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13
배잠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관청의 내부는 조용했다.
다른 관리들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궁금해하자 배잠은 뜨거운 물을 가져와 나에게 주었다.
“죄송합니다. 차가 없어서.”
“아니. 괜찮소. 그보다 관청에 사람들이 없군.”
“다들 바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말하기를 망설이던 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일이 상당히 많은지라. 특히 사체의 처리에 곤욕을 겪고 있습니다.”
알만하다.
자율선인인지 뭔지 하는 놈도 그것을 빌미로 백성들을 선동했으니까.
병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죽은 자의 시체조차 챙기지 못하는 것에 백성들의 불만이 쌓여 있는 듯 보였다.
“옛날에 피난을 갈 때는 시체조차 두고 갔다는데. 이제와서 저러는 이유가 뭐요?”
“통제되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서쪽으로는 갈 수 없다.
그곳 역시 역병이 일어난 곳이니까.
동쪽은 역병지대가 없다.
하지만 관에서 피난을 막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절망한 이들이 더더욱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쩔 수 없지. 산 자는 살아야하지 않겠소. 그리고 계속해서 막고 있을 생각도 없고.”
“그렇습니까?”
“음. 역병에 걸리지 않은 이들은 양양 쪽으로 보낼 생각이오.”
“그런데 왜 금줄을 치고 관도를 막으셨습니까?”
“역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또 갑자기 피난민이 들어오면 다른 곳에도 혼란이 생기니까.”
배잠이 가져 온 문건들을 확인한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머지않아 통제를 푼다는 말에 배잠은 완전히 맥이 빠져버린 듯 했다.
안도한 건가?
난 문서를 가볍게 툭 친 후 그에게 말했다.
“배 군수는 좀 쉬도록 하시오.”
“하지만 승상부주. 이곳의 통제는…”
“그건 내가 맡아줄테니.”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 않소.”
배잠이 괜찮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성을 생각한다면 내가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그가 시무룩히 고개를 끄덕이자 난 웃었다.
“배 군수. 배 군수에게 처벌이 내려갈 일은 없을거요.”
“…승상부주. 저 역시 이 역병으로… 제 사촌동생을 잃었습니다.”
“으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지금까지 아무런 일 없었는데. 역병이 창궐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절망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글쎄…”
“여름에는 물을 끓여먹고, 항상 씻으며 위생이라는 것에 집중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나라고 하여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오.”
“승상부주. 천신장이라 불리시는 분이잖습니까… 도대체 하늘은 왜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준 것입니까. 왜…”
절망하는 그를 향해 나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배잠이 쉬러 간 사이 난 관평과 장합을 불렀다.
다른 몇몇 관인들도 들어오자 일단 조직의 재편성을 시작했다.
무관은 장합의 지시를 받고 문관은 내 지시를 받는다.
흑귀대원들은 숙련된 지휘관이니 소대장 정도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각 진료소에 병력을 충원하도록 해. 그리고 방사와 도사라는 작자들은 눈에 띄면 끌고와.”
“전부 끌고옵니까?”
“그래. 그리고 치료소에서 환자의 토사물에 물을 섞은 후 천을 담궈두라고 하고. 자율선인에게 쓸거니까.”
“윽… 진짜 합니까? 그거?”
“그럼 가짜인 줄 알았냐? 조심하도록 해. 그거 잘못하면 난리난다.”
“알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치료소가 어디지?”
“관청에서 하루 거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음. 아무튼 방사니 도사니 그놈들 다 모이면 시작하자고. 관평. 너는 나랑 같이 소각장에 가자.”
“알겠습니다.”
지금도 시체들은 나오고 있었다.
물론 초반에 비하면 훨씬 적은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시체는 시체다.
처리에 하는 방법은 결국 태우는 것이다.
난 흑귀대 몇몇과 관평만 데리고 임시 소각장으로 향했다.
소각장에 가까워 질 수록 시체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독한 냄새다.
