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95
어깨에 상처를 입은 진식이 이를 갈며 돌아간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방통은 피식 웃었다.
“파성을 그냥 얻을 수 있었는데. 아쉽지 않냐?”
“어차피 나중에 얻게 될 것인데 뭐.”
“그렇긴 하지.”
저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나와 조가와의 관계다.
이제와서 군공을 더 세워봐야 내가 뭘 하겠나.
이제 더 이상 나에게는 군공이 의미가 없었다.
“법정이 저리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도 예정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움직이는게 낫겠군.”
“음.”
파성을 내어 줄 각오를 했다는 것은 빼앗길 각오도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법정이 파성을 잃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성도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이야기.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난 주변을 보며 외쳤다.
“전군 진군할 준비를 하라고 해!”
“예? 벌써 진군합니까!?”
“그래! 다른 놈들에게도 전해!”
내 명령에 병사들이 바삐 움직인다.
일단 병사들은 움직이게 하고…
나머지 장군들이 문제인데.
조운의 실력을 확인할 대무는 나중에 하라고 해야겠군.
난 방통과 함께 대무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이동 준비를 명령했는데 이쪽에서는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모여 있는 이들을 제치고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관평과 조운이 아직도 실력을 겨루고 있었다.
“허억…헉…”
목검을 든 관평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를 앞에 둔 조운은 꽤 여유가 있어보인다.
그는 검을 가볍게 겨누며 천천히 말했다.
“젊은 나이이신데도 대단하시군요.”
“하아아압!!”
목검과 목검이 부딪힌다.
관평의 두터운 팔에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그의 맹공이 시작되자 조운은 차분히 그것을 막아내었다.
와.
저걸 막네.
저걸 어떻게 막은거지?
머리를 향해 내리쳐지는 목검이 기묘하게 방향을 틀며 어깨와 허리를 노렸는데 그걸 조운은 가볍게 막아냈다.
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희안한 변초와 상대의 눈을 속이는 수법인데도 그것을 조운은 침착하게 전부 막아낸다.
그것도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주변의 병사들과 무관들이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그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얼마나 공방이 이어졌을까?
모든 공격이 막힌 관평은 이를 갈며 포효했다.
“으아압!!”
거친 포효와 함께 내리쳐지는 검격.
그것을 기다렸던 조운은 큰 공격을 가볍게 흘려내었다.
관평의 검격에 옆으로 비껴 흘려내려간다.
그가 비틀거리자 조운은 검을 잡지 않은 손을 뻗었다.
가볍게 관평의 목젖을 후려친다.
급소를 당한 고통을 관평이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조운의 손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오.
저거 금나수인데.
사부님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조운은 갑옷을 잡아 당겨내다가 밀쳐내고 다리를 걸어버렸다.
관평이 비틀거리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하자 조운은 관평의 어깨에 목검을 내려쳤다.
“큭!”
어깨를 제대로 맞은 관평이 땅에 쓰러진다.
벌떡 일어난 그의 얼굴은 수치심 때문인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걸로 끝내지요.”
“아직… 아직 멀었습니다.”
“계속해봤자 똑같을텐데요. 관 도위님의 실력은 대단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훈련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관평이 훈련을 했다지만 아직 조운을 당해내기는 힘든 걸까?
조운이 난처한 듯 어색하게 웃자 관평은 목검을 꽉 잡았다.
“한번만! 한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이런… 좋습니다.”
“좋기는 뭐가 좋아. 명령 못 들었냐?”
대무도 좋지만 해야 할 일을 미뤄 둘 수는 없다.
내가 나서자 둘은 무기를 내렸다.
“출발해야 하니까 짐 챙겨.”
“벌써 갑니까? 원래 예정은…”
“예정 변경이다. 원래 이런 식의 예정 변경은 자주 있어.”
조운은 작게 웃으며 목검을 다른 병사에게 주었다.
관평을 압도적으로 이긴 실력 때문일까?
병사들은 그에게 무척이나 공손했다.
하지만 몇몇 무관들은 그를 고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관평은 우직한데다가 사지에도 두려움 없이 들어가는 무관이다.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 그이기에 그를 존경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런 관평을 가볍게 이겨버린 조운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다.
