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4
“아니 갑자기 이렇게…”
“허 참. 와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자리에 앉은 조조는 심각한 표정으로 서찰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지그시 내려다보던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군. 이번에 올라오며 당지를 데리고 왔네.”
“예?”
“서주의 의방에는 내가 연락해주지.”
이게 뭔 소리야?
갑작스러운 말에 나 뿐만 아니라 종요도 당황했다.
우리가 말없이 바라보자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잠시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예? 아. 예.”
자리에서 일어난 조조는 나를 데리고 나갔다.
작은 방에 나를 앉혀 둔 조조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자네가 가줄 수 있겠나?”
“예? 하지만…”
“업에는 내가 남지. 그리고 은퇴한 이들을 불러모은다면 자네의 공백 정도는 채워 줄 수 있어.”
내 공백 뿐이겠냐.
그들이 전부 다시 온다면 지금 전장에 나가 있는 이들의 공백까지 메꿀 수 있을거다.
“하지만 제가 간다고 뭐가 되겠습니까? 저는 책사도, 장군도 아닙니다. 또한 의원도 아니고.”
“마마는 막았잖은가.”
“그거야…”
“모든 병의 신이라 불리는 마마를 물리친 자네라면 괴질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조조의 시선에 난 한숨을 쉬었다.
마마신을 물리쳤다는 것이 헛소문이라는 건 조조도 안다.
그런데도 이런 소리를 하다니.
내가 입술을 깨물자 조조는 빙긋 웃었다.
“아니면 천신의 재능이라도 발휘해 줄 수 없는 건가?”
“…예?”
“나와 자네가 알게 된지 거의 이십년이 넘게 지났지?”
“어… 예.”
“자네와 연을 맺고, 또 자네를 알고 지내며 항상 신기하게 생각했지.”
나를 지그시 응시하던 조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이 조조가 대업을 이루게 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 온 진정한 신인이 아닐까 싶었어.”
“….”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난 그를 떨떠름히 바라보았다.
“이제 솔직히 말해보게. 나도 조사를 해봤으니까. 지금까지 자네가 이룬 것들을 말해볼까? 아니, 자네가 치유한 병들에 대해서 말해볼까?”
“제가 한 것이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만.”
심폐소생술
우두를 이용해 천연두에 면역을 생기게 한 것.
두유를 이용한 유당 불내증 치료.
그리고 북방 원정 당시 생겼던 정체불명의 병인 괴혈병을 치료한 것.
추가로 각기병과 야맹증이 의심되는 이들을 치료한 정도가 다다.
화타나 다른 의원들이 치료한 병자들의 수에 비한다면 내가 치료한 병자는 정말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치료하는데 뭔가 신기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다.
“맞아. 알고보면 딱히 어려울 것은 없지. 하지만 문제는 그 딱히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을 우리는 아무도 하지 못했다는 거야.”
“…그거야.”
“서주에 가서 살며 의방, 그리고 서주의 연구소를 보고 태학의 학생들을 보니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네.”
“…그…”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이제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솔직이고 자시고 뭐 없습니다. 그저 한가지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런가…”
내가 대충 답하자 조조는 무뚝뚝한 눈으로 듯 나를 보았다.
그를 향해 난 뚱하니 답했다.
“아니 지금 저 의심하시는 겁니까? 제가 사기라도 친다는 겁니까? 아니, 그리고 사기면 어떻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위국에 한 일이…”
“나무라려는 것이 아니야.”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어찌 나무라겠나. 조가에도, 그리고 위국에도 큰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인데.”
“으음…”
“그러니 자네에게 묻지. 이번 괴질. 방법이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른다.
이유하는 의사도 아니었다.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한정되어 있다.
나는 그 한정된 지식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쓰는 것 뿐이다.
“진짠가?”
“예. 일단 괴질도 수백, 수천가지가 있으니까요.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데 제가 무슨 수를 쓰겠습니까?”
“음…”
“본론으로 돌아가시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 마시고.”
난 가볍게 손사레를 쳤고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아무튼 자네가 내려가주면 될 것 같은데.”
