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21
“그럼 나 갔다올게. 다들 집에 있을거야?”
“예. 다녀와요. 가족들을 데려오라고 했지만 실제로 함께 가는 사람들은 없겠죠. 너무 늦게 오지는 말구요~”
“알았어. 그럼 갔다올게~”
아내들의 배웅을 받으며 난 집을 나섰다.
호위로는 주령이 따라붙었다.
그가 옆에서 걷자 난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넌 성이 호위 안하고 왜 여기 있냐?”
“안그래도 며칠만 있다가 도련님의 부임지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 그럼 갈때 촉금 좀 가져가라. 그리고 다른 음식이랑 약도 좀 가져가고.”
“예.”
원래대로라면 성이의 발령지까지 그가 함께 가야 했지만 그곳에는 태사향도 있고, 또 다른 태학의 동기들도 있다고 한다.
너무 과보호받는 기분이 든다며 성이가 당분간은 주령이 진가에 머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긴 이제 성이도 어른이니까.
나와는 다르게 무재도 꽤 있고.
옆에 호위가 있으면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지.
주령은 그게 아쉬운 듯 보였다.
“어쩌면 도련님은 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그런 소리 마라. 성이가 너를 얼마나 믿는데.”
좌풍익에서 성이가 이엄을 막은 이후로 주령은 성이를 주군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단다.
나야 나쁘지 않지.
나나 진가를 지킬 무장은 많지만 성이를 단독으로 호위할 만한 무관은 별로 없었으니까.
주령은 실력도 좋고 욕심도 별로 없는 자다.
그런만큼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성이도 주령을 꽤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문제는 없었는데.
자기 마누라도 생겨버리니 그런 것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시무룩해져 있는 주령의 등을 가볍게 치며 난 웃었다.
“지금은 저래도 시간이 지나면 호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게 되겠지. 지금은 그냥 내버려두자고.”
“예…”
주령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달래 준 나는 연회가 열리는 관청에 도착하자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래? 너도 들어갈래?”
“저는 승상부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연회가 끝나면 찾아가겠습니다.”
“그냥 같이 가지. 내가 데리고 오는건데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거고.”
있으면 박살을 내버리면 되고.
하지만 주령은 그저 선선히 웃을 뿐 이었다.
“이런 자리는 영 어색해서…”
“이번 기회에 안면들도 좀 익히게 하려고 했더니만. 쩝. 그럼 어쩔 수 없나? 가서 쉬고 있어.”
“예.”
주령이 고개를 숙이고 승상부로 향하자 난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청 안쪽에서 흥겨운 음악 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등을 가볍게 쳤다.
“승상부주!”
“오!! 상서령… 헉!? 얼굴이 왜 그 모양입니까?”
오래간만에 보는 종요의 얼굴은 말 그대로 반쪽이 되어 있었다.
엄청 피곤해보이는 그의 모습에 내가 당황하자 종요는 씩 웃었다.
“세명… 아니 네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하다보니…”
“하하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승전을 했으니 다행이지요.”
아직 전쟁을 통한 손익계산을 하지 못해서일까?
종요는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 마냥 좋아보였다.
전쟁한다고 승상과 승상부주, 거기에 위왕까지 냅다 전장으로 가버렸으니.
업에 홀로 남은 종요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물론 조조가 있기는 했지만 그는 건강 문제로 은퇴한 사람이다.
조앙이나 기존 승상부에 주던 것처럼 일을 넘길 수도 없었으니 고생이 힘들었을거다.
난 종요의 뒤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진 상서는?”
“며칠동안 철야를 하며 상서부에 머물렀습니다. 오늘은 일찍 퇴청했습니다. 늦게라도 참석한다고 했으니 걱정마십시요.”
“하하… 진 상서도 힘들었겠군요.”
“그가 원하던 것 아닙니까.”
관직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진림이다.
상서까지 올라갔지만 관직이 오른만큼 일도 많아졌다.
거기에 우리의 부재를 감당하기 위해 종요를 도왔을테니.
이만큼 고생을 했으니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는 휴가를 줘도 되겠다.
