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80
늦은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었다.
아내들도 이제 만삭이 다 되었다.
산달이 가까워진 것 때문에 나도 업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기쁜 소식이 알려졌다.
“풍작입니다!! 그것도 대풍!!”
이번에 새로 실시한 논농사가 대성공을 이뤄냈다.
며칠 전에 가본 논에 황금빛 물결이 만들어졌었다.
각지의 논에 그 결과를 말해달라고 했는데.
드디어 된 건가?
난 주먹을 꽉 쥐었다.
“성공했나…!!”
“축하드립니다!! 승상부주!”
“하아아…”
밭농사에 비해 논농사는 성공만 한다면 그 수확량이 적게는 두배, 많게는 네, 다섯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뤄진 밭농사도 나름대로 농법이 시행되었었다.
그것만으로도 신농법을 도입하기 전보다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농법보다 훨씬 고급 농법인 논농사이니 그정도 성과는 당연했다.
안도하며 의자에 앉았을 때 장군부의 장군이 들어왔다.
뭐지?
내가 궁금해하는 사이 그는 기쁜 어조로 외쳤다.
“둔전의 논에서도 크게 성공했다고 합니다! 전년 수확량의 두배정도로 수확량을 올렸습니다!”
“좋아!”
농사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올해 한번 농사 짓고 끝낼 생각따위는 없다.
“각 지역에 연락해!! 내년에 쓸 종자를 미리 골라낸다!”
“종자의 기준으로 삼기 위한 표본이 들어왔습니다!”
“보자.”
상자에 담겨 있는 작은 주머니 안에서 볍씨를 보았다.
꽤나 커다란 볍씨다.
작년에 종자로 썼던 볍씨와 비교해보니 크기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호오… 이정도면 산양군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의 크기 아닙니까.”
내 옆에 있던 등애도 볍씨의 크기에 놀랬다.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군. 내년에도 큰 일만 없으면 대풍을 이뤄내겠는데?”
아니. 반드시 이뤄낸다.
산양군, 좌풍익에서 논농사를 짓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대규모로 한 적은 없었다.
당연히 치수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극복해냈고 문제점을 알아냈다.
논농사에서 중요한 치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겼다.
거기에 이정도 종자라니.
종자개량은 내가 동아현에서 처음 농사를 지었을 때부터 꾸준히 하고 있었다.
우성의 법칙을 이용.
다른 낱알보다 훨씬 큰 낱알만을 골라내어 그것들은 내년 농사를 위한 종자로 보관한다.
호랑이의 자식은 호랑이.
더 좋은 낱알이 만들어내는 낱알은 더 좋은 곡식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것을 주장하며 종자개량을 시작한지 어언 이십여년이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유주, 그리고 기주 북부에서 닭과 오리의 양식을 하며 얻어낸 닭똥으로 비료를 만들 준비를 끝냈다.
이유하의 지식에 의하면 닭똥으로 만든 비료는 다른 비료들보다 좀 더 효과가 좋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내년은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거다.
“신 비료의 실험은 어땠지?”
“기존 비료보다 작물들이 더 잘 자랐습니다!”
“좋아.”
그 성과가 이렇게 모습을 보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논에 가보자!!”
“예!!”
힘차게 답하는 승상부 관리들과 함께 바로 관청에서 나갔다.
업성 바깥에 있는 황금의 들판에서 추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추수를 하는 농부들, 그리고 병사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하고 있었다.
“왔나?”
“예.”
조앙은 이미 와서 보고 있었다.
그를 수행하는 신료들, 그리고 궁녀들도 다들 기쁜 표정이었다.
“하… 보기만 해도 배가 가득 차는 것 같군.”
넓은 평원을 가득 채운 황금색 들판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 광경을 만들기 위해서 올 한해 다들 죽어라 고생을 했었다.
그 결실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을거다.
올해 임관한 몇몇 낭관들은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우냐?”
“안 웁니다.”
안울기는.
눈까지 빨개져 놓고선.
새로 임관한 낭관들 중에서 조충은 압도적으로 많이,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당연히 기쁠 수 밖에 없겠지.
“오늘~ 추수를 하여~”
“쌀밥에 고깃국을~”
“위국의 천하가 평화를 이루네~”
농부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지만 흥겨움은 그대로 전해지는 노래였다.
그것을 듣던 몇몇 관리들이 결국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짜식들.
이정도로 감격하기는 이른데.
추수를 하는 것도, 그리고 도정을 하는 것도.
많은 작업은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황금물결을 보면 다들 같은 마음일거다.
난 조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보고 싶었던 것이 이런 거 아니냐.”
“…아직 멀었습니다.”
조충은 옷 소매로 쓱쓱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래.
아직 멀었다.
이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추수가 끝나면 바로 겨울 보리를 위한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일 아직 안 끝났어.”
“압니다.”
서주에서도 겨울 보리농사를 짓는다.
더 북쪽으로 간다면 보리 말고도 한파에 강한 다른 작물들을 기르지만.
어쨌든 농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정도면 작년의 피해는 거의 복구할 수 있겠군요.”
“그러게 말이다. 자… 그럼 기다리던 시간이 왔군.”
조앙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기다리던 시간.
그래.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장군부! 상서부! 승상부! 그 외 다른 부서장들까지 전부 모이라고 해!!”
조앙은 기쁘게 외친 후 주먹을 쥐었다.
“익주 공략에 대한 회의를 시작할테니까.”
논농사에 성공하여 막대한 식량을 얻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그냥 군비에 투자할 수는 없다.
회의와 회의.
그리고 궁리를 거쳐가며 전쟁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난 황금빛 들판을 지그시 응시하는 조충을 내버려 둔 채 몸을 돌렸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군.”
