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72
671화 진심으로 정과를 얻고 싶은데(眞心要吃正果) 어찌 높은 산과 깊은 물을 두려워하랴(??高山深水) 3
————– 671/753 ————–
그곳의 군세라면 고죽왕 묵태팔의 군세, 그리고 동관을 지켰던 장비군이 있었다.
고죽 용사들은 그간 그 수가 줄기는 했으나 아직도 일천 오백에 이르렀다.
장비군은 역시 동관을 지키다가 수백을 잃어 이천이 조금 넘었다. 이들을 합해 삼천오백. 적다면 적은 숫자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설마 동관과 함곡관 사이를 지나는 보급부대를 급습하자는 얘기요?”
“여 장군, 총명! 관서군의 약점은 긴 보급선입니다. 황보숭이 중천을 포기한 것은 위수를 방어선으로 삼아 장안에서부터 시작되는 보급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우리는······? 나는 대체 무얼 한단 말이오? 여기서 손 놓고 세월이나 희롱하며 보낼 생각은 없소.”
“장군,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장안에서부터 동관까지의 보급선을 끊어 놓으셔야지요.”
그제야 여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오늘이라도 출병할 수 있는데······. 어디로 가면 좋겠소?”
하지만 곽가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당장은 아닙니다.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으셔야지요.”
“이곳에서 더 해야 할 일이 있소? 관서군이 동관을 지났다는 보고는 이미 받지 않았소? 아마 지금쯤이면 함곡관에 이르렀을 거요.”
“장군, 황보숭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소신이 감히 단언컨대 지금껏 장군이 만나신 적들 중 단연코 최강입니다. 원소의 관동군과 견주어도 관서군이 더 위험합니다.”
여포는 미간을 찌푸렸다.
“선생, 황보숭이 대단한 인사라는 것은 부정하진 않겠소. 하지만 적을 높이 평가하여 우리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오.”
“소신은 같은 책략이라고 해도 황보숭을 상대로 성공시키는 것은 몇 곱절 어려움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곽가는 여포가 오해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추켜세웠다.
“물론 장군께서 관서군의 보급선을 끊고자 하신다면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천군만마도 결코 장군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할 테니까요.”
“당연한 얘기요. 하나 이, 여 봉선이는 군략을 군사에게 일임하겠다 약속했소. 지금은 곽 선생이 군사이니 곽 선생의 군략에 힘을 실어 주리다.”
여포의 말에 곽가는 그를 향해 읍을 했다.
하기야 그 어떤 군주가 군사의 말을 이토록 중히 여겼던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여포는 자신에게 읍하고 있는 곽가의 팔을 받쳐 허리를 펴게 했다.
“곽 선생, 이곳에서 남은 일이란 게 무엇이오? 어서 매듭을 지읍시다. 일을 남겨두는 것은 영 찝찝하단 말이지.”
“예, 장군. 중천에서 남은 일은 역시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자원? 황보숭이 미쳐 가지고 가지 못한 군량과 무기, 면포비단 정도가 전부가 아니오?”
“그것도 활용을 해야겠지만 소신이 말씀드리는 자원은 사람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황보숭이 보낸 미희들도 있고, 풍운조화의 ‘조’도 있지 않습니까?”
곽가의 말은 장희와 조 청룡을 어찌 써먹을까를 고민해 보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여포의 머리에서 좋은 계책이 나올 리 만무했다.
“어차피 내게는 지모가 없소. 그들을 어떻게 더 활용하라는 말이오?”
“소신은 가 선생을 대리하여 잠시 군사의 대임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신은 일을 처리할 때 가 선생이라면 어떻게 일을 처리하셨을까를 항상 생각합니다.”
“가 선생이라면 이럴 때 아마도 귀계를 썼겠지.”
여포는 가후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에 자기도 모르게 그의 습성을 큰 틀로 삼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장희를 통해 거짓 정보를 흘릴 궁리를 했을 것이고, 조 청룡이가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된 것을 알 리 없으니 이를 십분 이용하려 했을 거요.”
여포는 그리 말하고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뭐, 이 정도가 내 머리로는 한계요. 세부적인 사항을 예측하는 것은 내 영역 밖이라오.”
“장군께서 예상하시는 것과 소신이 준비한 계책 역시 그 궤를 같이 합니다. 하나 당장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거는 좀 따라하지 마시오. 내가 지금 가 선생과 함께 있는 건지, 곽 선생과 함께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되오.”
“지금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소신이 의도하는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면 쓸 수 없는 계책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곽가가 말끝을 흐리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여포도 곽가의 시선을 좇았다.
