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25
승상부로 등청을 하니 양 사형이 피곤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첫날부터 밤샌건가?
그는 정리한 문건들을 책상 위에 올려 놓은 후 말했다.
“당장 처리해야 할 것들이다.”
“뭡니까?”
“전후처리지. 승상부의 무관들, 그리고 내년 농사에 관한 것들이다. 상서부에서 우리가 없는 동안 각 지역별 소요에 대해서 정리를 해놨어. 그 중 교주와 남만으로 보낼 것들을 따로 추려놨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소비된 장비들, 만들긴 했지만 쓰기 힘든 장비들의 처리 문제도 걸려 있어.”
“예에…”
“또…”
아니 뭐 이리 많어?
하룻밤 새에 진짜 많이 했네.
양 사형이 정리한 문서들을 확인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거 오늘 밤을 새도 다 못하겠는데…”
당장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들만 봐도 이정도다.
고작 몇달 손을 놨을 뿐인데 이렇게 밀려버리다니.
내가 떨떠름해하자 양 사형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손도 대지 못했으니까.”
“아… 그렇겠죠?”
가장 큰 문제.
바로 한을 처리하는 문제다.
천하를 통일한 이상 더 미루기도 힘들다.
이대로 한을 끌고 가다보면 분명히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한 대신 위국이 천하의 안정을 이뤄냈으니. 진정한 충의를 가지고 있다면 병권과 행정의 대부분을 다시 한으로 돌려야 하지 않냐.
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빨리 한을 처리해야 한다.
내가 팔짱을 끼자 양 사형은 차분히 말했다.
“화 시중과 오늘 약속을 잡아놨으니 만나보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간다.”
크게 하품을 한 양 사형이 터덜터덜 나갔다.
그가 나가고 잠시 후 시중부의 낭중이 찾아왔다.
“승상부주. 시중이 지금 만나기를 청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밖에 계신가?”
“예.”
“들어오시라 전해주게.”
화흠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 난 주변의 사람을 물렸다.
이제부터 해야 하는 이야기는 극비다.
“슬슬 때가 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최공과 유학자들이 복귀하기 전에 빨리 정리를 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화흠은 바보가 아니다.
그도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을 터.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다.
“가장 모양새가 좋은 것은 역시…”
“선양이지요.”
덕 있는 신하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는 좋은 전통인 선양을 활용하면 한을 치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모양새가 좋을 뿐이지 결국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한것이니… 잘 해야 할 것입니다.”
화흠은 고개를 끄덕인 후 진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일단 폐하를 만나뵙고 그 이야기를 조금씩 언급하는 것이 우선일 듯 싶습니다. 거기에… 황후마마도 생각해야 하고.”
황후는 조가의 사람이다.
어쩌면 그녀와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조가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까?”
“예. 하지만 조가에서 나서는 것도 웃긴 일 아닙니까?”
하긴 그렇지.
황제의 자리를 조앙에게 넘기는 것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지요. 그럼 이 부분은 저희 신하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 같은데… 확실히 동의하는 이들이 누가 있습니까?”
“일단 저, 승상, 그리고 상서령… 또 거기장군도 동의할 겁니다.”
“하후 장군께서는 은퇴한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동의한다고 하셔도…”
화흠은 아직 후임자에 대해서 모르는구만.
다음 대 거기장군 후보에 대해서 내가 귀뜸해주자 화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만 군수께서는 언제 오신답니까?”
“승상이 어제 전서구를 보냈다고 하니 한달 안에 오시겠지요.”
“분명 그는 한보다는 위국에 충의를 바치는 분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격하게 거부하실텐데. 그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병사들을 데리고 가서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지요.”
바로 황제가 개수작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지죽위송 사건 이후로 황제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살고 있었다.
정무에 관심을 가지기는 커녕 매일 황궁 안에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사냥만 하는 정도가 그가 하는 일의 전부다.
내가 직접 진행한다면 황제도 별다른 짓을 하지 못하겠지.
“그럼 길일은 언제입니까?”
“가장 가까운 길일은 내년 춘일이지요. 하지만 그때 하기는 조금 문제가 있고. 내년 하지때가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 하지면 이제 반년 좀 넘게 남았군.
딱히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양을 받아내려면 할 일도 많았다.
그걸 처리하면서 밀린 일들도 하고, 또 전후처리까지 생각하려면…
젠장.
