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0
암살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보는 좋은 정략의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성공시키는 일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백번을 시도해서 한번을 성공하면 잘 되었다고 할 정도의 일.
거기에 한번 실패한다면 그 이후로는 성공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암살 시도는 함부로 시도조차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정략이라면 옛날에도 많이 시도했었던 화흠이었다.
그가 성도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단 한가지.
교사원 요원들의 모든 공작을 멈추게 한 것이었다.
그들이 활동하며 치안을 낮추고, 익주의 중요 인원들에 대한 점검을 막고.
교사원 요원들의 불만을 혼자 받아내며 정보를 얻어내고 그는 얌전히 기다렸다.
익주의 장수들이 방심하여 긴장을 풀 때까지 말이다.
오히려 백성들을 선동하여 그들이 익주목에게 충성하게 만들고, 관의 활동이 원활히 진행되게 음지에서 지원해나갔다.
화흠의 입장에서는 속이 뒤틀릴 정도로 기분 나쁜 일이었다.
익주의 계략에 의해서 시중이라는 편한 자리를 버리고 현장에 나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암살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중요 인물을 암살하는 것은 더욱 그랬다.
바보가 아닌 이상 항상 두, 셋 이상의 호위병이나 강한 무관이 함께 하니 말이다.
당장 위국의 최중요 인물 중 하나인 조앙만 해도 그렇다.
그는 늘 옆에 전위, 아니면 호표기 다섯 이상을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항상 갑옷을 입고 생활했고.
아니.
그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천석관급 이상의 인물들에게는 항상 호위무사를 데리고 다니라는 명령까지 내려질 정도였다.
아무리 익주가 위국에 비하면 약하다지만 중요 인물들에 대한 보호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화흠은 그렇기에 아무런 공작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 스스로 틈을 벌리기를 얌전히 기다려나갔다.
“…그나마 다행이군.”
몇번이나 그의 틈을 발견했지만 그 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이번에 그가 다가왔던 것도 남만으로 간다는 것 때문에 조금 들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늘 그에게 붙어 있던 강한 장수도 없고, 호위병들도 뒤로 물러나 있는 그야말로 천금같은 기회.
그 기회를 화흠은 놓치지 않았다.
간신히 비의를 제거하는데 성공한 화흠은 바로 성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성도 바깥에 결집한 교사원 요원들을 향해 말했다.
“비의를 잡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다른 자들의 암살도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힘들거다.”
이번에 비의를 잡기 위한 준비기간만 거의 반년이나 걸렸다.
암살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번 시도된다면 중요 인물들에 대한 보호와 함께 경계가 삼엄해질 터.
아무리 교사원 요원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화흠은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 틈을 이용해서 한명 더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전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나을까.
고민하는 그를 향해 교사원 요원이 한마디 하려하자 화흠은 결정을 내렸다.
“일단… 복귀하지.”
“예? 하지만.”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비의라는 목표를 제거하는 쾌거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냉정했다.
철저하게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나누었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목에 제대로 검이 꽂혔으니 비의는 죽었을 것이다.
그정도라면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을테니까.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인 만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 욕심을 냈다간 오히려 자신 뿐만 아니라 교사원 요원들 대부분이 당할 수 있었다.
비의가 당한 것으로 익주에 있는 장수들과 병사들은 독이 바짝 올라 있을 터.
적이 강할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으음… 하지만. 저희의 임무는.”
“내가 시중부 소속이라 그러는 건가? 걱정말게. 이번 일에는 교사원주의 명령도 있으니까. 만약 다른 부서에서 자네들을 탓한다면 내가 막아주지.”
화흠이 성도에 들어오며 이곳의 모든 교사원 요원들의 활동 권한을 받았지만 그는 시중부 소속이었다.
이곳에서 교사원 요원들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는데 화흠은 냉정히 그것을 모두 잘라낸 것이다.
“허나 아직 법정이나 장송, 그리고 다른 목표 대상들은…”
“한명이 당한 이상 그들은 다시 철저하게 보호하려 할 터.”
“다시 목숨을 걸고 암살을 시도하면 됩니다.”
“개죽음만 당할걸세. 옛날 태상전하와 승상부주 역시 암살에 당할 뻔 했지. 그때 그분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그건…”
매번 내의처럼 입고 다니는 사슬 갑옷 때문이다.
서주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이제는 꽤나 유행을 하고 있는 사슬갑옷은 꽤 무겁지만 암살의 위협을 크게 줄여준다.
이번에 비의를 잡을 때 바로 목을 노린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드러나 있는 급소가 거기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들이 틈을 내어줬다지만 익주 놈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야.”
만약 그들이 암살에 대한 위협을 비웃으며 다니는 이들이었다면 벌써 작업을 전부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비의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천운이며 요행이었을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은근한 함정을 만들었을 때 항상 다른 장수들이 옆에 있었으니까.
비의가 간단히 혼자 접근한 것.
만약 다른 이가 있었다면 분명 막혔을 것이다.
“이제부터 성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전부에 치안이 강화될 것이다. 정략은 커녕 정보를 캐는 것 조차 쉽게 할 수 없을 걸세.”
“그럼 다른 곳의 정보는…?”
교사원 요원 중 하나가 손을 들며 묻자 화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의 전달은 반드시 필요하지. 허나 성도에서 살지 말고 숲에서 버티길 바라겠네.”
“알겠습니다.”
“화 시중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제 복귀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니까.”
화흠은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시중부의 시중이라는 위치는 결코 낮은 자리가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는 자리.
