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54
653화 선답궁의 회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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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답궁.
이곳에는 수십에 달하는 방사들이 회합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방사들은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자들로 게 중에는 이미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천하의 유명한 방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얘기. 물론 이름난 방사들 전부가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달, 동곽연년은 물론이고, 여포의 식객으로 있던 비장방과 왕진까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장내의 방사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그들이 돌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극검이 자신보다 더 연배가 높아 보이는 노 방사 하나와 함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오! 초옹을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방사들은 앞다투어 노 방사에게 하례를 올렸다.
노 방사를 모시고 온 극검만 해도 방사들 사이에서 으뜸이라 불리는 자가 아닌가. 그런데 방사들의 관심은 모조리 ‘초옹’이라 불리는 노 방사를 향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 방사가 바로 ‘상산초옹’이라 불리는 원로였기 때문이다. 극검보다도 한 배분이 더 높고, 요동의 별이라 불리던 위대한 성점가 ‘은규’의 직전제자이기도 했다.
도를 구하는 자들 간에는 서로의 길을 존경하는 마음은 있으나 세속의 지위와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니 누구 한 사람의 뜻대로 방사들이 움직일 리 만무했다.
하나 천하 방사들의 절반을 움직일 사람은 있었다. 바로 상산초옹이 그였다.
“이 늙은이를 이리 반겨 주어 고맙소. 자자 다들 앉읍시다.”
상산초옹이 앉으라는 손짓을 하자 다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제 극검의 차례. 그는 장내의 방사들에게 두 손을 모아들어 좌중의 시선을 한 몸에 끌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두어 번 손뼉을 쳤다.
그러자 젊은 방사들이 복숭아가 놓인 쟁반을 들고 들어와 장내의 방사들의 앞에 놓았다.
“도림의 복숭아가 맛이 참으로 일품이라 명성이 쟁쟁한 귀빈들을 모시고 대접하려 하오. 우리 모두 길이 다르니 술과 고기를 대접하지 못하오. 대신 젊은 벗에게 얻어온 좋은 차와 도림의 복숭아가 있으니 한 때를 즐기다 가시기를 바라오.”
극검이 여는 선도대회에 초대 받는 일은 천하 방사들이 꿈에 그리는 일이었다.
도림의 복숭아를 먹는다고 도를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도대회에 올 수만 있다면 유명한 방사들과 교류를 할 수 있으니 각기 좇는 도에 더욱 가까이 갈 수도 있으리라.
연단, 용성 등의 방식부터 무예나 술, 심지어는 잠을 자는 것으로 도를 구하는 자들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도를 좇는 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교분을 쌓으며 다른 방사들에게서 답을 찾거나 방법을 바꾸는 자들도 나올 터.
실제로 천하 방사들의 으뜸이라는 극검도 왕진에게 방술 비기를 배운 적이 있고, 경공으로 이름 높은 계달에게 경공을 배운 방사들 또한 적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 비기를 공유하니 무예자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선도대회의 목적은 이것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산초옹이 할 말이었다.
방사들이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라고는 하나 천하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들이 많았다.
상산초옹은 마치 유령이 떠다니는 것처럼 스스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차를 즐기던 방사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 * *
“태평도의 봉기로 인해 우리 방사들은 큰 고초를 겪었소. 세인들이 우리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도장들께서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게요.”
상산초옹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끊지 않았다.
“시황제의 폭정으로 우리 방사들은 한 때 그 씨가 마를 뻔 했소. 하지만 다시 우리가 마음 편히 도를 좇을 수 있게 된 것은 민심을 잃지 않아서였소. 하나 태평도로 인해 우리의 입지가 다시 크게 좁아졌소.”
진시황제가 갱유(坑儒)를 했다지만 실제로 당한 사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영정이나 이사의 정적들이었다.
갱유에 희생된 자들은 사실 태반이 방사들이었다.
실제로 진 대에 백성들을 미혹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방사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방사들이 죽임을 당했는데 죄 없는 방사들도 많이 희생되었다.
장생불로를 노리고 연단하게 한 영정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사들을 가둬 두었다가 한번에 파묻었다. 법가와 배치되는 사상을 구축한 방사들도, 시황제라는 자리의 사상적 토대와 대척점에 선 사상을 설파했던 자들도 모두 생매장 되었다.
지금의 현실은 그 당시보다 더 나빴다.
