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1
서찰을 접으며 사마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를 향해 문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업에서 온 전령이 준 서찰을 확인하며 그는 눈을 비볐다.
슬슬 때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제 움직일 시기가 되었다.
사마의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하자 문흠은 그의 뒤를 따랐다.
3층의 건물 위에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거 진유하와 자신이 삼보 일대를 다스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농업을 적극 활성화시키고 개간을 하며 비료를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황폐화된 토지들이 복구되며 많은 경작지를 얻어 생산량이 올라간다.
그 뿐만 아니라 상업을 활성화하여 소비량을 증가, 그에 따른 세금의 회수를 통해 부를 올려나간다.
서역의 상인들과도 교류를 해가며 나중에 있을 서역과의 교역을 대비한다.
그럼으로써 삼보 일대를 부흥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꽤나 번화해진 장안의 거리를 지켜보던 그는 인상을 썼다.
“위왕이 직접 출진을 한다라…”
“위왕께서 직접 오신답니까?”
“그래.”
과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업에서 출진하는 병사들과 장군들, 그리고 문관이 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쨌든 익주 공략은 해야 하는 일이다.
전쟁을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났다.
힘은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위왕이 직접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마의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그 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생각없이 위왕의 참전을 허락했을리는 없겠고… 양수가 움직이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일까?”
아무리 위왕이라는 위치에 있지만 조앙의 성격상 전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전쟁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치안은 악화된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조앙은 이곳에 있는 것보다는 업에 머무는 것이 나을텐데.
그가 온다면 병사들과 백성들의 사기는 올라가겠지만 그 이상의 장점은 없었다.
사마의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을 때 건물의 밑에 있던 이가 크게 외쳤다.
“경조윤! 양주목이 도착했습니다!”
“후… 그래.”
집무실에서 내려 온 사마의는 양주목 마초를 보았다.
요새 서역과의 관계 문제 때문에 꽤나 바쁜 모양이다.
제대로 수염조차 다듬지 못한 그는 가볍게 인사한 후 뒤를 가리켰다.
“서량에서 보관하던 얼음입니다.”
“용케 별 일 없이 가져왔군. 얼마나 녹았나?”
“한 수레 분량 정도입니다.”
“꽤 많이 녹았군… 전투가 있었나보지?”
“말도 마십시요. 몇번이나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얼음은 귀한 보물이다.
한덩이에 비싸게 팔린다면 은 두, 세냥까지도 갈 수 있다.
아직 서량 일대는 치안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
관도조차도 석도(石道)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 서량에 관도를 전부 깔 정도의 물자는 없었다.
익주를 토벌한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서량 일대의 개간, 그리고 상업에 투자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수고했네.”
“별 말씀을.”
“빨리 다른 부족들의 안정화와 흡수를 시행해야 하는데. 몇년 정도만 더 고생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사마의가 천천히 말하자 마초는 의문을 품었다.
그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아보여서였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아. 생각할 일이 있어서.”
“무슨…?”
“슬슬 전쟁이 시작될 것 같아서.”
군역을 실시하고 병사들을 소집한지는 꽤 되었다.
적어도 칠월에서 팔월 쯤 전쟁을 시작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있었는데.
계획대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에 마초는 입맛을 다셨다.
“전쟁이라… 양주도 참전해야 합니까?”
“일단은… 하지만 지금은 대기해야겠지.”
연주에서 온 장비들과 병력, 물자들은 이미 좌풍익과 장안에 보관되고 있었다.
병사들만 충원된다면 바로 보급로를 연결하여 전쟁의 수행이 가능했지만 사마의는 영 내키지 않았다.
“경조윤 답지 않군요.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그럼?”
“어째 좀 찝찝할 뿐이라서.”
사마의가 이렇게 떨떠름해하는 것은 처음보는 마초다.
그가 의아해하는 사이 왕창이 다가왔다.
그는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가볍게 들어 올린 후 마초에게 인사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양주목.”
“아. 왕 별가. 오셨습니까.”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경조윤. 좌풍익에서의 보고입니다.”
“그래.”
현 좌풍익인 학소가 보낸 서찰을 받은 사마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사마의는 대답 대신 두루마리를 마초에게 주었다.
그것을 받은 마초는 천천히 두루마리의 내용을 읽었다.
“어…”
“아직 글을 다 떼지 못했나?”
“그게.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바빠서.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자네는 책을 좋아하며 정치가가 되기를 바랬지. 정치가가 되려면 모든 글자를 아는 것이 중요해.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나중에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그건 필수네. 특히 관에서 쓰는 글자는 더욱 더.”
군자가 되고, 정치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초다.
양주목이 된 이후로 옛날만큼 시간이 나지 않아 제대로 공부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 때문에 관에서 쓰는 어려운 글자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마 부 주목이 고생하겠군.”
“죄송합니다.”
민망해하며 마초가 고개를 숙이자 사마의는 더 나무라는 대신 두루마리를 왕창에게 주었다.
두루마리를 받은 왕창은 천천히 말했다.
“다 빼고 요점만 말하면… 익주의 종사인 비의가 암살당했다… 는 보고입니다.”
“비의라면… 익주에서 떠오르는 신성 아닙니까.”
“그렇다네. 그가 암살당했다라… 익주에 화 시중이 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가 성공했나보군. 역시 대단한 사람이네. 그곳에서 암살을 성공시킬 줄이야.”
