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23
명가 출신 관리들과 아닌 관리들이 마찰을 일으킬 것에 대해서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앙도, 양 사형도 내가 나선 이후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회는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딱히 화를 낼 생각은 없다.
젊음의 혈기에, 그리고 술기운에.
다들 마음에 담아 둔 것을 말한 것이니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표현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이렇게 나오는게 차라리 낫지.
조금 어색한 감이 남기는 했지만 어쨌든 연회는 끝났다.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알아서 이차를 가라고 한 후 난 진림을 불렀다.
“진 상서. 아까는…”
“하하하. 괜찮습니다. 하지만…”
진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내가 그를 걸고 넘어진 것 때문이 아니다.
아까 있었던 마찰들 때문이었다.
겨우 내가 봉합하기는 했지만 내부에서 조금씩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태상전하대의 신료들은 서로 힘을 합쳤지만, 그 후대가… 하아. 이거 후계자 양성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요.”
“명가 출신 관리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항장 출신들도, 그리고 비 명가 출신들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항장출신 관리 중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고 큰 출세를 한 진림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난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아까 제가 했던 말은 모두 진심입니다. 종 상서령과 진 상서가 계시기 때문에 저희가 마음놓고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상서부에서 포괄적인 통제를 해주는 덕분에 승상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거다.
내가 웃으며 말했을 때 내 뒤로 온 조앙과 양 사형은 동의했다.
“맞아. 상서부에서 고생이 많은 것은 알지. 그리고 진 상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도 알고. 그러니 너무 마음쓰지 마시게.”
“전하…”
“진 상서가 나와 승상부주의 업무를 대응해줄 수 있는 덕분에 우리도 바깥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승상께서도. 하하… 감사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힘내주시길 바라오.”
“예. 그리고 보내주신 촉금과 촉옥은 잘 받겠습니다.”
“더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진림은 빙긋 웃은 후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그가 멀어지자 양 사형은 싸늘히 웃었다.
“참 쉬운 사람이야. 아닌 척 하지만 마음도 여리고.”
“그러니까요. 욕심과 야망이 명확한 사람이면 오히려 손을 잡기 편하지요. 그리고 저리 마음이 여리면… 그가 의지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놈들보다 저런 사람이 편하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는 이에게는 그냥 그것을 주면 되니까.
나와 양 사형의 대담을 들은 조앙은 씩 웃었다.
“그럼 우리도 이차 갈까? 괜찮은 술이 좀 들어왔는데.”
“됐습니다. 집에 가야지.”
“허… 치사하게 이럴거야?”
“전하도 사저께 가보십시요. 혹시 다른 마음 품고 있는 것 아니겠지요?”
내가 투덜거리자 양 사형은 눈을 희번뜩 뜨며 조앙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조앙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허. 아직까지도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데 무슨 그런 헛소리를. 슬슬 천이 동생도 만들어 볼까 생각하고 있구만.”
“하실거면 빨리 하십시요.”
채 사저도 이제 나이가 꽤 있다.
아무리 화타와 장중경이 건재하다지만 노산은 이유하의 시대에서도 위험한 것.
청이와 비슷한 나이인 채 사저인 만큼 둘째를 낳으려면 빨리 준비해야 할거다.
내 말에 조앙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들 보자고.”
“어. 전 내일 휴가쓸겁니다만.”
아내들과 약속했다.
내일은 집에서 빈둥거리기로.
양 사형은 인상을 썼지만 난 무시했다.
나도 좀 쉬자.
“그럼 내일은 승상부주가 쉬고, 내일 모레는 승상이 쉬고, 그 다음 날은 내가 쉬면 되겠군.”
“그렇게 하지요.”
“제일 어린 주제에 빠져가지고. 가장 먼저 쉬려고 하다니. 쯧. 나 때는 안 그랬다.”
“아니 사형 때는 당연히 그럴 수 없지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양 사형이 승상부주 노릇을 할 때 승상은 순욱에 위왕은 조조였다.