태평도가 중심이 되어 일으킨 황건적의 난 때문에 민심이 방사들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방의 수령들은 방사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방사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놓고, 족족 잡아들여 핍박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백성들도 방사들이 천하에 해악을 끼치는 해충 같은 무리로 여기고 있을 정도였다.
“황건동란이 평정되었으나 이제 다시 혹세무민하는 방사들이 출현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소.”
상산초옹의 시선이 극검에게로 향했다.
“동쪽에서는 태산에서 자칭 태산진인이라는 자가 중원 방사들의 명예를 더럽혔소. 그는 봉선대회를 연다하여 방사들을 초빙해 놓고 관동군을 막기 위한 화살받이로 썼소. 부녀자들을 함부로 잡아가서 욕을 보였고, 좌자까지 이에 동조해 욕심을 채웠소.”
태산진인은 유비. 극검은 유비의 악행에 대해 성토했다.
극검의 말에 동곽연년과 계달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비록 순 씨 가문의 부탁을 받고 행한 일이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사이비에게 이름난 방사들을 팔아넘긴 셈이었으니까.
유비와 인연을 맺을 뻔한 화를 천우신조로 피했던 왕진이 일어섰다.
“용성으로 도를 구하는 자들을 대표해서 말씀드리겠소. 단언건대 부녀자를 납치해 황음을 일삼는 무리들과는 결단코 한 하늘을 이고 살지는 않을 것이외다.”
“왕진 도장은 진정하시오. 이미 태산진인의 무리는 관동군의 공격으로 지리멸렬해 버렸소.”
“그것 참 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유비와 좌자의 목이 떨어졌소이까?”
극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소.”
“그들의 위세가 허물어졌다고 하니 다행이오. 하나 들불은 그 불길을 완전히 잡지 못하면 언제고 다시 번지는 법이외다. 우리 용성자(음양도로 도를 구하는 방사들을 가리키는 말)는 끝까지 그들을 추격해 후환을 뿌리 뽑을 것이오.”
“도울 수 있는데 까지는 돕겠소.”
“말씀만으로 감사하오. 극검 도장 같은 분이 도와주신다면 세상에 행하지 못할 일이 없을 터.”
극검은 왕진에게 두 손을 모아들어 보이고는 잠깐 뜸을 들였다. 화제를 바꾸기 위함이리라.
“동쪽의 일은 향후를 예의주시하면 될 터. 하지만 서쪽의 일은 심상치가 않소.”
서쪽이라는 말만으로도 방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에 상산초옹이 나섰다.
“오두미도의 교세가 날로 커지고 있소. 지금은 파촉에 묶여 있으나 언제고 중원으로 진출하고자 할 날이 오겠지. 그들은 사도요.”
상산초옹의 말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사들은 도를 구하는 자들이다.
나눌 수만 있다면 비기를 전하는 것을 아끼지 않으며, 도울 수만 있다면 그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오두미도는 이런 것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가입할 때 쌀 다섯 말을 받았고, 가입한 후에도 교인들은 수시로 양곡과 땔감 등을 바쳐야만 했다.
그 대가로 받는 것은 부적. 머리가 아프면 물에 두통을 없애는 부적을 태운 재를 타서 마시게 하고, 배가 아프면 복통을 없애는 부적을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시게 했다.
이런 것들로 병증이 사라진다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오두미도는 분명 언젠가 태평도처럼 천하를 어지럽힐 것이오. 아마도 그 시작은 익주의 유장과 손을 잡는 것이 될 테지. 우리도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하오.”
그러자 극검이 물었다.
“뜻을 함께하는 방사는 고작 수백에 불과한데 수십만의 교세를 지닌 오두미도를 어찌 견제하겠소이까? 게다가 익주의 군대와 손을 잡는다면 수만 정병을 거느린 군대까지 가지게 되오. 초옹께서는 가르침을 주시오.”
“지금 우리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소. 하나 단 한 가지. 우리가 저들보다 강한 게 있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천하 명사들과 교분이 있다는 점이오.”
“그 교분을 어찌 이용하자는 것이오? 초옹, 방사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금기외다.”
“우리가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직 천하의 안위를 위한 것이외다.”
“예외로 두자는 말씀은 잘 알겠소. 하나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나중에는······.”
이에 상산초옹이 손바닥을 펴 보이며 극검의 말을 끊었다.
“우리 방사들은 지금 도가의 명맥을 잇는 유일한 존재올시다. 도가가 세상에서 지워지냐 마느냐하는 위급한 때요. 오두미도의 발호를 막지 못한다면 도가의 미래는 없소.”
