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32
731화 천자의 배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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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에게 감히 ‘상부’라고 불리는 자. 바로 방사 사자묘를 말함이리라.
상부(尙父).
본래는 주무왕이 강태공을 높이 칭하여 부르는 말이었다. 강태공은 무왕의 아버지인 문왕을 도왔으며 문왕이 죽고 난 후에는 무왕의 군사로 천하를 평정한 영웅호걸이었다.
무왕이 강태공을 아비처럼 높이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인데 당금천자인 소제가 사자묘를 상부라 부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사자묘에 대한 소제의 신뢰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노 정위와 여 자사의 논공행상과 관련된 것은 짐이 좀 더 고심한 후에 결정하도록 하겠다. 기한은 역적 황보숭과 그 삼족의 수급을 모두 가져올 때까지로 한다.”
“성상 영명!”
“성상 영명!”
소제는 일단 결정을 뒤로 미루었다. 하나 오늘의 안건은 이게 끝이 아니다.
“소신이 다음 안건을 말씀 올리겠습니다. 다음은 소신의 관서 출병입니다.”
동탁의 말에 위로는 천자부터 아래로는 환관들까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국이 출병을 한단 말이오? 관서로······? 왜······? 무엇 때문에 관서로 출병한단 말이오?”
“폐하, 신이 관서로 출병하려는 것은 관서를 평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황보숭의 수급을 얻을 수 있을 진대 어째서 상국이 직접 출병을 하려 하오?”
“폐하, 관서는 황보숭이 쥐락펴락하던 곳이었습니다. 하나 이제 그의 군세가 꺾였으니 다시금 강족들이 고개를 쳐들고 반기를 들 것입니다.”
동탁의 말에 다시 장내가 술렁였다.
강족의 폐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들이 봉기할 때마다 한조는 막대한 국력을 소비해 그들의 반란을 평정해야만 했다.
물론 그 때마다 영웅이 나왔다. 동탁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동탁은 강족과 때로는 교섭으로, 또 때로는 강공으로 그들의 봉기를 평정했다.
아직 허벅지에 힘이 남아 있을 때 말을 달려 그들을 평정하고픈 마음이리라.
“강족 정벌에 소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폐하, 소신의 출병을 허락해 주소서.”
동탁의 청에 소제는 고민에 휩싸였다.
“굳이 상국이 직접 갈 필요는 없지 않소? 그런 일은 수하 무장을 시키면 될 일이오.”
소제는 어떻게든 동탁을 곁에 두고 싶었다.
동탁은 소제에게 있어 큰 버팀목인 것은 분명했다. 그와 서량병 8만이 경성에 있기 때문에 누구도 그의 제위를 넘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소제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는 해도 그 정도를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자신을 천자의 제위에 올려놓은 동탁을 곁에 두어야만 진류왕 협을 앞세워 정권을 찬탈하려는 무리가 고개를 들지 못할 테니까.
하나 동탁의 의지도 확고했다.
“폐하,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입니다. 노 정위와 여 자사가 역적 황보숭의 군세를 꺾었으니 관서는 무주공산입니다. 강족들이 발호하기 전에 그들을 각개격파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서를 평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의 청을 허락해주십시오.”
“흐음······! 상국의 뜻은 잘 알겠소. 하나 이 역시 내 고심하여 답을 줄 것이니 기다리시오.”
* * *
“조회가 끝났으니 퇴청!”
천자가 용상에서 내려오자 조도가 목소리를 뽑아 올렸다. 그러자 백관들이 홀을 쥐고 읍하며 마지막 예를 갖추었다.
조회는 오늘도 성과 없이 끝났다. 하나 그것은 조정의 일일 뿐 조도의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조도가 순식간에 텅 비어 버린 온덕전을 나서자 ‘중 공공’이라 불리는 중연이 그의 곁으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조도는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빠르게 읊조렸다.
“공공, 준비는 끝났습니까?”
“후립이 모란전의 상궁 하나를 매수했다.”
모란전은 황후의 궁. 당금의 황후는 당희였다. 그녀는 회계 태수 당모의 딸로 재색을 겸비한 미인이다.
한조의 국모로서 더할 나위 없이 존귀한 여인이지만 그녀는 화려한 치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치를 경계해 후궁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하나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시비들에게는 독이 되었다.
