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15
일단 업으로 복귀했다.
갈 때는 치중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올 때는 기병들이 냅다 달렸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업에 도착하자마자 난 집에 들렀다.
“나 왔어!”
“어? 빨리 오셨네?”
예상했던 것보다 십일 정도 빨리 도착했다.
마당을 쓸고 있던 장삼이 웃으며 반기자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째 집이 좀 조용하다?
“다들 어디갔냐?”
“어… 태상 전하와 순 승상의 초청으로 조가에 가셨는데? 거기서 식사나 함께 하자고 해서.”
“음. 그래?”
아직 조조는 업에 남은 건가?
그럼 됐다.
“야. 별 일 없지?”
“별일이라면?”
“희랑 완이.”
“아아~ 아직 모른다고 하더만. 이 의원 말로는 십일에서 이십일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던데?”
“월경은?”
“…저. 아무리 내가 가주님과 친하다지만 자기 부인 월경 상태를 나한테 묻는 건 좀 그렇지 않수?”
“아.”
장삼이 무지하게 떨떠름해하며 말했다.
이런 민감한 문제를 내가 얘한테 묻다니.
나도 마음이 급하긴 했나보다.
“이 의원도 조가에 갔수. 저녁 쯔음에는 복귀할 거니까 너무 급하게 생각 마슈.”
“그래. 야. 아무튼 난 그럼 바로 관청으로 갈테니까 애들 오면 집에 좀 있으라고 해둬.”
“알겠수. 그런데 오자마자 일하는거요? 진짜 일 중독이라니까.”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다니!?”
“하하하!! 다녀오슈~ 진가는 우리가 지키고 있을테니까~”
장삼이 웃으며 답하자 난 바로 관청으로 향했다.
대전회의에 앞서 의견 조율을 해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허 장군은?”
“일단 장군부로 복귀했습니다.”
양습과 함께 관청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후상의 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부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난 곧장 승상부로 향했다.
승상부주의 집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응? 생각보다 빨리 왔다?”
업무를 보던 양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수 밖에.
내가 유주에서 한 일은 거의 없으니까.
대군까지 가면서 본 것만으로도 피해상황은 잘 알 수 있었다.
“피해는 좀 어떻디?”
“보리 농사는 다 망했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식량창고도 좀 피해가 있는 관계로… 자세한 것은 보고서로 대체하지요.”
“음. 그래.”
내가 준 죽간을 받은 양 사형은 빠르게 그것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거 피해가 생각보다 적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내년에 또 황충의 공격이 있을까 걱정되는군.”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상서령과 전하를 좀 모셔야겠습니다.”
“전하까지?”
“예. 어? 설마 아직도 익주 애들 잡으려고 낚시하는 중입니까?”
그럼 조앙은 데려오기 힘든데?
내가 난감해하자 양 사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교사원에서 나서서 그놈들은 다 잡았어. 어차피 내년에 익주 정벌 들어갈거니까… 적당히 명분이나 만들고 내부 단속하려면 지금 해두는 것이 낫지.”
“그럼 됐네요. 다들 모아서 얘기나 좀 하죠.”
“알았다.”
양 사형이 시녀를 불러 왕부와 상서부에 보냈다.
잠시 후 조앙과 종요가 들어오자 난 웃으며 말했다.
“다들 바쁘실텐데 이렇게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래. 뭐 때문에 불렀냐?”
“이번에 유주에 다녀오신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예.”
양 사형은 내가 준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읽은 조앙과 종요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보고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유주의 겨울보리는 없다고 보시는게 나을 겁니다. 그리고 일차적인 지원은 끝났고…”
“뭐 그건 이미 예상했던 일이니까.”
“그에 따른 예산편성은 끝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큰 손해이지만 다들 어느정도는 납득을 하고 있었다.
황충이 난 것은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거다.
“상서령. 예산 편성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아니 그건 왜?”
난 두번째 죽간을 보여주었다.
황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유주에서 해야 할 작업을 정리한 보고서다.
그것을 내밀자 조앙과 종요의 표정이 바뀌었다.
꽤나 심각해진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난 천천히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황충은 적어도 이년에서 삼년 정도는 연속적으로 출현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종요도 황충의 발생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차분히 답했다.
하지만 그건 낙관적인 전망일 뿐이다.
손 놓고 있다가 당하면 누구한테 하소연하겠냐?
전철을 밟는 뻘짓은 하기 싫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만약을 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요.”
양 사형 역시 나와 같은 의견인 듯 싶었다.
우리 둘의 말에 조앙은 보고서에 첨부된 지도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흐음… 이정도면 유주 일대를 거의 다 개간한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정도의 개간사업이라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개간 해야할 곳을 보며 조앙이 말하자 종요 역시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간 뿐만이 아니라 닭과 오리의 양식까지 한다라…”
적어도 한개의 군에서 수천마리에서 수만마리 까지 닭과 오리를 양식한다.
그들이 난감해하는 것을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물론 양식을 위한 비용을 생각한다면 만만치 않겠지만…”
“개간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거 양식은 꼭 해야 하나? 닭과 오리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뭔가를 키워야 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말과 소를 키우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조앙이 보고서를 내려 놓으며 말한다.