* * *
“초선아, 네가 어찌······?”
곽가의 시선을 좇아 여포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초선이 소리 없이 서 있었다. 여포는 한달음에 달려가 초선을 품에 안으려 했다.
그러자 초선은 그를 밀쳐 냈다. 이에 여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찌 내 손길을 뿌리치는 것이냐? 아직도 화가 다 풀리지 않은 것이냐? 내 말하지 않았더냐? 황보숭이 보낸 미희들은 품지 않았다고 말이다.”
“천첩은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곳은 평정이 열리는 자리가 아닙니까? 공적인 자리에서 군주가 이러시면 추태입니다.”
“내가 내 정처를 안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이오?”
“군주에게는 흠이 됩니다.”
초선이 단호하게 말하자 여포는 단단히 삐쳐 버렸다.
“그러면 여인이 어찌 평정 중인 낭군을 왜 찾아왔을꼬? 공적인 자리에 낭군을 보러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상공께 청이 있어 왔어요.”
“사사로운 청을 하라고 대청이 있는 게 아닐 텐데?”
“사사로운 청이 아니니까요. 상공, 천첩이 서량으로 가겠어요.”
초선의 말에 여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초선아, 네가 왜······? 네가 거길 왜 간단 말이냐? 설마 날 떠나려는 건 아니겠지?”
여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초선은 사내들처럼 두 손을 모아들었다.
“상공, 천첩이 서량에 가서 강족의 무사를 만나 보겠어요.”
초선의 말에 여포가 크게 노했다.
“누구에게 그 얘기를 들었느냐?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천첩 역시 상공의 신하지요. 해야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땅히 나설 거예요. 상공을 위해서 높은 산과 깊은 물을 어찌 마다하오리까?”
그녀의 말은 여포의 포악한 성정을 되살아나게 했다. 그는 초선의 턱 아래를 손가락을 밀어 올렸다. 그녀의 연약한 몸이라면 여포가 손가락으로 꿰뚫어 버리지 못할 리 없었다.
그토록 아끼던 초선을 죽이기라고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서량이 얼마나 위험한 땅인지를 상기시켜주고 싶었을 뿐이다.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으냐? 화살이 피해가고 칼에 맞아도 죽지 않는 불멸의 몸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녀를 설득하는 일은 오직 천첩만이 할 수 있지요.”
“서강 말을 한단 말이냐? 아니지. 그건 둘째 치고, 상대는 무사(巫師)다. 이족의 무사를 네가 무슨 수로 설득한단 말이냐? 말도 안 된다.”
여포는 강하게 누르기만 해서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초선아. 그곳은 먼 곳이다. 게다가 서량에는 강족뿐만 아니라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이족들이 득실거린다. 널 잃고 싶지 않구나.”
“천첩은 울료의 후예입니다.”
“네 내력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
“들으셔야 합니다. 사마 씨가 득세하여 태사 씨와 임 씨를 밀어내지 않았다면 천첩이 천자의 무사가 되었을 테니까요.”
천자의 무사라고 이름 붙일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태사국에 있어야만 했다. 태사령의 자리는 천문을 읽고, 지리를 살피고, 역사를 기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인이 벼슬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천자의 여인이 되는 것뿐이다.”
“그것은 한조에서나 그런 것일 뿐이지요. 천첩은 상공의 정처로서 뿐만 아니라, 상공의 신하로서 공을 세우고 상공의 천하에서 그에 따른 직위를 요구하겠어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냐?”
“장희의 일을 알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한낱 미희들조차도 주군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데 어찌 상공의 정처인 제가 정과를 좇지 않을 수 있겠어요?”
초선의 말을 반박할 구실이 없었기에 여포는 좌중의 인사들을 바라보며 구원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역효과가 났다.
“본 도장은 초 부인의 말에 적극 찬동합니다. 우리 방사들이 공을 세우려는 것도 더 이상 방관자로 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같은 난세에 뭐라도 공을 세워야 여 장군의 천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터.”
상산초옹 역시 마찬가지였다.
“높은 산과 깊은 물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정과를 얻지 못할 것이니······.”
계달도 말을 보탰다.
“전날, 한조가 비동겸에게 서강왕의 왕호를 내렸다면 서강의 발호가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외다. 경학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천하의 절반을 포기하고 어찌 국학이라 할 수 있겠소?”
그가 말하는 천하의 절반이란 여인들을 말하는 것일 터.
“곽 선생, 선생의 생각은 어떻소? 선생도 초선이 서량에 가는 것을 내가 허락해야 한다고 보오?”
