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61
560화 유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빠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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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순우경군은 산중에서 숙영을 하고 있었다.
탁 트인 개활지도 아니고, 나무들이 우거진 산중은 숙영지로는 합당치 않았다.
하지만 지형의 이점을 잃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는 적의 움직임을 빨리 알아챌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적의 입장에서도 순우경군의 움직임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우는 병사들을 데리고 조심스레 순우경군의 숙영지로 접근했다.
“이제 곧 축시다. 준비하거라.”
관우는 순우경군의 군영을 노려보며 곁에 있던 장비에게 말했다. 그러자 장비는 다시 한 번 그를 만류했다.
“운장 형님,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리시오. 정 큰 형님이 걱정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태산으로 달려갑시다.”
장비가 애타게 청했다. 하지만 관우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익덕, 함정일 수도 있을 거라 했지만 보거라.”
관우는 순우경군의 군영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러자 장비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정말로 함정이라면 저럴 리가 없다.’
장비는 자신의 예상이 틀린 건지 걱정이 들었다.
번을 서는 자들이 조를 이루어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고 있었고, 군막 앞에는 창들이 서로를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번병의 숫자나 순찰을 도는 빈도를 보자면 순우경군이 경계를 허술히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군막 앞에 갑주가 보이지 않으니 병사들은 갑주를 입고 잔다는 반증이다.
‘함정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내가 만약 함정을 파서 야습을 유도하려고 했다면 갑주도 군막 밖에 내놓게 했을 것이다.’
장비는 지금 이 상황을 생각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단서들을 놓고 볼 때 순우경군은 야습에 대비해 기본적인 방어태세는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순우경에게는 야습을 유도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윽고 축시가 되었다.
* * *
야습의 때를 기다리던 유비군을 주시하는 또 다른 눈이 있었으니 바로 백전연마의 명장 순우경이었다.
그는 숨을 죽인 채 계곡에 숨어 유비군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 공은 내가 전공을 세우지 않기를 바라는 듯 한데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순우경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기야 자신은 원소가 집어삼키기에는 너무도 큰 먹잇감이었다. 서원팔교위에서 원소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였으니 당연한 얘기다.
지금까지는 관동군의 이름 아래에서 세월을 보내왔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원소의 아들들이 후계를 다투고, 가신들 역시 두 무리로 나뉘어 세를 불리고 있었다. 특히나 동소의 사건에서 보듯이 순우경 역시 언제든 참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자립을 하느냐, 아니면 원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아들이 후계를 이어도 수하로 남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잘하면 본전이고, 실패하면 문책을 받게 되겠지.’
순우경은 이번 일이 실패했을 때를 가정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어떤 싸움이든 이기고 볼 일이지. 선봉대만 격멸시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쉬워질 터. 반드시 대승을 거두어야만 한다!’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과는 달리 그의 속은 승리에 대한 갈망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것이냐? 어서 움직여라! 이 정도면 움직이지 않고서는 못 베길 텐데?’
그는 유비군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기를 한참. 결국 유비군이 움직였다.
관우는 만인적을 뽑아들고 숙영지를 순찰하던 번병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이 번병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마치 시간이 멈춘 것 마냥 번병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번병들이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그들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장비가 달려나갔고, 뒤이어 병사들이 그를 따랐다.
관우와 장비가 이끄는 유비군 수천 병사가 순우경군 숙영지로 쏟아져 들어갔다.
번병들이 편경을 두드려 적의 기습을 알렸다. 그러자 군막에서 순우경군 병사들이 허둥대며 튀어나왔다. 하지만 편경소리를 듣고 뛰어나오는데 걸린 시간을 보면 가히 정병이라 할 만 했다.
순우경군 병사들은 처음에는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해 곳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평정을 되찾아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유비군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나는 순우경을 찾아 목을 벨 것이니 익덕, 너는······.”
관우는 순우경을 찾아 그의 수급을 얻으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비가 병사들을 지휘해 시간을 벌어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 때 관우가 말을 끝맺지 못할 정도로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와아!”
갑자기 함성소리가 유비군 후미에서 터져 나왔다.
“이 무슨 소리냐?”
관우는 불길한 예감을 감추지 못하며 장비에게 물었다. 장비의 안색은 이미 흙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내 이들의 시야에도 후미의 아군 병사들이 속절없이 도륙당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함정이었구나!’
장비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야습을 유인한 것이라면 군영을 비워두었을 거라고 여겼기에 장비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의심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형님, 퇴각해야하오! 함정이오!”
“순우경의 목을 얻으면 된다!”
“이 판국에 그런 말이 나오오? 애초에 어려운 싸움이었소. 포기하고 몸을 피합시다.”
관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리한 싸움을 고집한 건 자신이니까. 고집을 부리다가 수천 병사를 모두 고혼으로 만들게 생겼으니 입이 있어도 어찌 할 말이 있겠는가.
“형님이라도 먼저 몸을 피하시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겠소.”
장비는 자신이 활로를 찾겠다는 듯 관우 앞에 섰다.
하지만 관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만인적을 고쳐 쥐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내가 적들의 이목을 잡아끌어보겠다. 익덕, 태산에서 다시 만나자.”
“형님, 부디 보중하시오. 꼭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
관우는 장비와 작별인사를 하고는 후미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유비군이 활로를 찾자면 이대로 순우경군 진영을 돌파하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유비군 후미가 무너진 탓에 관우는 걸음을 얼마 옮기지 않았음에도 순우경군과 맞닥뜨릴 수 있었다.
