도 그의 쌍검예만 배웠을까. 이는 마치 부잣집에 숨어들어간 도둑이 금붙이가 있음을 뻔히 보고서도 은붙이만 가지고 나온 것과 같았다.
아마 유비가 노식의 학문까지 이어받았다면 천하의 정세는 지금과는 판이할 터였다. 지금 유비가 멍하니 홀로 공상하는 주제는 역시 여인이다. 유주를 도망쳐 오며 또 처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다시 홀몸이 되었으니 또 처첩을 얻을 꿈에 부풀었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처첩을 얻을까?’
사실 세를 불리는데 혼연을 맺는 것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으랴.
유비는 지역의 유력한 호족의 딸을 처로 맞이하는 공상을 하다가 관우를 맞이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응? 응. 아무것도 아니다. 익덕은······?”
유비는 자신이 무슨 공상을 했는지 관우가 알 턱도 없건만 괜시리 말을 돌린다.
“익덕은 내가 잘 달랬소. 그건 그렇고. 형님, 내가 문사들을 좀 데려왔는데 쓸만한 자가 있는지 한번 보시오.”
“데려와 보거라.”
잠시 후. 유비 앞으로 세 명의 문사가 끌려왔다.
한 사람은 살집이 비대한 중년의 문사, 다른 한 사람은 그와 정반대로 바짝 곯은 장작개비 같은 몸의 노년 문사. 그리고 마지막은 순욱이었다.
이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다들 사정은 다르지만 관우와 산적 출신 수하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왔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하지만 유비의 얼굴을 보자 다들 조금 안심이 되는 듯했다. 하기야 유비의 인상만 따지자면 후덕한 자로 보이니 별 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하면 안 되는 법이다. 유비도 후덕한 인상 안에 뱀 같은 냉혹함을 지니고 있는 자이니까.
“이보시오. 대체 왜 끌고 온 거요?”
중년 문사가 유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순간 중년 문사는 별을 보았다. 이내 자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가 획 돌아가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왼쪽 뺨이 화끈거리며 통증이 밀려들었다.
“함부로 입을 열지 마라. 질문은 내가 한다.”
유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세 문사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본능의 경고가 이어졌다.
유비는 자신의 상황과 원하는 것을 잔뜩 미화해서 얘기했다. 그런 후에야 문사들에게 물었다.
“백성들에게서 인망을 얻고 싶다. 좋은 방도를 내놓아라.”
그러자 중년 문사가 불만을 토해냈다.
“사람은 무릇 정도를 걸어야 하는 법. 인망이라는 것이 귀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어째서 사술로 인망을 얻고자 하는 거요? 그리 얻을 수 있다고 해도 혹세무민하는 자를 위해 지모를 낼 수 없소!”
한 대 맞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유비를 향해 사인의 기개를 보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컸다.
뻑! 하는 소리와 함에 중년 문사의 목이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유비는 남들 앞에서는 정인군자를 자처해왔다.
이곳에서도 진인 행세를 하며 세상과 백성을 걱정하는 영웅의 풍모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남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자였다.
곁에 있던 중년 문사가 목이 돌아가는 걸 보며 노년의 문사는 게거품을 물었다. 그대로 썩은 짚단처럼 그의 몸뚱아리가 넘어갔다.
관우는 그의 맥문을 짚으며 유비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나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유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하나 남은 문사, 순욱에게로 향했다.
* * *
유비는 그를 보자 고개를 기울였다. 꼴이 엉망이긴 하지만 왠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유비는 혼잣말을 다 들리게 했다. 그럴수록 순욱의 중압감은 더해져만 갔다.
‘이건 혼잣말이 아니라 내게 묻는 말이다!’
인간은 위기에 처하면 모든 사고가 정지되든지 아니면 지금의 순욱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혹 대인께선 공손 장군의 의제이신 현덕공이 아니십니까?”
유비는 순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순욱의 입도 바빠졌다.
“소생은 조 맹덕 공 휘하의 순욱 문약이라고 합니다.”
이에 유비는 비로소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오오! 맹덕공의 책사가 이 먼 태산까지는 어쩐 일로 왔소? 설마 나를 찾아왔소?”
유비가 묻자 순욱은 짧은 순간이나마 갈등에 빠졌다.
‘유비의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거짓말을 해야겠구나. 하나 내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알아본다면 어찌한다?’
그러나 이대로 유비 곁에는 있을 수 없었다. 아직 자신은 조조의 수하였기 때문이다.
“유 공께 아룁니다. 소생은 조 공의 명으로 군사를 모으려 동진하다가 관동군의 요격을 당해 혼자만 간신히 도망을 쳤습니다.”
