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90
맹획과 축융인.
남만 북부에 있는 삼대 세력 중 두곳의 수장이다.
그들이 건녕으로 와 위국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른 부족들도 건녕으로 찾아왔다.
남만의 전사들이 계속해서 건녕으로 모인다.
그 수만 약 칠만.
그들을 끌어들인 순간부터 양수와 주유는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규율을 세우고 명령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자네는 교주에 다녀오게나.”
“물자만 가져오면 되는 겁니까?”
“음. 교주목에게는 내가 청했다고 하게나.”
무기와 방어구의 보급은 힘들지만 최소한 군량에 대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양수의 말에 황개는 병사들을 이끌고 교주로 향했다.
그가 나가자 주유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가볍게 만졌다.
“이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아무리 전쟁이 없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부족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서 부족의 편제를 나눠야 한다.
양수는 입맛을 다셨다.
“옛날에는 이런 식의 전투가 많았다고 하더군.”
“난세… 일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음. 그렇지. 제대로 된 군이 아니기에 하루만에 세력이 생겨나고, 멸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군. 단순한 산적들이 자신을 거기장군이니, 대장군이니 칭하기도 했고.”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 중원에서야 그냥 남만인으로 뭉뚱그리겠지만…”
남만에 있는 부족들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각 부족들마다 이념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
그런만큼 하나로 뭉쳤다고 해서 바로 통일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수가 웃으며 죽간을 내려 놓자 주유는 천천히 말했다.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나.”
“무기와 전술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남만의 방어구는 대부분 등갑입니다. 등갑의 약점은 아시겠지요?”
“화공?”
“예.”
“지형상 보면 성도와 연결되는 수마협곡과 그 우회로는 옛날부터 불이 잘 나는 곳이라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아마 저라면… 그곳에서 화공을 실시할 것입니다. 잘만 한다면 군을 절반 이상은 태워먹을 수 있겠지요.”
“그러겠지.”
가장 좋은 것은 그 두 길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회를 생각한다면 절대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양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유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선봉을 맡아도 되겠습니까?”
“선봉을? 하지만… 맹획과 축융인이 난리를 칠텐데? 그들을 설득할 수 있겠나?”
축융인과 맹획은 건녕에 온 이후로 서로를 의식하며 매일같이 경쟁 중이었다.
하나라도 더 많은 부족을 끌어모으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한다.
선봉은 가장 많은 공을 세울 수 있지만 가장 위험한 부대다.
그런만큼 신중해야 하는데 다들 공에 눈이 멀어서 선봉을 하겠다고 매일 찾아오고 있었다.
“지금 생각은… 맹획에게 선봉을 줄 생각이었다만.”
“맹획의 부하들은 몸이 날래고 주변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하지만… 그들 역시 등갑을 쓰는 이들입니다. 거기에 익주에서는 남만병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
분명 대응책 역시 생각해놨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주유의 진지한 표정에 양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자네가 맡아보게. 솔직히 선봉따위. 누가해도 상관없으니 말야.”
“당연히 그래야지요.”
안그래도 바쁜 양수에게 그것까지 맡길 수는 없었다.
주유가 작게 웃자 양수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리고… 손책이야 뭐. 교주목 밑에 남겠다고 하지만.”
“예?”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비록 몇달 정도에 불과했지만 일남군 정벌, 그리고 건녕까지 오며 양수는 주유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머리도 좋고 배짱도 좋다.
개인의 무력도 상당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냉정한 판단력이었다.
장수로서도, 책사로서도, 그리고 정치가로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중앙에서 조금만 다듬어준다면 어떤 자리로든 주유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를 중앙으로 데리고 가고 싶으시단 말씀이십니까?”
“정확히 봤네. 지금 중앙에는 인재들이 적어. 괜찮다면 자네에게 승상복야의 자리를 추천하고 싶군.”
“저는 태학 출신이 아닙니다만…”
“태학 출신이 아닌 이들 중에도 중직에 오른 이들은 많지. 자네도 알고 있는 고옹이라거나…”
“저를 좋게 봐주는 것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제가 중앙에서 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생각 정도는 해두게. 난 진심이야. 굳이 승상부가 아니어도 좋아. 자네정도라면 빠르게 적응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주유는 묘한 눈으로 양수를 보았다.
죽간에 글을 쓰던 양수가 의아해하자 주유는 작게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재를 발굴하려 하시다니. 참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것도 없어. 위국 중직에 있는 이들은 항상 인재를 발굴하는데 있는 힘을 다 쓰니까.”
“그렇습니까?”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재산이지. 특히나 우리 같은 관리들은 뒤를 맡길 만한 이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평가해야 해.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네는 뛰어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네. 그렇다면 믿고 맡길 수 있지.”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주유는 어깨를 으쓱였다.
“감사합니다.”
“뭘. 내가 더 감사하지. 그럼 나가보게.”
“예.”
밖으로 나온 주유는 죽간을 자신의 방에 내려 놓고 곧장 축융인과 맹획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작은 건물 근처에 도착하자 환호성과 함께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죽어라!”
“너나 죽어!!”
“또 싸우나…”
맹획과 축융인이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대무를 빙자한 싸움을 보며 주유는 살짝 인상을 썼다.
