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8
쏘아진 화살이 적에게 꽂혔다.
쓰러진 이들도 있지만 익주병들은 빠르게 방패를 들어 막기 시작했다.
“계속 쏴라!!”
위국이 자랑하는 삼열진이다.
일열의 강노병이 발사하는 사이 이열과 삼열은 조준을 한다.
숙련된 노병들이 강노를 발사하는 사이 망루에서 또다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목책 아래 있던 궁병들이 시위를 당긴다.
“쏴라!!”
곽회가 검을 들며 외치자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곡사를 위해서 하늘로 쏘아진 화살들은 방패병 뒤의 보병들에게 꽂혔다.
강노병의 직사와 궁병의 곡사.
그것으로 적의 수를 줄였지만 후열의 보병들도 방패를 들었다.
‘제길…’
방패를 활용하는 것은 위국 보병들의 특기였다.
인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보병들은 창술과 함께 기본적인 방패술을 익힌다.
그것을 적병들 역시 흉내를 내는 것이다.
‘단순 징병을 통해 모은 병력이 아니군.’
위국은 군역을 통해 백성들을 병사로 소집하더라도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게 한다.
그리고 장비를 지급하여 그들의 생존성과 전투력을 높인다.
하지만 다른 세력은 그런 방법을 쉽게 할 수 없었다.
물자의 부족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갑옷과 방패, 창을 지급해줘 병사들의 부담을 줄인다.
한의 방식에 따르면 군역은 백성의 의무였다.
그렇기에 군역을 치룬다고 해서 장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지급하더라도 그만큼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방패나 갑옷 같은 것도 자비로 구입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가난한 백성들은 창 한자루만 덜렁 들고 전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들은 다르다.
화살비 속에서도 방패를 들고, 또한 막아내지 못한 화살은 갑옷의 두꺼운 부분으로 맞아 피해를 최소화시킨다.
방어구의 사용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 말은.
‘정예병이다. 최소한 두번 이상 전쟁에 참여했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저정도의 정예병이라면 정군산을 차지하고 있는 적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생각한 곽회는 적들이 녹각 주변으로 모이자 강하게 외쳤다.
“쏴라! 녹각을 넘어오지 못… 저 자식들이!!”
녹각 근처에 온 이들이 기름을 뿌린다.
기름통과 주머니를 녹각에 던지고 망설임없이 불을 피워 태워버린다.
타버린 녹각을 창으로 찔러 길을 만들어내는 것을 본 곽회는 이를 갈았다.
하나하나 숙련된 자들의 움직임이다.
녹각을 태우고 가시덩굴을 걷어내고.
함정에 걸려도 후열의 보병들은 어렵지 않게 길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이 준비한 방어시설들이 하나하나 돌파되어가자 곽회는 까득 이를 갈았다.
“기병!”
“기병은 보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적들은 숙련된 보병이다. 지금 본영에 있는 기병은 고작해야 오백여명. 그들을 보내봤자 적 창병에 의해서 손실될 뿐.”
“크윽…”
“지금은 목책과 방어시설을 이용해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하후돈은 냉정이 판단을 내린 후 병사들을 지휘해나갔다.
강노와 화살은 여유가 있었다.
“쏴라!!”
적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단궁이었다.
사정거리가 강노나 장궁에 비하면 짧기에 첫번째 녹각을 넘은 익주병들은 망설임없이 목책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망루에서 적의 화살공격을 확인하고 뿔피리를 분다.
그 신호에 목책 안쪽의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내었다.
전세가 불리하다.
방패로 적들의 화살을 막아내던 곽회는 분통을 터트렸다.
“불화살!”
본영에 있는 치중을 노리는 것인가?
여기저기 떨어진 화살들 중에 불화살이 섞여 있었다.
그것들이 천막이나 병사들에게 맞아 불길을 만들자 곽회는 강하게 외쳤다.
“불을 꺼라!! 흙을 부어서 불을 꺼!!”
전투를 치루는 병사들과 불을 끄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병사들.
인원이 적다.
이만 이상이 머물러야 하는 진영을 고작 오천여로 방어하고 화재를 진압까지 하고 있다.
넓은 진영을 방비하기에는 수가 너무 부족하다.
‘어떻게 하지?’
간신히 침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곽회는 불안감에 빠졌다.
그를 힐끔 지켜 본 하후돈은 단호히 외쳤다.
“창을 들어라!!”
적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자 궁병들은 활을 놓고 창을 잡았다.
강노병이면 원거리 공격으로 충분하다.
위국 특유의 장창과 장극이 목책에 걸린다.
기형적으로 긴 무기를 목책에 거는 것만으로도 방패병 없이 전투를 할 수 있다.
목책을 방패로 삼아 적들을 공격하기 위한 진형이 만들어졌을 때 하후돈은 방패를 들었다.
