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51
“양 승상이 교주까지 직접 가겠다는거요? 하지만 그 일은 형주목에게 위임해도 괜찮을 일인데.”
교주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그저 협상을 위해서라면 양 사형이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
위국의 승상이라는 자리는 쉽게 비울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양 사형이 직접 나서겠다니.
아니 그걸 떠나서 양 사형이 가면 나 혼자 해야되잖아!
내가 당황하자 양 사형은 죽간을 잡은 후 말했다.
“이 사안은 쉽게 넘어갈 만한 사안이 아닌 듯 싶습니다. 전에 승상부주가 말했던 것처럼 교주를 통해 해외의 교역까지 생각해야 하는 바.”
“그래서?”
“병사들을 이끌고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일남군을 평정하고 그곳에 자리를 마련하는 일 정도는 해두는 것이 낫겠지요.”
손책과 협력하게 된 이후 교주에 대한 정보는 이미 받았다.
그 정보에 의하면 교주 중에서도 일남군은 매번 남만과의 싸움에 무척이나 피폐해져 있다고 한다.
그곳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교주에 은혜를 베풀겠다는 것.
나와 비슷한 의견을 보이는 것이다.
“승상부주의 말대로 우호적인 정책으로 가도 좋고, 전하와 상서령의 말대로 공격적인 정책으로 가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움직이는 것이 낫지요.”
“허나 일부러 승상께서 직접 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종요도 굉장히 떨떠름해한다.
당연한 일이다.
양 사형이 빠지면 우리의 일이 늘어나는 거니까.
나만 늘어나는게 아니다.
“저희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저들 스스로 넘어오게 하는 방법을 쓰려면 제가 직접 갈 필요가 있습니다. ”
“하지만 그러려면 일남군의 토벌이 필수적인 것 아닌가?”
조앙의 말에 나와 종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교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남군을 토벌하고, 그곳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걸 누가하냐?
일남군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곳까지 장기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교주에 가라는 명령장이 나오면 사직서를 던지고 도망쳤다는 기록도 있겠는가.
“자네도 알겠지만 그곳은…”
“그것도 제가 하지요.”
“그냥 교주에 가는게 아니라… 일남군 토벌까지!?”
“예. 문제 있습니까?”
양 사형의 말에 우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문제 있냐고?
당연히 많지!
“제정신입니까!?”
“당연히 제정신이지. 아. 저쪽 상자나 확인해봐라.”
왕부에서 나와 승상부의 창고로 향했다.
감녕이 가져 온 꽤 많은 수레들이 자리잡고 있는 창고 안에서 상자를 열어보았다.
좋은 품질의 물소 뿔이 있었다.
그것을 만지던 양 사형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며 다른 쪽 상자의 점검을 맡겼다.
“일남군에 자처해서 가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제정신으로 봅니까?”
“필요하다면 해야지. 승상부주쯤 되는 사람은 북방 삭주에도 갔는데 나라고 일남군에 못갈 것은 아니잖은가.”
아니!?
여기서 그 얘기를 꺼내!?
내가 당황하자 양 사형은 물소뿔을 상자에 넣고 말했다.
“음… 일단 내 생각을 말해보지. 교주로 가는 일은 솔직히 내가 가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야. 사실 다른 이들을 보내도 일남군 정도는 충분히 토벌할 수 있겠지.”
“그런데 왜 사형이 가시려는 겁니까?”
“위국에서 교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른 관리들, 호족들, 명가들이 함부로 교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 해.”
“…그건.”
양 사형은 승상으로서 위국의 공식 권력 서열에서 2위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직접 교주로 내려간다는 것은 손해도 많지만 이득도 많았다.
이득 중 첫번째는 교주에 관심을 가지려는 엄한 인간들이 손도 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위국의 승상이 좌천도 아니고, 직접 관심을 가지며 교주에 내려간다.
그의 행동은 곧 위국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만큼 엄한 놈들이 끼어들어 이득을 탐하려고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양 사형은 내 생각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물소 뿔을 이리저리 확인한 후 다시 넣었다.
“첫번째는 알 것이고… 두번째. 아까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남만을 공략하여 익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얻는다.”
“하지만 남만이 그리 만만한 놈들은 아니잖습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일남군을 처리하고 주변 정리를 시작하며 교주 내에 있는 이들을 임관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을 이용할 수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아.”
“하지만…”
“네가 말했잖냐. 손책과 주유. 그들은 꽤나 강한 자들이라고. 그런만큼 그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남만의 공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거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또 채가주도 남만으로 갈 것이라면서? 채가의 힘까지 동원되는 것이니만큼 잘만하면 남만 공략도 쉽게 해낼 수 있을거다. 그리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까지 마련하겠군. 배만 만들어진다면 말이야.”