이래가지고 함께 전투가 가능할까?
뒤치기나 안하면 다행이겠다.
‘양 승상의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서로의 욕망을 자극하여 경쟁심을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더 많은 것을 내놓게 한다.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과열되었을 때 무슨 일이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오에서도 실패한 방식… 장기적으로 본다면 서로에 대한 골만 깊어지는 것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실까.’
축융과 맹획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들이대며 싸우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던 주유는 근처에 있는 손책에게 말했다.
“말려.”
“아아.”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손책이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축융인과 맹획은 씩씩거리며 무기를 내려 놓았다.
“뭐야?”
“아직 멀었어!”
“아니. 공근이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축융인과 맹획은 아직 투기가 남아 있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들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마주하며 주유는 담담히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맹획과 축융인, 손책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간 주유는 지도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등갑으로 무장한 남만의 전사들이 통과 하려다간 화공에 휩쓸릴 수 있다.
그러니 손책과 주유 자신이 주변의 정찰과 함께 선봉을 취하겠다.
그의 설득을 조용히 듣던 축융인과 맹획은 당연히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장난하오?”
“웃기는 소리! 우리가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지 몰라서 그런 건가?”
“수마 협곡은 화공을 당하기 좋은 지형이오.”
“그걸 누가 모르오? 나름대로 우리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소.”
주유는 크게 놀랬다.
축융인과 맹획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의 시선에 둘은 불쾌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우리가 남만인이라고 무시하는거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무슨 대책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선봉에 그다지 관심이 없소. 그저 익주를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지라.”
“수마 협곡의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소. 그곳을 통해 수마 협곡의 위를 점령한 후 통과하는 것이 우선. 그렇게 한다면 화공 뿐만 아니라 기습까지도 피할 수 있지.”
“지도에는 없는데?”
“당연하지. 그곳으로 들어가려면 고정의 세력이 머물고 있는 곳을 지나야 하니까.”
“…잠깐만. 그 말은?”
맹획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마협곡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려면 고정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거요.”
처음 듣는 정보다.
고정은 그저 익주와 연계하여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들과 먼저 싸우게 생겼다.
“그럼 그곳을 어떻게 공격하려고?”
주유의 질문에 축융은 대수롭지 않은 듯 자신의 날카로운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그 부분은 우리쪽에서 해결하기로 했지. 늪지대가 많다고는 하지만 나무들도 많고, 또 우리 축융부에는 늪에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 많으니까.”
“그게 사실이오?”
그런 능력이 있다니.
주유가 기겁하자 축융인은 천천히 말했다.
“등나무로 만든 넓은 판이 있는데 그 판을 이용한다면 늪을 빠르게 건널 수 있지. 축융부의 전사들이 나서 고정의 세력을 붕괴시킬거요.”
“그리고 그것은 나도 돕기로 했고.”
“허… 아니 그런데 왜 그런 건 말하지 않은거요?”
만약 알았다면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을텐데.
주유의 질문에 축융인과 맹획은 웃었다.
“댁들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약탈은 생활이고, 승자가 전리품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
“위국에 대해서는 현인께 들었소. 약탈이 허가되지 않는다고 했잖소?”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익주와 싸우기 전까지는 아직 우리는 위국 소속이 아니잖소. 그러니까 그때까지 우리는 남만의 방식대로 움직일 것이오.”
인간의 욕망이 무섭다더니.
주유는 맹획과 축융인이 보이는 탐욕에 감탄했다.
욕심은 사람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고정이 익주와 연계하며 얻은 것까지 가져가기 위해 축융인과 맹획은 수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할 말을 잃은 주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마음대로 해보시구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럼 뒷 일은 맡기지. 사실 이미 부하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하아. 그런 일을 할거면 좀 말하고 하시오. 말하고. 군에 있어서 보고는 생명이란 말이오.”
축융인과 맹획은 그저 씩 웃었다.
그들의 모습에 주유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차후… 이들은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겠군. 통제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하다.’
그들과 헤어진 후 주유는 바로 양수에게 보고했다.
맹획과 축융인이 보고도 하지 않고 수마협곡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미 시행중이다.
보고 체계 없이 그들이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수는 그저 웃을 뿐 이었다.
“이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합니다..”
“맞아. 문제가 있지. 독자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니까.”
“이대로 그들을 받아들였다간 익주와 싸울 때도…”
군의 강함은 그 통일성에 있는 것이다.
백명으로 나뉘어진 소규모 부대 백개가 여기저기 움직여봤자 일만의 군대를 당해낼 수 없다.
결국 각개격파 당할 뿐이라는 것을 양수가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양수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주유가 걱정하자 정욱은 무덤덤히 말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왜 그렇습니까?”
“그들의 그리 행동하는 이유 때문이지. 결국 그들은 누구보다 이득을 원하는 자들이라는 거야. 쉽게 말해…”
“그들은 장군감도, 책사감도 아닌 정치가라는 거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믿을 수 있어.”
책사와 장군이 승리를 위해 싸운다면 정치가는 오로지 이득을 위해서만 싸운다.
맹획이나 축융인이 승리를, 명예를 위해서 움직였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고정이 가진 부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오히려 통제가 더 편했다.
“부를 탐하는 돼지만큼 다루기 쉬운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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