개고생할게 눈에 훤하군.
내가 눈쌀을 찌푸리자 화흠은 씩 웃었다.
“그래도 찬탈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화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황제를 만날 준비를 해볼까?
화흠과 본격적으로 황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황제가 알현을 거부하지 못하게 일정을 잡았다.
이정도라면 딴소리는 못하겠지.
화흠이 만족하며 나가자 난 한숨을 쉬었다.
“해야 할 일들은 이미 정해졌는데 시간이 없군.”
쉬러 간 양 사형을 다시 불러야 하나?
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등애가 들어왔다.
“승상부주. 무사 복귀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 그래. 나 없는동안 바빴다면서?”
“저희가 바빠봤자 승상부주만 하겠습니까.”
“그래… 그런데 무슨 일이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오늘은 화흠말고 따로 만날 사람은 없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등애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병주목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당장 모시게.”
가 사형이 왔다고?
연락도 없이 갑자기?
잘됐다.
하후패의 일로 어차피 한번 이야기를 하기는 했어야 했다.
잠시 후 등애의 안내를 받으며 가 사형이 들어오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오십시요.”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승상부주. 승전 축하드립니다.”
“별 말씀을. 등애. 나가있도록. 병주목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차는 어떤 것으로 내올까요?”
“내가 직접 타지.”
“알겠습니다.”
등애가 나가자 난 가 사형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 난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사형.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부님께서 돌아가셨다고?”
“어?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형주에 있는 내 사람이 전해주었지. 그 외에도 이래저래 들은 것이 많아. 조 사제 덕분에 방 사제가 목숨을 구원받았다거나. 그 외에도 여러가지. 나중에 사부님의 묘에 갈때 나는 따로 찾아뵙겠네.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
진짜 귀신같은 사람이군.
하긴 교사원의 진짜 원주이니 정보를 얻는 것이 남들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가 사형은 내가 타 준 흑주차를 홀짝거리며 무덤덤히 말했다.
“이제 다 끝났구만.”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뭘. 자네가 더 고생했지.”
가 사형도 한을 제거하는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강하게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감개무량하겠지.
이십년도 넘게 원하고, 또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기 직전이니까.
“흐음…”
그가 눈을 감고 여운을 즐기는 것을 본 나는 내 흑주차에 당을 담았다.
말없이 눈을 감고 있던 가 사형은 천천히 눈을 뜨며 물었다.
“진행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선양의 방식으로 가려고 합니다만.”
“그거 좋군. 교사원에서 지원해주겠네. 사제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야. 황제는 자네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뭐… 그렇죠.”
“허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비록 황제를 따르는 이들은 대부분 힘을 잃었지만…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지. 교사원에서 정해 둔 이들을 감시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려면 당분간 내가 업에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교사원주인 것은 계속 숨기고 있는게 나으니 적당히 핑계를 만들어주게.”
“그럼 승상부에서 병주목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사형께서 도움을 주신 일이 많으니… 그리 한다면 사형이 업에 머물러도 의심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가 사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현명한 사제들이 있어서 내가 아주 편해지는군.”
그는 흑주차를 다시 홀짝거렸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형. 하후패의 일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하후패를 교사원의 적에서 빼달라는 건가?”
“예.”
“왜? 솔직히 말해도 될까? 하후패는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문, 무에 능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 차후 명가의 구심점이 될 사람이야. 즉… 차후 사마가나 진가, 양가와 대립하게 될지도 모르지.”
성이를 비롯해 사마사나 순선 같은 우리 측 젊은이들과 대립할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위험은 배제하는 것이 나을텐데.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지금이라도 하후패를 비롯한 명가의 자제들을 한번 더 눌러 딴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이틀 전 태상 전하가 연 연회에서 사고도 쳤다면서?”
“그걸 사고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태상전하가 연 연회에서 그리 나서서는 안되지. 그들이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명가라는 이유 때문이야. 명가의 자부심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네.”
가 사형은 두잔째의 흑주차를 홀짝이며 싸늘히 말했다.
“명가라는 것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잘난 줄 알고 떵떵거리고 있지. 기껏해야 오랫동안 이름을 유지한 것에 불과한 주제에.”
“사형…”
“나는 옛날부터 한, 그리고 명가라는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들은 거대한 세력에 빌붙어 자신의 욕망만 채우는 쓰레기들에 불과해.”
