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95
594화 여포, 난제(難題)에 맞닥뜨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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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닷새만 버티면 다른 뾰족한 수가 있다는 소리로 들리오.”
“아무것도 아니오. 신경 쓰지 마시오.”
“에이! 아무것도 아니기는 무슨······. 품속에 든 거나 꺼내보시오. 아, 어서!”
장비나 순욱이나 서로의 처지를 잘 알았다.
비참한 시절의 모습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장비가 윽박지른다고 순욱이 겁을 먹고 하자는 대로 할 것은 아니다.
물론 장비 역시 순욱을 힘으로 누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저 두 사람의 실랑이는 마치 강아지들의 장난 정도로 보였다.
동관의 진장과 책사라 하면 동관에서 제일 높은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유쾌하게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은 동관 수비병들에게는 색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관서군이 곧 쳐들어올 거라는데 걱정도 안 되나보다. 나는 며칠째 잠이 안 오는데······.”
망루에 올라 경계하던 두 명의 번병 중 하나가 장비와 순욱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그러자 동료도 맞장구를 쳤다.
“너무 겁이 나면 사람이 실성을 한다던데······.”
하지만 장비와 순욱이 실성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여느 마을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실랑이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설마 여 장군께서 겁쟁이들을 보내지는 않으셨겠지.”
“그야 그렇지만 상대는 관서군이 아니냐. 대병이 몰려올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여 장군도 너무하시지 팔건장 중 한 사람만 보내셨어도 우리가 이리 걱정은 안할 텐데······.”
여포군의 팔건장은 그야말로 여포군 무(武)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기야 팔건장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조운이 원소의 상장 안량을 꺾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여포가 직접 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팔건장 중 한 사람만이라도 동관의 진장으로 왔다면 병사들은 적병의 수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을 터였다.
“여기는 하동 땅도 아닌데 굳이 지키려는 걸 보면 분명 중요한 곳이긴 한데······. 우리 진장이 제법 쓸 만한 사람인지도 모르지. 여 장군이 아무나 보냈을 리는 없을 테니까.”
“하기야 관서군 대군이 몰려올 거라는데 저리 장난이나 치는 걸 보면 관서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가 틀림없겠지.”
장비와 순욱은 관서군과 싸울 일을 걱정해 한숨이 끊이질 않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지금의 한 모습만을 보고 장비와 순욱의 배포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적을 경시하는 것은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적을 너무 두려워하고 경계해도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법.
게다가 신형 쇠뇌의 보급과 함께 책사까지 왔으니 그간 걱정이 많았던 병사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소문에는 우리 진장이 유주에서 여 장군에게 맞서다가 혼이 났던 사람이라네?”
이제는 진장 장비에 관한 소문까지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이 풀렸다.
“공손찬의 장수였던 자라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겠구먼?”
장비에 관한 소문은 이미 동관 병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졸병들이 수뇌부 요인들 간의 일을 속속들이 알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금의 적당한 사실과 온갖 추측들이 더해져 그게 바로 소문이 되는 게 아니던가.
“기녀오라비처럼 생겨서는······. 싸움은 잘 할 런지 몰라.”
“싸움을 얼굴로 하나?”
“그래도 사내대장부가 험상궂게 생겨야 위엄이 서지.”
“그러면 자네는 대장군감일세.”
* * *
순욱은 장비에게 적색과 흑색의 주머니를 들어보였다.
“이게 군사 선생이 내게 준 지낭이오. 본래 세 개였는데 흰색 주머니는 이미 열어보았소.”
“흰색주머니에는 뭐라 쓰여 있었소?”
“개전 후 닷새가 지나면 적색 주머니를 열어보라는 말 뿐이었소.”
“에이! 그게 뭐요?”
“어떻게든 닷새를 버티란 얘기가 아니겠소?”
장비는 순욱의 말을 듣고선 인상을 찌푸렸다.
“닷새를 버티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아무리 동관이 험관이라고는 해도 대군이 몰려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요.”
“여포군은 군사의 지략으로 여태껏 단 한 번도 패전하지 않았다고 들었소.”
“사람인 이상 앞날을 예단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오. 그런데 군사 선생은 마치 닷새를 버티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것이 아니오? 아니면 선생을 놀리는 것이거나······.”
장비의 비아냥은 계속 되었다.
