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49
548화 조정과 군부의 정점을 노려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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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채옹이 명문회의 편에 선 것에 내심 분개하고 있었었다. 하지만 채옹의 이번 제안은 분명 동탁에게도 유리한 것이다.
중앙군이 관동군을 막아준다면 서량병이 팔관 밖에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명문회 역시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군대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동탁은 동탁대로, 명문회는 명문회대로 이득이 되는 제안인 것이다.
“상국, 본 태후는 상국의 의중을 듣고 싶소. 채 영사의 제안을 받아들여야겠소? 말아야겠소?”
“예, 태후마마. 소신은 장막의 군대가 팔관 안에 발을 들이지 않는 조건으로 찬성이옵니다. 노 정위가 수장이 되어 중앙군을 재건해 관동군을 막아줄 수만 있다면 장막에게 지난 일을 묻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흠! 상국이 그렇다면 본 태후 역시 거부할 생각이 없소. 노 정위를 들라하라! 황명을 내릴 것이다.”
하 태후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도가 목청을 키웠다.
“노 정위는 들어와 황명을 받으라!”
다시 노식이 들어와 예법을 취하려 하자 하 태후가 손사래를 쳤다.
“노 정위의 충심을 의심하지 않으니 예를 거두고 속히 걸음하라.”
하 태후는 그리 말하고는 천자에게 목소리를 낮춰 뭔가를 속삭였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노식이 천자의 면전에서 삼고두의 예를 취하고 만세를 불렀다. 그러자 천자가 일어나 말했다.
“대한의 천자로서 명한다! 정위 노식을 형양후(滎陽侯), 진동장군(鎭東將軍)에 봉하고, 중앙군의 재건과 사예 동부의 방어를 맡긴다.”
“신, 정위 노식이 황명을 받듭니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실로 파격적인 인선이었다.
노식에게 중앙군 재건을 맡길 것은 다들 예상했던 바였다. 하지만 형양이라는 현(縣)을 봉지로 주고 후(侯)에 삼을 줄은 몰랐다.
보통은 정(亭) 정도의 작은 땅을 주는데 비해 현을 봉토로 주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진동장군의 관직 역시 마찬가지. 봉록만 해도 이천 석의 고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진동장군은 사진장군(四鎭將軍)의 일인이다. 몇 가지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선 대장군의 명에도 항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하진이 죽고 난 후로는 대장군의 자리가 공석이다. 그 말인 즉 전시에는 총사로서 황명에도 항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얘기다.
“난대령사는 노 장군에게 진동장군의 부절을 전해주도록 하라. 또한 형양후 진동장군 노식과 함께 속히 장막에게로 가서 그와 그의 군세를 중앙군에 편입시켜라! 한 달 안에 이를 완수하지 못할 때에는 요참에 처할 것이다!”
요참은 허리를 베는 참형이다. 노식에게는 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노식은 후(侯)의 봉작과 진동장군의 벼슬까지 받았건만 채옹에게는 오히려 실패하면 요참형을 가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옹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자신이 원하던 그림이 그려졌으니까.
“신, 난대령사 채옹이 황명을 받듭니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 * *
채옹과 노식은 호위군사는커녕 말부종 하나 없이 말을 몰아가고 있었다.
천자의 명을 받고 출관하는 길이건만 너무나도 초라한 행색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크게 걱정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백개 선생은 걱정이 안 되는 모양이오?”
“노 장군이야 말로 병사 하나 없이 혼자 장막에게 가면서 걱정이 안 되오?”
“혼자라니요? 선생이 함께 가지 않소?”
“저승길 길동무는 사양하겠소. 장군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딸자식 하나가 남아서 혼례를 올리는 건 보고 갈 생각이오.”
채옹은 채염 하나는 건졌다. 하지만 노식은 아들 넷 중 둘을 일찍 잃었고, 나머지 둘은 생사도 알지 못했다.
결국은 채옹이 노식의 아픈 곳을 찌른 셈이 되었다. 하지만 노식은 화를 내지 않았다. 시간은 혈육을 잃은 아픔마저도 가볍게 만든 것이다.
“혼기가 차다 못해 넘친 걸로 아는데······. 너무 고르고 고르면 못 가는 수가 있소.”
“노 장군에게는 안 보낼 것이니 걱정 마시오.”
“오늘따라 말씀이 맵소이다. 우리 두 사람이 척을 진 적이 없는데 말에 날이 서있으니 그간 선생의 고초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오.”