하나하나 맞는 소리만 하니까 찍소리도 못하겠네.
으아!
그럼 진짜 승상부 일을 나 혼자 해야 하는 거잖아?
난 필사적으로 양 사형을 잡았다.
“으으음… 하지만 위국의 승상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큰일입니다.”
“승상 대리 네가 해.”
“…아니 이 인간이!? 승상의 대리 업무를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거 해봤는데 할만하더라. 나도 한건데 네가 못하겠냐?”
“아. 그, 그러네.”
양 사형도 순욱을 대신해서 승상의 대리 업무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더 심했지.
순욱은 승상부 업무 뿐만 아니라 장군부, 왕부, 거기에 시중부와 상서부에도 손을 뻗고 있었으니까.
그 업무를 이어받아 양 사형이 죽을 고생을 해 승상 대리를 했었다.
지금이야 각 부로 업무가 이관되어 그때보다 일이 더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많어!
“이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보게. 사제.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니까. 내가 교주에 내려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아. 상서령이 했던 말, 그리고 전하께서 했던 말, 거기에 네가 했던 말. 그 세가지 주장의 장점들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교주가 어떤 곳인지는 양 사형도 잘 아시잖습니까. 거기에 일남군이라니…”
“그동안 너도 열심히 돌아다녔잖냐.”
“아니 저랑 사형이 같습니까?”
“다를건 또 뭔데? 나도 군수일하면서 사람들 다스리는 일은 꽤 해봤다. 어려울 것 없어. 잘 먹이고 잘 재우면 백성은 만족한다.”
커다란 상자에서 하얀색 상아를 꺼내 살펴 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품질이 좋구만. 이거 비싸게 팔리겠는데. 정말 기대되는군. 사제. 내 그동안 위국이 부유하게 만드는데 자네에게만 도움을 받은 것 같아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네.”
“아니 미안하게 생각안하셔도 되는데요.”
양 사형은 고개를 젓고 내 양 어깨를 꽉 잡았다.
“이 부족한 사형이 어떻게든 사제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이네. 그냥 웃으며 받아들이게나.”
완전히 나 생각해서 저러는 것처럼 말한다.
부담을 줄여?
부담이 엄청 늘어나게 생겼는데?
난 뚱한 얼굴로 양 사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진심은?”
“핫핫핫! 드디어 탈출이다!! 그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저럴 줄 알았다.
전부터 양 사형은 바깥 생활을 하고 싶어했다.
양 사형은 나보다 더 휴가도 없이 승상부에 잡혀서 일만 했었다.
그런만큼 다른 곳에서 다른 일도 하고 싶겠지.
특히나 양 사형은 정치가보다는 책사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만큼 전장에 나서는 것도 부담을 갖지 않았다.
전에도 나 대신 바깥으로 나가려했던 사람.
그런만큼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하아…”
“뭐… 내가 쉬고 자시고를 떠나서 누군가는 가야 해. 나, 아니면 종 상서령, 그것도 아니면 하후장군, 마지막으로 너. 그정도 되지 않는 이상 교주의 이득에 눈 돌리는 이들을 막을 수 없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정도는 되어야 괜한 파리떼가 꼬이지 않으니까.
“아니면 네가 갈래? 야. 내가 너 생각해서 이러는거다.”
“으음…”
“네 아내들이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임신했다. 거기에 휘도 그렇게 됐는데. 네가 교주로 갈래? 응? 교주 한번 가면 적어도 일년은 못 돌아 올텐데? 거기에 남만을 치고 그 길까지 만들어내려면… 몇년이다.”
“그, 그렇긴 하지만.”
그 말은 몇년동안은 내가 승상 대리를 해야 한다는 거잖아?
“익주 정벌에 맞춰서 남만군을 공략하려면 결국 남아 있는 사람 중 하나가 가야 하지.”
지금 대부분의 주요 인력들은 각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북방에는 가 사형
장안에는 사마의.
형주에는 방통.
연주에는 서복.
결국 우리쪽에서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었다.
“순 대부가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순 대부도 이제 나이가 꽤 많아. 교주로 보내기 힘들지.”
“그렇지만.”
“교주로 가는 건 단순하게 정치적 교섭만 하는 것도, 그리고 남만까지 길을 뚫는 것도 아니야. 둘 다를 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몇명 없어.”
“하아아…”
진짜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하니까 답이 없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그의 말대로 교주에 아무나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관록, 그리고 위치, 추가로 능력까지 갖춘 이가 가야 하는 것이다.
마땅히 보낼 사람이 없어 인상을 구기고 있을 때 유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흐아~ 개운하구만~”
아까와는 다르게 깔끔한 모습이다.