쉬고 싶어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으니 못 쉬겠지.
하지만 나 진유하.
그런 사소한 눈치따위 보는 남자가 아니다.
양 사형의 투덜거림에 난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럼 복귀하겠습니다. 다들 푹 쉬십시요.”
그들에게 인사를 한 후 난 승상부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내 집무실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령은 내가 들어오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나셨습니까?”
“음. 이제 가자고.”
“예.”
그의 호위를 받으며 승상부를 걸었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두가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승상부, 상서부, 그리고 장군부는 전후처리를 위해 당분간 비상이 걸려버렸다.
하급 관리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밤을 새워가며 고생을 한다.
쯧쯧.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흑주차 재배를 반드시 성공할테니까.
“어흑! 갑자기 왠 한기가…?”
“응?”
복도를 걷던 미청년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를 본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어? 형님!”
미청년은 죽간을 든 채 쪼르르 달려왔다.
홍안에, 선이 얇은 미청년 조충이다.
청이와 무척이나 닮은 그는 싱긋 웃었다.
“승전 축하드립니다.”
“오냐. 요새도 바쁘냐?”
“예. 뭐 그렇지요.”
“업무는 어때. 할만하고?”
“하하하… 승상부의 업무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러겠지.
조충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는 천재에 속하는 녀석이었으니까.
거기에 자기 자신의 열의도 대단했다.
“관복을 보아하니… 낭중의 자리에는 오른 것 같은데.”
“모두 형님들과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겸손한 척 하기는.
조충은 겸손을 가장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훤히 드러나보였다.
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너 뿐이냐? 다른 녀석들은?”
등애와 낙통이 보이지 않는다?
내 질문에 조충은 차분히 답했다.
“등 형님과 낙 형님은 지금 순찰과 도적 토벌을 위해 나가셨습니다. 내일 복귀 예정입니다.”
“순찰이랑 도적 토벌? 그걸 왜 승상부에서 하냐?”
“장군부의 지원요청을 받았습니다. 전쟁 때문에 장교들이 적어서… 각 부서의 무관들이 장군부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쯧. 고생이 많겠군. 이제 그것도 끝이니까 너무 걱정마라. 내일 쯤이면 정상적으로 돌아갈테니까.”
“예!”
업무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때문일까?
조충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햐~ 좋은 거 봤다… 조 공자님의 미소를 보다니…”
그의 웃음을 본 관아의 시녀들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소근거리고 떠났다.
그런데 소근거릴거면 좀 조용히 소근거릴 것이지.
흥분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꽤 컸다.
“너 인기 많다?”
“인기… 그저 외면을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
내가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잘 차려입은 시녀가 걸어왔다.
그녀는 나에게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승상부주께 인사드립니다.”
“음… 그래… 어? 자네는 두 군수의 여식 아닌가? 이름이…”
뭐였지?
꽤나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를 보며 내가 묻자 그녀는 생긋 웃었다.
“소녀. 두익이라 하옵니다.
“그래… 그런데 왜?”
왜 두기의 딸이 여기 있어?
내 의문을 눈치챈 그녀는 힐끔 조충을 본 후 상냥히 말했다.
“아버님께 말씀드려 나라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했습니다.”
“두 소저는 시녀로서 승상부의 시녀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현명하고 일처리가 빨라서 승상부의 다른 관리분들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저.”
“아이… 조 낭중. 소저라니요. 그저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작은 여인에 불과합니다. 부디 말씀 낮춰주셔요.”
아항.
보아하니 조충에게 꽤나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두기정도 되는 남자가 자기 딸을 승상부의 시녀로 보낸 이유를 알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나에게 살짝 목례한 후 들고 있던 것을 조충에게 주었다.
“요새 날씨가 아주 찹니다. 조 낭중께서는 바깥 출입이 잦으시니… 부디 고뿔에 걸리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털실로 짠 목도리다.