그것이 점점 진해지는 곳에 도착한 나는 무수히 많은 가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헉!? 승상부주 아니십니까!! 어째서 여기 오셨습니까!?”
병사들을 통제하며 소각장에 함부로 백성들이 오지 못하게 하던 오십대 초반의 관인, 부손은 다급히 외쳤다.
“어쩌다보니 오게 되었지. 그보다 부 현령이 이걸 하고 있는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손은 수염을 짧게 깍아 까끌거리는 턱을 쓰다듬었다.
“관인은 백성을 자신의 자식처럼 여겨야 하는 법이지요. 저에게는…”
가마 하나가 열린다.
안에서 나온 뼈를 보자 병사들에게 막혀 울부짖던 여인 하나가 혼절해버렸다.
“…제 가족을 태우는 기분입니다.”
가슴팍을 잡으며 그가 말했다.
그 사이 빈 가마에 또다른 시체가 들어간다.
“안돼! 윤이 아버지!! 윤이 아버지!! 안돼!!”
“아버지… 아버지… 흑…”
“접근하지 마시오!”
“당신들도 병에 걸릴 수 있소.”
“놔라! 놔!! 차라리 나도 병에 걸려 죽을거다!! 윤이 아버지!! 가지마!! 가지마아…!!”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병자들과 접촉한 이들이 유해를 나르고, 유해를 한번이라도 만져보려는 이들.
절망하는 이들을 지켜보니 참 씁쓸했다.
부손은 가슴을 꽉 쥐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나도 모르오.”
부손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승상부주. 장례를 지내면 안되는 겁니까?”
“이렇게 태우는 것 말고?”
“…예.”
“말도 안되는 소리는 관두시오.”
저들이 안타깝고 불쌍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방침을 어길 수는 없었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부손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 선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죽은 이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게 해주는 정도 뿐. 그것이라면 허락하겠소.”
“괜찮으시겠습니까?”
“주관을 내가 해주는 수도 있으니 걱정말고. 위령제를 위한 물품 정도는 내가 마련해주겠소. 부 현령은 위령제를 위해 죽은 이들의 호관과 이름을 적어 가지고 오시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지만 여기저기서 구호물품과 지원품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만큼 제사 한두번 정도는 지내줄 수 있다.
예전에 합비에서 죽은 오의 병사들을 위해 제사를 지낸 것 처럼 말이다.
제사 한번 지내는 것으로 저들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면 싸게 먹히는 편이다.
내 말을 들은 부손은 우울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다른 소각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가족과 친지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제사도 지내지 못한다.
거기에 시체조차 뼈가 되어 돌아와버린다.
그들은 관인을 보며 증오와 절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선동이 먹히지.
한바퀴 돌고 관청에 돌아왔을 때 포박된 방사나 무당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다급히 외쳤다.
“승상부주! 승상부주!!”
“왜 이러십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어요!!”
그들의 외침에 난 병사들을 보았다.
진짜 아무짓도 안했나?
병사들 중 몇몇이 한 무당과 방사 둘을 가리켰다.
“저들이 공공연히 승상부주의 지침인 경구수액으로 어찌 역신을 물리칠 수 있냐고 떠들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을 모아서 마음대로 제를 지내고…”
“아이고!! 부주! 아닙니다!! 저희가 하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야. 됐고.”
자율선인이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까?
방사와 무당들은 필사적으로 나에게 살려달라 외쳤다.
아니 나 없을 때는 죽음에 대해 되게 초탈하신 것 같더니만.
누구보다도 생존을 원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들의 모습에 난 입맛을 다셨다.
“없을 때는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너희들이 관의 행사에 훼방을 놓지는 않았으니까 용서는 해준다.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오라고 한 것은 죽이려고 데려 온게 아니야.”
“예?”
“자율선인은 내 방침이 잘못되었고 자신의 제사와 방식이 사람들을 구하는 지름길이라고 하더군.”
“그…”
저들도 알고 있었나보다.