“미안하게 되었소. 매일 같이 조회에 나가 관 독우랑 설전을 하고, 해가 지면 늙은 여우들과 상대를 하다 보니 그리 된 모양이오.”
노식은 하릴없이 옥사나 지키고 있으면 되었지만 채옹은 달랐다. 조정 내에서 여포에게 마음을 준 자들 중에서 채옹이 가장 큰 고초를 겪었으리라.
“장막과 싸우러 가는 길이 아니니 긴장을 좀 푸셔도 될 것 같소. 어차피 여 장군이 다 알아서 준비해두었겠지.”
“여 장군이 아니라 가 선생이라고 해야 옳소. 뭐, 부하의 공은 주인의 공이기도 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 장군 얘기를 하니 보고 싶구먼. 선생은 안 그렇소?”
“고작 몇 달 안 본 것뿐인데 몇 년은 안 본 것 같소.”
노식과 채옹은 여포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맡은 일이 워낙 막중한 일이라 언제 다시 여포와 얼굴을 맞댈 수 있을지 기약할 수가 없었다.
“멈춰라!”
십 수 명에 이르는 장한들이 나타나 이들 앞을 가로막았다. 두고 볼 것도 없다. 도적들이다. 팔관을 나서자마자 치안의 공백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노식은 물론이고 채옹도 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하기야 곁에 노식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랴.
“아이들아, 너희는 누군데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노식은 이들이 도적의 무리임을 알면서도 마치 정말 아이에게 묻듯 물었다. 그러자 험상궂게 생긴 애꾸눈 사내가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말, 그리고 가진 걸 다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두지. 오늘내일하는 늙은이들에게 이 어르신께서 크게 인심을 썼다.”
그는 쇠곤봉의 한쪽 끝으로 노식을 겨누며 큰 소리를 쳤다.
“풉!”
채옹은 하마터면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 상대가 누구인줄도 모르고 기고만장한 꼴이니 어찌 우습지 않으랴.
“감히 비웃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겁을 상실한 모양이구나.”
애꾸눈 사내가 길길이 날뛰자 노식은 채옹과 눈빛을 나누고는 말에서 내렸다.
“내 비록 머리에 흰 서리가 앉았으나 너희 같은 무명소졸의 손에 죽을 생각은 없느니라. 덤벼라! 한 판 어울려 보자꾸나!”
노식이 쌍검을 뽑아들며 도발하자 기어이 싸움판이 벌어졌다.
* * *
“한 놈씩 덤벼도 좋고, 한꺼번에 덤벼도 좋다. 알아서들 하거라.”
노식은 십 수 명의 적들을 앞에 두고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하기야 천군만마 앞에 홀로 서더라도 마찬가지일 터. 비록 노쇠했으나 무장으로서의 용맹과 배포만큼은 전성기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노인네 하나를 상대하는데 여럿이 나서는 것도 우습지. 내가 아무리 도적질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그 정도 염치는 있다.”
애꾸눈 사내는 곤봉을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제법 한 가락 하는 자인지 곤봉이 만들어내는 파공성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노식. 그의 쌍검예는 가히 일절이라 할 만 했다.
부웅!
바람을 가르며 노식을 향해 곤봉이 떨어졌다.
‘역시 패도(覇道)인가? 내가 너무 얕잡아 보였나보구나.’
노식은 상대의 선공만 보고서도 기분이 나빴다. 애꾸눈 사내는 노식이 노인이라 하여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노식은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러 그대로 곤봉을 쳐내버렸다. 전력으로 내리쳐 일격에 끝내버리려 했던 애꾸눈 사내는 궤적이 바뀌어버린 곤봉을 가까스로 멈추었다.
“노인네가 제법이구나. 어디 이것도 받아내는지 보자!”
그 때부터 애꾸눈 사내와 노식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검과 쇠곤봉이 부딪힐 때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순식간에 다섯 합을 주고받은 두 사람.
아직 한 쪽이 쓰러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승부는 결정 난 것과 다름없었다.
경험과 기량, 모든 면에서 노식이 사내를 압도했다. 하지만 노식은 돌연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을 보자 애꾸눈 사내가 비아냥거렸다.
“노인네가 힘이 떨어진 모양이로구먼? 에이! 나도 흥이 식었다.”
“내 아직 하루 주야는 더 싸울 힘이 남아 있느니라.”
“허세는······!”
“네 어찌 두 눈이 멀쩡하면서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을꼬?”
노식의 말에 애꾸눈 사내가 화들짝 놀랐다.
