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36
635화 당예기의 새로운 진세, 휘검(揮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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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응조를 길잡이로 삼아 곽가, 위월, 장합을 데리고 당예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섯 기의 인마가 달리는 모습은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첨벙! 첨벙!
이들의 전마가 빗물이 잔뜩 고인 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조차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2만에 가까운 적을 상대로 그 십분의 일에 불과한 당예기 이천으로 공격해야 하건만 그 누구의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싸울 수 있기를 바랄 정도였다.
이들의 맞은편에서 응조의 수하 몇 기가 달려왔다. 그들은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가 말머리를 돌려 응조와 나란히 달렸다.
응조는 그들에게 전해 받은 보고를 그대로 여포에게 전했다.
“구원병으로 나선 관서군이 이곳에서 불과 십 리 떨어진 곳에 군영을 세우고 있다 합니다.”
“십 리라······.”
여포는 그 십 리라는 짧은 거리가 빈양 싸움의 승패를 좌우했다는 생각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다음 싸움이 여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예기는 어디 있느냐?”
“이 마장쯤 가면 됩니다.”
“먼저 가서 출병준비를 하게 하라. 위월아, 응조와 함께 가거라.”
“대형은 나만 믿으오.”
응조와 위월이 앞으로 치고 나가자 여포의 곁에는 곽가와 장합이 좌우에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장군, 이번 싸움에서 쓰실 기병의 병진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십오 기가 될 거요.”
십오 기는 백파적을 상대할 때 썼던 기병 진법이었다. 이름 그대로 열다섯 기씩 묶어서 돌파를 감행하는 수법. 여포는 수많은 기병 전법 중에서도 대군을 상대할 때는 십오 기를 즐겨 썼다.
이번에도 열 배에 달하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여포는 십오 기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곽가가 색다른 제안을 해왔다.
“장군, 십오 기 진법의 강함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겁니다. 궁격을 가할 수 없고, 당예기의 뒤를 받쳐줄 병력 또한 없으니 십오 기는 쓰지 마십시오.”
“듣고 보니 그렇구려. 그러면 일점돌파뿐이지.”
여포는 일점돌파를 할 생각에 기쁜 얼굴로 당예기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장군, 새로운 군략이 떠올랐습니다. 당예기 장수들을 모두 모이라 해 주십시오.”
곽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포에게 청했다. 그러자 여포는 두말 않고 곽가의 청을 들어주었다.
“위월아! 형제들을 모두 집결시켜라!”
* * *
여포와 곽가를 중심으로 장수들이 모여들었다. 위월과 장합, 대수, 홍오를 비롯한 구병 장수들은 작당모의라도 하는 것처럼 쪼그리고 앉아서는 곽가의 말을 경청했다.
“개활지인데다가 적 척후를 원거리에서 제압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기습은 불가합니다.”
곽가의 말에 구병 장수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매복을 했다가 기습을 하기 위해 수일을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곽가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구원병이라는 자들이 저리 뭉그적거릴 줄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으랴.
“정면대결을 못할 것도 없소. 그래, 적은 어떤 병진을 꾸릴 것 같소?”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저들은 우리 군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예기가 출현한다고 해도 두려워하기보다는 한 번에 집어 삼켜 버리려 할 겁니다.”
“그만큼 병력은 우세에 있긴 하지.”
“그래서 아마도 사진(蛇陣)을 쓸 겁니다. 최초 집결 시의 사진세의 모습은 일자진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병력을 확인하고 장사진(長蛇陣)을 쓸 수도 있지만 2만 정도의 규모에서는 구분해 봤자 실익이 없습니다.”
곽가가 예상한 적의 진세는 사진. 이름 그대로 뱀의 모습을 본 따 만들어진 진세다.
얼핏 보기에 일자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적을 깊숙이 끌어들여 포위를 해 버리는 수법이다.
