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7
“…그 말은…”
“업에 올라가 위국의 주요 인물들을 잡고, 그들을 이용해서 위국의 군을 물리게 해야 하오.”
“가능하겠소?”
황충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고 황권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왕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지금 출정한 이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업에 머무르고 있소.”
“…비겁하게 가족을 인질로 삼으려는 것이오? 그것은 금수조차 하지 않는 일이오.”
“하하. 금수라. 애초에 이런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금수만도 못한 짓이라 생각치는 않고?”
이런 상황에도 군자 흉내라니.
황권은 오히려 황충을 더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황충은 말없이 황권을 응시했다.
그 시선에 황권은 무거운 한숨을 푹 토해내었다.
“나 역시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자 한 자요.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소?”
타인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기회를 얻으려는 일.
평생 유학을 배워 온 황권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수치이며 입에 담기조차 혐오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
익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방법은 그것 뿐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 유 익주목과 법 군사에게 큰 은혜를 받은 이들이오. 그런만큼… 간적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 해야겠소.”
“…하아. 그래서?”
황충의 시선에 황권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황 도위는 이들을 이끌고 주마곡으로 향해주시오.”
“아무리 지금 있는 병력이 정병이라고 하지만 적들의 수가 더 많소.”
적을 끌어들여 싸우는 것이 아닌 적 진형으로 향해야 한다.
그런만큼 공격은 결코 쉽지 않을텐데.
황충이 떨떠름히 말하자 황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내가 해결해주지.”
“어찌?”
“정군산은 산세가 험하고 익숙치 않는다면 길을 잘 찾을 수 없는 곳. 뿐만 아니라 오랜시간 오두미도의 성지였던 곳이기에 방사들이 남긴 기묘한 진들이 많이 남아 있소. 그것을 이용한다면 적의 눈을 피해 기습 공격이 가능하오.”
“기습?”
“그렇소. 기습. 필시 적은 잔열로에서 출발하여 정군산을 장악하려 할 터. 현재 정군산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이 일만이라는 소문을 냈으니 적어도 만 오천 이상이 올라올 터.”
황권은 지도를 펼쳤다.
주마곡과 잔열로의 적진에 돌을 놓은 후 그 곳 주변에 작은 패들을 깔았다.
“적들은 녹각을 이용한 방어전을 펼치려 할거요. 그들이 올라온다면 이곳에 남아 있는 이들이 길을 바꿔 후퇴하기 힘들게 진형을 만들 것이오.”
“그게 가능하오?”
“가능하오. 그들이 남겨 놓은 것들은 우리도 처음 보았을 때 기겁할 정도였으니까.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결코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거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이 농장까지 찾아오며 황충 역시 몇번이나 말도 안되는 통로들을 지났다.
절벽이라 생각한 곳에 길이 있질 않나, 길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혀 있질 않나.
이 산은 그야말로 기묘함으로 물들어 있는 곳이었다.
“잔열로의 적군이 공격당한다면 주마곡에서는 반드시 잔열로로 원군을 보낼거요.”
현재 잔열로에 있는 하후돈의 군은 약 이만.
그 중 일만 오천이 공격을 위해 올라온다면 오천여 밖에 되지 않는다.
방어를 위한 시설인 녹각이 있지만 그 녹각은 불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럼 오천대 일만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잔열로에 있는 것은 위국 거기장군 하후돈. 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주마곡의 하후연 역시 잘 알고 있을거요. 필시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군사를 보내겠지.”
“그 틈을 노려 하후연을 잡으라는 거요? 하지만 그를 잡고나면? 나머지는 어쩔 생각인데?”
하후연 하나 잡는다고 전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하후돈까지 잡고 나서 상용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나.
“아니 그걸 떠나서. 허창은 어떻게 뚫으시려고?”
“그건 걱정마시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
“어떻게 알아서 할 것인지를 말해줘야 할 것 아니오. 허창은 한때 위국의 도읍이었던 곳. 그곳을 뚫는 곳은 결코 쉽지 않소.”
