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5
그곳이 위험한 곳임은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려가고 싶은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꾸준히 백성들에게 병은 그저 병이다.
신의 분노 때문에 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헛소리다.
잡신따위 믿을 필요 없고 천신만 따르면 된다는 것을 알려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의식 개선은 나조차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형주에 역병이 퍼졌다.
통제만 잘하고, 지금까지 했던대로 뜨거운 물로 소독하며 잘 씻는다면 병의 발생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아직 암적인 놈들은 존재했다.
방사니, 무당이니.
그런 이들은 역병이나 괴질이 발생하면 갑자기 튀어나와 이것이 신벌이라며 백성들을 다그쳐 제 배를 불렸다.
아니.
그 뿐이면 다행이다.
그들은 순례를 해야 한다면서 병자들을 데리고 돌아다닌다.
병 중에는 잠복기가 있는 병들이 있었다.
특히나 여름에 생기는 병들 중에 그런 병들이 많다. 겉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고 생각되어 움직이다가 다른 지역에 병을 퍼트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런 놈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잡아 죽이고 법적으로 금지시켰지만.
그래도 쉽게 뿌리뽑을 수는 없었다.
너무 오랜 기간 백성들에게 삶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라 어떻게 방법이 없다.
사당들을 때려부수고, 무속인들을 다 잡아 죽여도 계속해서 나타난다.
“백성은 어리석다. 그리고 그들은 현혹되기 쉽지.”
“…그렇겠지요.”
“배가 부른 상황이 아니라면,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면, 건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들은 가볍게 현혹되고, 쉽게 휩쓸려 버린다.”
이유하의 시대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백성들이 어리석다는 것.
글자 하나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사람의 도리를 관습이라는 이유로 어기는 이들이 많았다.
법이 있으나 그 법보다는 마을 단위에서 내려오던 관습을 더 중요시 여기는 이들도 천지에 널렸다.
그런 이들이 많기에 편한 경우도 많았지만 이런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형주는 관도가 발달된 곳.”
“그 덕분에 오히려 통제가 힘들 수도 있지요.”
좋은 길을 통해 전보다 빠르게 움직여 다른 마을에 도착.
잠복기가 지나 전염병이 발병해버리면 그 마을에도 전염병이 퍼지는 것이다.
상업의 발달과 관과 군의 이동에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관도가 전염병의 이동경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유하의 시대에는 방역 절차라든가 검사를 통해서 그것을 막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네 아비는… 괴력난신을 꺼려하지만 웃기게도 괴력난신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알고 있습니다. 합비에서의 일. 그리고 마마를 잡은 일. 그것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천신장이라 불리고 계시지요.”
“맞다. 만약 내가 형주에 내려가고 천신장의 이름으로 그런 행위들을 중지시킨다면. 병이 퍼지는 것을 어느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다.”
최소한 순례니 뭐니.
그딴 짓을 천신장 진유하의 이름으로 못하게 선포하고 내가 형주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면.
지금의 역병을 이용한 쓰레기같은 놈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걱정되는 것이 그것 뿐이십니까?”
“…역시 내 아들이구나.”
성이는 내 마음을 눈치챘다.
내가 말하지 않은 두번째 이유.
그건 바로 ‘혹시’ 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번 괴질이 어떤 병인지는 나도 모른다. 들어 온 정보가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하지만 만약 내가 아는 괴질이라면, 그리고 대처법이 있는 괴질이라면… 내가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난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통은.
그리고 감녕과 여영기는.
어떻게 본다면 피만 섞이지 않았지 내 가족들과 다를바 없는 녀석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 방통은 내 비밀까지 알고 있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만약 괴질에 걸려 죽는다면.
그리고 그 괴질이 내가 알고, 처리 가능한 괴질이라면?
예전 북방 원정에 실패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 그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후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병을 알고 있었다.
괴혈병.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괴질이라고 하지만 이유하의 시대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만한 병들이 많았다.
괴혈병이나, 유당불내증이나.
각기병 같은 경우도 그랬다.
대처방안은 아주 간단하지만 그 간단한 것을 몰라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내가 형주에 가서 그 괴질이 뭔지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걸리는구나.”