감녕은 물소 뿔과 상아를 확인하는 우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거 품질 죽이지? 엄청 비싼거라고 하더라고.”
“그러겠지.”
물소 뿔은 장식 뿐만 아니라 각궁을 만들때도 쓰이는 귀한 물품이니까.
거기에 물소의 힘줄도 그렇고.
상아는 장식 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쓰이는 것이다.
쉽게 구할 수도 없는 귀한 물건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그 품질도 좋다.
그 외에 다른 보석들도 결코 적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들은 아니었다.
“교주목이 참 성격 좋아보이더라. 돈도 많아보이고.”
“만나봤냐? 어때보이디?”
“그냥 사람 좋은 어르신?”
감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양 사형을 보았다.
“그나저나 우리 양 도련님께서 교주로 가신다라…”
“왜? 뭐 해줄 말이라도 있나?”
“아니. 어떻게보면 양 도련님도 거기서 잘 살 것 같아서. 교주에 다녀왔던 놈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던데? 한번 잘 살아보쇼.”
“것 봐라. 거기도 사람 살 만한 곳이라잖냐.”
아오 이 자식은 진짜.
난 감녕의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악! 왜!”
“야. 넌 진짜…”
이 눈치 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아무튼 교주목과 협상을 하고, 내가 교주로 내려가서 그쪽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하자고.”
“끄으응… 아. 호위로…”
“호위는 필요 없어. 어차피 채 가주와 함께 움직일 것이니 그들의 호위를 받도록 하지. 소개장이나 하나 써줘라. 손책과 만나면 그와 함께 움직일테니까.”
“…하아.”
“음… 아무튼 너는 일단 들어가. 난 인수인계 할 것들 정리하고 상서부 만나고 올테니까. 아. 흥패.”
“왜 부르슈?”
양 사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감녕의 어깨를 꽉 잡았다.
“좋은 소식 가져다 줘서 고맙네.”
“하하. 뭐 고마울 것 까지야.”
양 사형이나 나나 충분히 혼자서 승상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런만큼 안심하고 승상부의 업무를 나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왜 그런 똥씹은 표정이유?”
“앞으로 개고생하겠는데 좋아하리?”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쉽다는 다르지!
이제 좀 편하게 일하나 싶었더니만.
승상부의 업무를 혼자서 하게 생겼다.
미쳐버리겠네.
가뜩이나 올해는 전년도의 문제들 때문에 일도 많은데.
“으으… 진짜 사직서라도 내야하나…”
“하하. 그런 소리 마쇼. 이야~ 여기가 진가요? 좋네~”
업의 진가에 온 것은 처음인 감녕은 진가의 정문 앞에서 감탄했다.
그가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밝은 외침이 들렸다.
“헉!? 감 대장!?”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흑귀대원들이 일거리를 놓고 달려와 반기자 감녕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하하핫! 잘들 있었냐!?”
달려 온 흑귀대원들은 한번씩 안아 준 감녕은 싱글벙글 웃었다.
“아니 그런데 왜 빈 손으로 오슈?”
“먼길 다녀왔으면 양 손은 무겁게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야. 영기가 가져왔을 것 아니야. 이것들이 나한테까지 사기를 치려고 해?”
“에이~ 여 부대장은 여 부대장이고 감 대장은 감 대장이지.”
“부부는 일심동체야. 자식들아.”
그들의 농담을 받으며 감녕은 무릎차기로 몇명의 옆구리를 쳤다.
그것에 맞은 이들이 아파하는 사이 마당에 있던 건장한 이들이 걸어왔다.
“뭐야. 흥패. 너도 왔냐?”
“넌 왜 온거냐? 가라.”
투덜거리는 둘을 향해 감녕은 씩 웃었다.
그리고 여유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오래간만에 봤는데 되게 허접해진 것 같다? 그동안 놀고 먹느라 살 찐 거 보소. 어우. 옆구리 살 튀어나온 거 보소. 무지하게 혐오스럽네. 저게 무관이라니.”
“네놈 면상이 더 혐오스럽다.”
“누가 허접한지 겨뤄볼까?”
서황과 장합은 오랫동안 감녕과 친하게 지내며 서로 무를 겨뤄 온 사이다.
감녕이 형주로 간 이후로도 꽤나 서로 경쟁의식을 보였었는데.
남자는 몇살을 먹어도 애라더니.
감녕의 도발에 둘이 살벌히 웃으며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감녕 역시 미소지으며 자신의 검을 잡았다.
검?
왜 검을 들고 있지?
“그런데 너 방천화극은 어디가고 검들고 다니냐?”
“아. 그거 빌려줬수.”
“누구한테.”
“장인어른한테.”
장인어른이라면… 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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