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71
670화 진심으로 정과를 얻고 싶은데(眞心要吃正果) 어찌 높은 산과 깊은 물을 두려워하랴(??高山深水) 2
————– 670/753 ————–
잠시 후.
관문이 열리고 한 기의 인마가 함곡관에서 달려 나왔다.
“이놈~! 나, 전위가 상대해 주마! 어서 수급을 내놓아라!”
“전위? 흥!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냐? 무명소졸 따위가 나, 염행을 상대할 수 있을 성 싶으냐?”
“관서의 촌놈들 사이에서 하찮은 명성을 좀 가지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어디 한번 내 철극을 받아 보거라!”
전위는 염행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말을 몰아갔다. 그리고 그의 두 자루 철극 중 하나가 매서운 칼바람을 일으켰다.
캉!
염행의 모와 전위의 철극이 맞부딪히며 불똥이 튀었다. 단 일수를 부딪힌 것뿐이건만 서로의 힘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흙먼지가 그들의 주위로 피어올랐다.
연이어 공수를 주고받으며 불꽃 튀는 접전을 이어 갔다. 순식간에 십여 합을 주고받은 두 사람. 이들의 싸움은 쉽사리 끝을 맺기 어려울 듯 보였다.
이를 관전하던 황보숭은 미간을 찌푸렸다.
“노식 휘하에 저런 용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염행과 호각을 이룰 정도라니······.”
“용장 하나가 전황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렇지. 하지만 뭔가 껄끄럽구나.”
황보숭은 마치 자신이 다 그려 놓은 그림에 누가 먹물 한 방울을 흘린 것 같은 찝찝함을 느꼈다.
“주공, 예상을 벗어나기는 했으되 우리는 뜻하는 바를 이루었습니다. 일단 노 중랑장이 관문을 봉쇄하지는 않았음을 확인했으니까요.”
“그것은 좋은 일이나 그보다는 적군의 사기를 꺾길 기대했느니라. 싸움이라는 것은 역시 기세가 중요하다. 단번에 밀어붙이려면 적의 사기를 눌러놓을 필요가 있어.”
“상대는 노 중랑장입니다. 만만히 보셔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염행으로는 안 되겠다. 한수에게 전하라. 염행을 불러들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라고 말이다.”
* * *
“공격하라!”
성공영이 한수군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함곡관 공략에 나섰다. 새카맣게 밀려드는 아군을 보며 염행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직 싸움이 한창이거늘······!’
사실 한수가 염행에게 몇 번이나 싸움을 멈추고 돌아오라 명했다. 그런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전위와의 싸움에 전념했다.
주군의 명을 어기기는 했으나 싸움이 끝날 때까지 공격명령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염행은 한수가 아끼는 상장이니까.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전위는 철극으로 염행의 모와 힘 싸움을 하다가 관서군이 밀려드는 것을 보고는 크게 노했다.
“관서의 촌놈들이 그럼 그렇지. 무장의 명예도 모르는 자로다!”
전위는 염행의 모를 힘껏 쳐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줄행랑을 놓았다.
염행은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알기에 굳이 대꾸하지 않고 아군의 공격을 위해 자리를 피해 주었다.
관문이 살짝 열리고 전위가 들어오자마자 함곡관 동측에서는 일련의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흙부대와 돌들을 날라 문을 봉쇄하려는 것이었다.
일부러 도발하여 장수전을 유도한 황보숭과 전위를 내보내 이에 응해 놓고는 전위가 돌아오자마자 관문을 봉쇄한 노식. 이들의 싸움은 진작 시작된 것이리라.
“쏴라! 쉬지 말고 쏴라!”
장막의 동생, 장초는 성곽 위를 종횡무진하며 병사들을 지휘했다. 노식이 전체의 방향을 잡는 입장이라면 세세한 조정은 장초의 몫이었다.
높은 성곽과 망루에서 쏘아 대는 화살비에 한수의 병마가 적지 않게 상했다. 하지만 노식의 군세는 일만 남짓. 그 중에서도 궁사들은 삼천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러서지 마라! 성벽을 올라라!”
