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41
540화 채옹, 여포를 위해 나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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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채옹과 관녕은 번번이 격돌했다. 조정 안에서의 격론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신구세력의 대립, 왕도파의 일부가 명문회와 연수를 하는 등 조정 안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고작 두 사람의 설전이 일으킨 것치고는 후폭풍이 너무 컸다.
오늘도 한 차례 채옹과 관녕의 대립이 있었다. 의정이 끝나고 관료들이 신발을 신고 하나둘씩 퇴청하던 그 때.
구세력을 대표하는 고명대신들 중 하나가 신진세력의 거두가 되어버린 관녕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등청할 때 버선도 못 신는 것들이 기고만장한 꼴을 언제까지 봐야할지······.”
천자가 조회를 여는 금란전에 등청하려면 관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했다. 관직이 낮으면 버선까지 벗어야 한다. 이를 두고 비꼬아 말하는 것이다.
감히 관직도 낮은 것이 대신들과 맞서려하니 얼마나 그 꼴이 아니꼽겠는가.
하지만 관녕은 피식 웃어넘긴다. 그의 전장은 금란전이고 그가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조회가 열리는 와중 뿐. 그 이외에는 논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 현량방정으로 출사한 자들은 대부분 경학보다는 다른 학문을 중점적으로 익힌 자들이었다. 작금의 병폐를 경학의 도리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현량방정 같은 것은 열리지 않았으리라.
어쨌든 그 탓에 구 세력은 경학을 대표하고, 현량방정으로 뽑힌 오십인은 이학(異學)을 신봉하니 그야말로 물과 기름이라. 신예들과 대신들은 서로 거리를 두었다.
덕분에 채옹은 명문회 세력과 의외로 가까워질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공 순우가가 접근해왔던 것이다. 그는 채옹의 곁으로 와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중니 선생께서 무덤을 박차고 나오실 거요. 관학이라니······. 이미 백가쟁명에서 관학 따위는 이름도 내밀지 못했소.”
“사공 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미 백가가 쟁명하였고, 그 결과는 경학이 시대이념이 되었지요.”
채옹은 경학의 거두이기에 오히려 경학을 두둔해선 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백가가 쟁명할 때가 아니기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순우가는 그것도 모르고 채옹을 칭찬했다.
“역시 연주 학파의 태두답소이다. 이, 순우 모는 오래전부터 선생의 대명을 존경해왔소. 오늘 선생을 누추한 내 집으로 모셔 술 한 잔 나누고자 하는데 어떠시오?”
순우가는 채옹과 친분을 쌓기 위해 몇 번이나 초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번번이 채옹은 그의 초대를 거절했다.
하지만 앙심을 품을 수 없도록 정중하게 사양했기에 채옹은 화를 입지 않았다.
“소생은 이미 몇 번씩이나 사공 대인의 초대를 거절했으니 더는 거절할 면목이 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염치 불구하고 사공 대인의 집에 흙발을 내딛으려 합니다.”
채옹은 스스로를 낮춰 순우가를 높여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채옹이 말이다.
순우가는 기쁘기 짝이 없었다.
“자, 선생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모셔야겠소. 소생의 마차를 타고 가십시다.”
* * *
채옹이 순우가를 따라 갈 무렵.
동탁은 하 태후의 부름을 받고 장락궁으로 갔다.
“신, 상국 동탁이 태후 마마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상국은 예를 거두오.”
“예, 태후 마마. 한데 어찌하여 소신을 따로 부르셨습니까?”
“실은 의논할 것이 있어 불렀소. 금란전에서 논하기엔 노신들의 참견이 심할 듯하여 상국만 따로 불렀으니 그리 아시오.”
동탁은 하 태후가 자신과 논할 얘기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태후 마마, 혹시 백개 선생과 관 독우의 일 때문입니까?”
“실은 그렇소.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듯하여 심히 우려스럽소.”
“소신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조정이야말로 진정한 조정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논쟁을 하는 것인데 어찌 이를 걱정하십니까?”
