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20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왔다.
날 보고 엉엉 우는 청이.
말없이 안기는 희.
그리고 형주에서 한번 봤던 완이는 그냥 상냥히 웃으며 안길 뿐 이었다.
지금 산양군에 가 있는 휘와 서주로 발령이 난 성이.
진태와 함께 순선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는 율이.
산양군에 있는 아버지까지.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업의 진가에 있었다.
오래간만에 날 본 것에 어색해하는 아이들까지 모두 안아 준 후에야 난 겨우 방에 들어갔다.
“어이구 죽겠다.”
“식사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내가 갑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며 영이가 기쁜 듯 물었다.
내가 있는게 좋은가보다.
난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방긋방긋 웃는게 예쁘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영이는 까치발을 들어 도톰한 입술을 내밀었다.
“헤헤~”
“어이구. 좋아?”
“그럼요~”
찡긋 눈쌀을 반달모양으로 만들며 웃는다.
눈웃음치는게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찹쌀떡처럼 말랑거리는 영이의 볼을 꼬집어 준 나는 완갑의 끈을 풀어내 옆에 놓았다.
“음… 간단하게 먹어야겠지? 밤에는 승전 축하연이 있으니까 거기 참가해야 해.”
“우~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술 많이 안 마실거고 오래 안 있을거야.”
“그래도.”
에구.
이래가지고 나 출정은 어떻게 보냈데?
시무룩해진 영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준 후 하갑을 벗었다.
갑옷을 전부 벗어 갑옷걸이에 둔 나는 영이가 챙겨 준 두툼한 흑의를 입었다.
입는 것만으로도 꽤나 따뜻해진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 여기저기를 만져 본 나는 웃으며 물었다.
“솜이 들어갔나봐?”
“음. 네. 좋은 솜을 받았거든요. 닭털이나 오리털을 써볼까 했지만… 그건 겉옷으로 할거니까. 조금 기다려줘요~”
또 내 옷을 만드는 모양이다.
매년 두, 세벌씩 내 아내들은 나와 아버지, 성이의 옷을 만들어줬다.
옷감이 남으면 부하들의 옷도 만들어주고.
덕분에 옷장에 옷이 가득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옷 만드는 것이나 요리하는 것을 취미 생활로 즐기는데.
그걸 나무랄 수는 없었다.
“촉금도 많이 가져왔으니까 하고 싶은거 다 해.”
남편으로써 아내들의 취미생활 정도는 지원해줘야지.
내가 못 사는 것도 아니고.
내 말에 영이는 활짝 웃었다.
“어머? 정말요? 당신 옷을 새로 만들고 싶었는데. 애들 옷이랑. 채 언니와 장 언니에게 새로운 바느질법과 자수법을 배웠거든요.”
“그래. 그래.”
영이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난 의자에 앉았다.
날 따라 옆에 앉은 영이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냥요. 후후후~ 좋아서.”
“어이구. 이쁜 것.”
계속 빤히 쳐다보니 마음이 동한다.
하지만 지금 영이를 안았다간 아마 연회에 참석하기 힘들거다.
영이를 안고나면 청이나 희, 완이도 안아줘야 할테니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자 영이는 내 이마에 살짝 입맞췄다.
“그럼 내일은?”
“내일은 쉴거야.”
익주 정벌 때문에 계속 잡혀 있었는데.
하루 쯤 쉰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
오늘 연회에 가서 양 사형에게 말해둬야겠다.
내일은 집에서 푹 쉬면서 가족들과 놀아야겠다.
내가 내일 일정에 대해 말해주자 영이는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럼 내일은 솜씨발휘를 할게요! 약속이에요!?”
“어… 확답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세끼는 집에서 먹을게.”
“후후후. 착해라.”
영이는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이 좋아 난 얌전히 있었고 영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이 없는 사이 장 언니와 사, 소가 왔었어요. 진가에서 머물렀는데…”
“음? 아아. 그래.”
익주에서 사마의와 얘기를 했을때 그가 그런 말을 했었다.
전장에 나오는 사이 그들을 진가에 맡겼다고.
딱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이는 작은 어조로 말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왜?”
“장 언니의 건강이 조금 걱정되던데.”
“어? 진짜?”
장춘화에게 뭔 일이 있나?
