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70
569화 660리의 치수(治水)! 여포의 대역사(大役事)!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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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타닥! 쏴아아아!
아침부터 해가 제대로 보이지 않더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정오가 되기 전에 굵은 빗방울이 대지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우기야 해마다 찾아오는 것.
하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하늘은 쉴 새 없이 굵은 빗줄기를 쏟아 부었다.
여포는 처마에 맺혔다 떨어지는 빗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뭔 비가 이리 쏟아진담?’
고작 첫 날인데도 불구하고 여포는 벌써부터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포의 곁으로 장도가 뒷짐을 지고 섰다.
여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치수 책임자인 장도는 여포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당장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밤잠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둑을 살피며 안절부절 했던 그가 아니던가.
“장 대인은 걱정이 안 되오?”
“왜 안 되겠소. 이번 치수가 실패하면 내 목이 달아날 텐데······.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요. 하나 걱정을 한다고 달라질 게 뭐요? 그러니 그저 마음을 편히 먹으려 애를 쓰고 있는 중이라오.”
사실 우기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막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기의 첫날에 황하가 범람할 리 없었다.
넓은 땅에 몇 날 며칠 비가 계속되어야 황하의 강물도 황토빛이 되고 수위도 높아질 터였다.
“비는 쉬이 그치지 않을 거요. 여 장군도 쉴 수 있을 때 쉬어두시구려. 소생은 한숨 푹 자야겠소. 그럼 이만······.”
밤새 한숨도 못 잔 것은 여포도 마찬가지. 하지만 여포는 장도와는 달리 밖으로 나섰다.
여포는 평소와는 다르게 백화전포 대신 우의를 걸쳤다.
지푸라기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허술한 비옷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밖을 돌아다니려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는 어느새 둑 위에 올라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수위도 물의 색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여포는 알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물이 불어나 뭍 땅을 순식간에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을······.
* *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건지 비는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간간히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도 있었으나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장대비를 퍼부었다.
사흘 만에 구름이 걷혔다.
이 때만 해도 여포의 치수가 헛일이었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수일 걸러 반나절 반짝 개지만 이내 해는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기 일쑤. 해가 떠도 구름에 가려 밤낮을 구별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또 폭우.
치수에 매달렸던 자들은 제방이 버텨주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하늘에 기도나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다. 여포는 매일같이 비를 맞으며 제방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 이만큼이나 여유가 있는데······.’
여포는 황하의 물길과 새로 쌓아올린 둑과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재어보았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더 비가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도가 공사 중에 거듭 했던 말이 떠올라 제방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 하양, 평고, 무덕, 이 세 곳이 걱정이오. 그 중에서도 무덕이 문제올시다. 그곳의 제방이 터지면 태사록에 참변이라 기록이 남을 거외다.
여포는 홀로 제방을 따라 걸었다. 그의 관심사는 온통 제방을 향해 있었다.
이따금 허술해 보이는 곳이 있으면 손수 보수를 했다. 일정한 거리마다 응급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돌이며, 부대자루 등을 놓아두었기에 먼 길을 오가는 수고는 없었다.
‘이제 무덕(武德)만 살피면 되겠구나.’
무덕은 수무 남양성 남쪽에 자리한 현이다.
인근을 지나는 황하 유속은 심수가 합류하며 더욱 빨라진다. 때문에 하내에서도 이곳 무덕 인근의 제방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여포가 찾아간 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낚시를 하러 나왔을 리도 없고······.’
여포는 그가 누군가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장 대인?”
“아! 여 장군께서 오셨구려.”
“이곳에서 무얼 하고 계셨소?”
“장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이곳이 제일 취약하오. 자, 보시오.”
장도는 둑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센 물살에 제방이 깎여나가 폭이 상당이 줄어들어 있었고, 많이 주저앉은 상태였다.
물론 그곳 뿐만이 아니다. 이 일대의 제방은 성한 곳이 없었다.
“음······! 어제 와서 봤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장군, 이곳은 심수가 합류하여 유속이 더 빨라지는 구간이외다. 사실 이만큼 버틴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소. 아니지. 장군께서 매일같이 먼 길을 오가며 곳곳의 제방을 확인했기 때문이겠지.”
“알고 있었소?”
“장군처럼은 못해도 무덕 만큼은 매일 같이 살피고 있었소이다. 장군이 다녀간 흔적이 항상 이, 장 모를 반겨주었는데 어찌 모르겠소? 하나 장군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오.”
장도는 이곳 무덕의 제방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표했다.
“둑이 위태롭기는 하오. 하지만 비가 수일 안에 그칠 거라 했으니 그 때까지는 어찌 어찌 버티지 않겠소?”
여포의 말에 장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그 며칠이 문제올시다. 무덕의 제방을 지키지 못한다면 획가, 급, 조가, 권, 원무까지 물바다가 될 거요. 어쩌면 남양성의 성문이 수문이 될 지도 모르오.”
“예서 거기까지 거리가 상당할 텐데······.”
여포는 장도가 상당히 수위를 낮춰 말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황하의 강물이 상류에서 싣고 온 엄청난 양의 토사는 물바다가 아니라 진흙탕을 만들 터. 아마도 남양성의 성벽이 쌓인 토사로 인해 몇 장은 낮아지게 될 지도 모른다.
하내가 그 정도의 수해를 입는다면 하남윤과 연주, 기남의 피해는 이보다 몇 배는 더 하리라.
정녕 이번 치수에는 천하와 한실의 명운이 걸려 있는 셈이다.
* * *
이번 치수 구간의 길이는 자그마치 660리.
수만의 인력도, 몇 달의 시간도 장장 660리 구간의 물길을 치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여포는 장도의 계획을 받아들여 치수 공사에 임했었다.
우선 660리 구간을 십 리씩 끊어 세분화했다.