“아직까지 형주 일대는 역병에 의한 혼란이 남아 있던 곳. 정보에 의하면 허창에서 피난민들을 잡아두고 그들을 억류했던 것 때문에 불만이 생긴 이들이 있다 하오.”
“이미 역병은 잡혔소만. 소식이 늦구려.”
“하하. 역병은 잡았으나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했지.”
황권은 냉정히 말했고 황충은 한숨을 쉬었다.
“하기 싫은거요? 그렇다면 관두시오. 강요는 하지 않겠소.”
“그런 말은 아니오.”
유표때부터 이미 위국과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제와서 뭘 망설이겠나.
황충이 고개를 젓자 황권은 품에서 꺼낸 패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들의 병권을 그대에게 넘기겠소. 하후연을 잡으시오. 그게 당신의 임무이니. 관련된 정보는 모두 넘겨주리다.”
그렇다면 하후돈을 노리는 것은 황권이 하겠다는 것인가.
황충이 인상을 쓰자 황권은 작게 웃었다.
“…그럽시다. 한번 해봅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그의 미소에 황충은 눈을 질끈 감고 답했다.
정찰은 이미 끝났고 호준과 서막이 군을 이끌고 출정했다.
둘 모두 뛰어난 이들인 만큼 큰 걱정은 없었다.
곽회는 방어를 위한 진지를 보수하고 녹각을 좀 더 설치하였다.
적들이 목책에 접근하지 못하게 날카로운 가시나무들을 목책 주변에 두른다.
그 외에 길목마다 녹각을 설치하며 적들의 접근로를 한정시켜 나간다.
그렇게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 곽회는 하후돈의 부름에 그를 찾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보고가 다르다.”
“예?”
“이걸 보게나.”
하후돈은 두장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정찰을 나갔던 병사들이 확인한 지도다.
그것을 살펴보던 곽회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같은 곳에 정찰을 다녀 온 이들이 만들어 온 지도네. 하지만…”
처음 정찰을 나갔던 이들이 발견한 길과 두번째 정찰을 나갔던 이들이 발견한 길.
그리고 세번째 정찰을 갔던 이들이 발견한 길이 미묘하게 달랐다.
곽회는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말했다.
“정찰병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그럴리 없지.”
무려 거기장군을 따르는 병사들이다.
꽤나 많은 경험이 있는 이들인데 고작 이런 정찰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리 있겠나.
하후돈은 바깥을 향해 소리쳤고 잠시 후 병사 하나가 들어왔다.
“자네가 설명해보게.”
“예. 그게… 분명 처음 정찰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길들이 있었습니다.”
“처음 정찰때 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기보다는… 지형과 지물에 의해서 길의 발견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어떤 길은 바위를 밀어내니 생긴 길도 있었고…”
곽회는 뒤통수가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형과 지물로 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가 당황하자 하후돈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면 이 정군산 자체가…”
“거기장군!”
“무슨 일이냐!”
하후돈과 곽회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 막사로 지휘관 하나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적습입니다!”
“뭐!?”
대군이 움직일 경로는 모두 파악했고 그곳을 통해 호준과 서막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들과 마주쳐야지 본진을 공격할리 없었다.
곽회는 다급히 그를 잡고 물었다.
“몇이나 되나!?”
“적의 수는… 약 일만 정도 됩니다.”
“…뭐?”
일만의 군이라면 정군산에 보내 놓은 정찰병이 확인한 적의 수였다.
그렇다면 적이 내려왔다?
어디로?
적 진영으로 가는 길은 이미 모두 파악된 상태였는데.
곽회가 주먹을 꽉 쥐자 하후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신의 장난에 놀아나는 것 같군.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변한 것은 아니다.”
“거기장군. 지금 본진에는 병력이 고작해야 오천도 채 되지 않습니다.”
