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17
옛날 수경원에 처음 왔을 때 알아서 먹고 살라는 사부님의 방침에 따라 감녕과 협력해서 수경상점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장사를 하며 돈을 모아 감녕의 창관에 있는 폐기들이나 가난한 이들을 모아 농사를 짓고, 물품을 만들었었다.
그 후 내가 수경원을 떠나고 얼마 안 있어 수경상점이 망했다.
그때 감녕과 감녕의 부하들이 나를 따랐고 흑귀대를 만들었다.
그때 가족이 있거나 사정이 있는 이들은 합류하지 못했었는데.
전규 역시 그때 합류하지 못한 이였다.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이 맞았다.
“야! 왕필! 이리 와봐!”
왕필도 장삼과 마찬가지로 흑귀대가 만들어질때부터 함께 했던 인원이다.
그는 내 옆으로 온 후 전규를 유심히 보다가 기겁했다.
“으억!? 전 형!? 전 형 맞수!?”
“하하하… 필아. 오래간만이구나.”
왕필이 복면을 내리며 손을 잡자 전규는 히죽 웃었다.
“아니 왜 여기 있수? 이야~ 전 형 덕분에 우리가 좀 편해졌네. 하하. 자. 이제 갑시다!”
왕필이 손을 당겼지만 전규는 움직이지 않았다.
“저는 이곳에서 아내와 자식, 손주들의 무덤을 지키다가 가겠습니다. 점주님. 부디 뜻하시는 바를 이뤄주시기 바랍니다.”
“산 자는 산자. 괜찮다면 함께 가지?”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저는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염치로 다시 돌아가겠습니까.”
“헛소리 말고.”
“진심입니다.”
전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왕필이 인상을 쓰며 손을 뻗자 전규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었다.
“저에게 남은 한은 그저… 현령님을 죽인 그 악적을 죽일 기회를 얻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주님께서 그를 죽여주셨으니… 저에게는 더 이상 여한이 없군요.”
전규는 희미하게 웃었다.
“멀리서나마 점주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진짜 안가? 전 형. 마지막이요. 진짜 안가?”
“미안하네.”
“쳇… 갑시다. 자기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거지.”
“냉정하네.”
왕필은 안타깝다는 듯 전규를 잠시 바라 볼 뿐 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다.
더는 권하지 않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게 우리의 법이요. 전에도 그랬잖수.”
그렇지.
떠나고자 하는 자는 잡지 않았지.
전규가 웃으며 배웅을 해주는 것을 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우리는 머지 않아 다시 돌아 올거다. 그때까지… 꼭 살아있어다오.”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군요.”
어차피 익주 공략을 위해서는 화용현을 지나야 한다.
그때까지 전규가 무사했으면 좋겠군.
그가 꾸벅 허리를 숙이고 성 안으로 들어가자 난 천천히 말했다.
“가자.”
이 또한 그의 선택이다
그것을 내가 어찌 강제하겠나.
그리고 지금은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벌써부터 수레에서는 녹은 얼음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난 한숨을 내쉰 후 강하게 외쳤다.
“왕필! 흑귀대를 절반으로 나눈다. 너는 나와 함께 병사들을 통제하며 백성들의 피난을 돕는다. 장합! 얼음을 챙겨서 먼저 가!”
“예!!”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도적들을 최대한 갈기갈기 찢어 주변에 뿌려놓았다.
생각이 있는 도적들이라면 지금 아군의 힘이 어떤 지 정도는 알거다.
괜히 건드려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다면 별다른 일이 없겠지.
그리고 장합도 있고 말야.
장합이 제때 도착하길 기원하며 외쳤다.
“낙오하는 이들은 버리고 갈테니 알아서 잘 따라와!! 수레에서 떨어져도 그냥 버릴거다!!”
******
“우웨에에엑!!”
관평의 상태는 다른 환자들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설사와 구토는 남들보다 더 심했고 고열때문에 환각까지 보이거나 실신도 몇번이나 했다.
이당지는 물에 적신 천으로 관평의 몸을 닦아주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완전히 벗겨진 그의 근육덩어리 몸을 닦아가며 이당지는 천천히 말했다.
“조금만 더 버티십쇼. 관 형님.”
“우웨에엑!!”
몸을 비틀어 통에 토해낸 관평은 희미하게 웃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 조차 없다.
어떤 훈련을 겪어도, 어떤 싸움을 했어도.
이만큼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너 왜… 둘이냐…”
“열이 심해서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참으십시요. 곧 승상부주께서 얼음을 가져 오실 겁니다.”
얼음이 있으면 몸의 열을 억지로라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이당지의 위로에 관평은 희미하게 웃었다.
“나… 때문인가…”
“얼음은 필요했습니다.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천천히 몸을 돌린 관평이 몸을 눕힌다.
열 때문인지 정신이 멍하다.
관평은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군…”
“안 죽습니다. 절대로.”
