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76
여름의 초입이 되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해는 길어져가고 있었다.
밤이 되어도 쌀쌀함보다는 후덥지근하다고 생각되는 날씨가 찾아왔다.
“흐음…”
기주 내 농경지의 보고서를 읽으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이앙법을 통해 논과 밭에는 건강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쭉정이들을 걸러내고 규격에 맞추어 기르는 작물들이 잘 자란다.
“거기에 다른 쪽들 문제도 없군.”
익주 쪽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각 지역에 있는 병사들을 차출하여 보내놓았다.
익주에서 아무리 까불어봤자 두, 세겹으로 이루어진 방어선은 그들의 발호를 잘 막아내었다.
또한 교주에서 양 사형이 사섭과 교섭에 성공했는지 또다시 물소 뿔과 물소 힘줄, 상아를 보냈다.
“히야~ 이런 것만 보면 무지 뿌듯하구만.”
난 죽간을 내려 놓으며 웃었다.
지난 몇달간은 진짜 힘들었다.
당장 새로 들어 온 이들이 업무 파악을 하는 것도 그렇고.
논농사를 적용하며 각 논에 물을 대고, 또 사람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 일도 그렇고.
그 외의 문제들은 꾸준히 터져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점 가라앉았다.
“이제 비만 제때제때 와주고, 홍수만 안나면 되겠는데…”
제일 걱정이던게 황충의 발호 문제였다.
하지만 작년에 다 뒤집어 엎은데다가 닭과 오리들이 유충인 메뚜기들을 꾸준히 잡아먹었다고 한다.
덕분에 황충 사냥을 하는 이들이 시무룩해했지만.
그런 건 특수 경기고.
나중에 황충이 발호하게 되면 그때나 활동하라지.
유주에서 닭과 오리의 양식에 성공하였다는 보고는 들어오고 있었다.
덕분에 유주에서 기주로, 기주에서 청주로 닭과 오리들이 보내지고 있었다.
“기주쪽의 고기값은…”
어제 나가보았던 이들이 가져 온 고기값을 확인했다.
닭과 오리의 가격이 전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정도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일반 소작농이 닭과 오리를 먹을 수 있을 듯 싶었다.
“훌륭하긴 한데 아직 모자르지. 어찌 생각하나?”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서주 수준으로 고기값이 내려가야 백성들이 국이라도 끓여먹지 않겠습니까.”
등애는 죽간을 내려 놓았다.
그가 살던 곳은 서주, 그리고 산양군이다.
기본적으로 먹을 것이 풍족하고 고기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과 비교를 하니 유주나 청주, 기주 일대의 식량 공급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
등애는 몇가지 자료를 챙긴 후 무뚝뚝히 말했다.
“남피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그쪽에서도 양계장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몇몇 관용지를 점거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방 호족들인가? 그런 것이면 남피 성주에게 맡기지 그래?”
“호족들 뿐만 아니라 용병들도 있습니다. 또한 남피 성주의 직접적인 요청도 있었습니다.”
등애는 생각 이상으로 일을 잘해주고 있었다.
물론 산양군에서 그만큼 일을 한 경험이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는 고된 야근에도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좀 편해졌다.
산양군에서 꽤 많은 경력을 쌓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잘 키운 인재 하나 열 주부 부럽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중에는 낙통도 데리고 와야겠군.
“나 주부장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나몽도 일을 잘 하고 있었다.
그는 농업에 꽤나 자질이 있는 듯 보였다.
태학에서 많은 태학원생들을 가르친 덕분일까?
실무적인 능력을 봐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나가며 열린 문 밖이 보였다.
벌써 새벽인가.
난 피로에 쩌든 눈을 꾹꾹 비볐다.
일이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퇴청하는 것은 여전했다.
난 가볍게 몸을 풀며 일어났다.
풀벌레와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후우… 덥구만.”
올해는 진짜 더울 것 같았다.
