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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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크억… 큭…”
비쩍 마른 사내.
법정은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었다.
그의 눈 밑에는 피로로 인한 기미가 가득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옷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뚝은 앙상하여 붓을 잡는 것 조차도 힘겨워보였다.
옆에 놓여져 있는 약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쉴 수 없었다.
빠르게 죽간을 확인, 대처방안을 제시한 후 그것을 돌려보낸다.
그리고 쌓여 있는 업무 중 하나를 확인한다.
하나하나 중요한 업무들이었다.
“이보게. 효직.”
문을 열고 들어 온 못생긴 남자는 법정의 모습을 보며 탄식했다.
그야말로 익주의 희망이나 다름없는 자다.
법정은 문을 열고 들어 온 못생긴 사내.
자신의 친우인 장송에게 희미하게 웃었다.
“왔는가?”
“좀 잤나?”
“응.”
“거짓말하기는.”
시녀가 말하길 그는 벌써 사흘째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장송이 안타까워하며 다가간다.
법정은 그를 힐끔 본 후 죽간을 내밀었다.
“서쪽의 휘안족에게 전달해주게나.”
“불가하네. 더 이상 그들과 연계할 수 없게 되었어.”
“그게 무슨 소린가?”
장송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깨물었을 뿐.
그의 모습에 법정은 이를 갈았다.
“…그들 마저도 위국에 넘어간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휘안족은 익주 서쪽의 대평원에 자리를 잡은 이민족 중 하나다.
호전적이면서 사막의 길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 도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서역의 물품을 구매하며 물자를 거래해왔었다.
그런데 그들이 위국으로 넘어갔다니.
지금까지 그렇게 잘해줬는데 홀라당 위국의 편에 붙어버린 그들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법정이 강하게 탁자를 내려치자 장송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휘안족 뿐만 아니야. 악길족. 이영단. 그 외에도 몇몇 이들이…”
“왜!”
“그들에게 땅을 내어주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서역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을 돕길 바란다며…”
“그들의 수가 상당할텐데 그게… 가능하단 말야?”
“…가능하다더군. 아니,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사막의 부족들을 끌어들이려 하던데.”
“젠장…!! 그 놈들에게는 하수분이라도 있단 말인가!!”
위국이 나서서 서역을 통과하여 거래를 한다면 그 수익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고, 말이나 양을 키우지 않고.
그리고 목숨걸고 싸우지 않아도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 제안에 많은 이들이 위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그놈들은 어떻게 된 놈들이야…!!”
“우리도 위국의 농법을 훔쳐 하고 있지만…”
“우리도 효과를 봤잖은가!”
“봤지. 하지만…”
“결국 땅의 크기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건가…”
위국의 농법에 대해서는 꾸준히 훔쳐왔다.
지렁이, 그리고 삭힌 오줌.
뼛가루라든가 그 외에 다른 것들까지.
위국의 농법을 시도하면 할 수록 감탄했고, 또 두려움을 느꼈다.
식량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배 이상으로.
익주의 풍요로운 땅에서 많은 식량이 생산된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남만과 협상하고 그들을 정벌하여 익주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법정은 뛰어난 책사이며 정치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위국의 농법의 위험을 알았고 그 농법을 실현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위국의 두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젠장.”
자신들이 성공하면 할 수록 적들은 더더욱 큰 성공을 가져간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의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것.
그것만큼은 어떤 수를 써도 따라갈 수 없었다.
익주에서 1을 생산하면 위국에서는 10을 생산한다.
인구, 병기, 식량.
그리고 기술력까지.
그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위국의 정치체계였다.
압도적으로 많은 생산량은 사치를 불러야 한다.
하지만 위국은 달랐다.
“무슨 요나 순이냐!!”
자리에서 일어난 법정이 분노하며 책상을 걷어 차고 죽간을 집어 던진다.
그가 씩씩거리는 것을 보며 장송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정치가다.
그렇기에 위국의 정책이 가져오는 엄청난 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막대한 생산량을 사치가 아닌 다른 것에 투자를 하다니. 허 참.”
비록 정략은, 그리고 유언비어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지만 위국의 정보는 캐내고 있었다.
그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생산량의 대부분을 다른 것에 투자하고 있었다.
기술의 개발.
백성들의 삶의 질 향상.
노후화된 무기의 교체.
타국과의 교역.
사치를 위해서 돈과 곡식을 쓸 만도 했건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몇몇 군수들이나 관리들이 사치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위국의 중앙관리들은, 가문이나 개인의 막대한 부를 소유한 이들은 그다지 사치와 향락을 즐기지 않았다.
또한 사치와 향락을 즐기기 위해 위국 법에 정해진 것 이상의 세금을 걷는 관리들은 몇년 지나지 않아 금방 관직을 잃어버리고 재산을 몰수당한다.
위국의 자랑이며 황제까지도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막강한 감찰기관인 교사원의 감시망 때문이었다.