“그래도 아버지께서 가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 내가 갈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 편안하게 있어도 되지.”
조조가 합류하고 은퇴한 이들이 정무에 복귀한 이상 관리들에게 오는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곳에서 느긋하게 전쟁이 끝날때까지 버텨도 된다.
지금의 전력이라면 큰 일이 없는 이상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테니까.
형주쪽은 제외하더라도 경조에서는 사마의에 조앙.
남만에서는 양 사형에 손책과 주유.
애초에 지는게 이상한 싸움이 되어버린다.
그럼 그냥 여기서 버티면 되는 것이다.
형주에 있는 이들이 피해가 생기든 말든.
만약 형주가 뚫린다면 그때 내가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 사람이라서 손을 놓기가 무섭구나.”
내 대답에 성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뭐냐?”
“주십시요.”
“뭘?”
“가주의 패를.”
“성아.”
내 망설임을 앞두고 성이는 당당히 말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요. 아버지께서 계시지 않을 때 진가의 가주는 저라고. 그러니 주십시요.”
“아직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요.”
성이는 빠르게 손을 뻗어 내 소매에 있는 가주의 패를 들었다.
그리고 당당히 말했다.
“진가에는 제가 있겠습니다. 그러니 가십시요.”
“성아! 네가 그리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다!”
“함부로 말씀드리는 것 아닙니다!!”
성이는 거칠게 말한 후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망설이시는 것은 아버지답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걱정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형주에 갔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까.”
“그런 두려움 따위는 없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두려움 따위가 있었으면 아예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을거다.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며 이유하의 지식을 이용해 내 보신만을 생각했겠지.
나는 항상 험지를 지났고 고난과 역경을 겪었다.
그리고 그것을 항상 극복해왔다.
“아버지를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어머님들. 그리고 동생들이겠지요.”
성이는 정확히 내 망설임을 잡아냈다.
아내들과 내 자식들이 진가에 있다.
만약 내가 내려간다면 업에 있는 내 부하들을 절반 이상은 데리고 가야 한다.
그들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명령조차 망설임 없이 따를 수 있는 이들.
하지만 그리 된다면 진가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지금은 전쟁중이다. 그런만큼 나를 통제하기 위해 진가에 암살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예전 일이 떠올랐다.
진가에 쳐들어 왔던 이들.
그리고 안채에 들어왔던 위연.
방비를 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아버지께서 걱정하시는 것 정도는 압니다. 하지만 주 도위도 있고. 저도 있습니다.”
“너희들만으로 가능할 것 같으냐?”
“태상전하께서도 올라오는 길에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태상전하께서 업에 남게 된다면 아마 아버지께서 고민하실지도 모른다고. 이런 고민일 줄은 몰랐지만… 그때 태상전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원한다면 진가의 안전을 조가에서 보장해주겠다고.”
“으으음…”
조가에서?
확실히 조가는 천이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호표기들이 남았다.
그리고 조조를 따르는 이들까지 생각한다면.
냐 가족들까지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내가 고민하자 성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지요. 제가 진가의 소가주라고. 나중에는 제가 진가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
“저를 믿어주십시요. 저도 이제 한 아이의 아비. 이제는 아버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성이의 말에 난 쓰게 웃었다.
내 눈에는 마냥 아이로 보이는 성이다.
하지만 성이의 말대로 성이는 한 아이의 아비.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네 어미들과 이야기를 해보마.”
성이를 방에 두고 바로 안채로 향했다.
내가 들어오자 의아해하는 아내들에게 사정을 말했다.
다들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괴질이라… 어떤 병인가요?”
“몰라. 증상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했어. 아마 며칠 안에 오긴 하겠지만…”
“서방님이 가신다고 하셔도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완이는 걱정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했다.
“그래. 하지만 해결될 수도 있지. 이유하의 지식을 보면…”
“…하긴.”
아내들은 내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런만큼 괴질이라고 하나 어쩌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리고 형주가 뚫리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져. 순유와 전 형이 지금 물러난 이상… 마땅한 장군이 없어. 겨우 괴질을 막아냈다고 하더라도 곧장 전투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남군이 뚫릴 수도 있어.”
“그런… 그렇게 사람이 없나요?”