하 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엄연히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는데 어찌 정식 직책을 갖지 못한 하급의 관인이 난대령사와 논쟁을 할 수 있단 말이오?”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라면 잘못이지만 모두가 천하를 위하는 일이니 우려를 씻어내셔야 합니다.”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채 영사 말이오. 분명 여 대부의 주선으로 조정에 재출사 한 것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채 영사와 노 정위는 분명히 여 대부의 주선으로 현량방정의 심사관이 되었습니다.”
하 태후는 턱을 괴고 상념에 잠겼다.
‘여포가 데려온 자인데 어째서 여포에게 불리한 언행을 한단 말인가? 여포의 사람이라 여겼거늘 그게 아니었나?’
동탁은 하 태후의 심중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했다.
“태후 마마, 채 영사와 노 정위는 여 대부의 주선으로 재출사 한 것이 맞으나 그의 사람은 아닌 것으로 사료됩니다.”
“본 태후 역시 그런 생각이 드는구려. 그럼 그들은 누구를 위하는 자들이오?”
“당연히 한실을 위하는 자들입니다. 채 영사는 선제께서 한조를 다스리실 때에도 청류와 탁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자입니다. 그는 고지식하여 타협을 몰라 청류와 탁류가 화를 입을 때마다 양쪽에 휩쓸려 같이 화를 입었지요.”
“실은 본 태후 역시 그 점 때문에 염려되는 것이 있소.”
하 태후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동탁에게만 털어놓는 얘기였다.
“그는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했소. 게다가 처자식도 삭방에서 목숨을 잃었다 들었소. 혹시라도 한실에 앙심을 품고 있다면······.”
“아마 그 점 때문에 여 대부를 싫어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조에 대한 충심만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동탁은 채옹의 충심을 확신했다. 그가 관녕과 벌이는 설전을 들으며 확신은 더욱 깊어졌다. 경학의 이치로 한실과 조정을 위하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그럼 노 정위는 어떻소?”
“노 정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한조를 위해 쌓은 전공을 생각한다면 충심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채 영사와는 그 길이 다릅니다.”
“그 길이 다르다? 어찌 다르단 말이오?”
“채 영사는 사인입니다. 대신들과 어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출신과 재주를 지녔지요. 하지만 노 정위는 다릅니다. 그 역시 경학을 깊이 익히기는 했으나 무장이라고 봐야지요.”
이에 하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사인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어 쉽게 친해지지만 무장과 사인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오?”
“태후, 영명! 무장은 무장끼리 통하는 게 있는 것이지요. 만약 그 두 사람 중 여 대부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노 정위 일 겁니다.”
동탁의 말은 하 태후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다.
“여 대부가 역심을 품는다면 노 정위가 내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니오?”
“태후 마마.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만일 여 대부가 역심을 품는다고 해도 팔관 안에 있는 소신의 이십만 서량병을 무슨 수로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심려 마십시오.”
동탁의 위로에도 하 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국의 군대가 강군인 것은 알고 있으나 여 대부가 반정을 꾀한다면 진압한다고 해도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오. 게다가 천자의 성세에도 누를 끼치는 셈이지.”
“따로 생각하신 방법이 있으십니까?”
“사실 만년 공주나 내황 공주 중 하나와 맺어줄까도 생각했었소.”
이번에는 동탁이 반대했다.
“그것은 오히려 화를 키우는 일입니다.”
“한실의 부마가 되는 일인데 어찌 화를 키우는 일이라 하시오?”
“우선 여 대부는 첩실을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실 하나만 두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여기서 하 태후와 동탁의 생각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인을 너무 사랑하여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 아니오?”
“소신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여 대부가 그 넓은 땅을 평정하면서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수상하긴 합니다.”
땅을 얻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쉽고 빠르며 편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혼연을 맺는 것이다.
그런데 여포는 초선 이외에 더는 부인을 얻지 않았다. 동탁이 이상하게 여길만한 일이었다.
“설마 한실의 부마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요?”
“가능성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원하는 먹이를 덥석 던져줄 수는 없지요. 팔관 밖에서 성상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대는 지금 여 대부의 군대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 * *
동탁과 하 태후가 멋대로 여포를 오해하고 있는 중에도 채옹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있었다.
순우부.
채옹은 순우가와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들은 몇 순배가 돌도록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사공 대인.”
먼저 말문을 연쪽은 채옹이었다. 하지만 그는 객이다보니 조심스러웠다.