“방어시설은 잘 만들어져 있을 터.”
“그렇긴 합니다만.”
“그것을 방패삼아 전투를 치룬다. 또한 봉화를 올리면 공격대가 복귀할 것이네. 적을 끌어낸 것이니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이용할 수 있겠군.”
당황한 곽회에 비해 하후돈은 얼음처럼 차갑고 바위처럼 단단했다.
그가 검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자 곽회는 머뭇거렸다.
“곽 중랑! 뭐하나! 빨리 따라오도록! 방어전을 시작한다!”
“아. 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가정에서 적을 맞이하여 싸울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곳이 전장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것은 처음이다.
곽회가 얼어붙어 있자 하후돈은 그를 꽉 잡았다.
“움직여야지. 전 병력에게 목책으로 이동하라 전해라! 그리고 봉화를 울리고!”
본진이 습격당하고 있다는 봉화가 올라간다면 하후연이든, 아니면 호준이든 지원을 올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서 이틀.
하후연의 부대나 호준의 부대나 떨어져 있는 거리는 그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틀만 버티면 된다.
하후돈을 따라 밖으로 나온 곽회는 목책 위로 올라가는 하후돈을 본 후 병사들을 지휘했다.
“전원 무기를 들어라!! 운반병에게도 무기를 지급해! 창과 방패를 들어라!!”
정찰 및 녹각과 목책, 함정의 보수를 나갔던 인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곽회는 목책 위로 올라갔다.
이미 전투의 준비를 마친 하후돈은 말없이 적이 온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렵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과거 가정성을 지킬 때 수많은 적들을 상대했었다.
고작해야 일만여의 적이 두렵겠는가.
곽회의 말에 하후돈은 웃었다.
“그렇다면 내가 부담이 되는 모양이군.”
“예?”
“자네 손이 떨리고 있네.”
“…이건 그저.”
곽회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흠칫 놀랬다.
그의 말대로 검자루를 잡고 있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그의 말에 깨달았다.
지금 전투는 가정성을 지킬 때와는 달랐다.
가정성은 잃는다 하더라도 그 뒤가 있었다.
조앙도 있었고, 또한 사마의도 뒤를 봐줄 수 있었다.
밀린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지원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성의 성벽이 아닌 얄팍한 목책만이 있을 뿐이다.
녹각, 그리고 가시나무와 함정으로 적의 진격을 막을 준비는 해두었다.
그렇지만 불안감은 있었다.
하후돈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이 실패해서 하후돈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자신의 실패로 군이 궤멸되면 그것을 어찌 해야하나.
가정성을 지킬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패배하면 다음을 노린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경우 하후돈이 죽는다.
위국의 거기장군이며 많은 이에게 존경을 받는 이가 적에게 사로잡히든, 죽든 하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전쟁의 양상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곽회가 부담을 느끼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게나. 비록 노구이기는 하지만.”
하후돈은 검을 뽑았다.
“나 역시 군인이니 말이야.”
“…허나.”
“자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나는 약하지 않아.”
하후돈은 차분히 말한 후 외쳤다.
“위국의 전사들이여!! 천하를 가질 용사들이여!!”
늙은 하후돈의 입에서 거친 외침이 터져나왔다.
확성기도 쓰지 않고 외치는 목소리에 병사들은 황급히 무기를 꽉 잡았다.
“전의를 다져라!! 적에게 눌리지 말고! 그들을 두려워 하지 마라!! 이 하후돈이 너희들과 함께 할지니!!”
척.
그의 검이 멀리 보이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너희의 무기를 적에게!! 위국의 적을 압살하라!!”
하후돈의 외침과 함께 강노병들이 장전을 시작했다.
목책 위에 올라와 있는 이들의 전투가 준비되었을 대 망루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강노의 사거리에 적들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하후돈은 검을 겨눴다.
“쏴라!!”
그의 외침이 터져나가자마자 강노병들은 장전된 강노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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