“내가 태산에 있는 것은 또 어찌 알고?”
유비의 유인계에 넘어갈 순욱이 아니다.
“유 공께서 이곳에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하늘이 도운 것이니 조 공을 대신해 유 공께 구원을 청하는 바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내 세력이 미약하니 당장은 구원에 나서기 어렵겠소. 수백 군사로 관동군과 싸우려 드는 것은 섶을 짊어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유비가 완곡히 거절의 뜻을 내비치자 순욱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요할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연수를 맺는 것이 어렵게 되었으나 훗날이라도 유 공께서 조 공과 좋은 관계를 맺길 희망합니다.”
“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 조 공을 돕지 못해 미안하다 전해주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소생은 군사를 모으러 동진을 계속하겠습니다.”
순욱은 유비에게 깊이 읍해보인 후에 몸을 돌려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잠깐!”
순간 순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몸을 애써 돌렸다.
“무슨······ 더 전하실 말씀이라도······?”
그러자 유비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동쪽으로 더 가도 연주에 누가 있어 조 공을 구원하겠소?”
“그 말씀은······?”
“관동군이 대군을 움직였으니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소. 손님의 예로 대접할 터이니 선생은 잠잠해질 때까지 태산을 떠나지 마오.”
순욱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유비는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 때려죽이고도 표정 한 번 바뀌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자의 곁에 오래 있다가는 제명에 못 산다는 건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힘없는 순욱은 유비의 뜻을 거절할 수가 없을 터. 다만 ‘손님의 예’로 대접한다는 말에 기대를 걸어보았다. 물론 그 기대마저도 산산조각이 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칠 않았다.
“그럼 이제 선생이 한번 계책을 내보시오. 조 공의 책사이니 그 지모야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이, 유 모는 기대가 되오.”
유비는 조조의 책사 순욱을 자신의 것으로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순욱에게는 악귀나찰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유비가 이미 절명해버린 문사들의 시체를 간간히 곁눈질하기까지 했다. 마치 쓸만한 계책을 내놓지 않으면 저렇게 만들어버리겠다 위협하는 것 같았다.
“그럼 소생이 하찮은 지모를 짜보겠습니다.”
“경청하리다.”
“먼저 한 가지 약속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소생의 말을 들으시고 화를 안 내시겠다 약속을 해주십시오.”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소?”
하지만 유비가 말만으로 끝내리라는 건 기대하면 안 되는 일이다. 순욱은 시체들을 흘겨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유비가 손바닥을 위로하고 손짓을 해보였다. 빨리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 순욱은 어쩔 수 없이 계책을 올렸다.
“책략의 기본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소생이 알기로는 유 공께서 득도하신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생의 말이 틀렸습니까?”
“부정하지 않겠소. 계속 해보오.”
“소생도 구황법에 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고, 유 공 역시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내셨다고 하니 많이 아는 자를 초빙하면 됩니다.”
“초빙? 누구를 말이오?”
유비가 고개를 기울이자 순욱이 재빨리 답했다.
“구황법을 많이 아는 자라면 역시 방사들만 한 자들이 또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곳 태산은 천하제일명산입니다. 유 공은 백성들을 위해 도를 베푸는 중이시니 각지에 이름난 방사들을 초빙하여······.”
“방사들이라면 구황법은 잘 알겠지.”
유비는 순욱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은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방사들은 여러 분류가 있었다.
도를 구하는 방법이야 그야말로 천차만별. 명상을 통하는 법이야 당연하고, 음양가의 일부 방사들처럼 남녀의 교합으로 도를 구하는 것도 있고, 비장방처럼 선단을 연단하여 선인이 되고자 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속세와 거리를 두는 자가 많으니 산중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방사들이야말로 빈손으로 산에 올라가도 오랜 시간 생존이 가능한 자들이라 할 것이다.
당연히 방사들에게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구황법이 많을 터였다. 물론 그들의 구황법을 백성들도 따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런데 말이오.”
“예, 유 공.”
“내가 부른다고 올까 모르겠소. 나는 홀로 도통한 사람이라 다른 방사들과는 친분이 없소.”
유비는 거짓말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술술 뱉어냈다. 그는 도덕경의 한 구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도가의 이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구도를 하고자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이곳 태산에 숨어들었던 황건잔당들을 품어 세를 불려보고자 진인 흉내를 시작한 것 뿐이었다. 그러니 다른 방사들과 안면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유비가 과거 알고 지내던 자들 중에 가짜 점복사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사기행각을 따라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유비의 가짜 방사 노릇은 순욱의 등장으로 인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