뱀이 먹잇감을 휘감아버리듯 진세를 운용하는데 이를 위해서 최초의 모습이 일자진과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사진세는 펼치기가 쉽지 않은 진법이오.”
“장군의 말씀대로 사진을 쓰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일자진에서 안행진으로, 또 방진으로 계속해서 진세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다수가 소수를 잡아먹는 진법 중에 이만한 것이 또 없지요.”
“그래서 이를 파훼할 전략은 무엇이오? 군략이 있다 하지 않았소?”
이에 곽가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우리는 전원이 기병입니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전투는 이 마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시작하게 될 겁니다.”
곽가는 그리 말하고선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두 개의 원을 그렸다. 아마도 하나는 여포군, 다른 하나는 관서군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 마장의 거리를 두고 전투를 시작한다······. 일 마장 정도는 천천히 달려도 될 것 같소.”
“그렇습니다. 일단 일 마장 정도는 한 무리를 이루어 달립니다. 마치 일점돌파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지요.”
“그런 후에는 어쩔 것이오? 그대로 일점돌파를 해도 상관없소.”
여포는 내심 일점돌파를 바라는 듯 말했다. 하기야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바로 일점돌파가 아니던가. 곽가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일점돌파를 하기는 해야겠지만 당예기 전부를 이끌고 일점돌파를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먼저 병력을 셋로 나눕니다. 하지만 천(川)자를 그리듯 삼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중군과 우군이 일단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곽가는 지면에 ‘칼 도 방(?)’자를 쓰고는 말을 이었다.
“삼군이 일제히 달리다가 중군이 적의 본진을 향해 일점돌파를 사선으로 시도합니다.”
“좌우군은 무얼 한단 말이오?”
“크게 우회하여 사진을 깨야지요. 병력이 땅에서 솟아날 리 없으니 진세가 길어지면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적들도 병력을 나누어야 할 겁니다.”
곽가의 책략은 상대의 진세를 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적이 병마를 물리거나 곧바로 방진(方陣)으로 진세를 변용하면 그 때가 바로 소신의 본격적인 책략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적의 진세를 깨는 걸로 끝이 아니고?”
“이번 싸움은 길게 끌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싸움을 끝내면 곧장 중천으로 가야 하니까요. 빨리 갈수록 중천에서의 싸움도 유리해질 터. 이를 위해 소신이 새로운 기병진을 준비했습니다.”
그 때부터 곽가는 난도질하듯 지면에 선을 그리며 열변을 토해 댔다.
곽가는 자신이 제시하는 수법이 복잡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여포를 위시한 무장들의 얼굴에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십오 기 같은 수법도 자유자재로 쓰는 마당에 더 어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 * *
“에이! 다시 또 비가 쏟아지는구먼. 낭패요, 낭패.”
양흥은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장횡의 얼굴에는 수심이 보이지 않았다.
“양 장군. 뭐가 걱정이오?”
“비가 내리니 어찌 걱정이 안 되겠소? 비를 맞으며 행군을 하면 병사들은 빨리 지칠 것이고, 구원을 가서 바로 싸우기라도 한다면 활도 쓸 수가 없소.”
“허허! 걱정도 팔자요. 비가 그치기 전에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거요.”
장횡은 별 걱정이 없었다. 어떤 확신이 있어서 이 같은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사실 그는 조청룡군이 여포군과 싸워 상멸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앞뒤로 여포군을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도 좋지만 자칫 여포군이 겁을 먹고 병마를 빼는 수가 있소. 그러면 도리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테지.”
양흥은 장횡의 요상한 논리에 휘말려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여포군 최강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당예기가 그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이천에 달하는 당예기가 장횡군의 군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말발굽 소리가 비 내리는 소리에 지워지고, 흙먼지는 생길 수조차 없었다.
다만 이곳은 평지이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적의 척후에게 당예기의 진군을 들키고 말았다.
삼 마장 밖에 당도했을 때 이미 장횡과 양흥군도 진세를 이루고 있었다.