“형주쪽은 그래. 이럴 줄 알았다면 형주에도 다른 장수들을 보내는 거였는데…”
내가 입술을 깨물며 후회하자 영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녀와요.”
“당신.”
“하지만 반드시 약속해줘요.”
“뭘?”
“죽지 않겠다고. 절대 다치지 않겠다고. 병도 안걸리고…”
영이와 청이, 희, 완이.
넷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난 볼을 긁적거렸다.
“삶과 죽음은…”
“딴소리 말고.”
“알겠어.”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그럴 수만 있다면 백번 천번도 약속할 수 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이는 내 손을 잡았다.
“같이 갈까요?”
“하하…”
“응?”
“이상한 소리 말고. 아버님과 성이가 있는 곳에 있어.”
어디 역병이 일어나고 전쟁날지도 모르는 곳에 오려고 하고 있어?
다음날이 되자마자 난 조조를 찾았다.
예전에 은퇴했던 신료의 인사를 받으며 왕부 안으로 들어간 나는 정원에 앉아 한가롭게 풍경을 즐기는 조조를 보았다.
“이거 맛있군.”
“아침부터 부인빙을…”
“하하하. 서주에서는 먹기 힘들어서 말이지. 이거 이럴 줄 알았으면 서주에도 빙고를 만들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 있는 빙고는 병자들을 위해 쓰는 지라… 그래. 이렇게 찾아 온 것을 보면…”
조조는 히죽 웃었다.
성이와 함께 올라 온 조조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예측한게 아닐까?
“형주에 가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진가의 사람들은 조가에서 머물게 하게나. 잘됐군. 천이와 준이까지 내가 데리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야.”
“응? 율이는?”
분명 조조가 교육시킨다고 데리고 있었는데?
내가 궁금해하자 조조는 시무룩히 말했다.
“서주에 있는 순가에 있다네. 휙 태학에 입학해버리지 뭔가.”
“하하…”
“옛날에는 할애비 밖에 모르던 것이 요새 진태와 함께 공부하는 것에 푹 빠져서 말이지.”
조조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서남쪽을 보았다.
“망할 녀석같으니라고.”
진태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럼 준비만 끝내면…”
“아니. 바로 가게. 승상부의 업무정도는 내가 함께 할 수 있으니.”
“괜찮으십니까?”
조조도 환자다.
일선에서 물러나 일을 시킨 이유가 그의 두통 때문인데.
내가 걱정스레 묻자 조조는 껄껄 웃었다.
“하하핫!! 이 조조가 고작 병 따위에 죽을 것 같은가? 걱정말고… 바로 내려가게.”
조조는 나에게 휙 서찰을 던졌다.
이게 뭐지?
이거 전서 같은데.
작은 쪽지를 펼쳐 본 나는 이를 갈았다.
“환자들은 기본은 고뿔에 걸린 듯 싶으나 흰 쌀뜨물과 같은 설사를 한다.”
“그게 지금 형주와 익주에서 퍼지고 있는 괴질의 증상이네.”
조조의 답에 난 입술을 깨물었다.
이 병.
내가, 아니 이유하가 알고 있는 병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대처법 또한 그가 알고 있었다.
“대처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일단 바로 대처방법을 전서구로 보내도록 하지요. 그리고…”
불안하지만.
일단 나도 내려가봐야겠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이지만 개인적인 일이 많네요 ㄷㄷ
그래도 세편이나 쓰다니 뿌듯뿌듯…
ㅠ
오늘도 일이 많아서 질문이랑 @만 대댓글을 답니당…
신지영 // 네 맞워요!
타루티어루 // 훌륭한 군주지만 신하들에게는 블랙기업 사장…ㄷㄷ
Flyback // 재밌죠 ㅋㅋㅋ
cruel_pilot // 죽음의 플래그!!
Dunkel //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 ㅋㅋㅋ
마리오넷 // 그에게 한가함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당
인페르니우스 // 과연 간신의 의미는!?
Last_Knight // 한지는 이미 있고… 인쇄기술은 아마 유하가 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ㅋㅋ 그거하면 백성들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다스리기 힘들어지니까요 ㅋㅋ
즐거운 주말 되시고 축구 재밌게 보세요~ 전 피곤해서 일찍 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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