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385
오질과 풍해 등은 혹형으로 다스려졌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오질은 눈과 혀가 뽑히고 귀와 사지가 잘렸다고 했다. 몸뚱어리로만 버둥거리다가 출혈이 과다하여 그렇게 죽어버렸다고 했다. 조조는 오질의 주검을 사냥개에게 던져주어 먹이로 삼았단다. 끔찍한 일이었으나 조비의 악은 오질이 근원이었으니 그리 가혹하다고만 할 일은 아니었다.
나에게도 남은 소임이 있었다. 조홍을 처리해야 했다. 윤랑의 얼굴이 점차 희미해지는 스스로가 야속했다. 그러나 그 복수심만은 여전히 부패하지 않은 날것으로 살아 숨 쉬었다. 나는 조홍과 어떠한 말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똑같은 상황을 주겠노라. 대답하지 말라. 너의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조홍을 들판 위에 세웠다. 조홍은 지금부터 윤랑이었다. 나는 그를 향해 절규했다.
“뛰어!”
“흐, 흐엑!”
내 외침에 조홍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내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은 내 좌우에 서있는 허저와 조운의 위의 덕분이었다. 뛰지 않으면 당장 허저와 조운의 손에 들린 갖은 병장기로 그의 사지가 절단날 것이기에, 그는 당장의 명령에 굴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생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의 뒷모습에 나는 무한한 분노를 느꼈다.
끼리릭.
나는 쇠심줄로 삼은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나는 조홍의 뒤통수를 조준하지 않았다. 그러면 바로 죽어버릴 테니까. 나는 조홍의 어깨를 조준하고 시위를 놓았다. 핑! 거센 탄성이 화살을 포물선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헛발이었다.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조홍을 비켜가 흙바닥에 박혔다.
그러자 조홍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얼치기 솜씨를 보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봤는지. 나는 분노에 더하여 오기가 발동해 더욱 신중을 기해 화살을 매겼다. 그리고 시위를 놨다. 핑! 다시 화살이 포물선으로 날아갔다. 화살은 조홍의 어깻죽지에 정통했다. 먼 곳에서 조홍의 비명소리가 울리면서 조홍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핑!
다시 화살은 날아가 조홍의 허벅지를 맞췄다. 조홍은 제대로 서지 못하고 화살 맞은 허벅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핑!
화살은 조홍의 반대쪽 허벅지를 맞췄다. 화살을 조홍의 몸에 욱여넣을수록 내 기분은 어쩐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관두지 않았다. 화살은 거푸 날아갔고, 몇 개는 헛발이었고 몇 개는 제대로 맞았다. 나는 쉬지 않고 화살을 갈겼다. 마침내 조홍의 몸이 완전히 지면에 밀착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몰랐다. 그저 그곳을 향해 무수히 많은 화살을 쐈을 뿐.
조홍의 몸은 몇 차례 꿈틀거리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나도 활을 든 손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괜히 이 방법을 택했나? 아니. 나는 빠르게 자문자답했다. 필요한 일이었어.
조홍의 주검 위로 까마귀들이 날아들었다.
나는 업도에서 합비로 개선했다. 대도독 노숙에게는 사지절을 내리고 새로 장악한 기주, 유주, 청주와 태원을 포함한 병주의 북부를 임시로 관할하도록 했다. 약삭빠른 오환과 요동은 내가 업도에 머무르는 동안 사신과 공물을 보내어 빠른 아첨을 떨었다. 나는 즉석에서 오환과 요동의 지위를 재확인해주었다.
업도로 귀환하는 길에는 조조와 조인도 대동했다. 이제 신의 조왕이 된 조조는 품위를 잃지 않은 자세로 합비를 향했다. 그의 마음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천하라고 오만하게 부르는 중화전토에 오로지 한 가지의 깃발만 꽂히게 되었다. 신의 깃발만이. 나의 깃발만이. 저 북쪽의 유주부터 저 남쪽의 교지까지 신의 깃발만이 휘날렸다. 그것이 최후의 승리를 의미하는지, 잠깐의 유아독존을 의미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신의 깃발만이 나부꼈다.
“천하일통하심을 감축 드리나이다.”
각지의 제후왕들이 내 앞에 절을 올렸다. 조왕 조조, 한왕 유총, 량왕 마등, 촉왕 유장, 교지왕 사섭이 내 앞에 절을 올렸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을 차례대로 일으키고 자리에 앉혔다.
“경들의 감축을 기쁘게 받아들이겠소.”
나는 미소를 지었고, 나를 따라 제후왕들이 미소를 지었다.
“짐은 천하의 화평을 향해 여기까지 왔소이다. 천하일통이 화평을 의미하지 않는단 걸 경들도 알 것이오. 모든 백성들이 배곯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아야 화평의 기반이 다져졌다고 할 것이오. 아직 천하에는 배곯고 추위에 떠는 백성들이 들풀처럼 허다하외다. 우리는 모두 진정한 화평을 위하여 뼈가 가루가 되도록, 몸이 부서지도록 일해야 할 것이오.”
“여부가 있겠나이까.”
“그러나 오늘만큼은.”
나는 술잔을 들었다. 나를 따라 제후왕들, 황후 시영을 비롯한 모든 황족들, 그리고 승상 종요를 필두로 하는 만조백관이 술잔을 들었다.
“충분히 기뻐해도 좋을 것이오.”
