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7
업에서 대기중인 흑귀대원은 약 사천여명이다.
나머지는 북방, 아니면 산양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함께 가기로 한 이들은 절반인 이천여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가족이 있는 이들을 빼니 약 천명정도가 나왔다.
이정도면 된다.
많아봤자 이동에 시간만 든다.
“그럼 가자고.”
마중 나온 이들과의 인사를 했다.
오지 않는 이들을 나무랄 필요는 없었다.
업에서도 해야 할 일을 넘쳐났으니까.
하후상은 머뭇거렸다.
“주군. 저는…”
“쓸데없는 소리 마라.”
이번 형주행에서 제외된 하후상이 어쩔 줄 몰라한다.
미안한 것이겠지.
그를 향해 난 웃었다.
“너와 서황이, 그리고 등애가 남아주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니까.”
아무리 조가에서 가족들을 지켜준다고 하더라도 불안함은 남아 있었다.
그런만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준다면 내가 움직이기 편하다.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후상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는 움찔한 후 허리에 걸려 있는 의천검을 풀었다.
“뭐냐?”
“제가 가지 못하는 대신. 이것을 써주십시요.”
“장합에게 넘겨.”
“예.”
형주로 내려가면 전투가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런만큼 좋은 무기는 있는게 좋다.
나는 약하니 필요가 없고 관평은 참마도를 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장합이 의천검을 받는 것이 낫지.
그가 의천검을 받자 난 서황을 보았다.
서황은 하후상과 다르게 평안해보였다.
“넌 뭐 없냐?”
“대부라도 드릴까요?”
서주의 신철로 만든 대부를 들어 올리며 서황이 말하자 난 피식 웃었다.
“가족들을 부탁한다.”
“맡겨주십시요.”
험지로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그에게 없었다.
서황과 장합은 내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이들.
그런만큼 업무의 분담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 역시 믿음직스러워.”
“하하하. 별 말씀을.”
이들이 남아준다는 것 덕분인지 마음이 편하다.
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성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성아. 내가 없는 동안 진가의 가주는 너다. 하지만…”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네 어머니들은 현명한 분들이다. 일이 터지면 상의하도록 해라.”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난 아내들을 보았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죽겠다.
“여보…”
“이리와.”
달려 온 영이와 청이, 완이, 희를 한번씩 꼭 안아주었다.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약속이에요. 응? 약속 꼭 지켜. 알았죠?”
울먹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영이가 힘없이 말한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나는 말에 올랐다.
“종 상서령. 그럼…”
“예. 부디 무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우리가 말에 타자 종요는 씩 웃었다.
그에게 마주 웃어 준 나는 당지를 보았다.
이번에 함께 가는 것은 의각원의 숙련된 의원들도 함께 간다.
괴질에 대한 대처는 경구수액법과 통제면 되지만 환자들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병도 있을 수 있고.
그러려면 의원들이 많은 것이 나았다.
“서주의 화타의방에서 지금쯤이면 출발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종요가 보내 놓은 전서구가 제때 도착했다면 서주의 의방에서 합비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수귀단의 배를 타고 의원들이 형주에 도착할 터.
양양까지 가면 그들과 만날 수 있다.
“여남군의 만 군수에게 연락해놨습니다. 그쪽에 있는 암염을 모아서 형주로 향한다고 했습니다. 전홍성에서 합류하여 양양에 가시면 될겁니다.”
진림의 말에 난 웃었다.
역시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으니 빨리빨리 처리되는군.
조조의 통제를 받으며 다른 제반사항들의 처리는 거의 다 된 듯 보였다.
그럼 이제 가기만 하면 되는건가?
난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배웅을 하는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빠르게 출발했다.
관도항을 통해 진류에 도착, 거기서 보급을 받고 다시 허창으로 향한다.
허창에 아버지가 보내 놓은 보급과 병사들, 그리고 다른 물품들이 있을거다.