진가윤에서 가져 와 바깥 정원에 설치해 둔 의자에 앉은 나는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방에 아직도 불이 밝혀져 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들 일 잘하고 있나 가볼까…”
“어디 가십니까?”
내 집무실 앞 마당에 앉아 문서를 확인하던 하후상이 일어나 물었다.
“바람이나 쐬려고. 날도 더운데 말이지.”
“따르지요.”
승상부를 한바퀴 돈 후 낭관들과 주부들이 일하는 곳에 들어가니 이상하게 조용했다.
방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꾸벅꾸벅 조는 시녀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요새 힘든가?”
“뭐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야근에 철야에.”
하후상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가 시녀를 깨우려 하자 난 그를 잡았다.
피곤하다는데 어쩌겠나.
“자게 내버려둬.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럴까.”
나를 수행하는 다른 시녀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며 난 고개를 저었다.
“자… 그럼 들어가볼까.
문을 열고 안을 보니 이쪽도 다들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피곤하면 그냥 들어가서 자지.
이번에 새로 들어 온 낭관들과 주부들까지.
그들이 엎드리거나 맨바닥에서 코까지 골며 잔다.
그들을 지켜보던 나는 시녀에게 말했다.
“얇은 이불이라도 가져다 주게나. 저러다 고뿔이라도 걸릴라.”
“예에…”
아무리 여름의 밤이라고 하지만 저렇게 이불도 없이 잠들어버리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었다.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고생하는데 한명이라도 빠지면 그 공백은 누가 메우겠나.
건강은 잘 챙기게 해줘야지.
“시녀들도 몸 관리를 잘하게 하게나.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 개만도 못한 꼴이 되어서야 쓰겠나.”
“예에…”
시녀들이 허둥거리며 모포를 가져와 잠들어버린 이들을 덮어준다.
“아…”
“조 왕자님…”
시녀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잘 생긴 청년이 한아름 죽간을 들고 걸어왔다.
그를 본 몇몇 시녀들이 얼굴을 붉힌다.
홍안의 미청년은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승상부주.”
“그래. 충아. 상서부에 다녀온거냐?”
“예.”
조충의 손에는 상서부의 직인이 찍혀 있는 문서들이 들려 있었다.
승상부 소속인 조충이 상서부의 문서를 들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종요, 그리고 조앙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조충이 많은 일을 원하니 필요하면 가져다 쓰십시요. 라고.
조충 정도 되는 뛰어난 인재를 그냥 놔둘리 없지.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허덕거리던 조충이었지만 그는 의외로 잘 버텨나갔다.
“요새 할만하냐?”
“으음… 예.”
허세부리기는.
척 봐도 힘들어보인다.
눈 밑에 기미는 잔뜩 올라와 있고 눈은 피로로 충혈되어 있었다.
서주에 있을 때까지만해도 멀쩡하던 피부는 푸석푸석 갈라져 있다.
불과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몇년은 더 폭삭 삭은 느낌이다.
그런데도 관청의 시녀들이 홀딱 빠질 정도로 잘 생겼으니.
좀 더 고생시켜도 되겠다 싶었다.
난 웃으며 조충의 어깨를 두들겼다.
“네 평가가 아주 좋더군.”
“감사합니다.”
“그래. 이렇게 일년만 버티면 금방 승진하겠는걸?”
아무리 조충이 조앙의 동생이고, 또 명문 조가의 자식이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이제 막 태학을 졸업한 애송이다.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가장 하급 문관인 낭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상서부, 승상부, 왕부에서 눈독들이고 있는 조충이라면 내년 쯤에 분명 주부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터.
그럼 그때부터가 진짜였다.
“상서령도, 전하도, 그리고 거기장군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들에서도 너를 원한다더라. 일 잘한다고.”
“감… 사합니다.”
“뭘. 네 노력의 결과인데. 물론 당연하겠지만 승상부에서도 네가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어.”
“그, 제가 없어도 등 형님도 있고…”
“오. 무슨 소리냐. 이제와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그,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렇지?”