“상서령과 상서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으니 나중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들었습니다. 촉금과 촉옥이라지요? 하하… 혹 야관문 같은 것은 없습니까? 요새 아내들이 예뻐보여서 밤에 잠을 못 잡니다. 하하.”
“…상서령께서 지금 연세가 어찌 되시지요?”
“어디보자… 올해로 예순 여덟이군요.”
세상에.
이 나이에도 힘이 넘친단 말인가?
대단하다.
남자로서 존경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종요는 내 시선에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 왜 그리 보십니까?”
“아. 아니요. 도대체 그 정력의 근원이 뭔지…”
진짜 연구대상이다.
나중에 서주로 보내볼까?
내 시선에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자. 들어가시지요.”
종요와 함게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꽤 많은 이들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쟁에 참가한 자.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자.
문, 무관을 구분하지 않고 자리배치가 되어 있다.
다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도중 내가 들어오자 날 발견한 이들이 술잔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상부주! 어서 오십시요!”
“아아. 즐기시게나. 뭐 대단한 사람 왔다고 일어나나?”
“그래도…”
“나중에 전하 오시면 그때나 예를 갖추시게.”
어색해하던 이들이 자리에 앉자 난 내 자리로 찾아갔다.
상석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음료를 마시자 조용하던 이들이 다시 천천히 떠들었다.
내 눈치를 살피지 않고 그들이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든다.
그래.
연회때는 이래야지.
회의때 눈치코치 없이 떠들면서 지들 할말만 하면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업무시간도 아니잖은가.
고생한 이들을 위로하고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 내가 이유없이 나설 필요는 없지.
내가 홀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자 종요가 웃으며 다가왔다.
“한잔 받으십시요.”
“어이쿠. 이거 제가 올려야 하는데.”
“누가 올리면 어떻습니까?”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언제나 정중한 종요다.
그가 공손히 술을 따라주자 난 한모금 마신 후 그에게도 공손히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술을 나누고 있을 때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거기장군!”
“어서 오십시요!”
“그래. 그래. 내가 너무 늦게 온 것 아닌가 싶구만. 아. 다들 앉게.”
하후돈이 들어오자 다들 일어나 인사를 한다.
어쨌든 나에게도 어른이니 나도 다가가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요. 거기장군.”
“음. 자네도 왔었군. 자자. 다들 난 신경쓰지 말고 즐기도록 하게나.”
하후돈은 성큼성큼 걸어 나와 종요가 앉아 있는 상석으로 왔다.
그가 자리에 앉자 난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숙부님께서 참석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음? 내가 못 올 곳 왔나?”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숙부님은 이런 자리는 별로 안 좋아하시잖습니까.”
“사실 내키지는 않았지. 하지만 어쩌겠나. 맹덕이 나오라고 직접 얘기했는데.”
“하하… 강제 참석이군요.”
“그래.”
내가 따라 준 술을 단번에 마신 하후돈은 깊게 숨을 내쉰 후 내 잔에도 따라주었다.
“그나저나… 연이가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 하늘이 도우셨지. 하마터면 크게 위험할 뻔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몇년 요양을 해야 한다고 하니…”
정서장군직에서는 물러나야겠지.
사실 하후연 정도 되는 사람이 아직도 실무를 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다.
“연이는 서주에서 요양을 시킬 생각이네. 화타 의방에서 치료를 받으며 태원장에서 탕치도 해야 한다고 하더군. 며칠 전에 떠났어.”
“오! 그거 좋군요. 태원장의 온천이 진짜 좋습니다. 거기에 태학도 있으니…”
안그래도 태학에 무술사범이 모자르다고 했는데.
하후연 정도의 무예실력이라면 충분히 잘 가르칠 수 있을 거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가의 훈련법을 태학에 전수할 생각이네. 조가에서도 베푸는데 하후가에서 가만히 둘 수 있나.”
“명가의 것을 내어주는 것인데… 괜찮으십니까?”
“기본만 내어주는거야. 하지만 기본이라도 문관들이 배워둔다면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지 않겠나.”
하후상의 실력 바탕이 되어주는 기본기라.
그것만이라도 충분하다.
내가 만족하자 하후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년에는 나도 물러날 생각이네.”
“예? 왜 물러나십니까?”