신랄하구만.
가 사형의 싸늘한 비난에 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뛰어난 이들은 많습니다. 명가라고 해서 무시할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겠지. 허나 진흙에서 건질 수 있는 대부분은 진흙에 불과해. 진주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나?”
이 부분에서는 사형과 의견이 대립되는군.
명가에 대한 것은 양보하기 힘들다.
난 가 사형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사형께서 원하시는 한의 제거. 그것은 저도 동의 합니다. 하지만 명가들을 쳐내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당장 사마가도 명가이고, 조가도 명가입니다.”
“그렇지.”
“제 아내의 처가인 견가, 그리고 교가 역시도 호족이며 명가인데… 그들을 공격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딱 잘라 말하자 가 사형은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했고 가 사형은 결국 빙긋 웃었다.
“사제의 뜻이 그렇다면 그리 하게.”
“어? 어째 너무 순순히 물러나시는 것 같은데. 진심이십니까?”
“내가 비록 그들을 싫어한다지만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자네나 중달을 배신하면서까지 명가를 칠 생각은 없어. 중요한 것은 이미 이뤘으니까… 하지만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은 자네와 중달이야. 가능하겠나?”
만약 명가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거다.
그의 허락에 난 웃었다.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작 명가 나부랭이들 두려워서 일도 못 시킬 거면 예전에 지워버렸을 거다.
이건 책략이 아닌 정치적인 부분이다.
그런만큼 가 사형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하후패는… 좋아. 교사원의 적에서 빼주도록 하지. 그럼 교사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인데 필요한 것이 있네.”
교사원이 움직이며 황가와 더불어 황궁 전체, 그리고 황제를 감시한다.
선양을 위해서 황제를 압박하고, 황제가 그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자신의 세력을 모집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거다.
“무기 소지에 대한 권한 정도는 받았으면 싶은데. 괜찮겠나?”
“그러시죠.”
황궁에서 무기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권한.
가 사형이 그것을 요청하자 난 허가장을 바로 적어 내어주었다.
그것을 받은 가 사형은 만족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럼 어디서 머물어야 하나? 일단 교사원으로 가야하나…”
가 사형이 나가려 하자 난 그를 잡았다.
“가긴 어딜 가십니까. 공식적으로 승상부 업무 도우려 오셨으면 일부터 바로 하시지요.”
“…하아. 정말이지 틈을 주질 않는군.”
가 사형은 한숨을 내쉬었고 난 웃었다.
사형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교사원에서 다른 일만 하게 둘 수야 없지.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쓴다.
난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의 반을 가 사형의 앞에 올려 놓았고 가 사형은 인상을 썼다.
“이만큼 주면 자네는 뭐 하려고?”
“저도 할겁니다. 승상부의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마음 같아서는 전부 맡기고 싶지만.”
난 나머지 반을 툭 쳤다.
“빨리 처리를 해야 하는지라. 자. 합시다.”
“마치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주는 것 같구만. 뭐 이리 뻔뻔한지. 사제 얼굴은 나날이 두꺼워지는 것 같구만.”
“이정도로 두껍지 않으면 승상부주 못해먹습니다. 자. 군소리 말고 이 문제부터 좀 해결해보시지요. 남은 군량의 처리와 분배 문제인데…”
“어디보자… 허. 군량이 이리 많이 남았나? 그러니 탐내는 이들이 많지. 분배를 하려면…”
가 사형은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죽간을 펼쳤다.
그가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난 웃었다.
이야! 나는 오늘 철야 안해도 되겠구나!
========== 작품 후기 ==========
안녕하셔유! 레뎁니다!
으아!!
즐거운 금요일! 불금 즐기시고 계십니까!?
저는 지금 불타고 있습니다!
방 온도 35도…
이게 방이냐!
분-노하네요 ㅋㅋ
그럼 대댓글 갑니당!
Dunkel // ㅋㅋㅋ불쌍한 유하ㅠㅠ
곰횽 // 사리만 한사발씩 ㅋㅋㅋ
우의정ㅡZIon // 오메 많네요ㅠㅠ
현실이기주의자 // 식사를 합시다를 보시면 더 충격받으실듯 ㅋㅋㅋ
Bobbylow // 그런 시뮬레이션 돌리지마욬ㅋㅋ
으…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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