난 조충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조충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다.
그를 향해 난 웃었다.
“요새 몸이 좀 허한 것 같군. 내일 퇴청할 때 진가에 오게나. 맛난 것을 먹여줄테니까.”
“으… 알겠습니다.”
“그래. 가서 열심히 일하게. 요새 잠은 잘 자지?”
“…네시진 정도.”
“오. 네시진? 많이 자네.”
“칠일간 네시진 정도 잤습니다.”
“음. 많이 잤군. 원래 젊었을 때는 그런 법이야. 전하께서도 이리 말씀하셨잖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씀입니까?”
“응.”
나도 듣고나서 진짜 어이 없었다.
확 청춘 제대로 즐기게 해주려다가 완전 시무룩해진 종요를 보고 참았다.
종요의 나이가 청춘은 아닌데.
청춘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 말 듣고 복장 터져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사실 나도 확 진짜 청춘을 즐기게 해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말도 있잖냐. 중앙관 십년이면 모든 업무에 통달한다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중앙관직에서 근무했던 관리들은 지방관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거의 놀면서 일한다더라.
개중의 몇몇은 더 이상은 지방관의 업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중앙관으로 이직 요청하는 이들도 있고.
“뭐… 이번에 바쁜 것만 끝나면 내 휴가를 내어주지.”
“듣기로는 칠월이 되어 비가 많이 오면 비상 대기가 있다고…”
“뭐 그렇긴 하지,”
“비가 오고, 그 처리가 끝나면 혹서기인지라 또 비상대기가 있다고.”
“그렇긴 해.”
“추수철에는 추수로 비상대기. 추수가 끝나면 겨울 보리재배와 내년 예산편성으로…”
“하하하! 그런 바쁜 와중에 어떻게든 쉴 수 있는게 훌륭한 관인이라는 거지.”
조충이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아직 일년차라 이러는 건가?
잘 하면서 징징대기는.
조충의 의욕이 하락하려 하자 난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영웅이 되고자 하는 자의 길이 쉬운 줄 알았냐?”
“윽…”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은 조충이다.
그것을 지원해주기로 한 이상 나는 최대한 그에게 일을 줄 생각이었다.
버티지 못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차라리 다 포기하고 때려친다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거리는 사라지니까.
하지만 버텨낸다면 그는 진짜 위로 올라갈 인재가 된다.
이제 막 중앙에 온 조충이 이정도까지 해낸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잘하면 자기 후임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에게 일을 주고, 또 가르치려 한다.
대놓고 조충에게 일을 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신참들은 결코 부러워하지 않았다.
조충은 신참들의 두, 세배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일 와라.”
“예에…”
조충이 안으로 들어가 다른 이들을 깨웠다.
그들이 일어나 마치 살아 있는 시체처럼 비척거리며 일하기 시작한다.
“승상부주!”
“뭐냐?”
장군부 소속의 장수다.
그가 다가오자 난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도착했습니다!”
“어? 벌써!?”
예상보다 빠른데?
상곡군에서 출발했다는 보고는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밤에만 이동할 수 있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다.
“음… 약 십일 정도. 대단하네.”
“여 군수께서 직접 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그가 환한 표정으로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하후상. 따라라. 아무튼 충아. 내일 꼭 와라. 진짜 좋은 보양식을 먹여줄테니까.”
“요새 더워 입맛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란거야. 오장 육부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마.”
난 빠르게 걸었다.
안그래도 아내들이 더위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는데.
“다들 좋아하겠군~”
“많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요즘 같은 때 얼음 한조각이 얼만데.
————-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ㅋㅋㅋ
으앜ㅋㅋㅋ
대댓글 써놨는데ㅋㅋㅋㅋ
잘못 눌러서 써논게 다 날아갔네요…
고로 오늘의 대댓글은 없습니다 ㅠㅠㅠ
함부로 ctrl-s 를 누르면 망한다는 사실을 새삼깨닫네요…
그럼 내일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