“전장에는… 절대가 없어…”
“여긴 전장 아닙니다.”
관평과 알게 된 지도 꽤 되었지만 그가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당지는 그의 거친 손을 꽉 잡았다.
“살 수 있어요! 건장한 이들은 반드시 살아납니다!! 제가 결코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그런가?”
또다시 올라오는 구토감에 그가 힘겹게 손을 휘젓는다.
다시 관평이 토악질을 시작하자 이당지는 미지근한 물에 천을 넣었다.
열이 너무 심하다.
지금 날씨에는 우물물조차도 그리 차갑지 않다.
어떻게든 밤에 물을 식혀서 그 물을 이용하지만 몇시진 지나지 않아 물은 금방 미지근해져버린다.
‘제발…’
화용현에 얼음이 있기를.
부디 한줌이라도 남아 있기를.
펄펄 끓어오르는 듯한 관평의 몸을 닦아주던 이당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애써 웃었다.
환자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살아야 할 의욕을 갖게 해야 한다.
이당지는 힘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평에게 힘을 주어 말했다.
“반드시 살 수 있습니다.”
“…부탁이 있다.”
“들어드릴 생각 없습니다. 낫고나면 직접 하십시요.”
죽음을 감지한 환자들은 가끔식 의원에게 유언을 남기곤 했다.
그것을 받아줬다간 오히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지금 관평은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이정도 열이라면 정말 정신을 잃을 정도다.
그 상태에서 계속되는 구토와 설사까지 이어진다.
경구수액을 어떻게든 먹이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관평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빨리…”
“…뭡니까.”
“글을…써다오.”
“안합니다!!”
유언장 작성따위는 할 생각 없다.
이당지가 거칠게 외치자 관평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부탁…이다.”
“하고 싶으시면 다 낫고 직접 하십시요!”
“부탁…한다…”
단 한번도 이정도로 아파 본 적이 없었던 관평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죽음을 예감했다.
만약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자신의 주군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절망할 것인가.
그것을 막아야 했다.
‘그 분이라면… 절망하고 괴로워하실 것이다…’
자신이 당한 것을 알게 된 진유하가 지었던 그 표정.
그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말을 남겨야 했다.
진유하는 빛이다.
그 빛이 복수만을 위해 움직이게 해서는 안되었다.
그가 절망하지 않게.
그가 좌절하지 않게.
그가 분노로 모든 것을 놔버리지 못하게 해야한다.
이당지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관평은 몸에 힘을 주었다.
안간힘을 써 그가 몸을 일으키자 이당지는 이를 갈았다.
“이러시면 나을 것도 낫지 않습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구요!”
“쓰게…해다오.”
“아아아!! 진짜! 가서 죽간과 붓, 먹을 가져와라!!”
버럭 화를 낸 이당지가 외치자 의녀가 허둥거리며 나갔다.
잠시 후 그녀가 돌아오자 이당지는 붓을 잡았다.
“말씀해보십시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전하고 싶으시길래 이러시는 겁니까!!”
“…내가 죽으면…”
“아! 안 죽는다니까!! 절대로!! 안 죽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한 적이 있었지…”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
관평은 눈을 감았다.
관우의 밑에서 천하를 돌아다닐때 어둠 속에 홀로 남은 적이 있었다.
그때 두려워하며 엉엉 울었었다.
그리고 한자루 검을 얻게 된 이후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유하를 만나고 나서 깨달았다.
자신은 그저 검 한자루만 믿고 까부는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것을.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강한 척 하는 애송이임을.
관평은 쓰게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제가 처음 검을 잡았을 때…”
그는 힘없이 진유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자신의 감정, 그를 만나면서 생각했던 일.
친구, 스승. 잃은 가족과 얻은 가족에 대해서까지.
모든 말을 내뱉은 관평은 한숨을 쉬었다.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완전히 사라졌다.
“후… 됐습니다. 이게 답니까?”
그가 말한 것을 모두 죽간에 적은 이당지는 붓을 내려 놓고 물었다.
하지만 관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형주 내에 역병에 대한 위협은 결국 마무리 되었다.
통제를 통해 역병의 확산은 줄었고 환자들도 많이 사라졌다.
완치되든, 아니면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리든.
그렇게 역병에 걸렸던 이들이 사라지며 완치된 이들도 하나 둘 씩 지강현에서 떠났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떠나고 마지막 환자까지 치료하고 나서야 관인들도 지강현에서 철수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이도 나왔고 나를 죽이려고 한 자객들이 또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살아남았다.
결국 지강현을 떠나고 양양현의 관청에 들어와 대부분의 뒷처리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모두를 불렀다.
그리고 품에서 죽간을 꺼냈다.
화용현에서 간신히 얼음을 가져왔을 때 당지가 전해 준, 관평이 나에게 쓴 유언장이었다.
