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54
뭘 가져왔길래 이렇게 속삭이는거지?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보자고.”
“예.”
보연사가 모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던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음… 진가윤에서 뭔가 만든 것 같은데요.”
“그래? 하지만 저렇게 조용히 이야기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겠죠. 남들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설마 이상한 것을 가지고 와서 저런 식으로 나오지는 않을테고.
아버지는 심각해진 내 얼굴을 본 후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튼 표정관리하거라.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예.”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들이 오는 상황에서 보연사가 뭘 가져왔는지 고민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 첩자가 없다는 보장도 없고.
“좋은 날이죠…”
난 애써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얼추 시간이 되자 난 아버지와 함께 신부측 부모가 자리하는 곳으로 향했다.
영이와 청이, 완이, 희.
내 아내들 모두가 곱상하게 차려입었다.
임신을 해서 그런지 더 예뻐보이는 아내들과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던 보연사가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냥 반응하지 말자.
내가 슬쩍 고개를 돌려 못본 척 하려 했을 때 영이가 반응한다.
아니!?
뭐지?
살며시 손을 들어올리며 인사한 영이가 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없는 사이 영이가 보연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고는 들었는데.
“괜찮아?”
“뭐가요?”
“아, 아니. 아무것도.”
문제는 없어보이는게 그나마 다행인가?
“신랑 입장!!”
진행자의 외침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때 의관을 차려입은 순선이 걸어온다.
“허이구~”
“순가의 귀공자라더니만. 아주 잘 생겼네~”
“내 딸 남편으로 주고 싶구만~”
순선을 탐내는 몇몇 이들이 외친다.
꿈도 꾸지마라.
감히 내 딸을 아내로 받아들이고 첩을 들일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거다.
“하…”
“여보?”
“아니. 이게 나도 딸 가진 아비라서 그런지.”
“후후후… 당신이랑은 달라야겠죠?”
“그러게 말이야. 참나.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낭만이라더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군.”
“그건 당연한거에요.”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들은 영이도 비슷한 생각을 한듯 보였다.
나는 어쩌다보니 아내들이 이렇게 많아졌다.
물론 정략혼이 좀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인어른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거다.
“참… 장인어른들이 대단하구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잖아요?”
“그렇지…”
완이가 웃으며 말하자 난 씁쓸한 마음을 간신히 달랬다.
완이가 내 아내가 되려 한다고 했을 때 교공도 엄청나게 흥분했었다.
지금 내 딸이 결혼을 하게 되고, 또 주변에서 순선을 탐내는 것을 보니 확실히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자. 다녀오세요.”
희가 내 등을 가볍게 밀어주었다.
그래.
이제 가야지.
난 식장의 뒤로 빠졌다.
식장의 뒤쪽에는 신부의 예복을 입은 아름다운 미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순간 숨이 멈춰졌다.
“아버지?”
“어. 아아. 응.”
옛날 영이처럼 무척이나 새하얗고 아름다운 내 딸이 있었다.
멈춰 서 있는 나를 보며 휘는 방긋 웃었다.
“아버지. 괜찮아요?”
“…으음.”
내 딸이라서가 아니다.
순수하게 여인으로 봐서도 정말 예뻤다.
정말 누구라도 한 눈에 반할 것 같은 매력을 지녔다.
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처음 휘를 안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십년은 훨씬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때의 기억.
그때의 불안감.
그리고 그때의 기쁨.
영이는 꽤나 난산이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기도 했고, 또 쌍둥이라서 휘와 성이를 낳을 때 영이가 굉장히 고생했지.
영이 때문에 안절부절하지 못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산양군에 있던 모두가 걱정했었고, 그리고 둘이 태어났을 때 모두가 기뻐했었다.
내 보옥.
내 보물.
내가 사랑하는 딸.
“아버지. 울어요?”
“우, 울기는.”
난 황급히 눈을 비볐다.
운거 아니다.
그냥 피곤해서 좀 그런 것 뿐이다.
“자. 가자.”
“예.”
바깥에서 식의 진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난 휘의 손을 잡고 식장 바깥으로 향했다.
“신부 입장!!”
진행자의 외침에 난 휘의 손을 잡았다.
초례상 까지 가는 길은 약 오장정도 된다.
업무를 볼 때면 무척이나 길어보이던 그 거리가 오늘따라 왠지 무척이나 짧아보였다.
“…아버지.”
“어. 그래.”