양 사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소와 말은 메뚜기를 먹지 않습니다. 주식은 풀이지 벌레가 아니지요. 그리고 소와 말을 키우기 위한 목장을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와 말을 키우면 농사, 혹은 군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닭과 오리를 키워봤자 남는 것은 알, 그리고 고기와 털 정도에 불과합니다만…”
종요 역시 조앙과 같은 의견인 듯 싶었다.
우마와 다르게 닭과 오리는 키워봤자 솔직히 쓸 곳이 별로 없었다.
“일단 닭똥과 오리똥은 비료로도 쓸 수 있고…”
“우마의 변도 비료로 쓸 수 있잖은가.”
이렇게 말해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겠군.
난 탁자를 강하게 쳤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냥 국력 회복 및 목축업의 증가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황충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라는 겁니다.”
“그건 알어. 하지만 닭과 오리를 키운다고 해서 황충의 피해를 진짜 줄일 수 있나?”
“그건…”
“투자대비 이득이 적다면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개간 정도는 찬성하겠지만… 닭과 오리의 양식이라… 이건 좀.”
“아니요. 개간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가 강경하게 주장하자 조앙과 종요는 불편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이라고해서 황충을 잡기 싫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개간 비용과 더불어 닭과 오리의 양식을 한다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해진다.
그것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비용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잊고 있는 것이 있는 듯 한데.”
“오와의 싸움으로 비축된 물자가 많이 줄었다?”
“음. 거기에 자네가 한 일이 있잖은가. 수귀단? 그리고 오에 있는 호족들을 받아들인 일. 그 비용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일년에서 이년 정도는 쉽게 돈을 쓸 수 없어.”
“또한 경조와 형주에 보내지는 지원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주에도 보낼 지원을 생각하고.”
당장 언제 익주와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자의 비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서주와 연주, 예주와 사예주에서 나는 물자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다.
하지만 내년에 당장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
그렇다면 아낄 수 있다면 최대한 아껴야 한다.
예산을 편성하는 상서부 입장에서는 내 의견에 조금 회의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했다.
“그러다가 황충이 발생해서 기주, 병주, 청주까지 공격한다면? 아니 사예주와 연주, 서주까지 들어온다면?”
“끙…”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진짜 생지옥이 펼쳐질거다.
조앙과 종요가 신음하자 양 사형은 차분히 말했다.
“솔직히 저 역시 승상복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양 승상.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오. 당장 내년에 익주와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 사형은 딱 잘라 말했다.
“전쟁을 미루죠.”
“…그거 진심이시오?”
“지극히 진심입니다.”
지금 위국에 남은 목표는 단 하나.
익주 공략 뿐이다.
익주만 공략에 성공한다면 남은 것은 국가 발전 밖에 없었다.
그것을 양 사형이 부정하자 조앙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익주 공략은 승상이 더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그렇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 사형의 답에 조앙은 종요를 보았다.
종요 역시도 놀란 얼굴이었다.
“승상부에서 익주 공략을 미룬다고 말씀하신다면. 그럼 비용을 뺄 수 있습니다. 내년에 쓸 예산 중에 익주 공략을 위해 빼 둔 비용이 있으니까. 그것을 이용한다면 닭과 오리의 양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기주와 연주에서 시행할 논농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공만 한다면 밭농사에 비해 몇배나 더 되는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미 논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와 저수지의 개발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내년 농사는 좀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가뭄만 없다면 말이지.
“흐음…”
“한가지 더 있습니다.”
양 사형의 말에 우리는 그를 보았다.
여기서 뭐가 더 있었나?
궁금해하는 우리를 향해 양 사형은 천천히 말했다.
“교주에서 공물을 받고, 그 공물을 부여와 고구려에 판다면 비용을 더 얻을 수 있지요.”
“오…”
“고구려와 소금 거래를 실시하면 됩니다. 교주에서 나는 물소 뿔은 고구려에서도 귀하게 취급되는 품목. 그것을 팔아 소금을 얻을 수 있다면 상당부분 비용이 절감됩니다.”
내년은 전시체계로 굴리며 긴축재정을 발휘, 그리고 그 남은 여력을 모두 익주에 퍼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미룬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었다.
나, 양 사형, 종요의 제안에 조앙은 팔장을 끼고 신음했다.
깊게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나쁘지 않군. 하지만 그러려면 교주와 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건 누가하고?”
“채 가주를 보내지요. 어차피 사섭이 형주에 오기로 했으니 그때 이야기를 해보면 될겁니다.”
조앙까지 허락했으면 나머지는 대전회의 뿐인가?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조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전회의를 소집하자. 원래 대전회의가 잡혀 있는 것은 내년 초였지만… 좀 빨리 하는게 낫겠군.”
의견을 모으는 일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낫다.
그리 생각한 조앙은 종요와 양 사형에게 외쳤다.
“상서령! 회의를 준비하라! 승상! 오늘 해야 할 안건을 정리해서 가져와라! 그리고… 승상복야.”
“예.”
“자네는 나와 잠깐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하는군.”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움직이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