쯧.
이걸 어쩌나.
나중에 날 잡고 한번 회식이라도 하며 좀 풀게 해야겠네.
“그럼 사형. 저는…”
“넌 방통과 붙어 있도록.”
“알겠습니다.”
“자~ 조 사제. 가자구~”
“하하. 예.”
조운과 방통이 이동을 위해 막사로 향하자 난 관평에게 다가갔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의 얼굴 여기저기를 보았다.
쯧쯧.
수건에 물을 적셔 그의 얼굴을 닦아 준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래. 조 사제의 실력은 어떻디?”
“…강합니다.”
“당해낼 수 없겠나?”
“그건… 아니지만.”
관평의 얼굴에는 포기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승부욕만이 있을 뿐.
조운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의만이 담겨 있었다.
관평의 장점이 바로 이거다.
어떤 산이 나타나도, 어떤 벽이 나타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
훌륭하다.
좌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이제 익주와의 전쟁은 막바지다. 그게 끝나면 대무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리고…”
난 전에 올라왔던 요청서를 떠올렸다.
위국 최강의 무관이 누구인지 가리기 위한 시합을 요청하는 요청서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기각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면 무관들의 사기 상승을 위해서 한번 생각해볼만 했다.
처음 듣는 소리에 관평이 주먹을 꽉 쥔다.
그의 얼굴을 닦아 준 후 난 웃었다.
“보아하니 제대로 상대조차 되지 못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걸 가지고 죄송할 필요가 있나. 약하다는 것은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것 아냐? 장료에게 청룡언월도를 넘긴 이후로 넌 계속 강해졌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고. 나는, 우리는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테니까.”
장합, 감녕, 서황.
그 외에 내가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라도.
이 녀석을 강하게 해줄 생각이다.
죽음을 즐기는 미친 짓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의 어깨를 툭 쳐준 난 몸을 돌렸다.
“아차.”
“왜 그러십니까?”
“어… 아무것도 아니야.”
진군을 위해 뛰어다니는 병사들 사이에 손상향이 말없이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수건을 본 나는 관평에게 쥐어 줬던 수건을 빼앗듯 가져왔다.
“아무튼 가서 씻든가 닦든가 해라.”
“수건… 주시는 것 아닙니까? 이미 더러워졌는데. 빨아서 돌려드리겠습니다.”
“됐어. 내가 빤다.”
난 손상향의 옆으로 지나쳤다.
그녀가 작게 목례하자 난 작게 웃었다.
잠시 후 종종걸음으로 손상향이 관평의 옆으로 갔다.
그녀는 관평의 다른 곳을 닦아 준 후 가볍게 부축해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 어울리는구만.
그들이 멀어지자 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부하들 챙기는 것도 일이구만.”
최대한 경계를 하며 빠르게 전진한다.
협곡을 지나고 밤에도 행군을 하며 전진한 끝에 사흘 거리를 이틀만에 주파했다.
멀리 파성이 보이는 위치까지 오자 난 교사원 요원에게 말했다.
“현재 파성의 상황을 확인해오도록 해.”
“내부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파성은 지금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성문을 전부 닫아 놓고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막았다.
그런 놓은 상태라면 변장에 능한 교사원 요원이라도 함부로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그가 난처해하자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바깥으로 군이 나갔는지 아닌지 정도라도 파악해봐. 협상이 결렬된 것은 저들도 알테니까.”
법정이 파성을 떠났든, 아니면 복장이 터져 죽었든.
그것도 아니면 진식이라는 자의 말대로 진짜 그가 객사했든.
뭐든 좋다.
상황을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거니까.
교사원 요원이 꾸벅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방통이 들어왔다.
바깥 쪽을 힐끔 보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파성 상황 확인하게?”
“그래야지.”
“알 수 있으려나.”
“몰라.”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이상 지금은 표면적인 정보만을 믿어야 한다.
교사원 요원이 파성과 연결된 다른 마을에 가서 수소문을 해 정보를 캐올 때가지는 이렇다 판단할 수 없다.
방통이 자리에 앉자 난 파성의 지도를 보았다.
“공성전이라…”
“하지 말까?”
“솔직히 조금 내키지 않긴 하네. 병력 소모가 클 것 같아서.”