조충이 그것을 받자 두익은 나와 조충에게 인사한 후 쪼르르 가버렸다.
그녀 외에도 몇몇 시녀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손에 이것저것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조충에게 주고 싶은가보다.
“이거 참. 내 젊은 시절을 보는 듯 하군.”
내가 어렸을 때도 많은 시녀들이 나에게 어떻게든 눈길 한번 받아보려고 했었는데.
비록 아내들에게 막혀서 표현은 못했지만 나를 마음에 둔 시녀들은 많았을거다.
…많았겠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조충은 쓴웃음을 지었다.
“형님께서도 그러셨습니까? 요새는 들어오는 선물들이나 연서가 너무 많아서… 이것 때문에 선배들에게도 놀림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 원래 그게 잘생긴 남자의 숙명이란다.”
나처럼 말이지.
합비에 있을 때 내 인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조충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난 조충의 등을 몇번 쳐준 후 말했다.
“아무튼 젊어서부터 여색에 홀리는 것은 좋지 않아. 그럴바에는 차라리 빨리 한명 잡고 정착하도록 해라. 조가에 정혼서가 들어왔을텐데?”
조충 때문에 두기의 딸이 시녀직까지 감수하려고 하는 정도라면 말야.
딸 있는 다른 가문에서도 조충을 노리고 정혼서를 계속 보낼 것 같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좋은 혼처를 알아봐주신다고 합니다. 저는 그저 따를 뿐이지요.”
“그래. 자식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조가와 남이 아니니 한번 알아보마.”
“감사합니다. 그럼 형님. 저는 업무 때문에…”
조충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가버리자 주령은 희미하게 웃었다.
“조 낭중의 인기는 서주에서도 유명했습니다. 태학에서부터 꽤 많은 연서를 받았다지요.”
“그래? 성이는?”
“진 도련님은 애초에 혼인을 하시고 태학에 들어오신 것이라…”
주령은 성이를 비호하듯 머뭇거리며 말했지만 대충 알 것 같았다.
성이가 생각보다 인기가 적구만.
임자가 있는데 다른 곳에 눈 돌릴 겨를이 없는 것이 낫지.
“흐… 뭐 이래저래 춘풍이 불어닥치겠군.”
“춘풍 이전에 균열이나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외부의 적이 사라졌으니 내부에서 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오~ 그 얘기였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위국은 항상 외부의 적들과 싸워왔다.
조조가 연주목이었을 때는 원소라는 적.
원소를 잡고나니 황제의 압박을 이겨내야 했다.
거기에 유표, 한수, 유장, 오.
천하를 잡기 위해서 항상 외부의 적을 잡으려고 내부에서 일치단결해왔다.
하지만 이제 외부의 적은 없다.
기껏해야 부여 정도?
서역과는 거래도 간신히 하는 정도에 불과한 만큼 적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힘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조조대와 조앙대는 우리가 있으니 어떻게든 내부적인 불만을 잠재워나갈 수 있었지만.
과연 후대에도 그럴지는 의문이었다.
주령이 이런 정치적인 문제를 언급할 줄이야.
내가 놀라며 바라보자 주령은 볼을 긁적거렸다.
“사실 도련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입니다.”
“성이가?”
“예. 전에 집에 오셨을 때 사마가의 첫째 도련님과 대화를 하셨습니다. 그때 나눈 이야기가 그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위대한 아버지들의 업적이 빛을 발하는 동안에는 괜찮지만…”
그 업적의 빛이 끝나는 날.
내부에서 곪아져 온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성이와 사마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줄이야.
난 주령의 등을 가볍게 쳤다.
“괜찮아. 위국에는 현명한 녀석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우리도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고.”
이런 문제 때문에 각 세력간의 견제가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걱정하는 주령을 향해 웃으며 난 말에 올랐다.
그래.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외부의 적이 없어진 이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일이.
“그러려면 일단 가장 큰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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