그들 때문에 위국 관리들은 함부로 법에서 정한 세금 이상을 걷지 못했다.
한나라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지만 덕분에 오히려 그때보다 백성들의 사정은 나아져버렸다.
“비단의 판매량은 늘어났어. 하지만…”
위국에서 익주를 적으로 규정한 이후에도 촉금과 촉 옥을 사가는 상인들은 많았다.
그만큼 소비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정도가 사치가 아니라고 하는 정도라면 위국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국의 중앙관리들은 그 쌓인 부를 효율적으로 돌려가며 위국을 성장시켜나가고 있었다.
“솔직히 무섭군.”
장송이 떨떠름히 중얼거리자 법정은 씩씩거리다가 의자에 힘없이 앉았다.
“그들은 알고 있는거야. 사람의 의욕을 자극하는 방법을. 그리고 그것이 가져 오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하는 동물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즐거움을 얻는다.
그리고 그 소비를 위해서 일을 한다.
십상시 때까지만 해도 백성들은 소비를 몰랐다.
생산을 하면 그 생산된 것을 빼앗기기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위국 자체에서 관상을 적극 이용하며 상업과 공업의 발달을 촉진시킨다.
농법을 개량하여 기존 이상의 생산을 하게 되고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부들은 그 곡식을 팔아 자기들의 이득을 챙긴다.
세금과 소작료를 내고나면 남는 것은 자신의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아예 위국 법에서 지정해버렸다.
거기에 상업이 발달되어 시골 마을에도 상단의 상인들이 오간다.
관도는 매일같이 정비되고 있고 도적들은 토벌되어진다.
소비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생산의 기쁨을 알게 된 백성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한다.
이 모든 것은 곧 국력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법정은 비누를 손에 들었다.
이 비누.
조사 결과 위국의 관청은 자체적으로 폐기름을 사용해서 이 비누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것이 퍼지고 나서 몇년이 지났을 때 위국의 인구가 증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병으로 죽는 이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겨울은 가혹한 계절이다.
쉽게 고뿔에 걸리는 계절이고, 약한 노인이나 아이들이 병에 걸려 죽는 계절이다.
십상시때만 해도 겨울이 지나면 한 마을이 사라지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국에게 있어서 겨울은 그냥 추운 계절에 불과했다.
추운 겨울에 넉넉한 땔감으로 불을 떼고.
가을에 추수한 곡식들로 밥을 먹는다.
거기에 산에서 캐온 것들로 주전부리까지 일삼는다.
이게 무슨 백성의 도원향이란 말인가.
작은 군도 기주, 연주, 서주, 경조, 청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주를 보유한 나라를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큭…”
법정은 억울함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익주목 유장의 부하가 된 이후로 매일같이 노력했다.
피를 토하는 공부를 하고, 하루에 한시진도 채 자지 않으며 관리들을 독촉했다.
부패를 일삼는 이들을 제거하며 익주의 힘을 키웠다.
하지만 차이는 벌어질대로 벌어졌고 이제는 위국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후우우…”
침착하자.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자.
익주목 유장은 주장이 약하지만 선한 이였고 백성들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익주를 키워나갈 방법을, 그리고 그의 이상을 말했다.
그에게 지극히 공감하며 그를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기로 맹세했다.
그 맹세를 힘들다 하여 버릴 수는 없었다.
숨을 몰아쉬며 꺽일 것 같은 마음을 잡은 법정은 천천히 말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어. 남만의 따뜻한 기온을 이용해서 그곳에서 경작을 시작하면 되는거야.”
위국의 농법은 대단하다.
위국이 저정도로 부를 쌓고,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이 막대한 식량 생산력 덕분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자신들도 이용하면 된다.
남만은 날이 덥지만 비옥한 땅이 많았다.
그곳을 개간하기 위한 계획은 꾸준히 세우고 있었다.
그 준비도 거의 끝난 상황.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다.
위국의 농법을 남만에 적용시킬 계획과 실험은 이미 끝났으니까.
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 생각한 법정은 천천히 말했다.
“비의를 불러와주게.”
“이미 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 온 잘 생긴 젊은 사내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법정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어서오게나. 준비는 끝났고?”
“예. 내일 제가 직접 남만에 내려갈 생각입니다.”
“괜찮겠나?”
“뭐… 어쩔 수 없겠지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일은 아직 익주에도 많은 인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단하다고 할 만한 것이 비의, 장완, 동윤이었다.
그리고 그 셋 중 가장 뛰어난 것이 바로 비의.
아직 젊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뛰어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비의다.
그라면 위국만큼의 생산량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금 의 배 이상의 생산량을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부탁하네. 남만에 경작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어.”
“안심하십시요. 그리고 맡겨주십시요. 반드시…”
비의는 눈을 반짝였다.
“성공하겠습니다.”
법정의 집무실에서 나온 비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법 군사의 몸이 점점 안좋아지는구나.’