한수군은 성공영이 지휘를 맡았다. 그는 개미 떼처럼 들러붙어 공성하는 병사들 사이를 오가며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날아드는 화살들을 쳐내면서도 그는 꼼꼼하게 병력을 배치했다.
“좌측으로도 사다리를 더 대라! 충차는 어서 관문을 부숴라!”
충차의 육중한 무게 탓에 이동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때문에 곳곳에 사다리를 타고 병사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할 때쯤이 되어서야 관문 가까이에 이를 수 있었다.
공성에서 충차의 등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식은 이미 관문의 뒤를 돌과 흙으로 봉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마냥 충차가 관문을 두들기는 것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
망루에서 전황을 관전하던 노식은 위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신호에 맞춰 위자가 관문 위쪽 성곽에서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적색 소기를 높이 들어보였다.
이에 병사들은 흙벽돌을 쉴 새 없이 아래로 던지기 시작했다.
불에 구워 강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그저 젖은 흙을 틀에 넣어 말린 흙벽돌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던지는 것이기에 맞고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쿵! 쿵!
충차가 어느새 관문에 들러붙어 관문을 두들겼다.
장초는 관문 위로 병력을 모았다.
“충차를 향해 활을 쏘고 돌을 던져라! 화시를 쏴라!”
장초는 그리 말하고선 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생, 잠깐 이곳을 좀 맡아 주시오.”
“맡겨 주시지요. 이미 맹화유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장초는 관문 위로 병력을 집중시킨 탓에 방비가 허술해진 곳을 향해 서둘러 뛰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개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성곽 위로 적병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단외가 와 있었다.
촤악! 캉! 쑤걱!
대여섯 명 정도의 적병들이 단외의 한 합을 받아 내지 못하고 차례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곳은 이, 단외에게 맡겨 주시오.”
“고맙소!”
장초는 허술하게 두 손을 모아들어 보이고는 그대로 다른 곳을 향해 이동했다. 그 사이 단외는 적병들의 시체를 아래로 던졌다. 이 정도 높이에서 던지면 시체를 더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화살들이 양방향으로 빗발치고, 함성과 비명소리가 뒤엉켜 일대는 대혼란에 빠졌다.
그 와중에도 장수들은 병사들을 독려해 싸움을 이어 나갔다.
수많은 사다리들이 성벽에 걸쳐지고 쉴 새 없이 병사들이 기어올라 갔다. 성곽 위에 올라서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자들을 보면서도 그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한수군의 용맹스러움은 노식군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망루에 올라 전황을 관전하던 노식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탄식이라도 하고 싶지만 총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태산과 같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했다.
‘함곡관이 험관이라고는 해도 관서군을 오래 막기는 힘들겠구나.’
당장은 병사들이 잘 막아내고는 있지만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일만을 간신히 넘기는 병력으로 한수의 대군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으리라.
* * *
노식은 걱정이 태산 같았으나 황보숭은 이 싸움을 그저 흥미롭게 관전할 뿐이었다.
어차피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다만 언제 함곡관의 관문이 열릴 것인가를 특정할 수 없을 뿐이었다.
“한수가 제법이로다. 군사는 어찌 보았는가?”
“한수군의 장졸들이 용맹스럽게 싸워 주었습니다. 두려움에 물러서는 자가 없고, 쉴 새 없이 맹공을 퍼부었지요. 다만 첫 전투에서 함곡관의 문을 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한 번의 싸움으로 함곡관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느니라. 이 싸움은 한관에서 벌어질 싸움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황보숭과 노식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노식이 허술해진 함곡관에서 옥쇄할 각오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옥쇄를 한다면 풍상을 겪어 허술해진 함곡관보다 견고한 한관을 지키는 것이 효과가 더 좋을 테니까.
이것은 병법을 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이런 단순한 것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노식이 없었을 터. 황보숭의 예측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시겠습니까?”
사원은 오늘의 전투를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계속해서 공세를 퍼붓는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병법자로서의 판단이다.
물론 한수군과 마 씨군을 번갈아가며 출전시켜 노식군을 몰아붙이기로 한 것을 잊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사원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첫 전투가 탐색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병력이나 대응속도, 수성을 위한 거병과 대궁의 존재 등을 알아보기 위해 치른 싸움이라는 얘기다.