어쩌면 위국에서의 마지막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그 전쟁의 시작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빨리와!!”
위국 업성의 회의실에서 시작될 것이다.
정리된 보고서들이 그득히 쌓인 회의실에서 종요가 담담히 말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겨울은 넘기고 합시다.”
그의 제안은 합당한 것이었다.
겨울이 지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하후돈의 후임이며 차기 거기장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위장군 조인은 단호히 거절했다.
“불가.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 내년의 농사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계속 익주에 대한 정벌을 미룰 수 밖에 없소.”
장군부의 장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그들의 답을 듣던 나는 종요를 보았다.
“하지만 아직 감채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확인해야 내년 농사를 어찌 할 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끄응… 그렇긴 하지만.”
논농사가 성공한 지금.
위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익주에 대한 공략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감채였다.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감채의 재배 성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이견이 없는 듯 싶었다.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교주에서 올라온 물소 뿔을 고구려와 거래. 그리고 그들에게서 석회를 받아낸다면 더 많은 거점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긴 석회가 필요하기는 하지. 혼응토만 있다면 거점을 만드는 것도 쉽고 말이야.”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하자 조인은 그에게 눈을 흘겼다.
“아니 거기장군님은 장군부 아닙니까? 의견 통일 좀 합시다.”
“맞는 말만 하는데 어떡하냐? 그럼.”
“끙. 아무튼 나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이것은 장군부의 의견이야. 어차피 뽑아야 할 뿔. 빨리 뽑아버리는게 낫지.”
다른 부서들에서도 한마디씩 했다.
각각 이유는 달랐지만 크게 보면 둘로 나눌 수 있었다.
지금 바로 전쟁의 준비를 하자.
아니면 조금 기다렸다가 봄에 실시하자.
지금 전쟁을 준비하자는 이들은 장군부를 위시로 한 무관과 관련된 부들이었다.
논농사가 대풍을 이뤘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냐.
익주와의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전 인원이 가는 것도 아니니 일단 전쟁을 시작하고 나서 이야기하자.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전쟁을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병력과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군수 물자를 좀 더 확충하고 빠르게 익주를 제압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막말로 백성들이 개고생하고, 또 각 문관부와 지방관리들이 피를 토하는 역경만 겪는다면 충분히 익주와 전쟁을 치룰 수 있었다.
그게 싫어서 일년을 미뤄 둔 것 뿐이지.
“장군부의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생의 안정, 그리고 천하 백성들의 평안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종요의 말을 이어 진림 역시 지금 전쟁 준비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은 듯 싶었다.
“또한 지금 익주에 가 있는 교사원의 요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미루자는 것이지.”
“저희 장군부에서도 나름대로 파악한 것이 있는데. 지금의 물자로도 충분히 익주 정벌은 가능합니다.”
“왕 도독. 누가 물자가 모자라서 이런다고 생각하시오? 좀 더 편하고, 그리고 안정적인 익주 공략을 위해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지.”
종요가 말하고, 진림이 웃었다.
그리고 사농부 소속의 왕찬도 그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일남군 정벌을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곳을 점령하면 남만 공략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때에 맞춰서 움직이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교주에서 승상의 일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승상이 남만을 공격, 그곳에 대한 정벌을 시작한다면 그때 싸워도 나쁘지 않소.”
“하긴 그렇긴 한데… 하지만 일남군을 정벌한다고 하여 남만까지 바로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소. 이것 따지고 저거 재고 하면 언제 하겠소?”
“자자. 흥분들은 가라 앉히자고.”
문관들, 그리고 장군들.
다들 전쟁의 시기에 대해서 거칠게 떠들고 있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조앙은 천천히 말했다.
“장군부의 의견도, 그리고 상서부의 의견도. 둘 모두 틀린 것은 없어.”
“전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조인의 질문에 조앙은 어깨를 으쓱였다.
“문관들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군.”
“전하!”
“아니 그렇잖소. 위장군. 자. 생각해봅시다.”
조앙은 전국의 각 주를 표시한 지도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붓을 들어 세개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각각 경조, 그리고 형주, 상용이었다.
“경조와 형주, 그리고 상용에는 이미 전쟁을 위한 준비를 마친 정예병들이 대기하고 있소. 하지만 전장은 익주에게 아주 유리하지.”
“그렇습니다만.”
한중 위의 양평관.
그리고 자동으로 들어가기 위한 검각과 가맹관.
상용을 통해서 한중에 들어갈 수 있지만 한중 역시 들어가는 길이 산세가 험하다.
“상용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현재 한중에는 수많은 산악병들이 대기하고 있소. 전장 자체가 한중에 유리하다는 것. 즉 상용에서 한중을 치는 일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옳소.”
“그렇다면 형주는 어떻습니까? 양양, 그리고 남군을 통해 들어간다면 광한군만 지나면 바로 성도를 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 또한 형주목의 보고가 있었던 바. 그쪽에 있는 산성만 수개이며 새로 만들어진 관문만 다섯 곳이 넘소. 또한 각 현들은 오랜시간 익주목의 지배를 받고 있던 자들.”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이군.”
“그렇소. 몇차례 형주에서 공격을 했지만 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
조앙의 차분한 설명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익주가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나오는 것도 쉽지 않지만 들어가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곳.
그곳이 바로 익주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생각하고 계신 바는 어떤 것입니까?”
“일단… 승상부주.”
“예.”
“투석기와 정란, 충차에 대한 개발은 어찌 되었나?”
“오에서 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 개량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투석기를 형주와 경조에 이미 보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래서. 그것으로 각 관문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나?”
그의 질문에 모두가 나를 보았다.
음.
기대를 무너트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군.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거 몇대 만들었다고 관문을 부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하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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