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82
681화 작은 낚싯대에 가는 줄로(夫揭竿累) 큰 고기는 잡지 못한다(其於得大魚難)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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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장희의 처소.
출병 준비로 여포군 장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틈을 타서 설묘가 수하 둘과 함께 사견을 데리고 돌아왔다.
사견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사람을 어찌 이렇게 만들어 놓는지······.”
장희는 자신의 침상에 누워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사견을 간병하며 딱하다는 듯 말했다.
“고신이 심했던 것 같소. 하기야 사 대인은 관서군의 요인이니 정보를 캐내려 여포의 부하들이 과하게 다룬 것은 당연하오. 숨이 붙어 있는 게 기적이지.”
설묘는 장희와 시선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미인께서 전서를 한 통 써 주어야겠소. 사 대인의 손은 한 동안 붓을 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오. 우리가 주공께 가겠다 써 주시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본녀에게는 대인께 소식을 전할 방도가 없어요.”
“정말 없소?”
설묘의 눈빛에는 의심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장희의 말에는 한 점 거짓이 없었다. 적진 깊숙이 와 있는데 무슨 수로 소식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곳에는 황보숭에게 내응하는 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본녀가 장군을 속일 이유가 없지 않나요? 우리는 한 편입니다. 의심은 접어 두세요.”
“좋소. 장 미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리다. 사 대인이 거동할 수 있는 대로 중천 땅을 빠져나갈 생각이오. 혹, 전서나 물건을 전하려거든 한 시진 안에 준비해 주시오. 단, 크고 무거운 것은 안 되오.”
“어디 가시려고요?”
“사 대인은 거동이 불편하니 미리 길을 정해 두어야 하오. 여포군은 실로 강군이라 할 만하오. 다른 때 같으면 빠져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나 지금은 출병준비로 어수선하니 한 번 꾀해 볼만 할 것이외다.”
설묘는 자연스럽게 전각을 빠져 나와 한 시진을 후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장희에게 전서 한 통을 받았다.
“이 서신은 반드시 전하겠소.”
설묘가 사견을 들쳐 업고 나섰으나 그의 수하 둘은 설묘를 따라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에 장희는 그들을 곁눈질하며 설묘에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경계가 삼엄하니 한 번에 다수가 움직이면 들킬 거요. 일각 후에 따로 움직일 것이니 잠시만 더 참아 주시구려.”
“아아! 그런 것이었습니까?”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어쩌면 전각에 불을 질러야 할 수도 있소. 내 수하들의 목숨은 귀한 것이나 사 대인의 목숨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설묘는 여차하면 전각에 불을 내어 시선을 끌게 하고는 그 틈에 사견을 데리고 빠져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서라면 남은 두 사람의 목숨은 없을 터. 하지만 사견을 데리고 중천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희생은 오히려 싼 것이다.
설묘는 장희에게 잘 부탁한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그대로 사견과 함께 밖으로 사라졌다.
* * *
그들이 나가고 남겨진 두 사내.
장희는 이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물론 이들 역시 자신의 이름을 밝힐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들이 할 일은 그저 곽가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들어가겠다!”
전각 밖에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 그것은 여포의 것이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장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는 두 사내에게 손을 내저었다.
“어서······!”
어디로 숨을 곳을 말해야 할 텐데 장희는 그러지 못했다. 여인의 방에서 가장 숨기 좋은 곳이라면 역시 침실이다.
하지만 장희는 그곳을 입에 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진희와 안희조차도 장희가 매일 밤마다 여포의 품에 안긴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을 이름도 모르는 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병풍 뒤에 숨으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기척을 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사내들은 알겠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병풍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야 장희는 여포를 맞이하러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여포는 짜증을 냈다.
“왜 이리 문을 늦게 여는 것이냐? 객이라도 있느냐?”
여포의 말에 장희는 뜨끔했다. 하지만 태연스럽게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이곳에는 병사들조차도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하긴 그렇지.”
여포는 장희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장희는 오늘따라 교태를 부리며 여포에게 들러붙었다.
“장군, 오늘은 어째서 부르시지 않고 직접 오셨나요?”
“곧 출병할 것이다. 한동안은 돌아오지 못할 테니 한 번 보고 가려고 들렸다.”
여포는 그리 말하고는 돌연 코를 킁킁거렸다. 여포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장희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물었다.
“무슨 냄새라도······.”
“피 냄새가 난다. 어째서 규방에 피비린내가 난단 말이냐?”
“아이 참! 여인네가 달거리 하는 것인데······.”
장희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여포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병풍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갑자기 병풍을 훽 걷어 내고 말았다.
그 순간 병풍 뒤에 숨어 있던 두 사내가 여포를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
누가 봐도 피하지 못할 것만 같은 살초였다. 하지만 상대는 여포. 이런 검초 정도는 수도 없이 겪어 보았다.
‘살살 하라고 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구나.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장희의 눈을 속일 수 있을 테지.’
여포의 신형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는 왼팔 팔꿈치로 두 놈 중 하나의 팔을 후려쳤다. 덕분에 비수의 궤적이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퍽!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가슴팍에 쌍장을 맞은 사내가 날아가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남은 한 녀석은 미리 말을 맞춘 것도 잊고 여포를 향해 미친 듯이 비수를 휘둘렀다.