나는 술을 입술에 대고 목구멍을 향해 부었다. 술을 마시고, 술로 만들어진 쌀을 생각하고, 쌀을 가꾸는 농군의 마음을 기억하고, 농군을 움직이게 하는 그의 가족들, 그러니까 만백성을 가슴에 품었다.
조조는 막사에 주저앉아 두문불출했다. 탈영병이 속출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득이 투항했던 이들이었다. 조인은 탈영병을 방기했다. 도리어 그들을 붙잡아 참수했다가는 집단적인 반란으로 비화될 터였다. 전투의지가 없는 병력은 쓸모가 없었다. 탈영병들은 도망치다가 뒤를 흘끗흘끗 바라봤다. 쫓는 자가 없으므로 걸어서 도망쳤다. 신이 장악한 업도는 그들의 귀환을 받아들였다.
“대도독.”
나는 탈영병이 업도의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굽어보며 노숙을 불렀다. 노숙이 공손히 대답했다.
“예.”
“짐이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하는데.”
노숙은 미소를 지었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십시오.”
“아니, 경이 싫다고 하면 강권하지 않겠소.”
“이 자리에서 자결을 명하시면 따를 것입니다. 신이 폐하를 위해 그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나는 노숙의 얼굴을 흘끗 봤다.
“방금 그 말, 퍽 감동적이었소.”
“진심입니다.”
“그렇다면 짐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하리다.”
나는 노숙의 손을 슬쩍 잡았다.
“조조의 진으로 가주시오.”
내가 잡은 노숙의 손에 잠깐 경련이 일었다.
“조조에게 가라니요.”
지금껏 그를 북비라고 불러온 나였다. 조조라는 말이 벌써부터 낯설었다. 내가 미소만 짓고 있자, 노숙이 황급히 말했다.
“아니… 죽음이 두려운 까닭은 아닙니다. 다만 신을 조조에게 보내어 무슨 일을 꾸미라는 분부이신지……”
나는 혹여 가후의 눈에 띌까 조심스레 노숙의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뭐, 사실 가후가 안다고 해서 안 할 것도 아니었지만. 노숙은 가만히 내 귀엣말을 경청했다. 잠시 놀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업도의 성문이 열렸다. 탈영병들이 허겁지겁 업도의 안으로 들어왔다. 노숙은 그들을 지나쳐 반대방향으로 나아갔다. 단것에 개미떼가 몰려들 듯 탈영병들이 줄지어 업도로 향했다. 노숙은 단기필마로 나서면서 그들의 면면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속도를 높여 조조의 진으로 향했다.
“폐하!”
이전이 황급히 조조의 막사로 들어왔다. 조조는 권태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잠기운에 잠겨 있었다.
“무슨 일이냐.”
“신의 대도독 노숙이 폐하를 알현하기를 원합니다!”
조조는 픽 웃었다.
“용건이 무어라더냐.”
“폐하를 알현하고 말씀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건방진 놈.”
조조는 베갯잇에 두었던 장검을 들고 그것을 지팡이처럼 지탱하여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는 장검에 몸을 의지한 채로 이전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온 수고가 있으니 만나주겠다. 들라 하라.”
이전은 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나가고, 노숙이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 노숙은 천자에게 하는 예를 조조의 앞에서 갖췄다. 조조는 마른 웃음을 지었다.
“네가 짐을 천자로 대우해주느냐?”
“비록 적국의 임금이나 천자는 천자이니 천자로 대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조조는 꼬투리를 잡았다.
“그래서 짐을 그간 북비라고 불러왔느냐?”
그 말씨에 증오는 엿보이지 않아, 도리어 노숙은 긴장을 다소 풀 수 있었다.
“전략적 선전선동의 일환이었으니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
“오호라, 이제는 굳이 선전선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니 이 조조가 이빨 빠진 호랑이라 조롱하는 것이로구나.”
“조제 폐하의 화술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군요.”
조조는 흥, 콧방귀를 뀌고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 제갈찬이 너를 보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노숙은 조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폐하와 회담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조조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회담?”
“그렇습니다.”
“실은 항복을 종용하려 함이 아니더냐! 그것이 제갈찬의 방식이 아니더냐!”
노숙은 몸을 더 낮췄다.
“소인은 오로지 회담의 의사만을 전달하라는 명을 받잡았으니, 더 아뢸 말씀이 없습니다.”
“고작 그런 말을 아뢰자고 대도독씩이나 되는 자를 사신으로 보냈다더냐?”
“신제께서 말씀하시길 조제께서는 격식 따지기를 좋아해 지체 낮은 자를 보내면 반드시 괄시할 것이니 대도독인 노자경쯤은 보내야 꿈쩍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조조는 그 말에 실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갈찬의 말씨가 참으로 가볍고 방정맞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쓸쓸하게 웃었다.
“옛날에, 그러니까 그놈이 코흘리개였을 적에 만난 일이 있었지. 꼭 그때의 말씨와 다르지 않구나.”
노숙은 가만히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조조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별 다른 계산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한참 침묵하던 조조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오냐, 만나겠다.”
“양측의 중간지대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당연하다.”
“허면 돌아가 제 주인께 아뢰지요.”
조조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숙은 물러났고, 조인이 들어왔다.
“어찌 회담에 응하셨습니까?”
조조는 조인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응하지 않으면?”
“분명히 달콤한 말로 폐하를 유혹하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