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55
결혼식이 끝나면 당연히 피로연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 피로연이라는게 가문의 분위기에 맞춰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내가 했던 결혼식때, 그리고 성이가 했던 결혼식때는 가문의 위상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그랬다.
물론 영이와의 결혼식을 빼고 매번 일이 터져서 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영이와의 결혼식때는 내가 당하는 입장이었지.
그때 마셨던 술을 생각하면 어휴.
첫날밤 잘 치룬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오늘 제대로 즐기게 생겼다.
점잖은 장합, 과묵한 서황.
돌과 같은 관평.
그리고 명가의 사람인 하후상.
이들만 있으면 분위기가 그저 정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지금 와 있는 것은 언제나 유쾌하며 즐거움만을 따지는 이였다.
어디서 또 이상한 걸 배워와서는 족치기를 한다며 순선을 공격하고 있었다.
“으하하하!! 얘들아!! 잡아라!!”
“오오!”
“흐압!!”
“헉!? 혀, 형님들!?”
감녕의 외침에 관평과 하후상이 달려들었다.
그들에 의해 순선의 양 팔과 양 다리가 잡혔다.
순가의 귀공자이며, 진가윤 연구소의 소장인 순선을 이렇게 취급할 수 있는 것도 저들 정도 뿐일거다.
감녕의 명령에 관평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순선을 포박했다.
“으, 으악! 관 형님!?”
“나는 휘를 친 여동생처럼 생각하는 바. 솔직히 네놈은 내 동생을 빼앗아간 도둑놈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순선의 다급한 외침에 관평은 냉정히 말했다.
그리고 빠르게 그를 포박했다.
“하후 형님! 자, 잠깐! 저랑 얘기 좀!”
“그냥 포기해. 그리고 휘는 나도 어릴 적부터 봤다고. 관평과 같은 생각이다.”
“으으…”
믿었던 하후상까지 자신을 잡자 순선은 다급히 다른 이들을 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을 말릴 만한 사람인 양 사형과 순욱, 그리고 조조는 그저 킬킬 웃으며 즐거워 할 뿐 이었다.
아버지와 아내들도 그저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어쩌겠나.
관평, 그리고 하후상.
거기에 위국 최강이라 불리는 감녕까지 나서고 있었다.
무력으로 말릴 만한 사람은 장합과 서황 뿐인데 그들마저 그저 즐겁게 웃고 있다.
“자기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지.”
“한번 벗어나보게나. 휘를 지키려면 그정도 배짱은 있어야지.”
장합과 서황이 한마디씩 하자 순선은 절망한 표정으로 축 늘어졌다.
그의 다리까지 완전히 잡아 챈 후 하후상은 발목을 묶었다.
“잡았습니다! 감 교위님!”
“그럼 시작해볼까!? 성아!”
“예! 흥패 숙부님!”
성이까지 나섰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선의 표정이 푸르죽죽하게 변한다.
“안말려도 괜찮아요?”
“하하. 일단 지켜보자고. 좀 심하다 싶으면 나설테니까.”
청이의 질문에 난 술잔을 기울였다.
조조와 순욱, 그리고 아버지까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즐거워하고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저 녀석도 좀 당했으면 싶었다.
신혼집에서의 꼬장은 신랑이 첫날밤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첫날밤은 예전에 치룬 녀석이다.
그리고 휘가 임신해서 그것도 못할테니까.
오늘 밤은 아주 자유로웠다.
그런만큼 어디 골탕 좀 먹어보라지.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자그마한 복수다.
성이가 웃으며 그의 발바닥을 툭툭 쳤다.
“자! 전통적으로다가! 아주 편안하게 진행해보지요!”
새신랑을 괴롭히는 것은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저 족치기에 무슨 전통이 있는지 싶다만.
감녕은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며 거칠게 웃었다.
“크하하하! 자!! 신부는 나와서 노래를…”
“너 나한테 피살 당하고 싶냐? 감히 누구에게 뭘 시켜?”
순선을 괴롭히는 것이면 괜찮은데 감히 내 딸에게까지 손을 뻗어?
내가 이를 갈며 싸늘히 말하자 감녕은 식은땀을 흘리며 냉큼 말을 바꿨다.
“…해야겠지만. 하하. 신부께서는 혼례를 치루시느라 많이 힘드셨을테니 신랑이 대신하겠습니다. 인정?”
“인정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후상과 관평이 냉큼 답하자 감녕은 빠르게 진행했다.
“크억… 시, 시라면 읊겠…”
“악공들! 그만 먹고 나와! 신랑이 노래 한곡 한다니까. 명문가의 자제로서 시, 서, 화, 음은 당연히 할 줄 알아야겠지? 안 그렇습니까? 태상 전하?”
“암. 당연히 그래야지. 적어도 내가 만족할 정도로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내 일전 선이에게 가르쳐 준다 했는데…”
조조는 짖궃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괜찮다며 사양하더구만.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납득할 정도로는 할 수 있겠지?”
은근히 조조도 꼬장이 심하다.