“설사 닷새를 버텼다 칩시다. 어렵게 닷새를 버티고 더는 방도가 없을 때 적색 주머니를 열었는데 다시 닷새 후 흑색 주머니를 열어보라고 하면 어쩔거요?”
“그래서 장 장군은 어쨌으면 좋겠단 말이오?”
“헛소리를 싸질러 놓았는지 어떤지 한 번 까보자는 거지.”
장비는 가후가 적색과 흑색 주머니에 남겨둔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열어보자고 졸라본 것인데 순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여포군의 총사는 여 장군이지만 모든 군략의 결정권은 군사 선생에게 있소. 군사 선생의 명을 어기는 것은 군령을 어긴 것과 같으니 장 장군의 말을 따를 수 없소이다.”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누가 알겠소?”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참나! 하늘이 있다면 운장 형이 아니라 그 더러운 놈이 죽었겠지. 그리고 우리는 십중팔구 동관에서 뼈를 묻게 될 터. 군사 선생도 우리가 다른 주머니를 미리 열어봤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외다.”
그래도 순욱은 손사래를 쳤다.
“군사 선생은 이 지낭으로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거요. 내 장담하건데 이 두 주머니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책략이 쓰여 있을 거외다.”
“죽기 직전에는 꼭 열어봅시다.”
* * *
해현 현령부.
“이게 그 연판장이란 말이지? 선생, 이거 지금 열어봐도 되오?”
여포는 두루마리 하나를 손에 쥐고 흔들며 가후에게 물었다. 하지만 가후는 손바닥을 펴보였다.
“봉인이 뜯겨서는 결코 안 됩니다.”
“어차피 열어봐야 여기 이름이 쓰여 있는 자들을 잡아다가 족칠 게 아니오?”
여포의 손에 들린 것은 연판장이다.
그러니까 하동 내에서 봉기하기로 한 호족들의 이름과 수결이 쓰여 있는 모역의 증거.
하지만 가후는 한사코 여포에게 열어보지 말기를 주문했다.
“지금 열어보시면 장군은 패전지장이 될 겁니다.”
“무슨 말을 해도······. 지는 건 싫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그렇게 겁을 줄 것까지는 없잖소?”
“설마 소신이 허튼 소리를 하겠습니까? 대신 지금의 호기심을 참으시면 못해도 병마 삼만은 잡아먹고 싸움을 시작하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거 참!”
여포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그러자 가후는 여포에게 할 일을 만들어 주었다.
“모역한 자들을 잡아온 조 대인의 공을 치하하시고, 잡혀온 자들을 문초하셔야지요.”
“이, 여 봉선이는 말이오. 사람을 괴롭히다가 죽이는 데는 취미가 없어서 말이오.”
여포는 조충이 데려온 가구와 축음을 어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장군, 이미 우리는 궁금한 게 없습니다.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으니 장군께서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 숨은 붙여 놓으셔야 합니다.”
여포는 이 때까지만 해도 이 문초가 그저 요식행위 정도로 그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저 형식적인 문초가 아니라 난제 중의 난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께서 오십니다!”
현령부 앞뜰에서 여포를 기다리던 자들은 그의 등장을 알리던 구병들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가구와 축음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포는 장내에 들어서자마자 조충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어 보이고는 자리를 권했다.
“조 대인, 앉으시지요.”
“이 늙은이를 먼저 챙겨주니 고맙기 짝이 없소.”
“이번에 또 큰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대인을 업고 다녀도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듯 합니다.”
“허허허! 여 장군, 못 본 사이에 또 언변이 많이 느셨소. 이러다가 이 늙은이의 얼굴 위에 금으로 된 가면이 생기겠소이다.”
조충도 이쯤에서 인사를 적당히 끝내려는지 여포에게도 자리를 권하듯 손을 뻗었다.
여포가 앉자마자 배잠과 가습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소신, 배잠 문행이 장군께 인사 올립니다.”
“소생, 가습이 여 장군을 뵙습니다.”
이들이 읍하자 여포는 예를 거두라는 듯 손바닥을 허공에서 위로 올려보였다.
“두 사람은 일단 자리에 앉도록 하오.”
여포 때문에 두 사람은 발언의 기회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충 돌아가는 사정은 들어 알고 있소. 좌중랑장이 하동 호족들의 봉기를 부추겼다 들었소. 그 증거가 여기 내 손에 있소.”