그것을 받았을 때 나도, 장합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몇번이나 읽고, 울고, 우리를 절망하게 한 유언장.
죽간을 본 장합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고 천천히 유언장을 펼쳤다.
“제가 처음 검을 잡았을 때 저는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자루의 검은 세상의 공포를 모두 없애준다 생각했습니다.”
방통이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점점 커가며. 세상의 넓음을 깨달았을 때 저는 그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나약한 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후상은 눈물을 한방울 흘렸다.
그의 눈물에도 나는 죽간을 계속 읽었다.
“세상은 크고, 무서웠습니다. 고작 검 한자루를 가진 애송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크흑…”
결국 장합이 신음성을 터트린다.
난 그것을 무시했다.
목이 메인다.
술을 한모금 마시고 다시 죽간을 읽었다.
“부러웠습니다. 저는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하후상을 질투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저는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는 주군을 질투했습니다. 그럼에도… 결코 싫어할 수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두려워하던 저를 이끌어주신 이들을… 어찌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아아…”
작은 신음성이 들렸지만 그것 역시 무시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제가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토록 한심한 저에게도 주군께서는, 여러 스승님들과 친구들은 길을 이끌어주셨습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그 어둠을 밝힐 강한 빛은 어둠 속에서 헤메는. 아직 어린 꼬마인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방 숙부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후상, 사부님들. 그리고… 주군. 저를 싫어하셔도 좋습니다. 나약하다 욕하셔도 좋습니다. 기억해줘도 좋고, 그리워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말아주십시요.”
당지가 눈을 감는다.
그를 힐끔 본 나는 다시 죽간의 내용물을 읽어나갔다.
“주군을 선택한 것을. 제가 주군을 감싼 것을,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니까요.”
난 죽간을 천천히 내려 놓았다.
“부디 저를 잊고… 천하를 구원하고자 하는 이의 의지가 천하에 퍼지게 해주십시요. 부디… 몸 성히 업을 이루어주십시요.”
죽간을 다시 돌돌 말아 묶은 후 비단 주머니 안에 소중히 넣었다.
“나의 가족들에게… 모자란 아이가. 아직도 어둠 속에 홀로 있는 것이 두려운 관평이…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조용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사섭의 옆에 앉아 있던 손상향이 작게 말했다.
“가슴을… 울리는 글이네요.”
“상향아. 비록 기교는 없지만 저것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이란다. 하하… 그 관평이라는 분은 잘 모르지만. 필시 훌륭한 분이시겠지요.”
역병의 지원, 그리고 내가 형주에 있다는 것 때문에 올라 온 교주목 사섭은 작게 웃었고 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녀석에게 이런 문재가 있었을 줄이야. 미안하다. 관평. 내가 알아주지 못해서… 주군이라는 놈이 부하의 재능조차 제대로 알아주지 못해서… 이건 그의 재능을 보인 것이니까… 진가의 가보로 삼아 평생 간직해야겠군.”
난 술잔을 빙글 빙글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들었다.
다들 나를 따라 술잔을 들었다.
“관평을 향해. 건배.”
천천히 술을 마신다.
그리고 난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이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야. 너도 와서 마셔. 진짜 명문이었다. 처음에 이거 보고 나랑 장합은 진짜 울었다니까? 장합 울리는 글 짓는게 쉬운 줄 아냐?”
반쯤 혼이 빠진 듯 멍하니 앉아 있던 관평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죽고 싶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당지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아니 그러니까 안 죽는다니까… 왜 의원 말을 안듣고… 에휴.”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하후상은 관평의 어깨를 잡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뭐냐. 나중에… 작전 나가면 측간 같이 가줄게. 소중한 가족이 무섭다는데 같이 가줘야지.”
“…아아아.”
절망하는 관평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의원 말은 잘 들어야지.
왜 포기를 해?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용
관평이 흑역사가 만들어졌네요 하하
젊고 건강한 성인 남성이 경구수액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죽기도 힘들죠 ㅋㅋ
으… 오늘 축구합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과연 흑역사가 되지 말아야 할텐데.
아이고… 오늘도 늦어서 대댓글은 질문과 @만 합니당
그럼 대댓글 갈게요 ㅎㅎ
윤하 // 다행히 안죽음!… 이지만 엄청난 흑역사가 ㅋㅋㅋ
노블레스버퍼 // 흑역사 플래그죠 ㅋㅋㅋ
Dunkel // 손상향이 흑역사를 봤으니 알콩달콩은 없…!?
天空意行劍 // 엌ㅋㅋ 이제 태어났는데 증손주는 ㄷㄷ
마리오넷 // 살았으니까 추천!
허클베리fin // 간신전에서는 수혈 안됩니다 ㅋㅋ 일단 그정도 바늘을 만들수가 없네요 ㅠㅠ
허니앙쥬 // 내 머리는 살아 있으니 빠진 것 좀 심어줘요…ㅠㅠ 자라나라 머리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