필두에서 달리던 여포가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뒤따르던 당예기가 서서히 걸음을 멈추었다. 호흡을 고르며 이 마장까지 거리를 좁힌 후에야 여포군은 완전히 멈춰 섰다.
“하하하! 이거, 이제야 제대로 한판 놀아 볼 수 있겠구나!”
여포는 무려 아군의 열 배 가까이 되는 적군을 보면서도 호방한 기개를 뽐냈다.
“대형, 언제 시작할 거요? 형제들이 싸움을 원하고 있소.”
“자그마치 이만에 가까운 적들이 있고, 중천에는 수십만이 있다. 지겹도록 싸울 것이니 재촉 말라 일러라.”
이번에는 응조도 참전을 청했다.
“장군, 소장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전령 노릇만 하다 보니 소장이 장수인지 전령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싸움에 궁기가 별 효용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게다가 당예기만큼 갑주가 단단하지 않으니 전면에는 나서지 마라.”
“그래도 뭔가 할 일은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곽 선생을 호위해라. 이곳은 평지라서 전황을 관전할만한 안전한 고지가 없다.”
말이 좋아 호위지 곽가와 함께 싸움 구경이나 하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응조 역시 이를 알기에 굳은 표정으로 곽가의 곁으로 갔다. 그에게 곽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장군은 너무 조급해 마십시오. 하동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소금이 가져다주는 부를 누리지 못했지만 내년 이맘때쯤이면 수천 궁기의 주장(主將)으로 전장을 누비게 될 겁니다. 가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니 믿으십시오.”
곽가의 말에 응조의 표정이 조증 걸린 사람처럼 환해졌다.
응조보다 늦게 여포 휘하에 합류한 우적도 태항군의 총령이 되어 수만 군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응조는 고작 수십여 기의 궁기를 이끌며 지금까지 척후 노릇을 묵묵히 해 오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전공은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에 많은 일들이 가능했던 것 역시 사실.
가후는 누구하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여포의 뜻을 받들어 응조 휘하로 궁기대를 배속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항시 부족한 군량과 전비(戰費)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제 동역에서 이족들과의 교역이 시작되고, 하동의 소금도 여포의 것이 된 이상 부족한 것은 시간뿐이었다.
* * *
“여포군이오, 여포군! 분명 기병은 없다 했는데······.”
여포군의 출현에 양흥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장횡은 여포군의 군세를 보자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몇천밖에 안 되는 군세로 선공을 한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양 장군, 우리 기병만 해도 삼천이오. 보군은 일만 오천이 넘소.”
“장 장군, 진세를 단단히 하고 일단은 수비에 전념합시다.”
“수비라니 말도 안 되오. 우리가 뭐가 무서워서 수세를 자청한단 말이오?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여서 일거에 집어삼켜 버립시다.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않을 거요.”
장횡은 여포군을 얕봐도 너무 얕보고 있었다. 투사 병기를 쓸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당예기의 용맹이 제대로 빛을 발할 때가 아닌가.
하지만 당예기의 저력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오직 이천에 불과한 숫자만 보일 터였다.
“비도 오고 땅이 지니 병진을 자유롭게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소. 괜히 깊이 끌어들여 우리의 진세가 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예상보다 피해가 커질지도 모르오.”
“양 장군은 어찌 그리 걱정이 많소? 정 찝찝하면 빠지시오. 내 병마만으로 여포를 잡고 나면 그때 가서 딴소리하지 말고······.”
양흥보다는 장횡의 군세가 더 컸다. 양흥은 하는 수 없이 장횡의 군략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펼쳐라!”
장횡은 사진 진법을 펼치라 명하며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그러자 양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적의 군세가 하찮아서 그러는 게요?”
그러자 장횡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오, 아니오. 우리 군이 펼친 진세를 일자진으로 알고 여포가 돌파를 해 올 걸 생각하니 우스워서 그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