이거 서주의 의방으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내가 떨떠름해하자 영이는 작게 손사레를 쳤다.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닌데요. 중달 오라버니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언니도 은근히 외로움 많이 탄다니까요.”
“그럼 것이면 다행이군.”
사마의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바로 집으로 갈테니까.
“그나저나 사와 소는 어때?”
“다들 착한 아이들이죠.”
영이는 웃으며 말했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후상과는 평이 판이하게 다르다.
내 표정을 본 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아냐. 아무것도.”
영이는 내 손을 상냥히 감싸잡았다.
그녀가 지그시 응시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별 것 아니고. 사와 하후상의 딸인 휘가 정혼을 맺었잖아? 그런데 하후상은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고 하네.”
“어? 그래요?”
“응.”
“왜요? 두 가문이라면 잘 어울릴텐데.”
“아직 어린 애들이 뭘 알겠어?”
“왜요~”
영이는 내 품에 폭 안겼다.
“나도 어렸을 때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는데.”
아 그랬지.
영이가 나에게 반했다고 한 것은 영이의 일곱살때, 내가 사마가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였다.
그때부터 영이는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더 일찍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뭐. 아무튼 내가 그 부분을 중재하기로 했으니까.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결혼생활은 불행할 뿐이라고.”
“그렇긴 하지만.”
난 영이의 볼을 쓰다듬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은 나에게 맡겨줘. 음… 일단 간단하게 뭐라도 좀 먹을까? 그리고 나면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어? 정말요? 뭔데요?”
“중달은 엄청 좋아하던거니까. 기대해줘.”
“헤헤~ 승상부계나 부인빙 같은건가요?”
“음… 비슷해.”
영이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지어졌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영이다.
그런만큼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새로운 요리법을 보게 되는 것이니 좋겠지.
요새는 영이가 나보다 더 승상부계나 부인빙을 잘 만든다.
음.
개발자로서 좀 더 노력해야겠구만.
영이와 희, 완이가 요리를 하는 사이 난 청이와 함께 커다란 철제 냄비에 생두를 넣고 볶았다.
그리고 멧돌로 간 후 적당히 불려 식히고 삼베주머니에 담았다.
그것을 식혀두고 밥을 먹은 후 난 두열에게 말해 다과를 준비시켰다.
식혀 둔 삼베자루를 가져오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시는거에요?”
궁금해하는 청이를 향해 난 대답 대신 그냥 웃어보였다.
익주에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서역 상인이 정욱을 찾아왔다.
덕분에 그에게 손짓발짓해가며 생두를 볶는 법과 커피를 내리는 법을 제대로 전수 받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하길 볶은 생두를 갈고 바로 우려내면 맛이 쓰니 좀 식혀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몇번 만들어보고 서역상인이 만족할 정도의 합격점을 받았으니 괜찮겠지?
난 화로 위에 있는 주전자를 가리켰다.
“청아. 뜨거운 물 좀 줄래?”
“여기요.”
다들 궁금해하고 있는 와중에 난 커다란 주전자에 삼베주머니를 가져다 댄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삼베주머니를 타고 검은색 물이 뚝뚝 주전자 안으로 떨어진다.
“오… 향이 아주 좋군요. 이게 뭡니까?”
서황도 궁금해하자 난 천천히 답했다.
“서역의 흑주차라는 거다. 귀한 거니까 한잔씩 해.”
“아! 흑주차?”
“엉?”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왔다.
내가 바라보자 희아는 과거를 추억하듯 작게 웃으며 흑주차의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어… 예전에 상인이 가져다 준 적이 있는데. 그때 한번 마셔 본 적이 있어요.”
“그래? 맛은 어땠는데?”
청이가 궁금해하자 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야 당도 넣지 않고, 우유도 넣지 않으면 그럴 수 밖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취향을 타는거니까. 분명 어렸을 때였지?”
“예.”
“흑주차는 어른의 차니까.”
“하긴… 제 기억 속에 아버지는 흑주차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것 같으니까…”
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을 때 난 흑주차를 다 우려내고 그것을 잔에 따라주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찻잔을 다들 한잔씩 받는다.
“일단 향부터 맡아보고, 그리고 한모금씩 천천히 마셔봐.”
“예.”
다들 천천히 흑주차를 마신다.
그들을 지켜보자 역시나.
완이와 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잔을 내려 놓았다.