이제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전술을 재검토한 후에 오늘 밤이든 내일 새벽이든 다시 개전해야만 했다.
“병법의 정석을 생각한다면 역시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겠지.”
“싸움을 계속하실 요량이십니까? 주공, 첫 전투가 만족스럽지 못하시겠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첫 전투에서 성곽에 올라선 병사들이 나왔지 않습니까? 저곳은 함곡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사들은 지치겠지. 효율은 떨어질 것이고, 사상자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적들도 마찬가지. 어차피 차륜전을 하기로 했다면 처음부터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좋다.”
황보숭은 처음부터 쉬지 않고 강공을 퍼붓기로 결심한 듯했다.
“한수를 불러들이고, 마등을 출전시켜라.”
황보숭의 명이 떨어지자 퇴각기가 올랐다.
둥~! 둥~! 둥~! 둥~!
퇴각신호로 약속된 긴 간격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수는 군대를 물렸다.
맹공을 퍼붓던 한수군이 물러나자 성곽 위의 노식군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노식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리 쉽게 물러설 황보숭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병사들이 질러 대는 환호성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오늘의 싸움이 끝났고, 적을 막아 냈다는 기쁨이 큰만큼 실망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수군이 물러나고 마 씨군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밀려들었다.
이 모습을 본 노식군 장졸들은 하나 같이 표정이 굳어졌다.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하라!”
* * *
망루 위로 올라온 위자가 노식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초장부터 거칠게 몰아붙이는걸 보니 황보숭의 마음이 급한 모양입니다.”
“포석은 잘해 두었는데······.”
“문제는 시간이지요. 어찌하시겠습니까? 한관으로 퇴각할 준비를 할까요?”
위자는 이곳을 예상보다 빨리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백개 선생을 비롯해서 싸울 수 없는 자들을 먼저 한관으로 보내게.”
노식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적진을 노려보았다.
낭패한 표정을 보기라도 한 것일까? 황보숭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노식의 얼굴이 안 봐도 눈에 선하구나. 쯧쯧쯧! 나와 함께 일세를 풍미한 영웅의 말로가 아쉽구나, 아쉬워.”
“한수군과 마 씨군의 피해를 염두해 두지 않고 공세를 계속 가한다면 내일 밤에는 주공의 깃발이 망루에 꽂히게 될 겁니다.”
“함곡관에서 오래 지체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 진짜 싸움을 해보고 싶구나. 한관에서 말이다.”
황보숭은 전장을 향해 턱짓했다.
“한수군이 적당히 쉬면 다시 교대를 하게 하라. 해가 진 후에도 계속 몰아붙여라.”
“주공의 명을 받듭니다.”
함곡관에서는 노식과 황보숭이 일전을 겨루고 있었지만 동관은 평온했다. 여포가 좀처럼 중천에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포군은 겉으로만 침묵을 지키는 것일 뿐이었다.
중천 태수부 대청.
관서군의 숨통을 끊기 위해 수뇌부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군략을 논하고 있었다.
물론 가후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주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밑그림도 붓 한 번 잘못 놀리면 폐품이 되어 버리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작은 행동 하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곽 선생은 지금 관서군의 보급로부터 끊자 이 말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장군. 대군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군량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하지만 많은 군량을 가지고 움직이는 군대는 없습니다.”
가규가 곽가의 말에 찬동하고 나섰다.
“군사 선생의 말이 옳습니다. 사견을 문초해 보급로까지 알아낸 마당에 주저할 것이 무엇입니까?”
하지만 여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관을 탈환하는 것을 우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오. 덫은 들어는 갈 수 있으되 나올 수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니오? 곽 선생, 재고해 보오.”
“장군께서 걱정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어찌 소신이 모르겠습니까? 동관을 확보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은 분명 보급로를 끊는 것보다 우선합니다.”
“그런데 보급로부터 끊자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말 아니오?”
“동관은 쉽게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관서군이 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듯 우리 역시 관서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소. 동관을 지키는 자가 누구이며, 그 군세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데 어찌 일이 쉽다 장담한단 말이오?”
“이제 드디어 총령산과 태화산에 있는 군세를 써먹을 때가 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