조조는 시, 서, 화, 문무 뿐만 아니라 의학과 음에도 상당히 조예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만족할 정도로 해?
시라면 모르겠지만 서, 화, 음률 같은 것은 잘 못하던 것 같던데.
오늘 순선의 발바닥에 불이 제대로 나겠군.
그가 웃으며 답하자 순선은 절망했다.
“아아… 태상전하…”
“그동안 임관도 하지 않았으니 그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 뭐 했나?”
뭐하기는.
공부하고 연구만 했겠지.
뻔히 순가의 아들이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정도는 알면서 조조는 즐거워했고 순욱은 그저 쓰게 웃었다.
“태상 전하. 그…”
“알겠네. 알겠어. 내 적당히 봐줄테니 너무 걱정말게. 이런 자리에서라도 이리 웃어야지. 내 전부터 선이는 걱정스러웠어. 너무 꽉 막혀 있는 것이 안타까웠으니 말야. 이제 한 가정의 남편이 되었으니. 즐기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둬야겠지.”
“준비됐습니다!”
악공들이 자리를 잡는다.
영락없이 노래를 부르게 된 순선은 머뭇거렸다.
“노, 노래 못 부르는데.”
“성아~ 네 매형이 맞고 싶단다~”
순선의 맨발에 회초리가 다가갔다.
그것에 놀란 순선은 어색하게 웃으며 외쳤다.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포박된 채 노래를 부르게 된 순선이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다들 잘생긴 순선이 곤욕스러워하는 것을 재밌어 한다.
명가든, 호족이든.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얼큰하게 취해 즐거워하고 있다.
“공맹의~ 하늘이~”
누가 돼지를 잡나.
음정과 박자따위는 무시한 유교의 노래가 퍼지자 감녕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노랫소리가 별로다! 백인! 매우 쳐라!”
“예~!”
하후상이 크게 웃으며 회초리를 휘두르려고 할 때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흥패 숙부님!! 관 오라버니!! 하후 오라버니! 성아! 그리고 흑귀대 숙부님들?”
“으, 으응?”
쟤는 신방에 안 있고 왜 나왔데?
신부복을 차려입은 채 나온 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삽시간에 정적이 흐른다.
“지금 뭐하는거에요?”
생긋 웃으며 휘가 말하자 다들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와.
역시 내 딸 답다.
말 한마디로 저 망나니들을 다 잡아내는구나.
“아니 그래도 노래는 해주고 춤도 좀 추고, 그리고 시도 하나 읊어줘야… 풍류를 즐기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가 힘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요. 제 남편이 못한다면 제가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그게 원래는 네가 하는게 맞는데.”
감녕이 내 눈치를 살폈지만 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노래를 원하세요?”
“음. 뭐…”
머뭇거리던 감녕이 내 또 눈치를 살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휘는 생긋 웃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악공 분들. 항아성천주 가능하지요?”
“가, 가능은 한데.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까. 준비하세요.”
휘가 노래를 부르려고 하자 난 휘를 말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완이가 내 팔을 잡아 당겼다.
“괜찮아요.”
“응? 하지만.”
“휘 노래 잘하니까.”
언제 그런 걸 배웠지?
내가 당황하자 완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잘 가르쳤거든요.”
“그, 그래?”
“그래. 산양군에서 휘가 노래 부를 때마다 많은 하인들이 웃으면서 귀를 기울였었다.”
아버지도 웃으며 선선히 답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조조는 여유롭게 말했다.
“그나저나 휘가 참 대단하군.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말 몇마디만으로 저 넷을 압도할 줄이야. 남아로 태어났으면 대단했겠어?”
“음… 그렇겠죠.”
휘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은 가끔씩 나도 한다..
우리가 수근거리는 사이 악공들과 음을 맞춘 휘가 천천히 노래한다.
악공들의 연주에 맞추어 휘의 낭랑한 목소리가 진가에 퍼져나갔다.
“와…”
휘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어?
나도 모르던 거다.
완이는 무척이나 뿌듯해했고 아버지는 눈을 감고 휘의 노래를 즐겼다.
“대단한데…”
“승상부주의 따님께 이런 재주가 있었을 줄이야…”
“지금까지 여류 악인(樂人)으로는 왕후마마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정도면 정말 장래가 기대되는데?”
감녕과 하후상, 관평, 그리고 성이의 행패 아닌 행패에 몇몇 명문가의 가주와 관리들은 눈쌀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조와 순욱, 그리고 양 사형이나 종요가 웃으며 즐거워하니 그냥 넘어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마저도 놀란 눈으로 보며 감탄할 정도로 휘의 노랫소리는 아름다웠다.
음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조조마저도 휘의 노래에 고개를 끄덕일며 장단을 맞출 정도다.
“허. 휘가 노래를 저리 잘 불렀나?”
“가르치는 것을 잘 받아들이니까요. 그리고 그것 뿐이 아니에요. 휘가 잘하는 것은.”
“대단하구만… 허허.”
