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41
740화 여포, 정서대장군에 봉해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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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대장군이라니요? 그리되면 노 장군보다 소장의 벼슬이 더 높아지는 게 아닙니까?”
여포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펄쩍 뛰었다. 하지만 노식의 얼굴에는 그 어떤 질투나 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벼슬이라면 이미 여 장군, 자네가 이 늙은이보다 높지 않은가? 삼공에 준하는 어사대부에 오른 지가 언젠데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구먼.”
“어사대부 벼슬이 삼공에 버금간다고는 하나 상시직이 아닙니다. 허울 좋은 명예직이지요. 게다가 문관 벼슬입니다. 무장이 무관 벼슬이 아니라 문관 벼슬을 받은 것은 상관없으나, 무관 벼슬로는 장군보다 높아서는 안 됩니다.”
“공이 있는 자에게 상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얘기.”
“하나······.”
여포는 뭔가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노식보다 높은 벼슬을 원해 전공을 쌓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더 말을 하면 오히려 변명이나 듣기 좋은 소리 정도를 늘어놓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었다.
말주변이 없는 여포로서는 침묵이 금일 터.
노식은 여포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듯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여 장군은 잘 듣게. 이 늙은이가 설마 이 나이에 자네를 시기하기라도 하겠는가? 그럴 리 없으니 걱정하지 말게.”
“천자께서 소장을 난처하게 만드신 것은 사실입니다. 이리 하시는 것이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네를 난처하게 만드심은 맞는 말일세. 하지만 군주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 사자묘가 더러운 꾀를 내기는 했으되 천자께는 필요한 일이라는 얘길세.”
여포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소장은 벼슬을 바라고 황보숭과 싸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리 소장을 난처하게 하신다면 천자께 득 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소장과 노 장군 사이를 이간질하여 천자께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붕당이 설치면 천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신하들이 서로 믿고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군주의 힘을 지키기 위한 제왕학의 기본 술책일세.”
“신하들을 이간질하여 세를 키우지 못하게 한다?”
노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 장군, 자네는 지금 천하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웅일세. 게다가 조정의 젊은 신하들 중에는 자네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네를 지지하는 자들이 생겨났을 정도라네. 조정에서는 그들을 ‘여공당’이라 부르지.”
“그야 조정에도 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어야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을 거라 하여······.”
“천자께서 보시기에는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일세. 게다가 이 몸은 백개 선생과 함께 명문회의 그늘 아래에 있네. 자네와 나 사이를 갈라놓아야 할 이유는 흐르고 넘치지.”
권력자에게 여포의 존재는 눈엣가시. 아니······ 목에 닿은 칼날일지도 모른다.
당금천자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자라면 여포가 용맹으로 천하제일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적수가 없다는 걸 알 것이다.
동탁이 사사건건 여포의 편을 들고 나서니 동탁 일파와도 가깝고, 여공당이라는 사조직까지 조정 안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명문회와도 막역한 사이가 된다면 황위조차 위태로운 것이다.
“장군, 그러면 소장은 어찌 해야겠습니까? 정서대장군 자리를 받아야겠습니까? 말아야겠습니까?”
* * *
노식은 여포의 질문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답을 주었다.
“받아야지. 그 좋은 걸 왜 안받는단 말인가?”
“그러면 천자께서 원하시는 대로 장단을 맞춰드려야 합니까?”
“그 일은 걱정하지 말게. 자네는 그저 조정의 칙사가 오면 조서를 잘 받들기만 하면 될 게야.”
여포가 걱정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자와 사자묘의 일은 조충과 조정 안의 여포 세력이 알아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만약에 동 상국이 직접 관서를 평정하겠다 출병하면 그 때는 어찌합니까?”
“그럴 일은 없네. 내 장담하지.”
노식은 이미 정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다. 그 정도의 일을 예상하는 데 하등 어려울 일이 없었다.
“그래도 동 상국은 조정의 수장입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포의 예상에 노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 상국의 출병은 척을 지고 있는 명문회만 이롭게 하는 일일세. 왕도파는 물론이거니와 동 상국의 휘하들조차도 출병을 반대할 게 분명하네.”