공성장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위협만 할 생각이었지 실제 공성전은 원래 계획에 없던 거다.
정란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정란도 없으니.
“이건 내 방식이 아니라고.”
나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전투만 한다.
공성전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파성처럼 만반의 준비를 한 성을 앞에 둔다면 장비라도 제대로 갖춰야 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투석기와 충차 정도가 다이니 영 내키지 않는 것이다.
“파성을 꽁으로 넘겨준다고 할때 그렇게 잘난척 하더니.”
“그거야 허장성세였지.”
“허장성세 부려서 뭐하냐? 음… 일단 있는 공성장비 설치라도 해볼까?”
“그게 낫겠다. 문빙이 정란의 준비가 끝나는대로 가지고 온다고 했으니까…”
나로서는 공성전의 시작을 열흘 정도 후로 잡고 싶었다.
상자노는 없더라도 정란은 있어야 뭘 해먹지.
성문을 공략 한다고 하더라도 성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피해가 커진다.
병사들 하나하나가 돈이고 예산이니 공성전을 해라! 라고 말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거 일일히 따져가면서 어떻게 전쟁하려고 하냐?”
“정치가는 예산 밖에 모르니까.”
“쳇. 귀찮구만. 애초에 예산만 생각하면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 아무튼 나는 움직인다.”
“그래…”
방통의 말대로다.
예산의 확보와 안정을 위해서는 그냥 전쟁을 하지 않고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익주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교섭에 실패한 것은 우리 정치가들이다.
그게 불가능한 이상 이렇게 싸울 수 밖에 없지.
방통이 감녕과 관평, 손상향을 데리고 정예병과 공성장비들을 가지고 가버리는 것을 보며 난 볼을 긁적거렸다.
“정란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그래야 안정적으로 파성 공략을 실시할 수 있고 파성 내에 있는 놈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나오기라도 할텐데.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난 병사들에게 외쳤다.
“자! 우리도 어서 가서 본진을 만들자고!”
“예!!”
파성의 앞에 본진을 만든다.
목책과 녹각을 설치하며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는 사이 방통은 기술자들을 데리고 공성장비를 대놓고 설치했다.
방통도 알고 있었다.
정란이 없으면 전투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렇기에 일부러 보여주듯 공성장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저게 다 설치되려면 적어도 오일은 있어야 한다.
신형 장비들이 아니라서 설치되는 시간이 길다.
옛날 업성 공략할 때가 떠오르네.
이것을 보고 경계심을 가진 왕평이나 진도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이건 그저 욕심에 불과한걸까?
“에휴…”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파성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방통에게 내 망원경을 줬으니 위쪽의 상황 정도는 얼마든지 알 수 있을텐데.
혹시 공성계라도 쓰는 걸까?
내가 궁금해하는 사이 목책과 녹각의 건설을 마친 하후상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희는 준비가 끝났습니다만… 이제 뭘 합니까?”
“일단 우리는 대기하자고. 주변 탐문과 정찰을 하며 어떻게든 파성을 뚫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보고.”
“알겠습니다.”
치중을 지키고 전투의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후상이 방어시설의 설치를 마친 병사들에게 무기와 방어구의 정비를 시켰을 때 조운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사형.”
“왜?”
“잠시 정찰을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응? 정찰? 갑자기 정찰은 왜?”
“예전 사부님과 파성에 다녀 온 적이 있었는데… 성문을 통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뭣이라!?”
내가 놀라자 조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저도 확신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게… 인신매매에 관련된 일이어서… 사부님과 함께 그 조직을 궤멸시켰습니다만. 그 길이 아직 남아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어! 그래. 가봐! 그런게 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냐.”
“그들을 잡고 관에 알리기는 했지만 그 관리 또한 인신매매범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후임으로 누가 왔는지 모르는 만큼… 괜히 기대하게 하기 싫었습니다.”
“그렇구만. 알았어. 몸이 날랜 정예병을 좀 붙여주지.”
“감사합니다.”
조운이 고개를 숙이고 이탈한다.
그가 나가는 것을 보며 하후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간답니까?”
“확인할 것이 있다더라. 잘하면 금방 일이 끝날 수도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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