“작은 가능성만 있다면 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나 장군이 정처를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지요. 초 부인이 서강의 무사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 이득은 한 사람의 목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곽가는 가후와 마찬가지로 쓸 수 있는 것은 다 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초선의 내력을 잘 알고 있으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도 여겼다.
초선은 울료의 후예. 울료와 진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그 진나라는 옹주와 서량의 이족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 어쩌면 초선에게 서강의 무사를 설득할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몰랐다.
“상공, 허락해 주세요.”
“실패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초선아, 네가 실패한다면 이, 여 봉선은 천하를 얻을 욕심에 눈이 멀어 정처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말을 듣게 되겠지.”
“천첩이 실패한다면 상공의 명성에 흠집이 생길 뿐이지만 천첩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명성과 목숨 중에 무엇이 더 중합니까?”
초선은 자신이 목숨을 거는데 명성을 운운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여포는 초선이 무엇을 근거로 이리 자신만만한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분명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좋다. 하지만 호위는 데려가야 한다. 가 선생이 있는 곳까지만 무사히 간다면 서강의 무사와 만나 얘기가 틀어진다고 해도 네가 해를 입을 일은 없을 테니까.”
여포는 초선이 가후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가는 것만 걱정이었다. 초선이 일단 가후만 만나게 되면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미 조 대인께 부탁을 드려 놓았지요. 조 부의 무인들이라면 상공께서도 더는 걱정을 하지 않으실 듯하여······.”
여포의 시선이 조완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조완이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상산 창술의 전인들 중에서도 고수들로만 뽑아 왔으니 초 부인을 무사히 호위할 수 있을 거외다. 그리고 내 아들, 자룡이가 호사들을 이끌 것이니 장군은 더는 걱정 마시오.”
“고맙소, 조 대인.”
하지만 조운이 딴죽을 걸었다.
“아버지, 소자랑 상의 한마디 없었잖습니까?”
“네가 여 장군의 장수이기에 내 마음대로 너를 부릴 수 없음은 알고 있느니라. 하나 이번 일은 사사로이 너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여 장군을 위한 일이니 상관없다.”
“여 장군을 오랜만에 뵈었는데 또 멀어지란 말씀이십니까?”
“조 자룡, 가라.”
여포까지 이렇게 나오자 조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장군까지 이러십니까? 소장이 기른 창기병단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일천 기병이 빛이 번쩍번쩍 나는 백은갑주를 입고, 장군처럼 속발관에 두 가닥 긴 꿩깃을 꽂았습니다.”
조운은 자신이 기른 창기병을 자랑하는 것으로 여포의 환심을 사려했다. 하지만 여포는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자들이 일천이나 되는 걸 반길 사람이 아니다.
“그건 나중에 봐도 된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쓸 일이 없어.”
“관서군과의 싸움이 한창이라 들었습니다. 소장에게도 출전의 기회를 주셔야지요. 언제까지 상산에 팽개쳐 두실 셈입니까?”
조운은 아비 조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상산이 어때서? 상산으로 말하자면 산 좋고, 물 맑은······.”
“아버지, 상산은 따분한 곳입니다. 그곳에는 싸움이 없잖습니까? 무장이 살 곳은 전장입니다.”
“그래서 여 장군이 널 싸움터로 보내 주겠다 하지 않느냐? 서량이야말로 이곳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곳이다. 이곳에는 여 장군이 있으니 위험도 없고, 여 장군의 장수들도 많을 것이니 네게는 기회도 적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량행이 싫으냐?”
조완의 말에 조운은 여포에게 바짝 다가섰다.
“장군, 소장이 초 부인과 함께 서량에 다녀오겠습니다. 장군은 아무 걱정 마십시오. 이, 조 자룡이가 있으니까요.”
“좀 떨어지면 안 되겠느냐?”
여포는 열심히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서 준비하라. 이왕 갈 거면 빨리 출발해야 빨리 돌아오지.”
“장군께서도 소장을 보내시는 것이 아쉬우신 모양입니다?”
천덕꾸러기 조운은 여포의 눈총을 받고서야 읍을 하고는 물러갔다. 서량으로 떠날 자들이 대청을 모두 나간 후에야 곽가가 조완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조 대인, 실은 조 장군의 말이 틀렸습니다. 아무래도 상산으로 돌아가 보셔야겠습니다.”
“상산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소리로 들리오만······?”
“그간 전서응을 쓸 수 없어 진 선생과 연통을 하지 못했는데 수일 전에야 다시 전서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관동군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