발걸음이 떼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한발 걸었을 때 휘가 처음 나에게 웃어보였던 것이 떠올랐다.
올망졸망하던 아이다.
까만 눈이 무척이나 예뻤던 휘가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을 때.
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아버지…”
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다시 한발.
휘가 처음 일어섰을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 걸었을 때.
처음 나를 아버지라 불렀을 때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날 잡은 휘의 손이 강해진다.
난 휘와 성이가 자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매일 출장, 아니면 출정.
항상 그랬지.
그렇지만 내 아이들은 훌륭히 잘 자라주었다.
난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절반이나 와버렸다.
신부측 사람들이 있는 곳에 서 있는 성이와 눈이 마주쳤다.
내 며느리인 현이와 손을 꼭 잡고 있는 성이가 미소짓는다.
하하.
저 녀석은 남자라서 그런지 보낼때 오히려 기쁘기만 했는데.
“…아버지…”
“울지 말거라.”
내 발걸음이 느리다는 것.
그리고 내가 손을 꽉 잡고 있다는 것.
눈치빠른 휘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 그치만…”
휘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떨리는 그 목소리를 받으며 난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다시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초례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순선이 쓰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너는 안 그럴 것 같냐?
너도 딸 가져봐라.
나랑 똑같을거다.
겨우 초례상 앞에 도착했을 때 난 순선에게 휘를 잡고 있던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순선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평생 아끼고, 존중하며 살겠습니다. 아버님께서 어머님들을 아끼는 것처럼.”
“…나는 소의를 따르며, 내 가족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습니다.”
“너에게 물으마. 너는 무엇을 따르느냐.”
“글쎄요… 굳이 말한다면.”
순선은 양 손으로 휘의 손을 꽉 잡았다.
“저의 사람을 따릅니다.”
“그래. 휘를 부탁한다.”
순선에게 휘의 손을 완전히 넘겨주었다.
이걸로 휘는 진가의 여인이 아닌 순가의 여인이 되었다.
내 내장을 하나 떼어주는 기분이다.
속이 쓰리다.
이미 뱃속에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휘다.
이제는 한 아이의 어미라고 불려도 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평생 아이같아 보였다.
더 소중히 아껴둘 것을.
더 많이 같이 지낼 것을.
순선의 손을 잡은 휘가 살며시 웃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난 몸을 돌렸다.
휘와 함께 갈 때는 무척이나 짧았던 길이 순식간에 구만리 장천이 된 기분이다.
힘겹게 걸어 문쪽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감녕이 빙긋 웃었다.
“고생했수.”
“…그래.”
“자.”
감녕이 손수건을 내밀자 난 그것으로 얼굴을 가렸다.
“거 여아는 항상 떠난다고 하잖소. 징징거리지 좀 마쇼. 한명 더 보내야 되는데.”
“큭… 너도 몇년 안에 이거 겪을거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둬라.”
“하하… 난 시집 안보낼건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지…”
자식들이라는게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더라.
난 손수건으로 얼굴을 대충 닦은 후 돌려주었다.
“고맙다.”
“별 말씀을 다하네. 우리 사이에.”
싱긋 웃은 감녕이 내 등을 쳐준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진행자가 식순에 따라 혼례식을 진행한다.
그것을 지켜보며 난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응? 아아. 응.”
청이가 내 손을 꼭 잡아주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식이 진행될 수록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여보.”
“으응…”
영이, 청이, 그리고 완이와 희.
넷은 손을 뻗어 나를 잡아주었다.
솔직히 나는 정신적인 압박에 강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에게 심리전을 건 놈들은 많았고, 또 위기 상황에 만들려던 놈들은 많았다.
그들의 수작?
웃으며 받아넘기고 오히려 역이용했었다.
하지만 내가 딸의 결혼 하나에 이렇게 흔들리다니.
그리고 부인들의 격려에 안정되다니.
난 정신적으로 강한걸까? 아니면 약해빠진걸까?
그녀들의 위로에 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괜찮아.”
“힘들어요? 쉬러 갈래요?”
“으음. 아냐.”
좋은 날이다.
내 딸이.
우리의 딸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이렇게 긴장하고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들 웃으며 축복하고, 축하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만 이러고 있다.
이러지 말자.
강해지자.
성이와 휘, 율이, 유와 석이가 태어났을때 다짐했던 일이다.
강해져야 한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강해야 한다.
“이것으로 천지신명! 공과 맹께 부부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내가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혼인식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둘이 손을 잡고 서로 웃으며 걸어나가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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