적의 화살이 슬슬 지휘관을 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기!!”
목책 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하후돈이 강하게 외치자 긴장하던 병사들은 무기를 꽉 쥐었다.
목책 앞의 녹각에 불이 붙었다.
익주병들이 녹각을 부수고, 불태우는 사이에도 목책 위의 강노병들은 계속해서 강노를 발사했다.
강노는 많이 발사하면 시위가 헐거워진다.
활의 탄성이 약화되고 위력이 줄어드어버린다.
그 단점을 위국은 막대한 재정으로 메워버렸다.
많이 쓰면 강노를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럼 새로운 강노를 쓰면 되는 것이다.
목책 아래의 보급병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었다.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강노를 받은 강노병들이 장전을 하는 사이 하후돈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적이 너무 많다.’
개떼처럼 몰려들어오는 적들은 수도 많을 뿐더러 경험도 많은 것 같았다.
사슴 뿔처럼 생겨 적들의 진입을 막아내는 녹각을 불태우고 걷어내는 움직임이나.
빗발치는 화살을 막아내는 몸놀림이나.
결코 얕볼 수 없는 정병들 뿐이다.
또한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 역시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후방에서 전황을 읽어가며 뿔피리나 깃발로 병력의 통제를 빠르게 한다.
‘난감하군.’
하후돈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난세를 살아 온 무관으로써 기본적인 무력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위나 허저, 하후연과 같은 맹장은 아니었다.
재능만 놓고 본다면 일반인과 다를바 없는 재능을 가졌다.
그저 노력, 그리고 운, 마지막으로 겸허하며 소박한 성품으로 병사들의 인망을 끌어 이곳까지 올라 온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만들 책략을 짜낼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았다.
홀로 나서 수백의 적을 쓰러트리는 신위 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행동하는 것 뿐.
장기전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만 이러한 갑작스러운 전투에서는 쓸모없는 것이다.
하후돈은 힐끔 목책 아래를 보았다.
전황이 불리하다는 것 쯤은 병사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인 자신이 밀릴 수는 없었다.
여기서 두려워해봤자 오히려 손해다.
진영 내에 있는 봉화는 여전히 크게 불이 나며 검은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었다.
‘지원이 언제 오느냐가 문제인데…’
하후연, 혹은 서막과 호분.
그들의 지원이 없다면 아군은 금방 궤멸될 것이다.
목이 마르다.
전투가 시작된지 오래되었지만 점점 밀리는 것에 입 안에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장군!!”
“그래.”
정신을 차리자.
반드시 지원은 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지원이 있을 때까지 본진을 지키며 적과 싸우는 것이 장군의 임무다.
필사적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며 전투를 이어나가는 곽회를 본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저 녀석도 고생이 많구만.’
괜히 이런 전장에 끌려나와 적을 막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가정성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텐데.
“장군!!”
잠시 한눈을 팔았다.
간신히 화살을 막아낸 하후돈은 크게 외쳤다.
“격!!”
불타고 무너진 녹각 사이로 적들이 들어온다.
그들이 목책 주변에서 갈고리를 던졌을 때 목책에 끼워져 있던 창이 움직였다.
장창에 찔린 적병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간다.
“강노병은 기름을 든 놈을 쏴라!”
강노병 중 하나가 기름통을 던지려던 이의 머리를 저격한다.
그것에 맞은 이가 쓰러졌을 때 다른 이가 떨어진 기름통을 잡았다.
목책마저도 불태워버리려는 수작이다.
그것을 강노병들이 필사적으로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내지만 파괴된 녹각은 늘어났고 목책 근처에 오는 적들의 수도 많아졌다.
“불을 든 놈도 쏴라!!”
여기저기서 기름을 던진다.
목책이 기름에 축축히 젖어버리자 하후돈은 있는 힘껏 외쳤다.
불화살을 쓰는 궁병들의 머리에 화살이 꽂힌다.
목책이 무너진다면 아군이 불리하다.
그렇기에 적장도 어떻게든 목책을 불태워 구멍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한이여!! 영원하라!!”
횃불을 든 병사가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를 향해 강노병은 강노를 쏘았지만 적병들은 방패로 그를 보호했다.
그렇게 겨우 기름 범벅이 된 목책 앞에 도착한 그는 하후돈을 보며 씩 웃었다.
화르륵.
기름을 머금은 목책이 불타오른다.
목책 위의 강노병들은 이를 갈았다.
막고자 했거늘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목책과 목책을 연결한 줄이 불에 의해서 타들어가며 고정이 풀려나간다.
익주병들은 자신들의 창으로 목책을 후려쳐가며 쓰러트리려 했고 결국 불타오르는 목책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가라!!”
“쳐!!”
구멍 뚫린 목책으로 익주병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곽회는 강하게 지시했다.
