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60
559화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兵者, 詭道也)!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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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순우경군이 태산 방면으로 진군을 시작하자 사색이 되었다.
천군만마를 앞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을 그가 아니던가. 하지만 유비가 있는 태산으로 관동군이 가려하니 어찌 평정을 유지할 수 있으랴.
“익덕, 관동군이 형님께서 계시는 태산으로 가려고 하는 구나! 이 일을 어찌 하면 좋단 말이냐?”
관우가 장비에게 물었다.
하지만 장비는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이 일대의 지형을 살피고 있었으니 이미 군략을 세우고 있는 중이리라.
“익덕!”
관우는 자신의 말이 무시당하자 다시 한 번 장비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그제야 장비는 관우에게 말문을 열었다.
“형님, 흥분하지 마시오. 조급해 할 것도 없소. 우리는 계속 구산을 지키면 되오.”
“적군이 태산으로 가려고 하지 않느냐? 우리가 저들을 요격하지 않으면 태산에 계시는 형님께서 위험에 처한다.”
관우가 유비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제 장비에게는 신물이 날 정도였다. 장비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
“형님, 답답하오! 큰 형님이 위험하면 우리는 대체 뭐란 말이오? 보내주겠다던 원군도 오지 않고 있소. 그러니 오천 병사로 수만에 이르는 관동군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야 말로 위험에 처한 것이지. 내 말이 틀렸소?”
“내가 형님 곁에 있어야 한다.”
관우는 장비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하고픈 말만 했다. 그러자 장비는 속이 꼬이는 듯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큰 형님은 우리에게 의리를 지키려 하지 않는데 어째서 운장 형님은 의리에 목을 맨단 말인가!’
장비는 관우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관우를 이곳에 묶어두는 것이 중요했다.
“형님, 적은 우리를 꿰어내려 거짓으로 태산 방면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거요. 계략에 넘어가면 안 되오.”
“관동군이 태산을 향해 길을 나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니더냐?”
“구산을 공략했던 규모 만큼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소. 우리가 구산을 떠나는 즉시 물러간 자들이 다시 몰려와 이곳을 점령할 것이고, 우리는 요충지를 잃게 된단 말이오.”
“싸우다 보면 땅을 얻고 잃는 것은 다반사가 아니냐? 하지만 형님은 한 분 뿐이니 한 번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다.”
관우는 만인적을 크게 휘둘러 도신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핏물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승리에 취해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형님! 이러면 안 되오! 적의 계략에 속으면 안 된단 말이오!”
장비가 재차 만류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장비는 만인적의 냉기를 목 언저리에서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관우는 여차하면 정말로 베어버리겠다는 듯 만인적을 움켜쥐며 경고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형님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총사는 나이니 익덕, 너는 그저 내 명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장비는 관우가 지금처럼 싸늘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다. 그것은 어쩌면 장비와 관우를 연결하고 있던 마지막 줄이 끊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 *
구산의 유비군이 움직였다.
그들은 태산으로 향하는 순우경군을 요격하기 위해 구산을 떠난 것이다.
그러자 안량이 다시 한 번 노병들을 이끌고 구산에 올랐다. 지키는 자가 하나도 없으니 싸움 역시 없었다.
신평은 안량군을 따라 구산에 올랐다.
태산정벌군으로 원정을 와서 봉고에 군영을 세운 후로 신평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올랐다. 물론 고생은 그를 태우고 산을 탔던 노새가 다 했지만······.
정상에 오른 신평이 처음으로 한 일은 유비군이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역시 숲으로 모습을 감추었구나. 하지만 저 정도의 병략을 아는 자가 어째서 내 계략에 걸려들었을꼬?’
신평은 당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유비군의 움직임은 산악전에서 소수로 다수를 상대할 경우에 쓰는 전법이었다.
평지에서와는 달리 산지에서는 몸을 숨길 방도가 많았다.
지금처럼 숲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추는 것 역시 마찬가지. 소수라고는 하나 어디서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대군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병법을 알고 있다면 신평의 계략에 말려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니 신평으로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원담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제야 구산에 올랐다. 그는 한 것이 아무것도 없건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위엄을 높이려 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위엄을 높이는 방법이란 뻔했다. 그것은 바로 장수들을 문책하는 것이었다.
“안 장군, 이번에 얼마의 병력을 잃었소?”
“일천 정도를 잃었습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오. 고작 산 하나를 얻는데 일천이나 잃었다니······. 관동군의 무명이 언제 이리 하찮은 것이 되었단 말이오?”
“총사, 송구합니다.”
안량은 배알이 꼬였지만 상대는 원소의 장남이자 이번 원정의 총사였다. 그러니 안량으로서도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물론 지금이야 고개를 숙이는 정도지만 원담이 욕심을 더 부린다면 안량이 어디까지 비참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원담이 천지분간 못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인지 신평이 나섰다.
“총사, 안량 장군을 크게 치하하십시오.”
“일천이나 잃는데 무슨 치하를 하란 말이오?”
“손자서에도 아래에서 위를 공격하는 것은 피하라 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고지를 점한 자들이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승전하여 적을 몰아내고 고지를 취했으니 응당 그 전공을 치하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원담은 안량에게서 신평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구산을 공격하라고 한 건 중치 선생이 아니오? 그렇다면 손자서도 모르는 군사가 병략을 세운 것인데 이를 어찌 벌해야겠소?”
“군사는 그저 총사에게 책략을 올릴 뿐. 이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총사의 몫입니다.”
신평이 은근슬쩍 원담을 질책했다. 이에 원담이 발끈했다.
“군사는 지금 나를 탓하는 것이오?”