노식의 예상대로였다.
동탁 일파는 출병 반대로 중지를 모았고, 이 뜻을 전하는 것은 동탁의 장남 동열이 맡았다.
“부공, 출병은 절대로 안 됩니다. 관동군이 호시탐탐 사수관을 넘으려 하는데 어찌 서쪽으로 군마를 보낼 수 있단 말입니까?”
“······.”
동탁은 아들 동열이 출병을 거듭 반대하고 나서자 심기가 불편했다. 하나 동열의 의견을 반박하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이유가 나섰다.
“대공자, 곧 조회가 있어 상국께서 참석하셔야 하니 다른 날 다시 뵙도록 하시지요.”
이유 역시 출병에는 반대했지만 동탁이 고집한다면 끝까지 만류할 생각은 없었다.
“선생, 나 몰래 부공께서 출병을 명하시게 하지 마시오. 그것이 충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유의 확답을 듣고서야 동열은 동탁에게 읍하며 작별을 고했다.
“부공, 소자는 이만 물러갑니다. 몸 조리 잘 하십시오.”
동열이 방을 나서자마자 동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애꿎은 서탁에 화풀이를 했다.
연적과 다구 같은 것을 단번에 쓸어버려 깨뜨리고는 단 일수에 굵은 서탁을 내리쳐 박살을 내버렸다.
그러고도 분이 가시지 않는지 기둥에다 주먹질을 해댔다.
쿵! 쿵!
동탁은 주먹에 핏물이 비칠 때까지 주먹질을 해댔다. 그러자 이유가 그에게 매달렸다.
“주공, 그만하시지요. 몸이 상할 정도로 자학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아! 선생, 내가 출병하고자 하는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사정이 문제일 뿐입니다. 사병을 철폐했다고 해도 말뿐이니 주공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이유가 끝맺지 못한 말. 그것은 동탁이 출병하면 벌어질 일들일 터였다. 명문회를 따르는 호족가의 수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명문이라 불리는 족속들은 명문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명문회가 반정으로 중지를 모은다면 사예 땅에서만 해도 수만 병사가 움직이게 되리라.
그리되면 동탁이 어렵사리 얻은 황도를 잃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당금천자의 보위 또한 위태로워진다. 명문회는 진류왕 협을 진정한 황위계승자로 보고 있으니까.
그러나 동탁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관서 정벌을 해야만 하는 까닭이 있었다.
“선생, 설마 선생도 모르지는 않겠지? 내가 그토록 강족을 토벌하려는 까닭 말이오.”
“왜 모르겠습니까? 다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요. 결코 놓쳐서는 안될 기회 말이오. 황보숭이 사라지면 그간 억눌려 온 강족 놈들이 봇물 터지듯 관서를 질타하겠지.”
동탁은 관서가 혼란에 빠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강족의 군대는 결코 관서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거요. 황도를 노리겠지.”
“강족의 군대는 체계가 서있지 않습니다. 오합지졸일 뿐이지요. 그 수많은 부족들을 통일하고 강족 지존의 자리에 오를 자가 뉘 있겠습니까?”
“고금을 통틀어 얼마나 많은 나라가 강족 때문에 해를 입었으며,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강족에게 목숨을 잃었소? 선생. 이, 동 모는 이번 기회에 아예 강족의 뿌리를 뽑아 종묘사직을 대대손손 편안케 하고자 하오.”
동탁은 자신의 의지를 당차게 피력하고는 시종들을 불렀다.
“여봐라! 관복을 대령하라!”
* * *
동탁이 조회에 가는 길. 같은 시간 모란전.
“아하하하!”
하 태후는 대소를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조도가 고개를 들었다. 하 태후는 조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침묵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은 쪽은 오히려 하 태후였다.
“그래서 사자묘는······? 놈이 있는 곳은 알아냈겠지?”
“아직은 통로뿐입니다.”
“비밀통로를 알아냈단 말이냐?”
“예, 태후 마마.”