괜히 험지에 있어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문제는 이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인데.”
“형주를 통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그렇겠지.”
관문이 있는 북쪽.
산지가 많은 한중의 방향.
그리고 평야지만 강이 많고 수로를 탈 수 있는 형주방향.
선택하라면 역시 형주쪽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화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지. 그리고 교사원은 두어명만 남도록 하고 전부 철수시키게. 위국에서 온 정보에 의하면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니까. 전쟁이 시작되면 통제가 강해질텐데 괜히 걸렸다가 죽으면 골치아프지.”
“걱정 마십시요. 저희들도 변장이라면 이골이 나 있습니다.”
자신들을 걱정하는 화흠을 향해 교사원 요원들은 빙긋 웃었다.
그들을 마주하며 화흠 역시 씩 웃었다.
“그럼. 무운을 빌겠네.”
화흠은 손을 내밀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희생된 이는 신분이 상승되고 그의 가족들은 평생동안 평안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공을 세운 이에게는 합당한 상을 내어준다. 이번 작전에서 죽은 곽영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가문은 이 화흠이 이름과 명예를 걸고.”
교사원 요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이번에 목숨을 걸고 화흠과 작전을 한 이인 곽영은 교사원의 고참 중 하나였다.
그는 친절했으며 현명했고, 또 인내심이 강한 자였다.
그를 존경했던 교사원 요원들은 이어지는 화흠의 말에 마음을 푹 놓았다.
“그들의 삶은 내가 보장해주지. 그러니 자네들도 걱정말게.”
교사원의 요원들은 다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개인이든, 아니면 가문이든.
그 문제들 때문에 관에 임관하기 힘든 이들에게 교사원 요원으로의 등용 제안이 들어간다.
그리고 교사원의 정식 요원이 될때 항상 서약을 한다.
그들의 목숨은 위국에 있으며 위국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지 목숨과 명예를 버려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자살과도 같은 임무를 아무렇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죽은 곽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예전 허도의 반란에 연류되었었다.
겨우 삼족이 멸하는 일을 면했지만 관직에 나서기도 힘들어진 상황.
역적의 가문이 되어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들었던 그는 가문, 그리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교사원의 요원이 되었다.
비록 위국의 소모품으로서 삶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큰 성과를 낸 이상 그의 가문이 가진 불명예는 회복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가볼까?”
“모시겠습니다. 시중 어르신.”
성도에서 일어난 암살.
대낮에 비의가 죽었다는 것에 성도는 비통함에 젖었
다.
허나 비통함을 누릴 여유따위는 없었다.
당장 암살자와 그 배후를 잡아야 했으니까.
이잡듯이 성도를 뒤져보았지만 의심가는 이들은 없었다.
몇몇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미 성도를 빠져나가버렸다는 보고만 들어왔을 뿐 이었다.
비의의 위패를 꽉 쥐며 법정은 눈물을 흘렸다.
분노, 그리고 증오.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내뿜으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 때문이었나!!”
성도 내부에서 적들의 정략, 그리고 유언비어가 반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성도 뿐만이 아니다.
익주 전체에 가해지는 대부분 정략이 줄어들었다.
법정은 그것을 적의 수가 아닌, 그저 정략에 쓸 비용을 전부 위국이 국력을 올리는데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방의 공격, 그리고 황충의 발생.
그 외에도 다른 일들 까지.
아무리 위국이라고 하더라도 성주에서 정략을 펼칠 비용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니.
그것 자체가 정략의 일부였다니.
“크으…!!”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던 법정은 이를 악물었다.
울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적이 누구인지는 물 보듯 뻔했다.
위국이다.
위국에서 암살을 시도한 것 외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법정은 까득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이 암살을 통해 우리는 크게 밀리게 되겠지. 그렇다면…”
이미 위국은 군역을 발동시키고 병사들을 모으고 있었다.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올해 여름에서 가을 사이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유월 말.
법정은 빠르게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남만이다. 이미 교주와 위군이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남만을 완벽하게 잡지 못하면…’
법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싿.
“장송!! 네가 남만으로 가라!”
“괘, 괜찮겠나?”
법정의 얼굴을 보며 장송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자신이 성도에서 법정을 돕기에 지금 법정의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장송까지 간다면 성도에서의 일은 법정이 모두 해야 했다.
그럼 법정의 부담이 커질 터.
장송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법정은 눈물을 쓱쓱 닦았다.
“지금해야 할 일은 남만을 완전히 장악하고 교주에서 올 공격을 막아내는 일! 그것이 불가하다면…”
“군사!!”
다급한 외침을 뱉으며 장교가 들어온다.
그의 등장에 법정은 고개를 돌렸다.
“뭐냐.”
“남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교주에서 삼만의 군세가 남만을 향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의 외침에 법정과 장송의 표정은 딱딱히 굳었다.
“군세장은… 누구라고 하나.”
떨리는 어조로 장송이 묻자 장교는 머뭇거렸다.
“그게… 저번 일남군을 토벌하고 남만군을 물리친… 위국 승상 양수라고 합니다.”
법정은 강하게 탁자를 걷어찼다.
“젠장!! 승상이라는 작자가 뭐 얻어 쳐먹겠다고 교주까지 내려와서 군세장이 되냐!! 빌어먹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건가!!”
씩씩거리며 법정은 이를 아득 깨물었다.
“좋아… 위국 승상. 내가 잡…”
그때 또다른 장교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뭐냐!!”
“업에서 첩보입니다!”
“무슨!!”
“위왕이… 군세를 이끌고 경조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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