“그걸 어찌 알고?”
“정말 독목이었다면 열 합을 채워도 재미가 있었을 텐데······. 쯧쯧쯧! 네놈이 뭐 그리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고 있지도 않은 장애를 가장해 기량을 제약하고 싸우려는고?”
노식은 다섯 합을 주고받은 것만으로 상대가 애꾸가 아님을 간파해냈다. 두 눈으로 보는 것과 한 눈으로 보는 것은 원근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애꾸라고 해도 피나는 수련을 거듭한다면 한 사람의 무예자로서 몫을 다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는 이도저도 아니었던 것이다.
“에이! 이 짓도 못 해먹겠네!”
사내는 안대를 벗어 바닥에 패대기치고는 다시 곤봉을 쥐었다.
“다시 해보겠느냐?”
“물러나지 않겠다면 끝을 봐야겠지. 적당히 겁만 주고 쫓아버리려고 했는데 노인네가 고집이 쎄구먼?”
“실력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아까운 목숨을 버리려는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목숨을 중히 여기라.”
노식의 충고에 가짜 애꾸눈 사내는 표정을 구겼다. 그러자 뒤에서 검을 뽑으며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노인장, 뉘신지 모르겠으나 그 연세에 대단한 실력이오. 쌍검예를 보고 있자니 실력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검을 섞고 싶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어차피 하남윤을 더 이상 지킬 방도가 없으니 내 뜻이라도 이룰 것이오.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절정의 무예자와 한 판 겨루어보고 싶소.”
“허허허! 사내대장부라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좋다! 단 너희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라. 그 정도는 되어야 나도 싸울 맛이 나지 않겠느냐?”
* * *
노식과 두 사내가 마주섰을 때였다.
히이이잉!
한 기의 인마가 뛰어올랐다. 순간 구름이 해를 가린 듯 이들 세 사람을 그늘 속에 가두어버렸다가 풀어주었다.
정체는 바로 여포와 적토마였다.
“적당히 좀 뛰라니까! 한 길을 그냥 넘어버리면 어쩌느냐?”
여포는 멈춰선 적토를 다그쳤다. 그러자 적토는 귀찮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척 돌려버렸다.
“어찌 여럿이서 힘없는 노인네를 핍박하려 드느냐? 내 너희들에게 예법을 가르치겠다!”
여포는 씩씩거리며 내려서는 빈손으로 돌진했다.
여포가 갑작스레 달려들자 가짜 애꾸눈 사내가 곤봉을 뻗어왔다. 흠잡을 데 없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노식에게도 통하지 않았던 실력이 여포에게 통할 리 없었다.
쇠곤봉은 마치 여포의 것이었다는 듯 그의 손에 감겨들어갔다. 여포는 상대에게서 쇠곤봉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놈의 뺨을 후려쳤다.
살짝 뺨을 갈긴 것 뿐이건만 놈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놈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으니까.
만약 여포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면 즉시 목이 부러져 죽었을 터였다.
동료가 한 합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검을 든 사내는 용기를 잃지 않고 여포에게 대항했다.
휙! 쐐액!
경쾌한 파공성이 일었다.
‘쓸만한 쾌검이로군.’
여포는 애당초 이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 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하려 했다.
쾌검이라면 지금의 이 사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검객들을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이 사내의 쾌검은 뭔가 묘했다.
‘경성의 검예인가?’
여포는 사내의 쾌검이 실전을 거듭해 이룬 것이 아님을 간파했다. 이를 테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과시하기 위한 검예였다.
여포에게는 시시하기 이를 데 없는 하찮은 것이다. 그런데 너무 하찮게 여긴 것이 문제였다.
여포는 그의 검격을 미쳐 다 피하지 못하고 그만 속발관에 꽂힌 두 가닥 꿩깃 중 하나를 잘리고 말았다. 이에 여포는 크게 짜증을 내며 사내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내는 순간 세상이 뒤집히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다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에는 자신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와 함께 나타났던 십 수 명의 장한들 모두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칫! 분하다! 중모의 쌍백자(雙伯字)가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
사내는 홀로 몸을 일으켜 입가에 피를 소매로 훔치며 중얼거렸다.
“여 장군······. 아니, 여 대부라고 해야 하나? 어찌하여 이 늙은이의 즐거움을 빼앗는고?”
노식이 짜증스레 하는 말을 듣고는 사내의 시선이 여포의 속발관을 향했다. 그리고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가짜 애꾸눈 사내를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우리 쌍백자의 운이 다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