“어때?”
“으음… 저는 역시.”
“너무 쓴 것 아닌가요? 약이에요?”
완이와 희는 싫어하고.
청이는 의외다.
흑주차가 입에 꽤 맞았나보다.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자 난 웃으며 물었다.
“괜찮아?”
“예. 영이 언니 덕분에 입이 고급이 되기는 했지만. 전장에서는 아무거나 잘 먹었거든요.”
“아… 그런 의미로? 영아. 너는?”
“전 아주 좋은데요. 이 쓴맛이나, 향이 마음에 들어요… 흑주차라구요? 많이 있어요? 다음에 이거 끓이는 법 가르쳐주세요. 뭔가 이래저래 해야 하는 것 같은데?”
“하하. 그럴 것 같았다. 중달도 좋아했거든.”
서황과 주령도 딱히 입에 맞지는 않은 듯 보였다.
그들도 잔을 내려 놓자 난 다른 도구들을 들었다.
“그건 뭐에요?”
“서역 상인이 팔던 거였는데. 적당히 고쳐서 만든거야.”
작은 통에 구멍이 나 있고 거기에 대나무로 만들어진 긴 나무가 박혀 있다.
그리고 대나무의 끝은 등나무를 가공하여 방수성이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진 거품기가 달려 있었다.
“화로에 있는 것 좀 가져와라.”
“예.”
서황은 아까 물을 가져 올 때 내가 올려 둔 주전자를 가져왔다.
주전자 안에 있는 따뜻한 우유를 통 안에 넣은 후 난 대나무를 잡았다.
“우오오오오!!”
“여, 여보? 뭐하는거에요?”
“우유거품 만들어.”
당황한 아내들을 향해 웃은 후 난 뚜껑을 열었다.
우유거품을 흑주차가 담겨져 있는 찻잔에 부어주었다.
“자. 이제 쓴 맛이 좀 가라앉았을거야. 먹어봐.”
일종의 카푸치노다.
원래대로라면 에스프레소로 해야하지만.
에스프레소는 만들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우유거품의 부드러운 맛 덕분인지 그냥 흑주차를 먹는 것보다 더 잘 먹었다.
최적의 맛을 만들기 위해서 조앙과 양 사형이 배가 터지도록 마셔봤으니 맛은 보장할 수 있다.
“음… 아~ 좋다~”
“굉장히 부드럽네요.”
“사실 이걸로 흑주차에 그림도 그릴 수 있는데… 나는 못하겠더라.”
이유하의 시대에서 훈련을 하면 된다는데.
몇번 해봤지만 택도 없더라.
“이것도 서역상인의 방법인가요? 아니면…”
완이의 질문에 난 그저 웃기만 했다.
내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고 있었다.
이유하의 비밀에 관한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완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더 묻지 않고 카푸치노를 한모금 홀짝였다.
“후~ 좋다~ 맛있어요. 쓴 맛이 많이 줄었네요.”
“당신도 만들어줄까?”
“예. 한번 마셔볼게요.”
이건 사마의에게도 먹여보지 못한건데.
영이는 하얀 우유거품이 가미된 흑주차를 홀짝거린 후 빙긋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 나도 마주 웃었다.
“맘에 안드는구나?”
“헤헤~ 눈치챘어요?”
“당연히 우리가 몇년을 같이 지냈는데. 뭐 취향은 어쩔 수 없는거지. 서황. 잔줘봐.”
“어. 예?”
흑주차를 한모금 마시고 더 먹지 않던 서황은 우유거품이 들어가자 두 손으로 잔을 꼭 잡고 홀짝거렸다.
“오… 이건 좋군요.”
“그렇지? 그런데…”
“예?”
“너 수염이 하얗다.”
우유거품을 좀 많이 넣어서 그런 것일까?
서황의 수염에 하얀 거품이 물들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우리는 작게 웃었다.
“그런데 이거 되게 좋네요. 여보. 또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청이는 카푸치노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녀가 웃으며 묻자 난 고개를 저었다.
“만들어줄 수야 있지만 이거 많이 먹으면 밤에 못자. 하루에 한잔만 마셔.”
“음… 밤에 못자면.”
청이는 살짝 나에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이 재워주면 되죠?”
“…어.”
이거 어째 내가 내 무덤을 판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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