관우와 마주친 창병 하나가 맹렬한 기세로 창격을 뻗어왔다.
하지만 관동군 최고의 맹장이라는 문추조차도 관우를 어쩌지 못하는데 일개 병사 따위가 혼자서 관우를 도모할 수는 없으리라.
병사 정도의 수준에서라면 분명 칭찬을 들을 훌륭한 창격이었지만 관우에게는 아이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관우는 창대를 쥐고 있던 병사의 손아귀를 덥석 움켜쥐었다. 그러자 병사의 손가락이 기이하게 꺾였다.
“아아악!”
뒤늦게 밀려드는 고통에 병사는 비명을 질러댔다.
관우는 병사가 놓친 창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낚아채어서는 적병을 향해 던졌다.
그가 던진 창은 적병 하나의 다리를 꿰뚫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단숨에 가슴팍을 관통시켜 절명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해답은 비명소리에 있었다.
‘좀 더 비명을 질러라! 죽는다고 소리쳐라! 동료들에게 내가 있는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려주어라.’
관우가 지나간 자리에는 순우경군 병사들의 비명소리만이 가득했다. 관우는 이렇게 순우경군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모으려 한 것이다.
그의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지금과 같은 난전 중에서도 동료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병사들이 관우 주위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 * *
깊은 밤. 산 중. 드문드문 자라있는 나무들까지. 때문에 시야는 제한적이고, 움직임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양군의 병력이 어지럽게 뒤엉켜 곳곳에서 난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오합지졸 유비군이 순우경의 정병들을 상대하는 것이니 결과는 뻔했다.
처음 구산에 올 때만 해도 유비군은 오천이 넘었건만 살아 도망친 자들은 수십에 불과했다.
해가 뜨고 사방이 밝아졌을 때 이 일대는 유비군의 시체로 가득했다.
신평은 피비린내에 골이 아픈 모양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순우 장군,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이겨본들 무슨 즐거움이 있겠소?”
“패전의 멍에를 쓰는 것보다야 오합지졸을 상대로라도 이기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야 두 말 하면 입 아프지. 당연히 이기는 게 좋소.”
순우경은 그리 말하고는 신평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그러자 신평이 화들짝 놀라며 순우경의 예에 화답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어찌 이러십니까?”
“선생의 신묘한 책략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적도들을 소탕할 수 있었소.”
“무슨 말씀을······. 장군의 정병들이 아니었다면 그런 계책을 세우지 못했을 겁니다.”
신평의 말에는 한 점 거짓이 없었다.
손자서의 근간을 이루는 가르침은 역시 병법이란 상대를 속이는데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적이 병략을 안다면 속이기가 쉽지 않을 터.
“아니오, 아니오. 선생의 책략이 아니었다면 분명 군영을 텅 비워 놓았을 것이오.”
순우경의 말에 신평은 소리 없이 미소만 지었다. 하기야 대놓고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구닥다리 수법을 쓰십니까?’라는 말을 차마 할 수는 없었으리라.
순우경 같은 명장이 산중에 군영을 세우며 야습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이를 누가 믿겠는가.
때문에 신평은 순우경에게 책략을 전하며 일부러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래야만 적들이 함정이라 여기지 않을 테니까.
또한 유비군이 산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움직임을 들키지 않고 이동했듯 순우경군도 군세를 둘로 나누어 몰래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숲 속에서는 숲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유비가 구산이 없었던 것을 선생이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소.”
“소생의 예상이 맞다면 유비는 태산 어디쯤엔가 틀어박혀 숨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구산을 지키던 병력이 장군의 군대를 쫓아 온 게 아니겠습니까?”
“이상하긴 이상했소. 구산은 지키기는 쉽고, 뺏기는 어려운 땅이 아니오? 게다가 그곳만 지키면 관동군이 함부로 북진할 수 없거늘······. 그런 곳을 그냥 내준다는 건 분명 그래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다는 얘기라 보오.”
“그래서 분명 야습을 시도해 올 거라 확신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너무 티가 나버리면 안 되니 그럭저럭 그림을 갖추었던 겁니다.”
군영에 일만을 두고, 나머지 이만의 병력으로 포위해 섬멸하는 전법은 따지고 보면 병가에선 기초 중의 기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대의 급한 처지를 이용하고, 또 아군에게조차도 유비군의 야습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필승의 계책을 완성시켰다.
“선생, 내 군대에는 선생과 같은 군사가 필요하오. 승부의 미학을 아는 현사야 말로 나와 내 군세에 걸맞은 군사요.”
순우경은 신평을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넌지시 밝혔다. 그러자 신평은 그저 빙그레 미소 짓는 것으로 즉답을 피했다.
“장군, 이제 다음이 중요합니다. 소생이 짐작하건대 주공께선 다른 생각이 있으신 듯 합니다.”
* * *
신평의 예상대로 원소에겐 복심이 따로 있었다. 그는 태산 공략의 주공(主攻)을 제북 방면으로 보냈다.
봉고 방면에서 출전했던 군세의 총사가 원담이었다면 제북 방면의 총사는 원희였다.
진의록은 원희의 군사가 되어 함께 출전해 있었다.
“선생, 부공께서 설마 사령기(四靈騎)를 내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