소각장을 돌면서 확인했는데 자율선인은 방사나 도사들 중에서도 꽤 영향력이 강한 이라더라.
어쩌면 이들 중에서도 그에게 선동당한 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보여주겠다.”
“예? 그게 무슨…”
“자율선인의 방식이 진짜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두려워하는 그들을 끌고 치료소 근처로 향했다.
치료소 주변에는 환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그들을 막는 병사들로 득실거렸다.
흑귀대원들이 길을 열고 나와 방사, 도사들이 함께 그곳으로 들어간다.
“승상부주!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알아. 안 들어가.”
꽤 넓은 장원들에서 신음과 비명이 들린다.
나도 저기 들어갈 정도로 용기가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끌고와!!”
잠시 후 복면이 씌워 진 자율선인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얼굴은 그나마 멀쩡했다.
하지만 내부도 과연 멀쩡할까?
끌려간 사이 안보이는 곳을 두들겨 패놨으니 걷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질질 끌려서 나오는 것을 본 나는 병사에게 말했다.
“아까 내가 지시한게 있을텐데.”
“그… 진짜 합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커다란 의자가 공터에 놓여진다.
그리고 잠시 후 치료소에서 의원하나가 나왔다.
그는 병사에게 내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하며 외쳤다.
“진짜 합니까!?”
“그럼 가짜로 하나? 자… 자율선인!!”
“으으…”
그가 신음하자 몇몇 방사들과 무당들은 눈을 돌려버렸다.
난 웃으며 말했다.
“너 뭐하는 놈이냐?”
“나는… 수련을 쌓은 도인으로…”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한다면 실험은 안할건데.”
“…솔직히… 말한거다… 이 악적아…”
“이런 상황에서도 개기다니. 아주 훌륭하군. 자!! 다들 지켜봐라!!”
마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둘러보며 난 단호히 외쳤다.
“여기 이 자율선인은… 어디라고 했지? 아무튼 어딘가에서 수련을 쌓으신 영험하신 도사님이신데. 지금 위국의 방침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시더군. 맞나?”
자율선인은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를 향해 웃어보이며 난 몸을 돌렸다.
“고통받는 백성을! 병자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을 제시하신 훌륭하신 분이니!!”
난 자율선인의 머리채를 잡았다.
“자기 자신 정도라면 쉽게 구원하실 수 있으시겠지?”
“…크… 놔라! 놔!!”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해. 너 뭐하는 놈이냐?”
“윽…”
“마지막 기회다.”
자율선인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듯한 그를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기대하지. 만약 자율선인께서 병에 걸렸다가 바로 회복된다면… 너희 도사들과 방사들, 그리고 무당들. 인정해준다. 천신장의 이름 뿐만 아니라 위국 승상부주의 이름을 걸고!!”
움찔한 이들이 슬그머니 내 눈을 피했다.
그들을 노려본 나는 싸늘히 말했다.
“너희들이 모시는 신의 사당부터 시작해서 제사까지. 위국에서 다 책임져주지. 시작해!!”
잠시 후 치료소에서 작은 박그릇을 들고 나온다.
그 박그릇 안에는 축축한 천이 담겨 있었다.
장갑을 껴서 자신의 손에 닿지 않게 한 천을 가지고 나온 그는 공터에 포박되어 앉아 있는 자율선인의 얼굴에 천을 씌웠다.
“읍!! 으읍!!”
오염된 물이 적셔진 천이 얼굴에 씌워진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던 나는 자율선인의 목울대가 움직이자 물었다.
“됐나?”
“예.”
“좀 모자른 것 같은데 얼굴에 좀 부어드려.”
“예에…”
병자들을 돌보다가 나온 이들이 자율선인의 얼굴에 그릇 안에 있는 것을 조금 뿌려주었다.
결국 그 내용물을 전부 마셔버린 자율선인이 공포에 질려 있자 난 천천히 말했다.
“병이 걸릴지, 아닐지 지켜보자고. 지금이라도 주문을 외워보는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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