여포는 봉인을 뜯지 않은 연판장을 꺼내 들고는 흔들어 보였다.
이는 본래 가구가 모처에 숨겨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축음이 개심하여 연판장이 있는 곳을 고해바치는 바람에 조충의 손을 거쳐 여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선은 축 대협의 처분에 관해 명하겠소.”
축음을 대협이라 칭하는 것만으로도 다들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축 대협이 개심하여 정도를 걷게 되었으니 지난날의 일은 묻지 않겠소.”
그러자 곽가가 두 손을 모아 들고 나섰다.
“소신, 주부 곽가 봉효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곽 선생은 기탄없이 얘기해보오.”
“예, 장군. 저자는 감히 장군의 땅에서 불손한 무리들을 모아 거병하려 했던 자입니다. 그런 자에게 지난 일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관대한 처분이라 생각됩니다.”
분명 난제는 난제였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가습이 달려와 여포 앞에 무릎 꿇고 빌었다.
“축 대협에게 지난 일을 묻지 않으신다면 소생의 손자도 벌하지 말아주십시오. 소생에게 자손이라고는 저놈 하나 뿐입니다.”
“음······! 두 사람은 경우가 다르다고 보오.”
가후가 여포를 두둔하고 나섰다.
“축 대협은 황보숭 중랑장의 수하이니 주인의 명을 따른 것이오. 하지만 가 대인의 손자는 다르지. 하동 종사의 수하로 들었다면 여 장군의 휘하에 든 것이외다. 그런데도 적과 내통해 봉기하려 했으니 어찌 그 죄를 그냥 넘길 수 있겠소?”
가후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조충이었다. 그는 가습의 편을 들어주었다.
“노부가 한 마디 하리다. 노부가 이번에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가 대인 덕분이오. 조부가 손자의 모역을 고변해왔고, 시간을 벌어주었기 때문에 후선의 무리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었소.”
“소생은 여 장군의 군사로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조부가 손자의 모역을 고변한 것은 조부에게 상을 내릴 일일 뿐 손자의 죄를 사해줄 일은 아닙니다.”
“노부의 말을 늙은 말의 지혜라 생각하고 들어주기를 바라오.”
“경청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조충에게로 향했다. 수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모여들었지만 조충은 자신 있게 말했다.
“선생, 가 대인은 아비가 양을 훔친 것을 고한 직궁과는 경우가 다르오. 가 대인은 정직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상을 바라고 손자의 일을 고변한 것이 아니오. 오직 선처를 바라기 위함이었소.”
조충은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직궁의 일을 들어 이번 일에 빗대어 말했다.
논조가 복잡해질 수는 있으나 결과는 분명하기 때문에 조충은 이번 설전의 승리를 자신했다.
이에 비해 가후는 역시 차별 없는 엄정한 법집행을 논조로 삼았다.
“여 장군께선 천자께서 임명하신 어사대부이십니다. 또한 병, 유 두 주와 함께 하내와 하동 땅을 관장할 권한까지 주셨습니다. 그런데 가 대인의 손자는 적도들과 모역하여 여 장군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이는 무슨 죄에 해당합니까?”
“물론 모의 만으로도 삼족을 멸해야 할 중죄임에는 틀림이 없소. 하지만 지금은 난세이고 한조의 법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요.”
“사람에 따라 그 법의 집행을 달리해왔기 때문에 당금천하가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가 대인의 손자를 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분임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노부는 여 장군에게 그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을 보라고 하는 말이오.”
그러자 여포가 조충에게 두 손을 모아 들고 물었다.
“여포 봉선이 조 대인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엄정하고 차별 없는 법집행보다 더 높고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가구를 처벌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법가와 유가의 대리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다.
“여 장군은 생각해보시오. 엄정한 법집행만이 능사가 아니오. 진나라에서는 관청에서 기르던 말이 야위어도 죄를 지은 것이 되어 매질을 당해야만 했소. 백성들은 대문을 열어놓고 살았지만 진 대가 과연 태평성세였는지를 묻고 싶소.”
“그렇다면 조 대인께서는 소장이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만약 여 장군이 가구라는 철부지를 참한다면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누가 가 대인처럼 친인의 잘못을 고변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