“그래서 초옹께선 사슴을 쫓는 군웅들 중 한 사람을 골라 의탁하자는 말씀이 아니오?”
상산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누구를 염두해 두시고 계시오? 초옹께선 위대한 성점가 은규 도장의 직전제자이시니 이미 천문을 읽으셨을게요.”
* * *
“북락사문의 맑은 빛은 이미 병주, 유주, 하내와 하동을 비추고 있소.”
북락사문은 여포의 별.
장내에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방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 상산초옹은 여포가 병주, 유주, 하내, 하동의 주인이 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북락사문이라······. 북락사문은 병주의 영웅, 여포의 별이외다.”
극검은 그리 말하고선 장내의 방사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아들었다.
“선도대회에 참석해주신 도장들께 묻겠소. 여포에 대해 아는 분이 있으면 나와서 그에 대해 알려 주시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다면 결정이 빠를 거요.”
그러자 왕진이 다시 나섰다.
“본 도장은 여포 장군과 면식이 있소. 하지만 본 도장보다 여포 장군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도장이······.”
왕진은 비장방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비장방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일어섰다. 그는 좌중의 방사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아들었다.
“빈도는 비장방이라고 하외다. 여기 왕진 도장과 함께 여 장군의 군문에서 밥을 얻어먹고 있소.”
“빈도 극검이 묻겠소. 여포는 대체 어떤 자요?”
“영웅 중의 영웅, 호걸 중의 호걸.”
비장방의 답에 장내가 술렁였다. 비장방이 여기저기 참견하길 좋아하고 사람들이 도를 얻기를 바라는 자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를 넘는 칭찬을 하는 자는 아니다.
방사들은 비장방이 이토록 칭찬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방사들의 시선이 왕진에게로 향했다. 비장방의 말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왕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비 도장이라면 어디서든 밥값은 하는 사람이니 배 좀 채웠다고 아첨을 한 건 아님을 다들 아실 거요.”
왕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왕진의 증언은 이제 시작이었다.
“본 도장 역시 비 도장과 같은 뜻이외다. 감히 단언컨대 여포 장군이야말로 본 도장이 본 그 어느 군웅보다 뛰어난 영웅이라 말할 수 있소.”
극검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용맹으로 천하제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용맹이 뛰어나다고 해서 우리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건 아니오.”
“용맹으로 천하제일! 하지만 품은 뜻은 고금제일이오! 고금을 통틀어 제 배를 채우지 않고 백성들을 구휼한 영웅이 누가 있었소? 중원의 영걸 중에 누가 격 없이 호인들과 어울리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소? 오직 여포 장군 한 사람뿐이올시다.”
비장방이 왕진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빈도는 수년 동안 여 장군을 곁에서 지켜봐 왔소이다. 하찮은 변방의 장수일 때부터 황보숭과 관서를 두고 겨루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 장군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소.”
“그게 무엇인지 빈도에게도 알려주시오.”
“땅을 넓히고, 큰 재물과 많은 양곡을 취했지만 그 모든 것이 백성들을 위함이었소. 유주의 공손찬을 꺾고 얻은 군량미 백만 석. 자그마치 백만 석이올시다, 백만 석!”
비장방은 백만이라는 숫자를 재차 강조했다.
“황폐한 땅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유주 백성들의 입으로 들어갔소. 병주와 기주, 하내를 어지럽히던 흑산적을 토벌해 인근의 백성들이 발 뻗고 잠잘 수 있도록 했고, 백파적을 쳐서 하동 백성들의 근심을 덜었소.”
그 후로도 비장방은 여포의 혁혁한 전공에 대해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장내의 방사들은 여포라는 인물에게 매료되었다.
“수많은 인재들이 앞 다투어 그의 휘하에 들었소. 출신을 따지지 않고 오직 지닌바 능력에 따라 사람을 쓰니 이를 ‘만민무류’라! 우리 방사들이 숨지 않고 당당히 도를 구하고, 도가의 명맥을 이으려면 여 장군 이외에 다른 선택은 필요치 않소.”
다들 비장방의 일장 연설에 넋이 나갔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포야 말로 자신들의 구세주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극검의 제자가 가지고 온 소식에 방사들의 표정이 변했다.
“스승님! 지금 이곳으로 수천 군사들이 오고 있습니다.”
“뭐라? 누구의 군대냐?”
“깃발이 없어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대체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