“하지만… 이 일로 익주군의 기세가 오를까 걱정입니다.”
왕창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독이 오른 병사들은 압도적인 수와 힘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많은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이가 전장도 아닌 암살로 죽는다면 다들 독이 바짝 올랐을 터.
이제 곧 전쟁을 해야 하는데 이게 낭보인지 비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나쁜 것… 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왕창의 질문에 사마의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골치아픈 적이 하나 사라진 것이니 마냥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사마의는 두루마리를 곱게 말아 옆에 놓으며 중얼거렸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군. 그 파문이 만들어낼 파도가 얼마나 강할지는 나도 모르겠네.”
“어차피 전쟁은 시작된 것 아닙니까.”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사마의와 마초, 왕창은 고개를 돌렸다.
왕창의 동생인 왕기였다.
문관인 왕창과 다르게 왕기는 꽤나 진중하면서도 현명한 무관으로 자랐다.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싸우면 되는 것일 뿐. 적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그리 쉽게 생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왕창의 말에도 왕기는 큰 걱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뚝뚝한 눈으로 사마의를 응시할 뿐.
그 시선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차피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죽는다. 그것에 분노할 이는 분노하고, 슬퍼할 이는 슬퍼하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단 한가지 뿐.”
사마의는 천천히 걸었다.
“앞을 가로막는 적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 뿐이다. 양주목. 양주로 돌아가게. 우리도 이제 전쟁을 준비해야 하니까.”
“저희도 참전하고 싶습니다. 서량의 전사들은 위국에 큰 빚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고자 하는…”
“지금은 나설 필요가 없어.”
“허나.”
“서량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세.”
사마의는 마초의 팔을 잡았다.
“서량이 활약해야 할 때는 지금이 아닐 뿐이지.”
“…그렇습니까.”
“그래. 우리쪽에서 움직여야 할 길은 산길이며 관문이 많은 곳. 서량의 강력한 기병들이 큰 힘을 내기에는 부족한 곳이야. 자네들이 힘을 내야 할 곳은…”
사마의는 서쪽을 바라보았다.
“더 먼 곳이겠지.”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쟁을 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많은 전쟁물자들과 병기들은 이미 진창성에 보내 놓은 상태였다.
굳이 더 챙길 것은 없다.
그냥 몸만 가면 되니까.
사마의가 갑옷을 입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장춘화는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꼭 당신까지 가야 하나요?”
“그럴 수 밖에.”
“소도 이제 네살인데…”
사마의의 차남인 사마소는 장춘화의 품에서 내려왔다.
아직 어린데도 무척이나 현명한 녀석이다.
제 형인 사마사와 함께 다가 온 사마소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사마의는 웃었다.
그리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없는 동안 네 어미를 지킬 수 있겠느냐.”
이제와서?
장춘화는 잠시 머리를 굴려보고 창백해진 안색으로 외쳤다.
“여보!? 설마.”
“당신은 아이들을 데리고 업에 가 있도록.”
“여보!!”
“남편으로써 명령이야.”
“하지만…”
“사.”
“예. 아버지.”
이제 막 일곱살이 된 아들 사마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늘 현명하고 침착했다.
자신을 쏙 빼닮은 녀석이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사마의는 차분하고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사마가는 항상 생각을 한 후 움직였다. 너 또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알겠지. 사마가의 장남으로서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
“가문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렇다.”
사마의의 말에 사마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손을 내민다.
“네 고모가 업에 있다. 전쟁이 끝날때까지 너는 진가에서 머물도록 해라.”
사마의의 여동생인 사마영은 현 위국 승상부주 진유하의 아내다.
자신의 가족은 끔찍하게 아끼는 놈이니만큼 진가에 아내와 아들들을 보내 놓는다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사마의의 말에 사마사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아버지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하후가의 여식과 정혼 문제는 어찌 합니까?”
하후상의 딸인 하후휘와의 혼담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것에 대해 사마의가 아직까지 확답을 주지 않았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업에 가면 그 하후가에서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 터.
정혼에 대한 문제는 아비가 결정하는 것이다.
사마사의 냉정한 질문에 사마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네 마음이 따르는 대로 하여라.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여아다. 네가 보고, 네가 평가해라. 그 아이가 사마가에 도움이 될 지 아닐지는.”
“알겠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현명하니 스스로의 눈으로 평가한다면 좋은 결정을 내릴거다.
하후상이라면 진유하의 심복과도 같은 이이니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사마사가 물러나자 사마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장춘화에게 손을 뻗었다.
“춘화.”
“…왜요.”
잔뜩 토라진 듯한 장춘화가 휙 고개를 돌려버리자 사마의는 웃으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못 이기는 척 품에 안긴 장춘화의 이마에 입맞춰 준 사마의는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셋째를 낳읍시다.”
“여… 여보.”
“그러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진가에서 나를 기다리시오. 알겠소?”
사마의는 그녀의 볼을 쓰다듬은 후 군살 하나 없는 배를 만졌다.
“당신은 나의 소중한 보물이니까…”
“여보…”
장춘화는 사마의의 상냥한 말에 살짝 눈물지었다.
그리고 그를 꽉 끌어안았다.
“…저 없다고 바람 피우면 안되요.”
“…전장에서 누굴 만날 수… 있나?”
“….”
“노,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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