원담이 목청을 높이자 신평은 두 손을 모아 들며 미꾸라지처럼 화를 피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어찌 군사가 총사를 나무랄 수 있단 말입니까?”
신평은 원담을 어르고 달래며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이번 싸움은 노병들을 활용한 탓에 피해가 적었습니다. 아마도 주공께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있을 것을 미리 예견하시고 노병을 보내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평은 노병을 활용한 것을 원소의 공으로 돌려버리니 원담은 더 할 말이 없었다.
후계 구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원소와 관련된 얘기는 공연히 하지 않는 편이 구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 *
원담이 피곤하다며 자리를 뜨자 안량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군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 귀하게만 자란 일 공자가 어찌 전쟁을 알겠소?”
신평의 위로에도 안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일천이라는 숫자가 문제였다.
불리한 싸움이었든 아니든 일천의 병력을 잃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번 태산 정벌은 쉽게 생각했었소. 관동군의 깃발만 들고 가면 알아서 도망칠 줄 알았는데 벌써 일천을 잃다니 자존심이 많이 상하오.”
안량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구산의 유비군 군영을 만인적을 든 관우가 지키고 있었는데 그 정도 피해도 없을 리 만무했다.
오히려 일천 밖에 잃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평지전이었다면 관우가 상제를 타고 만인적을 휘두르며 관동군 진세를 휘저었을 터. 그러면 족히 배 이상의 피해를 보았으리라.
신평은 안량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구산을 얻는데 일천 밖에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대승이라 할 수 있소. 이곳은 가히 성에 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
구산 전투가 공성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일천으로 성 하나를 얻은 셈이다. 그렇다면 전공을 쌓았다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군사 선생, 고작 산 하나를 얻은 것으로 만족할 만큼 이, 안량의 이름이 가볍지 않소.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시오. 이대로 적병을 추격하오리까?”
안량은 구산을 버리고 퇴각하는 유비군을 추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평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적이 숲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추었으니 함부로 뒤쫓다가는 복병에 당할 위험이 있소.”
“전장에 나선 장수는 항시 위험을 달고 다니는 법.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승리를 취할 수 없소.”
“장군의 용맹이 대단하다는 것에는 일고의 여지도 없소. 하지만 군사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길 싸움만 하는 것이 원칙이외다. 손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먼저 이기고 그 다음에 싸우라 하셨소.”
“이미 이긴 후에 싸우다니 언어도단이오.”
“필승의 요건을 모두 갖춘 후에 싸우라는 손자의 가르침이올시다.”
신평은 손자서로 병법을 익힌 자였다.
먼저 이기고 싸운다 함은 필승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야 비로소 싸워 당연한 승리를 취함을 이르는 말이다.
신평이 생각하는 필승의 요건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
“군사 선생이 생각하는 필승의 요건은 무엇이오?”
“승패를 미리 계산하는 것에는 다섯 가지를 염두 해두어야 하오.”
“경청하리다.”
“첫째, 지형을 보는 것이오.”
이에 안량은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였다. 구산 전투를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하기야 구산처럼 먼저 선점하면 유리한 곳을 누가 취하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겠지. 계속해보오, 군사 선생.”
“둘째, 전장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는 것.”
“전장이 넓은지 좁은지를 가려 무엇에 쓴단 말이오?”
“이것은 세 번째 조건인 ‘어느 쪽의 병력이 많은가?’와 관련이 있소. 많은 병력을 좁은 곳에서 싸우게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오.”
“반대로 소수로 다수와 싸울 때에는 좁은 곳을 노려 싸워야 하겠구려?”
신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넷째, 어느 쪽의 병사들이 더욱 정병인가? 다섯째, 지금의 승기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가? 이렇게 다섯 가지를 모두 고려해 하나도 빠짐없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면 그 때 비로소 싸우는 것이외다.”
* * *
신평이 말한 다섯 가지 부분 중 세 가지는 관동군이 우위에 있었다.
첫 번째 우위는 관동군이 유비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병력이 많다는 것이다.
오천 대 육만의 대결이니 생각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 우위는 관동군은 정병이고 유비군은 오합지졸들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우위는 바로 사기. 누구의 결정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유비군은 구산을 잃었고, 관동군은 구산을 얻었다. 어느 쪽의 사기가 높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리라.
문제는 아직 우위를 확신할 수 없는 두 가지 요소였다. 지형과 전장의 넓이는 이 넓은 태산 어디서 싸울지 알 수가 없으니 셈을 해볼 수가 없었다.
반대로 유비군은 실낱같은 희망에 승부를 걸었다.
“아아!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오.”
“익덕, 어찌 그리 겁이 많으냐? 좋은 기회를 만나면 결코 주저해선 안 된다. 축시가 딱이다.”
관우는 산중에서 숙영하는 순우경군을 야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비는 극구 반대했다.
“깃발 봤잖소. 상대는 순우경이오. 야습 같은 잔꾀가 통할 상대가 아니란 말이오.”
“상대는 지금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다. 제아무리 순우경이라고 해도 방심하고 있을 게 분명하니 도모해볼 수 있다.”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소?”
“함정일 수도 있겠지. 항상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해봐야 한다.”
관우는 어떻게든 순우경군의 전진을 막고 싶었다. 그들이 태산으로 가서 유비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관우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야습을 해서라도 순우경군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비는 꺼림칙했다.
구산을 공격하며 맞은편 산을 취하는 것부터 순우경군을 전진시켜 태산으로 향하게 한 것들까지 고려해보니 장비는 마치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운장 형님.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오. 저들은 큰 형님이 구산에 없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듯했소. 우리가 야습을 할 것도 이미 짐작하고 있을지 모른단 말이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이 이런 것 말고 또 무엇이 있단 말이냐? 더는 아무소리 말고 내가 하자는대로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