아마 후궁전의 권력을 탐하는 여인이 있었다면 후 공공이 했던 것처럼 모란전의 궁녀들을 매수해 음모를 꾸몄을 터.
“그 상궁이 천자의 침전에 출입할 수 있습니까?”
“내 직접 알아보니 천자께 올리는 탕약과 음식은 모두 모란전에서 관리한다고 하더구나.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천자의 총애를 독차지할 수 있을 테지.”
“상궁이 비밀통로를 알기도 힘들뿐더러 알아서도 안 됩니다.”
“그 일은 걱정하지 마라. 조견을 붙여 주었으니 비밀통로를 찾는 것은 그 녀석이 알아서 할 것이니라.”
조견은 중연을 따르는 젊은 환관으로 어려서부터 태관국(太官局)의 도둑고양이, 좌승의 그림자 등으로 불렸던 자다.
태관국은 천자의 삼선(세 끼)를 마련하는 일종의 주방이다. 게다가 좌승은 그 음식을 만드는 황실의 주방장.
한 마디로 조견은 주방에 숨어들어 음식을 많이 훔쳐 먹었던 골칫덩이라는 얘기다.
조충은 그의 타고난 재주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잠행술을 비롯한 각종 자객술을 익히게 하여 숨으면 좀처럼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조견이라면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모란전의 상궁이 걱정입니다. 우리의 일이 발설되면······.”
“그 일이라면 걱정마라. 일이 끝나는 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죽임을 당한다는 뜻. 아마도 자살을 당하게 될 터였다.
하나 궁중에서 뒷배 없는 자가 함부로 재물이나 권력을 탐하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
황궁이 얼마나 넒으며 그곳에 기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궁인 하나 사라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모란전의 상궁은 조견을 심부름꾼 삼아 음식을 같이 들고 천자의 침전으로 향했다.
* * *
천자의 침전을 지키는 위사들은 그 기세가 사뭇 당당했다.
황궁을 지키는 군세는 적지 않으나 특히 천자를 그림자처럼 호위하는 위사들을 일컬어 호분(虎賁)이라 했다.
이름 그대로 범처럼 날랜 자들로 동탁 휘하의 서량병 중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자들로만 채워졌다. 그러니 이들의 자부심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궁 안에서 검을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이들 위사들을 제외하면 단 두 사람뿐이다.
하나는 천자.
황궁의 주인은 천자이니 당연히 천자가 검을 차고 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소제는 검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거추장스러운 검을 지니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상국 동탁.
당금천자인 소제를 옹립하여 용상에 앉힌 자에게 검리상전(劍履上殿)의 예우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하나 천자의 침전으로 향하는 모란전의 상궁이나 조견은 양 손에 음식이 든 통이나 들고 있을 뿐이다.
“너희는 누구냐? 무슨 용건으로 이곳에 온 건지 말하라.”
“호분들께서는 제 얼굴을 모르시겠습니까? 모란전의 상궁 전용이잖아요.”
삼선에 중간에 두 번 즐기는 간식까지 모두 모란전에서 담당했다. 요리는 좌승이 맡았지만 천자의 밥상에 오를 음식을 정하는 것과 이렇게 옮기는 것을 모란전 상궁들이 맡았다는 말이다.
“하루에 몇 번씩 오가니 그 상궁들의 얼굴을 다 기억할 수야 있나?”
“일전에 따로 음식을 해왔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아아! 그 상궁이로구먼. 맞네, 맞아. 길을 열어줄까, 말까? 열어주면 나중에 또 음식을 가져다 줄 텐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시간 맞춰 천자께 음식을 올리지 못하면 천녀는 죽은 목숨입니다. 태관국의 산해진미를 조금 빼돌려도 아무도 모를 터이니 빨리 길을 열어주시어요.”
태관국의 좌승은 천자의 요리를 담당하는 총주방장이다. 여포가 무(武)로서 천하제일을 자신한다면, 좌승은 요리로서 천하제일을 논해야 하는 자리다. 그가 만든 요리라면 궁 밖에서는 맛볼 기회가 없다 하겠다.
“길을 열어주어라.”
위사는 이들의 출입을 허락해 수하들에게 길을 터주라 명했다. 그런데 조견이 곁을 지나는 순간 그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잠깐!”