“저는 책사도 아니고 장군도 아니며, 심지어 의원조차도 아닙니다만…”
내가 가봤자 뭔 소용이 있겠나싶다.
“하지만 자네는 희망이지.”
“예?”
“이미 백성들에게 있어서 자네는 마마신 뿐만 아니라 많은 병을 물리친 천신장이지. 그렇다면 그 천신장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병에 걸린 이들, 그리고 병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힘을 얻는다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또한 형주는 지금 코 앞에 적을 두고 있는 상황. 순 대부와 전 군수의 이탈로 생긴 불안감을 자네가 채워주게나.”
“제가 가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럼 형주에 있는 자네 친우인 방 주목과 형주 사람들은 다 버릴 생각인가?”
“아니 제가 간다고 해서 뭔가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자네가 많은 문제를 해결한 것은 사실이지. 그리고 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 역시도 사실이고. 자네도 알겠지만 익주에서는 그 괴질이 잠잠해진다면… 바로 형주를 공격해 치고 들어올거야. 남만, 그리고 경조에서 공격을 막아내고 형주를 뚫게 된다면.”
그럼 모든 것이 어그러지겠지.
어쩌면 이번 괴질의 발생은 우리 위국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구멍이 될지도 몰랐다.
“저는 이기는 전투만을 선택했기 때문이잖습니까.”
지금까지 내가 뛰어난 책략을 써서 전쟁에서 이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저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적보다 많은 병력.
적보다 많은 물자.
적보다 좋은 무기.
그것을 기준으로 뒀기에 항상 승리했던 것이다.
전투가 이루어지기 전에 상황을 만든다.
이기기 위한 상황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패배하면 그게 등신인거지.
내가 잘난 것이 아니다.
조조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천하에는 너무나도 많아.”
“끙…”
“자네가 끝까지 가기 싫다고 한다면 강제하지는 않겠네. 서주의 의방은 이런 일을 처리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니까. 그리고 형주목 역시 형주를 지키라고 보내놓은 거지.”
“…..”
“하지만 나는… 자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조조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내가 업에 남아 위왕 대리를 하는 것은 조앙을 비로한 다른 주요 인물들의 부재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조가 업에 남아 준다면?
그리고 은퇴한 이들이 조조를 돕기 위해 다시 나서준다면?
그렇다면 굳이 내가 업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형주로 가야 할 의무도 없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생각을 정하면 내게 와주게나.”
조조가 복귀하여 위왕 대리의 임무를 맡겠다는 것이 알려졌다.
조조에게 반해서 그의 부하가 된 이들은 많았다.
그렇기에 그의 은퇴에 맞춰 하야한 이들도 많았고.
지금 임관한 관리들의 아버지나 숙부, 백부 등 윗줄의 사람들 중에 그런 이들이 꽤 많았다.
조조가 위왕 대리로 있는 동안 그들이 등청하겠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체력도, 열정도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이다.
그저 목표를 잃어서 은퇴했을 뿐.
오래간만에 각 부서들이 복작거리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퇴청하시는 겁니까?”
“음. 그래.”
“따르겠습니다.”
조조가 복귀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위왕의 대리를 맡아준다는 소문이 퍼지면 하야하여 고향에 돌아갔던 이들도 복귀할거다.
지금 이렇게 인력이 부족해서 허덕이는 상황은 금방 해소될것이다.
덕분에 그간 고생했던 이들 중 몇몇이 일찍 퇴청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퇴청해 집에 들어가려니 되게 어색하구만.
진가 앞에 도착했을 때 안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아버지!!”
성이가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씩 웃은 그가 한걸음 물러나자 난 놀라며 물었다.
“어? 성이 왔냐? 무슨 일이냐?”
“아버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래. 현아. 오래간만이구나.”
성이 뿐만 아니라 현이까지?
내가 놀라자 성이는 웃으며 말했다.
“태사부님께서 업에 올라가신다 하여 저희도 쫓아왔습니다.”
“태학은?”
“저도 이번에 실습을 하게 된지라. 태상 전하의 밑에서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러냐…”
“여보!”
“응?”
영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았다.