그것을 받아 내려가야 한다.
전쟁의 분위기가 때문일까?
아니면 형주에서 퍼진 괴질에 대한 것 때문일까?
황하 남부에는 오래간만에 왔는데 분위기가 꽤 무거웠다.
허창에 도착하자 보고를 받아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은 성문을 바로 열어주었다.
“오래간만에 왔는데 황량하군요.”
“어쩔 수 없지.”
허창에 들어가자 현재 허창을 담당하고 있는 관리가 나왔다.
꽤나 나이가 있어보이는 그는 쓰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왕 성주.”
현재 허창 성주는 왕랑이었다.
원래라면 허창은 서복이 담당해야 하지만 그는 상용에서 전쟁이 나면 바로 지원하기 위해 인접한 완에 가 있었다.
그를 대신하여 허창을 맡고 있는 왕랑은 내 부하들을 가리켰다.
“바로 씻고 식사부터 하시지요.”
“관평. 애들 데리고 가서 씻겨.”
“예.”
내 호위를 위해서 장합만 남는다.
우리가 자리하자 왕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집무실에 들어가 말했다.
“형주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역병이 발생했다구요.”
“아직 이쪽에는 별 일이 없나?”
“예. 역병을 피해 연주로 오려는 이들은 꽤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북상하는 피난민은 없습니다.”
“그렇군.”
방통이 잘 해주고 있는 건가?
방역망을 설치하여 사람의 이동을 통제시켜놨는데.
그나마 다행이군.
왕랑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승상부주. 위험한 겁니까?”
“마냥 위험하다고는 볼 수 없어. 모든 병은 통제가 가능한 법이니까.”
“하아… 마마를 잡으신 천신장의 말씀이니. 믿어야겠지요? 그럼 바로 내려가실 예정입니까?”
“음.”
약속했던 날짜보다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일단 전홍성까지는 가야 한다.
내 말에 왕랑은 조심스레 말했다.
“지원은 더 필요 없으십니까?”
“지원? 딱히…”
“비록 미숙하지만 제 아들이 동참했으면 합니다.”
왕랑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의 말에 난 당황했다
“왜?”
“제 아들도 태학을 졸업하여 지금 제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좋겠지요.”
“지금 우리가 놀러가는 것으로 보이나?”
“압니다.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험지에 가시는 것 쯤은. 하지만 그 역시 중요한 일. 나랏일을 하면서 어찌 목숨을 보전하려 하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가고 싶습니다.”
“왕 성주!”
“예전 회계에 있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그곳은 날씨가 덥고 병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때 방 형주목께서 회계로 와 태상전하를 따르라는 명을 전하셨습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임시 서주목일때의 이야기.
그때 왕랑은 항복 제안을 얼씨구나하고 받아들이며 조조의 밑으로 들어왔었다.
왕랑은 빙긋 웃었다.
“저희 왕가 역시 나름대로 비전이 있습니다.”
“끙…”
“부디 제 아들을 데려가주십시요. 모자라지만 그래도 승상부주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장합은 왕랑을 향해 무덤덤히 말했다.
“이번에 가는 이들의 대부분은 가족이 없소. 죽음을 각오하고 가는 거요.”
“하지만 승상부주께는 가족이 있지요.”
“나와는 달라. 나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을거니까. 하지만 관평과 장합은 다르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이 들어온다면… 필요에 따라 위험한 곳에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 그리고…”
어쩌면 다른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병자들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장합과 관평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이제 막 임관한 초짜 애송이가 그것을 견딜 것 같지는 않았다.
“압니다. 어쩌면 전염병의 통제를 위해서 백성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왕랑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저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왕 성주…”
진짜 각오를 했나보군.
그래.
초짜때 이런 경험을 하고 난다면 뛰어난 관인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비로서 그게 할 짓인지는 의문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문이 열리며 젊은 문관 하나가 들어왔다.
이제 막 이십대 정도 된 듯한 그는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엎드렸다.