조견은 속으로 뜨끔했다.
그가 아무리 환관이라고 해도 천자의 침전을 드나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천자를 근접해서 모시는 환관들은 중상시 벼슬을 하는 자들이고, 그 이외의 환관들은 중상시 휘하의 환관들이다.
하지만 조견은 그런 축에 속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태관국의 환관도 아니다. 들키면 수중에 검도 없으니 단칼에 목숨을 잃고 말리라.
“이봐, 너! 못 보던 얼굴인데······?”
위사의 말에 조견의 몸이 굳었다.
위사는 그리 말하고선 다짜고짜 조견의 손목을 붙잡아 끌었다. 그는 조견의 손바닥을 보고는 더욱 의심스레 노려보았다.
“네 놈의 손은 분명 칼을 쥐던 손이다. 환관 주제에 검예를 익히고 있는 게 수상하다.”
손바닥의 굳은살을 만져보자마자 위사는 조견을 의심했다. 그러자 그 때 모란전 상궁이 꾀를 냈다.
“호분 대인, 이 아이는 새로 태관국에 배속된 환관입니다. 모란전에 있던 아이인데 제법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태관국으로 보내 요리를 배우게 했습죠.”
그제야 위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도도 칼은 칼이고, 요리 수업을 받고 있는 이상 칼질은 피할 수 없으니 손에 굳은살이 박인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니 잘 봐주세요. 뭐하느냐? 호분 대인께 인사 올리지 않고!”
조견은 그 말을 듣자마자 위사 앞에 넙죽 엎드렸다.
위사는 난처해졌다. 환관에게 이런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황가의 사람이거나 고관대작뿐이기 때문이다.
위사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상궁이 조견을 다그쳤다.
“내가 그토록 일러주었거늘······. 환관이라고 해도 무조건 상대에게 절을 하면 안 되느니라. 호분 대인께는 허리를 접는 것만으로 족하다. 일어나서 다시 해 보거라.”
이에 조견은 아무 말도 없이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마치 코가 바닥에 닿을 듯 했다. 그러자 상궁이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호호호! 얘가 이렇습니다.”
그러자 위사는 조견의 뒷덜미를 붙잡아 달랑 들어 올려 세웠다.
“다음부터는 절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위사의 말에 조견은 짐짓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댔다.
“통과!”
* * *
소제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탁자 위에 음식들이 놓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조견은 술동이 하나를 내려놓으며 소제를 곁눈질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오기로 한 사람이 제 때에 안 오는 모양이로구나.’
조견 역시 천자에 대한 충절이나 경외 같은 것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신하에 의해 옹립된 천자는 그 정당성이 의심받는 경우가 많았다. 소제의 경우처럼 소제를 옹립한 동탁의 대척점에 선 자들이 있게 마련. 소제가 친정하고 엄청난 성과를 보이지 않는 한 적통으로 용상에 오른 천자만큼의 경외를 받지는 못하리라.
상궁과 조견은 음식을 다 내려놓자마자 엎드려 절했다. 그러자 소제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나가라.”
상궁과 조견은 몸을 일으켰고, 그 사이 조견은 다시 한 번 천자를 흘깃 거렸다.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모양인지 천자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조견은 상궁과 함께 나가는 척 하다가 슬쩍 빠졌다. 침전 안에는 세 사람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제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사자묘를 만날 심산으로 침전 안에 호분을 한 사람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호분이 천자의 곁을 비우는 일은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당금천자는 사자묘의 영향으로 하 태후에게 문안 인사도 올리지 않고, 소황문 조도가 전하는 상소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하물며 호분 정도를 곁에서 물리는 것이야 무슨 대수겠는가.
조견은 원숭이처럼 기둥을 타고 올라가 대들보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낮이라고 해도 이곳은 항상 그늘이 져 있었다. 살수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천자의 침전에는 창을 내지 않으니까.
특히나 지금처럼 모든 문을 걸어 닫았을 땐 맨 눈으로는 대들보 위를 제대로 살필 수 없으리라.
잠시 후.
텅! 텅!
뭔가 후려쳐서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천자는 밝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 침상을 밀었다. 그러자 드러난 비밀통로. 그곳에서 한 눈에 안대를 쓴 애꾸눈의 늙은 방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시오, 상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