방패병들과 창병들이 연합하여 익주병을 막아내 목책의 구멍을 막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될까?
한곳이 뚫리자 다른 곳의 목책에서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수가 너무 적어!’
지휘관들이 지휘를 하고 있지만 숫적 열세에 밀리게 되었다.
곽회는 이를 꽉 깨물었다.
차라리 좀 더 많은 병력을 데리고 올 것을.
연주에서 지원이라도 받아낼 것을.
그랬다면…
하지만 언제나 후회는 늦은 법이다.
“저자가 대장이다!!”
“네깟 놈들 따위에게 죽을 성 싶냐!!”
적병을 이끄는 지휘관 하나가 달려들자 그의 목을 베어버린 곽회는 이를 갈았다.
이딴 곳에서 죽었을 것이었다면 이미 가정성에서 열번은 넘게 죽었다.
허물어지는 적장을 걷어 차 쓰러트린 후 곽회는 강하게 외쳤다.
“이곳에서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거기장군만큼은 지킨다!! 가자!! 위국의 용사들이여!”
“오오오!!”
다른 이라면 모르겠지만 하후돈을 지키는 일이다.
그는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신분이 낮은 병사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는 자다.
하후돈의 부대에 배속되면 그가 베푸는 것에 의해서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받는 봉록을 줄여 병사들을 돌보는 이를 지키는 일이다.
병사들이 전의를 다지자 곽회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기와 전의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해. 제발 빨리 와다오…’
달려드는 적병을 베어넘긴 곽회는 내질러진 창을 피한 후 그것을 잡아 당기고 하후돈에게 접근하는 익주병에게 던졌다.
창에 꽂힌 적병이 쓰러지자 그는 다급히 외쳤다.
“장군을 지켜라!!”
이미 뚫린 목책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뭉치는 수 밖에.
몰아치는 익주병들과의 싸움에서 병사들이 자리를 이탈한다.
병사들을 모여 하후돈을 지키기 위한 방진이 만들어졌다.
익주병들이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전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슨…?”
망루에서 미친듯이 종을 치기 시작한다.
바깥에 새로운 군세가 나타났다는 신호에 곽회는 이를 드러내었다.
“싸워라!!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도착했다!!”
추가적인 적습이라면 뿔피리가 울렸을 터.
하지만 뿔피리가 아닌 종소리라면 아군의 지원이다.
잠시 후 목책 안으로 위군의 갑옷을 입은 이들이 들어왔다.
목책 안으로 침입하는데 성공해 승기를 자신하던 익주병들의 얼굴에는 낭패가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자신들이 독안에 든 쥐 꼴이 되어버린다.
녹각을 뚫고, 목책을 뚫으며 계속 공격을 받아 체력소모가 큰 익주병들은 체력이 남아 있는 이들의 공격에 결국 크게 저항하지 못했다.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한시름 던 곽회에게 갑옷을 입은 이가 달려왔다.
“백제!! 괜찮나!?”
“백익!? 네가 온 것이냐!?”
“그래.”
“어떻게…”
지원군을 이끌고 온 것은 곽혁이었다.
그가 온 것에 곽회는 당황했다.
주마곡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렇게 빨리 올 수 없었다.
아무리 전투를 시작하고 시간이 꽤 지났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단 말인가.
곽회가 놀라며 바라보자 곽혁은 한숨을 쉬었다.
“이 산. 뭔가 이상한 산이야.”
“무슨 소리지?”
“우리가 알고 있던 길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찰을 위해 조사를 해보니 이상했다.”
“그건 나도 알아. 이 산은…”
“예전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지.”
“곽 대부께? 어떤…?”
“방사들이나 도사들은 지형과 지물을 이용해서 길을 숨기고 잘못된 길을 만든다는 것을. 진법이라는 것인데 만약 아버지에게 그 진법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다면… 숨겨진 길을 찾지 못했을거다.”
곽혁의 말에 곽회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다면 자신의 불안감대로 이 산 자체가 함정일지도 몰랐다.
“정서장군께서는!?”
곽혁이 병사를 이끌고 왔다면 하후연은?
하후돈이 다가오자 곽혁은 그의 앞에 부복하며 외쳤다.
“정서장군의 명에 따라 구원을 왔습니다!”
“…그곳의 진영은 어찌하고?”
곽혁이 데려 온 병력은 약 일만여.
그렇다면 그곳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후돈이 당황하며 묻자 곽혁은 조심스레 답했다.
“정서장군께서 괜찮으니 가보라고 하셔서…”
“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바로 연이에게 가자!”
“왜 그러십니까?”
진유하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정군산을 조심하라는 말.
그 말이 하후돈의 머리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진유하는 알고 있었을까?
이 정군산이 이런 곳임을?
그리고 그 말을 왜 하후연에게 한 것일까.
하후돈은 창백한 어조로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강하게 외쳤다.
“어서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