사자묘의 거처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비밀통로를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이제 길을 알아냈으니 사자묘의 목숨은 하 태후의 손에 달린 것이다.
“다른 건 없느냐?”
“사자묘가 천자께 여포를 정서대장군에 봉하라 했습니다.”
“아하하하! 제법이로구나. 여포에게도 한방, 동탁에게도 한방. 제법 재미난 꾀를 내었어.”
하 태후 역시 사자묘의 간계를 어렵지 않게 간파했다. 그 때쯤 밖에서 상궁 하나가 고했다.
“태후 마마, 조회에 납시실 시간이옵니다.”
그러자 하 태후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잠시 후. 금란전.
하 태후가 오늘도 조회에 들지 않았지만 이것과 상관없이 국사를 논하느라 갑론을박 시끄러웠다.
오늘의 주된 안건 역시 동탁의 출병이었다.
동탁은 홀을 들고 나아가 천자에게 고했다. 이유에게 말했던 것과 같은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동탁이 출병을 청하자 조정의 대소신료들 모두의 시선이 천자에게로 향했다.
동탁 일파, 왕도파, 여공당, 그리고 명문회. 동탁의 청이 받아들여지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해득실이 갈리는 상황. 모두가 숨죽여 천자의 결정을 기다렸다.
천자는 득의에 찬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직 속마음을 숨길 가면을 지니지는 못한 것 같으니 천자에게 친정은 아직 무리인 것이리라.
‘여 자사에게 정서대장군 벼슬을 내리면 동 상국은 입을 떡 벌리고 낭패한 표정을 짓겠지?’
그러나 아직은 천자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보(報)!”
등에 다섯 개의 소기를 꽂은 우림 하나가 크게 소리치며 장내로 뛰어들었다.
“천자께 고합니다. 여 대부가 조정에 장계를 올려왔습니다.”
뒤이어 세 사람의 우림이 더 달려왔다. 그들은 각기 하나씩의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열기도 전에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소제는 직접 장계를 받아들고는 펼쳤다. 다행히 소제가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걸 보니 여포의 친필은 아닌 모양이다.
“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소제는 연신 허벅지를 치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다시금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로 한데 모였다.
이에 소제는 신하들을 쓱 쓸어보며 말문을 열었다.
“경들이 생각하는 대로요. 여봐라! 어서 상자를 열어 안에 든 것을 보이라!”
소제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분들이 달려와 상자들을 조심스레 열었다. 그러자 세 개의 수급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보숭과 두 아들의 수급이었다.
웅성웅성.
황보숭의 수급이 가져온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관서의 지존으로 군림하며 천하를 노리는 군웅들 중 가장 많은 수의 군세를 지녔던 황보숭이 아닌가. 그런 그가 이렇게 수급만 달랑 입경해 금란전에 들었다.
“경들은 보오. 여 자사가 역적 황보숭과 그 두 아들의 수급을 베어 내게 바쳐왔소. 상국, 보시오. 역도들이 평정되었으니 상국이 출병할 까닭이 없어졌소.”
소제의 말에 동탁은 두 손으로 홀을 모아들었다.
“황보숭의 군세가 평정되었다고 해도 강족의 위협과는 별개입니다. 폐하, 신에게 출병을 허락해 주십시오.”
동탁은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강족을 토벌할 수 있다면 한조는 큰 부담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될 터. 하지만 소제는 동탁이 낙양을 비우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족을 토벌하고 관서를 평정하는 것은 굳이 상국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소.”
“소신보다 정통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시오, 상국?”
이에 동탁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신은 아둔하여 폐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사옵니다.”
“상국, 여 자사에게 이 일을 맡기면 어떻겠소?”
“여 대부에게 말입니까?”
“왜? 안 되겠소? 용맹이야 천하제일이고, 황보숭을 목 베어 온 걸 보면 병략은 황보숭보다 위일 터. 어떻소? 여 자사 정도면 상국을 대신해 관서를 평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소?”
소제의 말에 동탁은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채옹이 사공 순우가에게 연신 눈짓을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