“승상부주!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예전에 서주에 갔을 때 한번 봤던 얼굴이다.
그는 나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주에 가는 것은 제가 아버지께 청한 일입니다. 부주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부주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끙…”
아비나 아들이나 제정신인가?
사지에 목숨 걸고 가려고 하다니.
난 왕숙을 보며 떨떠름히 물었다.
“왜?”
“그것이 관인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태학의 채 태사부님과 정 태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관인에게 주어지는 녹봉은 관인이 먹고 마시라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것은 관인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대가. 그렇다면…”
왕숙은 눈을 빛냈다.
“저 역시 녹봉의 대가를 치루고 싶습니다. 비록 그것이…”
차마 입에 담지는 못하는군.
왕숙이 입을 다물자 난 한숨을 쉬었다.
“마음대로 해.”
아직 하급 문관에 불과하더라도 도움은 되겠지.
왕숙이 합류하고 다음날 새벽.
우리는 바로 완으로 떠났다.
허창에서 먹고 마시면서 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왕랑의 배웅을 받으며 완에 도착했을 때 허창 이상으로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것을 느꼈다.
“전쟁의 분위기가 나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상용이 뚫리면 바로 완에서 막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완에 서복이 가 있는 것이다.
완의 성문 근처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우리를 막았다.
“승상부주십니까?”
“그래.”
승상부주의 패를 들어 올리자 병사는 천천히 말했다.
“연주목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럴 것 같더라. 어딨냐?”
“따라오십시요.”
그들과 함께 완이 아닌 완의 남쪽에 있는 야영지로 향했다.
관도를 막고 있는 건가?
꽤 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형주로 향하는 길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병사들을 본 내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말을 탄 비쩍 마른 사내가 다가왔다.
“야!!”
“오래간만이다.”
서복이다.
전보다 훨씬 마른 듯한 그는 말에서 내리고 눈을 비볐다.
“너 괜찮냐?”
나도 고생은 꽤 하고 있다지만.
서복 이 자식 진짜 괜찮은건가?
무척이나 피로해보이는 그는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형주에서 피난민들이 꽤 올라오고 있다. 그들을 막느라…”
“으음…”
“병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리고 이 병은 잠복기라는 것이 있는만큼…”
“방통에게 들었냐?”
“그래. 완이 지금 최후 방어선이다.”
어쩐지.
완에서도 막고 있어서 허창 일대가 멀쩡한 거였군.
서복은 피로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그나저나 확실한거냐?”
“음… 이 병의 대처법?”
“그래.”
“아마도.”
“쯧.”
서복은 마땅치 않다는 듯 혀를 찼다.
아니 그래도 괴질은 이유하도 지식만 알 뿐이지 실제로 본 적도, 겪어 본 적도 없는 병이다.
그러니 나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서복은 내가 가진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
더 이상 궁시렁거리지 않았다.
“형주로 내려갈 생각이지?”
“그래. 길 좀 열어줘.”
“말해두지만… 내려가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너도 북쪽으로 못 올라간다. 알지?”
“알어.”
내가 보균자가 되어 북쪽에 병을 퍼트릴 수도 있다.
서복은 냉정히 말한 후 손을 흔들었다.
막혀 있는 목책이 치워지며 관도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준비해 놓은 것 가져가라.”
“뭔데?”
“꿀이다. 연주에서 꽤 모아둔 것이지. 소금은 이쪽도 써야해서 주기 힘들군. 만 군수에게 받아라. 아마 지금쯤이면 전홍성에 모였을테니까.”
자기도 전쟁 지원하느라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갈텐데.
이만큼의 꿀이라니.
수레로만 열 수레가 넘는 꿀을 내어주며 서복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조심해라.”
“아아. 그래.”
더 이상 말은 없다.
서복은 바로 일하러 가버렸고 난 그를 향해 웃었다.
“끝까지 무게 잡는 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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