왜 그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이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현이가 임신했습니다.”
“뭣이!?”
진짜?
난 현이를 보았다.
현이는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아버님께 죄스러웠는데…”
“아니! 죄스럽긴! 뭐가 죄스러워! 그래. 얼마나 된거냐?”
이런 경사가 있나.
난 현이의 손을 꽉 잡았다.
현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삼개월 쯤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누가?”
“제가 확인했습니다.”
느긋한 목소리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당지는 싱글벙글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가주님.”
“어… 어어. 그래. 현아.”
현이의 배에 그럼 내 손주가 있다는 건가?
난 현이를 꽉 안아주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아버님… 수, 숨이.”
“어이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하마터면 현이를 크게 다치게 할 뻔 한 것 아닌가.
내가 당황하자 성이는 차분히 말했다.
“진가의 미래는 밝군요. 손주는 예쁠 겁니다.”
“그러게 말이다. 하하하. 잘했다. 장하다! 내 아들! 당장 이 기쁜 소식을 네 조부님께…”
“이미 서찰을 보냈습니다. 조부님도 아실 겁니다.”
“그래. 장하다.”
진짜 이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난 바보처럼 성이와 현이의 손을 꼭 잡으며 힘겹게 말했다.
이 기쁜 날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빙패를 풀어 가문의 사람들에게 부인빙을 대접했다.
다들 즐겁게 먹는 것을 보던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성이가 따라 들어왔다.
“아버지.”
“음. 그래. 부인빙은 입에 맞더냐?”
“예. 저도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먹어 본 것은 처음입니다. 아주 맛있네요. 서주에서는 얼음은 대부분 환자나 노인, 아이들에게 쓰이고 있으니…”
“그래… 하하. 고생 많았다. 그럼 언제부터 등청이냐?”
“태상전하께서는 칠일 후부터 등청하여 일을 도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태상 전하께 많이 배워두도록 하거라. 이런 기회는 정말 드무니까.”
은퇴했던 사람이 돌아와서 정무를 보는 일이 드물기는 하지.
“효와 준이, 연희, 궁이도 다들 건강하고. 이제 걱정될 일은 없겠군요.
영이가 낳은 딸의 이름은 효.
청이가 낳은 아들은 준.
완이가 낳은 딸은 연희.
희가 낳은 아들은 궁.
완이와 희가 낳은 아이들의 이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견엄과 교공에게 감사드려야지.
진가를 존중하기에 그런 이름을 준 것이니까.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이라…”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으음…”
좋은 일 뿐이다.
좋은 일만 있는데…
여기서 이런 고민거리가 생길 줄이야.
난 망설이다가 성이에게 고백했다.
“형주에서 역병이 발생했다더구나.”
“방 숙부님이 걱정되는군요. 그리고 감 숙부님도. 여 숙모님도. 거기에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아마 며칠 안에 서주에서 역병을 막기 위해 의원들이 갈 것이다.”
“다른 분들은 괜찮으시답니까?”
성이의 진지한 어조에 난 눈을 감았다.
괜찮냐라.
“전 백부에 대해서는 너도 알것이다.”
“아. 예. 아버님과 어렸을 때부터 친하셨다는 분이지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뵈었는데. 그 분이 왜…?”
“그 분께서 역병을 막느라 병에 걸리셨다더구나. 물론 괴질은 아니지만…”
“큰일 아닙니까!”
“그렇지. 그리고 역병이 조금 잠잠해지면… 아마 익주에서도 바로 전쟁을 위해 움직일 터. 그리 된다면 형주에 지휘관이 부족할 수도 있다.”
성이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대군을 이끌 지휘관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 상용과 경조에 가 있는 상태였다.
영특한 성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리 없었다.
“아버지께서 가셔야 하는 겁니까?”
“글쎄… 태상 전하께서는 나에게 선택을 맡긴다고 하셨다.”
“….”
다른 곳도 아니다.
역병이 발생했고 역병이 사그라들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어찌 하시고 싶으십니까?”
성이의 질문에 나는 눈을 감았다.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자면.
“가고 싶은 마음이 반, 가기 싫은 마음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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