그는 많은 부담을 지고 있었다.
홀로 위국을 상대로 익주를 지키는 이다.
자신 역시도 위국과 상대할 것만을 생각하면 두려움 밖에 생기지 않을 정도다.
그것을 십년을 넘게 해 온 법정에게 부담이 없을리 없었다.
“하아…”
“퇴청하시는 겁니까?”
“아. 왕 도위.”
덩치 큰 선량한 외모의 사내가 다가오며 인사하자 비의는 그에게 마주 웃었다.
“모셔다 드리지요.”
“아니요.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왕 도위께서도 내일 함께 출발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늘은 푹 쉬시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매일 저를 지키시느라 고생하셨는데. 오늘 하루는 푹 쉬시지요.”
“비 종사. 항상 생각하는 것인데 비 종사는 너무 세상을 쉽게 보십니다.”
“하하하! 어려울 것이 뭐가 있고 쉬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럼 호위병들이라도 데리고 가십시요.”
“알겠습니다.”
왕평의 간곡한 말에 비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왕평의 부하들 넷이 다가온다.
그들과 함께 퇴청한 비의는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시장에서 벌어진 싸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글쎄요…”
“한번 알아보게나.”
“종사께서 신경쓸 만한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만.”
“하하. 이 사람 보게나. 백성을 위한 일에 큰 일은 어디 있고 작은 일은 어디 있겠나.”
비의는 휘적휘적 걸었다.
그를 알아 본 백성들이 길을 내어주자 비의는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백정으로 보이는 이가 문사 하나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켁켁!”
“이 미친 놈이! 뭐가 어쩌고 어째!?”
“놔, 놔라! 놔!”
“이보게. 무슨 일인가?”
“비 종사 어르신! 아니 이놈이 사기를 치려고 하잖습니까! 고기가 상했니 마니 어찌나 앞에서 떠들어대든지!”
“아니 이 사람아! 상한 고기를 상했다고 하지!”
“뭐!? 이놈! 내가 오늘 사람 백정이 되어주마!!”
백정이 칼을 들어 올리자 비의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의 모습에 호위병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이런 일에 끼어들 정도로 소박한 사람이다.
백성의 일에 왜 그가 끼어드는 건지.
호위병들이 나서자 비의는 웃으며 말했다.
“자. 자네도 그만하게. 고기가 이만하면 아주 좋은 것 같…”
쓰러져 있던 문사를 부축해 주려던 비의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자의 팔은 문사의 팔이 아니다.
잡은 순간 딱딱한 근육이 느껴졌다.
비의가 뒤로 물러나려고 하자 그는 소매에 차고 있던 날카로운 단검을 꺼내 비의의 목에 꽂았다.
“컥…!!”
목에서 느껴지는 화끈함.
비의는 그를 밀쳐내며 뒤로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그를 찌른 암살자는 곧 호위병의 칼에 맞아 즉사해버렸다.
그가 절명하자 비의는 점점 흐릿해지는 눈으로 놀란 백성들을 보았다.
모여 있는 백성들 사이에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낡은 옷을 입은 농부를 확인했다.
그는 다른 이와는 달랐다.
그의 눈에는 놀람도, 흥분도 없었다.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보던 그가 몸을 돌리자 비의는 힘겹게 손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아…”
하지만 팔에 힘이 빠진다.
채 들어올리지 못한 팔이 툭 떨어지고 비의는 정신을 잃었다.
혼비백산한 백성들이 도망치는 틈에 섞여 하촌으로 허둥거리며 뛰던 중년의 농부는 싸늘히 중얼거렸다.
“반년이나 걸려서 겨우 한명이라니. 승상부주가 실망하겠군.”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아오 오늘도 무지 바쁘네요;
겨우 세편 씀…ㄷㄷ
그런고로 오늘도 대댓글은 질문과 @달린 것만 해야겠습니당.
대댓글을 원하시면 댓글 앞에 @를 달아주세요 ;;;
천공의행검 // 게임을 포기하고 취미를 포기하니까 가능하더라구요…. ㄷㄷ
발광하는소설 // 희는 + 냄새 페티쉬가…
우중월야 // 아. 그러네요 ㅋㅋㅋ 이런 실수를… 수정했습니다. 희는 제외;;;
Dunkel // 관구검이 아직 활동하기는 일러요. 대신 관구검의 아버지인 관구흥이 지금 가후의 부하로 들어가 있습니다 ㅋㅋ
허니앙쥬 // 그리고 녹봉도 높아요 ㅋㅋ 유하의 1.5배 수준. 공 기준으로 사도가 약 4천 2백석 정도 되니까… ㄷㄷ
날사랑한그대 // 고생하셨어요 ㅎ 잘 놀다오셨나보네요 ㅋㅋ 홍콩 좋나요? 한번도 못가봄…ㅠㅠ
아이고;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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