여포는 그가 흥분해 잠시 이성을 잃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떻게든 빨리 놈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비수를 휘둘러 여포의 접근을 막으려는 그에게 다가가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포의 입장에서는 그를 죽이기도 그렇고, 말로 멈추게 할 수도 없었다.
여포는 두어 걸음 뒷걸음질을 치고는 한 바퀴를 돌며 꽃병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마저 돌아서며 꽃병을 던졌다. 꽃병은 사내의 이마에 부딪혀 박살 날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사내는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여포가 이 두 사람을 모조리 쓰러뜨리는데 걸린 시간은 속으로 다섯을 헤아리는 시간보다 짧았다.
* * *
밖에서 상개가 문을 박살 내고는 뛰어 들어왔다.
“대형!”
그러자 여포는 쓰러진 두 사내를 상개 앞에 내던지며 말했다.
“옥사를 도망친 놈들이 넷이라더니······.”
여포는 말끝을 흐리고는 장희를 흘겨보았다.
“나머지 둘은 어디다 숨겼느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천녀, 정말 모르겠습니다.”
“죄인들을 숨겨 주는 것이 얼마나 중죄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천녀는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장희는 딱 잡아뗐지만 여포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상개야, 지금 당장 이 계집의 목을 쳐라.”
여포는 장희를 참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상개는 장희에게 등을 보이며 여포를 보고 섰다.
“대형,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소.”
“오해는 무슨 오해?”
“대형, 이 계집은 저들을 숨겨 준 것이 아니오.”
“네가 어찌 안단 말이냐? 상개야, 저 계집은 황보숭이 보낸 간자다. 그리고 이놈들은 조 청룡이라는 놈의 수하 장수들이 아니더냐? 같은 편끼리 짜고 치는 노름판이다. 봐라. 상황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천연덕스럽게 내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지 않느냐?”
이에 상개는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거요. 좀 전에 저들이 전각으로 뛰어드는 걸 보고 지금 달려오는 참이란 말이오.”
“정말이렷다?”
“내가 대형한테 언제 거짓말한 적이 있소?”
상개의 말을 유심히 듣고 있던 여포는 고개를 기울였다.
“너는 그걸 어찌 보았단 말이냐?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대형, 지금 날 의심하는 거요? 설마 네가 대형의 여인을 탐내고 있기라도 한 것 같소? 이 전각은 우리 병사들이 지키지 않소. 그러니 숨어든다면 이곳이 적격이기 때문에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소. 됐소?”
“이놈들을 데려가 고신해 보면 알겠지.”
여포는 그리 말하고선 상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만약 네 말이 거짓이라면 네 아무리 내 구병이라고 해도 참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두 사내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장희의 방에는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을 깬 것은 장희였다. 그녀는 상개를 애뜻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했죠? 내 편을 들어줄 이유가 하등 없었을 텐데······.”
“그냥 그러고 싶었소.”
“그들이 깨어나 고문을 당하면 사실을 고할 거예요.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이에 상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흐흥! 대형은 그리 허술한 사람이 아니오. 아마 내가 지금 나서면 나 정도는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을 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닌 무예자들이 따라붙겠지.”
“이봐요. 그러면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겠단 건가요?”
“내 이름은 이봐요가 아니라 상개요, 상개. 그쪽은 이름이 뭐요?”
“연화······ 장연화.”
상개는 돌아서서 장희에게 다시 등을 보였다.
“이제 이름을 알았으니 되었소.”
상개는 왜소한 체구지만 장희에게 그의 등은 마치 거인의 것처럼 넓게 보였다.
“되긴 뭐가 되었단 말이에요? 날 위해서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어차피 나 같은 건 누구도 걱정해 주지 않아요.”
“당신을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지. 맺어질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뭐라도 해주고 싶었소. 단지 그것뿐이오.”
상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저 장희를 얻고 싶다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음대로 지껄여 대는 것에 불과했다.
어찌 보면 혼인을 하고 싶어 연인을 설득할 때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가 없으리라.
그런데 그게 또 먹힌다는 게 문제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양곡 한 섬에 팔려 존귀한 자들에게 물건처럼 여겨졌죠. 누구도 천한 나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은 없었어요. 내가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죠. 그게 내게 주어진 기회였어요.”
장희도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이해할 수도 없었다.
상개는 말없이 그녀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두 사람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다가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상개의 키가 장희와 엇비슷했다. 때문에 상개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입맞춤을 나누기에는 이편이 나았다.
여포는 상개가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생각했다. 그는 걸음을 열심히 옮겨 대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곽가뿐만 아니라 설묘까지 여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묘는 여포를 보자마자 그를 향해 읍했다. 그러자 여포가 손을 내저어 예를 거두게 했다.
“설묘, 수고가 많다.”
“여 장군께서는 이제 조 청룡 대형의 주인이시니 제 주인이기도 합니다. 수하가 주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좋다! 공을 세우면 반드시 포상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장희를 만난 일은 어찌 되었느냐?”
“장희에게는 황보숭과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여포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곽가는 장희가 황보숭과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이 같은 일을 꾸몄다.
이곳 중천은 황보숭이 오래 머물렀던 곳이니 비밀통로라든지 밀정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사견은······?”
“계속 혼절해 있었으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여포는 설묘에게 원하는 답을 들었기 때문인지 곽가에게 시선을 옮겼다.
“선생, 이제 이곳에서의 일은 끝난 것 같으니 출병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