“선생, 하실 말씀이 있소?”
“실은 사공 대인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이 소생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줄은 몰랐구려. 우리 나이쯤 되면 미녀를 얻는다고 해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보검도 휘두를 나이가 아니지. 안 그렇소?”
“허허허!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생은 아직 욕심을 다 버리지 못한 듯합니다.”
이에 순우가는 채옹이 욕심을 낼 만한 것을 생각해보았다. 만약 채옹의 욕심을 채워줄 수만 있다면 그를 명문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여겼던 것이다.
“선생 같은 분이 무엇이 아쉽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탐이 나는 게 있다면 내어드리리다. 물론 사공 자리는 못 내놓겠소.”
어설픈 농담에도 채옹은 순우가와 함께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소생은 난대령사올시다. 난대에 보관되는 것이 조정의 기록만이 아님을 알고 계시겠지요?”
“설마 소생의 졸저(拙著)를 원하시는 게요? 선조들의 위업을 기록해 후손들에게 전하려 시작한 일인데 언제 또 소문이 퍼졌는지 원······.”
채옹은 생각지도 못한 실마리를 찾았다. 그가 진심으로 노리는 것은 순우 가문의 비전 의서 ‘창공비전’이다.
하지만 속내를 뒤집어 보인다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 어떻게든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만 했다.
“사공 대인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난대에 자신이나 가문의 저작이 보관되는 것은 무상의 영광이지요.”
“그야 더 말해 무얼 하겠소? 난대에 보관이 결정될 정도라면 그 저작이 사기와 한서에 비견되는 것. 더할 나위 없이 명예로운 일이 되오.”
“소생이 난대령사가 되고 나니 옛 친분을 빌미로 부탁을 해오는 사람부터, 다짜고짜 매달리는 사람까지 하루가 편치 않습니다.”
채옹의 말에 순우가의 눈썹이 팔(八)자가 되었다.
‘날 더러 매달리라는 건가? 아니면 뇌물이라도 바라는 건가? 채 백개의 그릇이 겨우 이 정도에 불과했던가.’
하지만 순우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난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번번이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소생은 기다리지 말고 차라리 직접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난대의 이름에 걸 맞는 가치가 있는 저작을 찾고 있지요.”
“소생의 졸저가 난대의 기준에 합당할지 모르겠소.”
순우가가 겸양하자 채옹은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소생이 생각하건대 순우부야 말로 작은 난대라 부를 수 있지요.”
“부끄럽소. 내 비록 서책을 좋아해 모으는 취미가 있으나 어찌 난대에 비하겠소?”
채옹은 순우가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소생, 난대령사로서 직분을 다하고 싶습니다. 사공 대인께서 소생을 좀 도와주십시오.”
“아아! 어찌 이러시오. 소생의 졸저가 난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무상의 영광이외다. 하지만 아직 졸저를 완성하자면 족히 반년은 더 있어야만 하오.”
“반년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다만 소생이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 이미 써 놓으신 부분만이라도 먼저 보고 필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채옹의 말에 순우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나갔다. 채옹 같은 당대의 명사가 자신의 저작을 이토록 높이 평가하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으랴.
순우가는 채옹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필사는 수일이면 끝날 것이오.”
“복성은 귀한 것이고, 순우 씨야 말로 고래(古來)로부터 이어진 명문입니다. 순우 부의 영웅호걸들이 이룬 업적을 사서에 기록하고 싶은 소생의 마음을 이해하시겠지요?”
“사서에까지 남긴단 말이오? 청사에 순우 씨의 업적이 기록될 수만 있다면 소생, 죽어서 선조들을 뵐 면목이 생기오. 선생,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보오.”
순우가와 담론을 나누며 채옹은 내심 씁쓸한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마치 유세객이 된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하를 위하고, 또 여포를 위하는 길이다. 게다가 사서 편찬은 그의 오랜 소망이기도 했으니······.
“사공 대인께서 도와주시기로 약조하셨으니 이제 소생의 뜻은 이루었습니다. 사공 대인, 소생에게 달리 할 말이 있지 않으십니까?”
“역시 선생은 대단한 사람이오. 실은 선생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