“흐흐. 정군산에서 그런 개망신을 당하고 나보고 남아있으라는 건가? 나도 이제 퇴물이지.”
“승패는 병가지상사. 비록 정군산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만…”
이번 전쟁에서 명가는 제대로 죽을 쒔다.
정군산 전투때 하후연은 크게 당했고 하후돈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왕릉과 장기는 패배 후 참수되었고 명가 출신들 중에 제대로 성과를 낸 이는 없었다.
그나마 명가 출신 중에 성과를 낸 것이 양 사형과 사마의 정도 뿐이다.
하지만 그 둘은 명가 출신 관리들의 파벌에 들어가지 않으니 그쪽도 난감할 것이다.
하후돈은 씁쓸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였다.
“맹덕에게도, 그리고 전하께도 이미 말씀드렸어.”
“하아…”
거기장군인 하후돈이 물러난다라.
내가 입을 다물자 하후돈은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맹덕이 은퇴했을 때 나도 은퇴하고 싶었지. 그저 몇년동안 미뤘던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나.”
“하아… 그럼 차기 거기장군은 누구로 내정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이래저래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염두하고 있네. 자효, 아니면 지금 유주목인 자렴. 둘 중 하나라면 잘 해내겠지.”
조인과 조홍이라.
둘 모두 조앙을 좋게 보고 있는데다가 나와도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거기장군이 되어 장군부를 다스린다면 나야 감사할 일이지만…
“허나 두 숙부님께서 맡으시겠습니까?”
일단 조인은 장군직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후돈은 몇차례 조인을 자신의 후임으로 내정하려고 조조에게 건의했지만 계속 묵살당했었다.
그나마 간신히 위장군직을 떠넘기듯 맡겼지만 그도 조조 대의 사람.
안 그래도 계속 물러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거기장군직을 수행할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조홍은 더 심했다.
그는 장군직보다는 관리직을 더 선호했다.
유주목이 되어서 북방과 거래를 하고, 돈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듯 보였다.
북방에서 얼음을 만드는 것과 닭과 오리의 양식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데.
그걸 관두고 거기장군직을 맡을까?
조인이나 조홍이나 조가라는 왕가의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굳이 명예만 좀 높아지고 고생은 고생대로 해야 하는 중앙관직, 그것도 장군부의 수장직을 선뜻 맡아줄지 의문이다.
내가 떨떠름해하자 하후돈은 작게 웃었다.
“당연히 싫어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마땅히 추천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 사실 왕릉이 차기 거기장군의 재목이었지만…”
“쩝.”
왕릉이 그렇게 가버릴 줄을 누가 알았겠나.
하후돈과 내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내관이 들어와 외쳤다.
“위왕전하와 태상전하께서 납십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합세.”
진짜 이거 골치아프게 됐다.
연주목도 새로 뽑아야 하는데 거기장군도 새로 뽑아야 하다니.
진짜 누구에게 맡겨야하지?
하후돈이 비록 싸움에는 약하긴 했지만 그는 많은 장군들과 문관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의 후임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었다.
적어도 문, 무관의 대부분을 포용할 정도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진짜 몇 없다는 거다.
다른 문관직이라면 나나 양 사형.
정 안되면 나와 친한 이들이라도 시켜먹겠지만 거기장군직은 무관이니 아무나 넣을 수도 없었다.
“다들 모여줘서 고맙군. 자리에 앉게. 오늘은 격식을 잊고 편안히 먹고 마시는 자리이니까. 마음껏 즐겨주게. 여봐라.”
“예!”
“죽엽청과 화신주, 그리고 내가 저번에 만든 술을 가지고 오도록 하라.”
“예!!”
오.
진짜 많이 썼네.
죽엽청에 화신주까지 내주다니.
커다란 술동이들이 들어오자 조조는 죽엽청과 화신주의 동이를 열었다.
“지금부터 한잔씩 내가 직접 따라주지. 술이 약하더라도 조금 정돈 마셔주게나.”
날 왜 보는거지?
나보고 거절하지 말라는 거겠지?
하…
집에 가고 싶다.
난 연회가 시작하고나서 두잔 비운 노주를 보았다.
어떻게든 노주 선에서 끝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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