그리고 제방을 세워야 할 곳과 그냥 둬도 될 곳, 그리고 기존의 제방을 보수해야 할 곳들을 분류했다. 그에 맞춰 공정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하양, 평고, 무덕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부족했다.
때문에 여포는 우기가 시작되었음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길을 따라 오가며 제방을 살피고 수위를 확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덕의 제방이 크게 위태롭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이를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서둘러라! 둑을 더 높이 쌓아야 한다!”
거의 일천에 달하는 병사와 일꾼들이 들러붙어 둑을 보수했다. 여포도 그들과 섞여 비를 맞으며 급한 보수 공사에 힘을 보탰다.
임시로 세워둔 위태로운 군막 아래에서 장도와 곽가가 악을 쓰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을 더 보내라 하시오!”
“무립니다! 다른 곳의 제방이 터지면 어찌합니까?”
장도는 일꾼을 더 동원해야 한다 닦달했다. 하지만 곽가는 더는 여력이 없다는 걸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지금 제일 취약하단 말이오! 보시오! 지금도 제방이 허물어지고 있잖소!”
“장 대인! 이미 하양과 평고에서도 둑이 터졌다는 급보가 왔습니다. 이곳에 보내고 싶어도 보낼 사람이 없습니다!”
수무의 남양성을 기준으로 하내의 서쪽은 여포를 따르는 호족세력이 많이 남아 있었다. 반대로 동쪽의 호족들은 원술을 따르다가 패망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니 하내의 호족들은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하내 호족군을 동원했다.
기본적으로 여포의 방침은 하내 호족들의 자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들의 관할지를 자신들의 힘으로 지키겠다는데 여포가 이를 반대할 리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구간을 나누어 해당 지역의 호족들에게 공사의 책임을 맡겼다.
다만 하양은 물길이 좁아지니 유속이 빨라지는 곳이다. 평고는 대호족 장왕이 백파적과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어 다른 곳에 비해 공사의 진척이 더뎠던 곳이었다.
그곳에 인력을 더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이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이곳을 기점으로 동쪽의 치수는 실패하게 되오!”
이번 치수는 황하의 하류를 염두해두지 않고 오직 하내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하내 땅 어느 곳이라도 둑이 터져선 안 된다.
장도는 조그마한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무덕의 제방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하류는 말할 것도 없고, 양구수 일대가 초토화 될 게 뻔했다.
“어쨌든 불가합니다. 불러올 사람이 없는 걸 어찌 한단 말입니까?”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방도를 찾아봅시다. 정 안 되면 강제 동원령이라도 내려야지 어쩌겠소?”
“음······! 장 대인! 우리 두 사람의 뜻이 다르니 여 장군께 정해달라고 합시다. 어떻습니까?”
“좋소! 여 장군 역시 이번 치수에 걸린 것이 많으니 반드시 내 청을 들어줄 것이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여 장군께선 현실을 고려하시는 분이니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실 거외다.”
곽가와 장도는 여포에게 쫓아와 그의 뜻을 물었다. 그러자 여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 대인, 이 둑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소?”
“사람을 더 붙여 보수한다면 버틸 수 있소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하루를 넘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소.”
“곽 선생, 정말 더 동원할 사람이 없소?”
“인근에 마을 여섯 개가 있으나 작년에 원술이 장정들을 죄다 데려가는 바람에······.”
여포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치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인과 아이들까지 강제로 동원할 것인지, 아니면 무덕을 기점으로 동쪽의 치수를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곽 선생, 무덕 땅 모든 마을에 전령을 보내시오.”
“뭐라 전합니까? 동원령입니까? 대피령입니까?”
* * *
여포는 입술을 깨물며 결단을 내렸다.
“무덕의 백성들을 모두 사견성까지 대피시키시오. 권과 원무에도 전령을 보내도록 하오.”
곽가는 자신이 원하던 답을 얻자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여 장군을 주군으로 섬기길 잘했구나! 이상만 좇는 멍청이도 아니고, 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감정적인 판단으로 대사를 그르칠 리 없으리라.’
치수의 목적은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여포의 명성이 천하에 진동하는 만드는 것도 아니다.
막대한 재물과 양곡을 소비해가며 치수를 진행한 까닭은 오직 한 가지. 바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치수에 성공하면 삶의 터전을 지켜줄 수 있을 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우선은 목숨부터 부지하고 볼 일이다. 죽고 나면 고향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을······.
“예, 장군. 소신이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곽가가 깊이 읍하자 여포는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을 쏘아보는 장도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장군, 설마 이곳을 포기하자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백성들을 대피시키라는 얘기까지 나왔으면 보수 공사도 중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둑이 터지면 적토를 타지 않는 한 성난 물살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포는 이 둑도 포기할 수 없었다.
부여에서 양곡을 들여오는 일은 진행이 더뎠다. 빨라도 석 달은 지나야 할 장성을 넘을 수 있을 테고, 운송을 하는데도 만만찮은 시일이 필요할 터.
그렇다면 어떻게든 하내의 농지를 지켜야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해를 피해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다시금 굶주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포는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끝까지 이곳을 지켜볼 셈이오.”
“둑이 터진다면 장군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소.”
그러자 여포는 씽긋 미소지었다.
“이곳에서 둑을 지키다 죽는다면 그것이 개죽음은 아니잖소? 외적으로부터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나 재해로부터 지키는 것이나 다를 게 없으니······. 장 대인은 굳이 이곳에서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시오.”
이에 장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어차피 치수에 실패하면 이 몸의 목숨도 없는 것이오. 이 제방과 운명을 함께 할 것이외다. 백성들을 위해 여 장군과 함께 죽는다면······. 이, 장도의 인생! 태사록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 할지라도 제법 가치가 있었다 할 수 있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