다들 놀라는 와중에 휘가 노래를 멈춘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이제 됐나요?”
“와!! 박수! 박수! 그럼 다음은… 악기 연주로…!”
“악공분? 칠현금을 잠시 빌려주시겠어요?”
칠현금은 영이와 희가 진짜 잘 탄다.
둘에게도 배웠다면 칠현금도 잘 타겠지?
이제는 기대가 될 정도다.
나 뿐만 아니라 다들 굉장히 기대하며 휘를 지켜보았다.
“어, 어어? 휘야. 적당히 해도 괜찮아.”
냉큼 칠현금을 잡고 조율을 하자 감녕은 조심스레 말했다.
그 말에 휘는 씩 웃었다.
“제 남편을 풀어주면 적당히 할게요.”
“큭… 좋아!! 나도 나름대로 풍류에 능한 몸! 나도 음에는 조예가 있다고! 만족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 순간 휘가 빠르게 칠현금을 타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아까 전 악공의 칠현금 솜씨는 훌쩍 뛰어넘었다.
심금을 울릴 정도의 아름다운 음색에 감녕은 입을 다물었다.
“그, 그럼 다음은!!”
이제는 다들 휘가 어떤 재주를 보여줄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휘에게 집중하고 있을때 보연사가 다가왔다.
“승상부주. 지금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아. 그래.”
“시간을 많이 빼앗지는 않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야…”
잠시 정도는 괜찮겠지.
보연사와 함께 내 방으로 들어갔다.
조조는 할 일이 없었는지 따라들어와 옆에 앉았다.
“…태상전하께서는…”
“괜찮아. 진가윤의 연구소가 만들어질때 태상전하의 도움이 많았으니까.”
“그렇다면…”
보연사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었다.
저게 뭐지?
우리가 궁금해하는 사이 그녀는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을 내놨다.
“…이건 망원경이잖아?”
“예.”
“네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채 가주님께 받아 연구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냈지요.”
“이건… 수정인데. 수정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조조도 망원경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연사를 보았고 보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 스승님께서 저에게 옛날에 주셨던 것입니다. 투명한 보옥은 구하기 쉽지 않아서… 연마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흐음… 귀한 물건인데. 그런데 이것을 준 이유는?”
보연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주머니를 꺼내었다.
“이것을 봐주십시요.”
“…헉.”
나와 조조는 모두 놀랬다.
보연사가 보인 주머니에는 반투명한 유리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투명도가 월등히 뛰어난 유리다.
그것도 렌즈의 형태로 연마된 유리.
보연사는 유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더 좋은 유리를 얻어내려면 서주에 연구소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건…”
수정을 가공한 것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다.
이만큼 연마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텐데.
우리가 바라보자 그녀는 머뭇거렸다.
“수정을 깍아내며 나온 가루를 포에 붙였습니다. 아교와 목청을 이용한 접착제를 써서…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갈았습니다.”
“그것만으로는 힘들었을텐데?”
조조가 날카로운 어조로 질문하자 보연사는 망설였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곧바로 답했다.
“금강석의 가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 금강석! 하긴. 그 단단한 금강석의 가루라면 가능하겠군. 하지만 쉽지 않았을텐데?”
“여러번의 시행착오, 그리고 보석을 연마하는 장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군… 진가윤의 연구소가 생각보다 기술력이 대단하구만.”
솔직히 나도 놀랬다.
분명히 전까지만 해도 이정도로 연마술이 좋지 않았는데.
보연사가 참가한 것만으로 이정도까지 가능하게 될 줄이야.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이 이상의 투명도를 얻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있다네.”
“무슨 방법입니까?”
“좋은 모래를 물에 걸러가며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지. 그리고…”
“지남철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모래에 있는 사철 때문에 나쁜 색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아. 그런 방법이.”
이것까지는 아직 몰랐나보다.
보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보았다.
“승상부주께서는 어떻게 그것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유리에 대한 연구는 훨씬 전부터 하던 것이었어. 연료, 그리고 재료, 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 부족하고 자금이 모자라서 시도를 못한 것 뿐이지.”
사실은 이유하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종합한 정도에 불과하지만.
물론 내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는 있었다.
예전에 정욱이 나에게 유리를 가져다 줬을 때부터.
꽤 오래됐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보연사는 조조를 보았다.
조조는 쓰게 웃었다.
“예전 정욱이 나에게 유리를 제작할 수 있는 장인을 소개시켜주었지.”
“어? 그 인간! 나한테 소개시켜준다더니!”
“하하… 너무 그러지 말게. 자네가 워낙 바빠서 그런 것이니까. 다만 그 기술자는 나이가 많아서 이미 죽었고, 그 기술을 이어받은 이들이 내 밑에 있을 뿐이야.”
이 능구렁이같은 사람같으니라고.
그런게 있으면 나한테도 얘기해주지.
내가 원망스레 바라보자 조조는 볼을 긁적거렸다.
“매번 나를 놀라게 한 자네인 만큼 나도 자네를 놀라게 해주고 싶었지. 자네가 유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망원경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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